“왕비 마마께서 절 걱정하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전 언젠가는 죽을 것입니다. 나라와 백성들을 지키다가 죽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전 절대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또 다음이 있다면 왕비 마마께서 절 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 절 대신해 다른 이가 이런 대가를 치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전사들이 전장에서 악전고투하는 이유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가족과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살기 위해 가족을 희생하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진천리는 말하면서 가슴 아픈 얼굴로 진백리의 눈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그의 말을 듣자 순간 심장이 덜컥거렸고 어쩐지 피가 들끓는 기분을 느꼈다.“알겠습니다.”낙청연이 미소를 지었다.진백리는 미간을 구긴 채로 진천리의 손을 잡았다.“형님, 제 눈은 형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제가 안목이 없어 류훼향을 곁에 남긴 탓이니 제 잘못입니다.”두 사람은 다투고 있었지만 사실 서로를 위해서였다.낙청연은 급히 그들을 말렸다.“그만 하세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진백리 공자의 눈이 어디까지 회복됐는지 한 번 봐야겠습니다.”낙청연은 진백리의 손목을 잡고 그의 맥을 짚었다.기혈이 왕성하고 경맥이 통한 것을 보니 전혀 허약하지 않고 오히려 무척 건강했다.낙청연은 진백리의 눈꺼풀을 들어 보더니 그의 앞에서 손을 저어 보았다.“얼마나 보이십니까?”진백리가 대답했다.“희미하게 그림자는 보이는데 제대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악화된 것 같지는 않군요. 앞으로 차차 나을 겁니다! 제가 내준 처방을 계속해 쓰세요!”“평소에는 무공을 연습해 신체를 단련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진백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진천리도 신나 보였다.“감사합니다, 왕비 마마.”“아, 참. 두 분도 기분 전환을 위해 봄 사냥에 가시는 겁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고
낙청연은 몸이 움찔 떨었다.주위 사람들도 놀랐고 많은 시선이 낙청연에게로 향했다.별로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앉아있던 낙청연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정전 안은 아주 조용했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엄내심(嚴乃心)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부설은 오지 않았답니까?”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부진환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자기 일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위운하는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부설이라면 섭정왕비가 아닙니까? 승상부의 여식, 낙청연 말입니다!”“춤을 잘 춰 청루의 사내들이나 홀릴 수 있지요. 두꺼비처럼 못생긴 얼굴을 하고서는 어떻게 무대에 올라서 춤을 췄는지 참 의문입니다. 괜히 창피한 일을 당하지 않게 나서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오늘 이런 자리에서 음란한 가사에 맞춰 춤을 춘다면 섭정왕께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습니까?”위운하는 뚫린 입이라고 거침없이 조롱했고 부진환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위운하를 보았다. 위운하는 참으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저번에 그녀를 부설루로 보냈을 때는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는 하나 크게 겁을 먹었었다고 들었다.그런데 오늘 또 그녀의 화를 돋우려 하고 있었다.죽음을 자초하긴!낙청연은 살기를 띤 눈빛으로 위운하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위 낭자께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하군요. 부설루에서 배운 것이 많은가 봅니다.”“하지만 그 입버릇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설루의 여인들은 그렇게 저급한 말은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부설루의 얘기가 나오자 위운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고 주위 사람들도 경악했다.“부설루라니? 위운하가 부설루에 갔었단 말인가?”한 공자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상대 또한 의아한 얼굴이었다.“부설루는 청루가 아닌가? 위운하가 청루에 가서 무얼 한다는 말인가?”그 말
술잔을 손에 쥔 부진환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그 모습을 보더니 곧장 몸을 일으켰다.“이렇게 하지요. 제가 언니 대신 추겠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낙월영의 손목을 잡았다.낙청연은 줄곧 부진환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엄내심이 그녀에게 춤을 추라고 했을 때 부진환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낙월영이 그녀 대신 추겠다고 나서자 부진환은 본능적으로 낙월영의 손을 잡았다.그는 이런 시기에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건 분명 모욕이었다.섭정왕비인 그녀에게 청루 여인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라고 했으니 말이다.황제는 부진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의 태도를 이해했다. 그는 절대로 낙청연이 춤을 추게 할 생각이 없었다.황제가 엄내심을 말리려고 할 때 낙청연이 갑자기 일어섰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과 부진환을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추겠습니다.”부진환이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았으니 낙청연이 오늘 이곳에서 춤을 추더라도 체면을 구기는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사람들은 몰래 부진환을 의논할 것이다.부진환은 깜짝 놀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 여인이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것인가?엄내심이 봄 사냥에 따라온 건 목적이 있어서였지만 이건 황제가 엄씨 가문에 반격할 기회이기도 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내심이 제멋대로 굴게 놔두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엄내심 같은 여인이 황후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낙청연은 항상 그의 계획에 끼어들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승낙하다니?옆에 있던 부경리는 부진환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셋째 형님, 정말 왕비가 춤을 추게 놔둘 것입니까? 엄내심이 형님을 모욕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마저 참으시렵니까?”부진환은 화가 가득 치밀어 올랐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황제와 시선을 맞추더니 그에게 말
“그렇게 하면 춤 전체가 더욱 절묘하게 아름다울 것 같군.”엄내심의 말에 ‘푸흡’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는 고요한 정전 안에서 굉장히 뚜렷이 들렸다.엄내심은 위운하를 보며 말했다.“뭘 웃는 것이오?”위운하가 웃으며 말했다.“엄 낭자께서 모르시나 본데 낙청연은 못생겼다고 경성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섭정왕에게 시집갔을 때 많은 사람이 주제도 모르고 설친다고 말했었지요.”“그런 걸 보면 얼마나 못생겼을지 으레 상상이 갑니다.”“게다가 뱀에 물려 얼굴이 더욱 흉측해졌다고 하더군요.”“가면을 벗고 춤을 춘다면 절묘하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주 역겨울 것입니다!”위운하는 사정없이 조롱했다. 마치 사람들의 앞에서 낙청연의 옷을 벗기듯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녀를 제멋대로 짓밟았다.이렇게 하면 낙청연이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위운하는 현재 낙청연이 평정심을 유지한 채로 살기 가득한 눈빛을 띠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엄내심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 토하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옆에 있던 낙월영의 입가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낙청연은 그들의 표정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들이 미리 짜놓은 연극을 보고 있었다.“그렇다면 됐소.”“왕비, 시작하시오.”엄내심은 약간의 혐오가 담긴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낙청연은 서늘해진 눈빛으로 대답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낭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잘 보아야 할 것이오.”얼음처럼 차가운 어조였다. 곧이어 낙청연은 장검을 돌리며 발끝을 구르며 경공으로 공중회전을 했고 장검으로 엄내심의 얼굴을 가리켰다.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엄내심은 그 순간 너무 놀라서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살려달라는 말마저 잊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호위들이 검을 빼 들고 손을 쓰려고 할 때 낙청연이 갑자기 손목을 돌리며 장검의 방
엄내심은 처음에는 참았지만 낙청연이 계속해 장검을 그녀 앞에 들이밀었다.검이 코앞까지 놓였고 몇 번이나 그녀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살기가 등등했다. 엄내심은 몇 번이나 자신이 검에 찔려 죽지 않을까 생각했다.결국 엄내심은 인내심이 다 닳아서 탁자를 내리치며 화를 냈다.“낙청연, 지금 대체 뭐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말로 대답하는 대신 그녀를 향해 장검을 힘껏 휘둘렀고 엄내심은 안색이 돌변해 말했다.“여봐라! 여봐라!”엄내심은 당황했다.호위들은 아차 싶었는지 검을 빼 들려 했는데 황제가 그들에게 눈빛을 보냈고 그의 손짓 하나에 호위들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황제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니 정전 안에서 감히 움직일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낙청연이 엄내심을 향해 장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낙청연이 진짜 엄내심을 죽이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들 숨을 참았다.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엄내심의 볼 위로 낙청연의 날카로운 장검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대로 허공을 찔렀고 낙청연은 엄내심의 탁자를 발로 밟고서 완벽한 공중회전을 보여주었다.순식간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엄내심은 단단히 겁을 먹었는지 다리가 풀려 의자 위에 주저앉았다.그녀는 낙청연에게 모욕당해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만!”“낙청연! 그만하거라!”그녀는 미래의 황후였다. 낙청연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그녀를 이렇게 대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장검을 휘둘렀다.엄내심이 짹짹거리면서 쉴 새 없이 떠들자 낙청연은 순식간에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몸을 돌리더니 엄내심을 향해 장검을 겨누었다.엄내심은 깜짝 놀랐다. 또?그녀는 황급히 뒷걸음질 치더니 황제의 옆으로 달려가며 말했다.“폐하! 낙청연이 자꾸만 절 괴롭힙니다!”부경한은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로 덤덤히 웃어 보였다.“검무를 보고 싶다고 한 건 네가 아니었느냐? 낙청연은 널 위해 검무를 보여주고
낙청연은 절대 엄내심이 자신의 따귀를 때리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더니 엄내심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놀란 엄내심의 얼굴은 분노로 꽉 찼다.낙청연은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피식 웃더니 말했다: “춤을 추라고 한 사람은 분명 당신인데, 지금 왜 이토록 화가 나셨을까?’“네가 한 짓을, 내가 꼭 말을 해야 하겠느냐? 낙청연, 일부러 그런 거잖아. 일부러 나를 모욕한 거잖아!” 엄내심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낙청연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나를 춤을 추라고 한 것도 나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 그러니 피차일반이다.”“나는 너와 다르다!’ 엄내심은 몹시 화났다.그녀는 앞으로 황후가 될 사람이다!감히 그녀를 모욕하다니!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위운하도 따라서 냉소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엄가네 소저하고 대신 혼인한 가짜 왕비가 어떻게 비교가 되겠냐?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감히 엄가네 소저하고 비교해!”“못생긴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히 사람들 앞에서 엄가네 소저를 희롱하느냐?”위운하는 엄내심이 낙청연을 죽여주기를 간절히 바랐다.오늘 낙청연이 그녀가 부설루에 갔던 사실을 까발렸으니, 앞으로 바깥의 그 유언비어들만으로도 그녀를 죽일 수 있을것이다!그녀와 혼인하려는 사람은커녕, 가문의 명예마저 연루되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이 모든 것은 모두 낙청연 때문이다. 그녀는 오직 낙청연이 죽기만을 원한다!위운하의 이 말을 들은, 엄내심은 더욱 당당해졌다. “들었지? 모두 다 보았다고 하지 않느냐? 너는 일부러 나를 희롱한 것이다!”“오늘, 여기서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엄내심의 두 눈은 증오로 활활 타올랐다.“여봐라! 낙청연을 잡아라!” 극도로 화난 엄내심이 명령했다.시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엄내심의 신변 호위들이 바로 궁전 밖에 있었다.호위들이 들어오더니, 일제히 낙청연을 억압했다.낙청연은 두
낙청연이 가면을 쓰자, 부진환은 낙청연을 위해 끈을 잘 묶어 주었다.낙청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싸늘한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보아하니 그는 얼굴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궁전 안의 모든 사람은 섭정왕의 반응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른 사람들이 낙청연의 얼굴을 볼까 봐 이토록 지켜주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히 소문대로 얼굴이 추악하기 그지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낙청연이 사람들에게 조소당하고, 자신의 체면이 구겨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필경 당당한 섭정왕의 왕비는 추녀이면 안 되니까!많은 사람은 이렇게 추측했다.“돌아가 쉬거라!” 부진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낙청연에게 말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엄내심이 다급히 일어나,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돌아가려고?”부진환이 고개를 돌리더니, 살의가 충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그럼, 어쩔 셈이냐?”위협이 섞인 어투는 듣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엄내심도 화들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약간 두려워했다.이때, 황상이 유유히 일어나더니, 술에 흠뻑 취해 말했다: “그만하거라. 오늘 밤 검무를 재밌게 구경했으니, 흥을 깨지 말거라.”엄내심은 억울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흔들리는 헝클어진 머리카락마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 같았다. “황상!”부경한은 위로하며 말했다: “짐은 네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춤도 네가 추라고 한 것이 아니더냐? 네가 피하지 않았다면, 낙청연도 너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짐이 내일 보상으로 너에게 가장 귀한 가죽을 사냥해, 모피를 만들어줄 터이니, 어떠하냐?”이 말을 듣고서야, 엄내심은 드디어 난처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사실 엄내심도 감히 부진환에게 맞설 담이 없었다.“좋습니다. 황상 말씀을 따르겠습니다.”부경한은 엄내심의 초라한 모양을 보면 볼수록 웃음이 절로 나왔고, 기분은
부진환의 모비도, 달빛 아래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낙월영은 속으로 득의양양했다. 역시 아버지가 알려주신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자신이 묵는 곳으로 돌아갔다.정원으로 들어가자, 달빛 아래에 흰옷을 입은 늠름한 사람이 서 있었다. 달빛은 그의 준수한 옆모습과 흰옷을 비추었다. 고고한 달빛 아래, 마치 세속을 초탈한 신선이 속세에 떨어진 것 같았다.“5황자?”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갔다.”“저녁 식사하러 가지 않으셨습니까?”부경리는 웃으며 말했다: “누가 나의 존재를 그렇게 신경 쓴다고.”“혹시 시간이 있느냐? 함께 좀 걷자구나!”낙청연은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산 위의 경치는 확실히 볼만했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하기도 해서, 승낙했다.“좋습니다.”두 사람은 정원에서 나와, 산책하러 갔다.밤바람은 쌀쌀했다. 얇게 입은 부운주는 얼마 걷지 못하고 기침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아니면 돌아가서 옷을 좀 더 걸치십시오.”부운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습관돼서 괜찮다. 가자!”낙청연은 그의 뜻을 알고 탄식하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 조심스러울 필요 없습니다. 몸조차 완치될 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명이 다르고, 안심입명(安身立命)의 방식도 서로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 밖에 없구나!”“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번 봄 사냥도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다.”“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 넓은 세상을 좀 더 만끽할 수만 있다면, 이번 생은 헛걸음한 게 아니다.”부운주는 절묘한 달빛을 감상하면서, 어투는 아주 홀가분했다. 산에 올라오니 그의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아주 좋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5황자는 단명할 분이 아닙니다. 세상은 매우 넓고 큽니다. 그러니 5황자는 아직도 많은 풍경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낙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