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일까 걱정됐는데 그들 중에서 아주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다.부경리였다!부경리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지금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부경리를 보았다.“전 무공에 약하지만 돈이 많습니다. 제가 데려온 자들인데 앞으로 그대를 호위할 것입니다! 그대가 가는 곳이라면 전부 따라다닐 것입니다!”“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어딜 가든 안전할 것입니다!”부경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의 총명함에 감탄하는 듯했다.“몇 명이나 됩니까?”부경리는 힐끔 보고 말했다.“7, 80명쯤 될 겁니다.”“미치셨군요. 궁 안의 마마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다니지는 않습니다.”부경리가 또 물었다.“외출하시려는 겁니까? 같이 가시지요!”“따라오지 마세요!”낙청연은 부리나케 도망쳤고 부경리는 무관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기다리세요! 저는 상처를 입은 몸입니다!”그렇게 낙청연의 뒤에는 무관의 7, 80명 되는 사람들이 따랐다. 그들은 아주 기세 넘치게 성을 나섰고 가는 길 내내 많은 주목을 받았다.움직임은 컸지만 좋은 점이라면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성을 나서도 아주 안전했다.낙청연은 무영이 그녀를 데리고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성에서 나온 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부경리는 상처가 있었기에 걸음이 느렸고 낙청연이 먼저 산꼭대기에 도착했다.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꽃밭이었다.무영은 잔뜩 들뜬 어조로 말했다.“그녀가 돌아왔소!”“누구 말입니까?”“린부설 말이오!”그 말에 낙청연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겨 앞으로 걸었다.꽃밭 중앙에는 확실히 린부설의 무덤이 있었고 무덤 주위는 꽃으로 뒤덮여있었다. 비록 이름도 없는 들꽃이었지만 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금고가 죽은 뒤 린부설의 무덤이 여기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소. 당시 내가 왔을 때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지.”“그런데 며칠 전 다시 와 보니 꽃이 무성히 자라서 꽃밭을 이루었더군
“왕비 마마, 조심하십시오!”낙청연은 몰래 남각에 왔지만 감히 정원에 들어가지는 못해 살며시 벽을 타서 담벼락에 엎드렸다.고 신의는 방안에서 약을 달이고 있었고 약 냄새가 아주 진했다.냄새를 맡아보니 전부 비싼 약재들이었고 확실히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것들이 맞았다.검은 옷을 입은 자는 바로 고 신의였다!저번에 천매문의 자객을 잡았을 때도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이 암살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그를 상대해 보니 무공이 아주 뛰어난 자였다.당시 그의 뒤를 쫓아 후문을 나섰을 때 상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옥에서 나와 곧장 후문으로 도망친 걸 보면 왕부의 환경에 익숙한 사람인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분명 헤맸을 테니 말이다.어쩌면 그때 그자와 같은 사람일지도 몰랐다!낙청연은 몸을 돌려 뛰어내린 뒤 부진환의 서방으로 향했다.고 신의가 왕부에 남아있다면 후환이 걱정됐다. 그가 태후의 사람이라는 건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에게 있어 고 신의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 곁에 있던 사람이니 믿으려 할 것이다.무턱대고 부진환을 찾아가 얘기를 꺼낸다면 그는 분명 믿지 않으려 할 것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청연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다시 남각에 도착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정당당하게 정원에 들어섰고 고 신의의 방문 앞에 섰다.“왕비 마마, 무슨 일이십니까?”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막으려는 듯, 고 신의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일부러 고개를 빼 들어 안쪽을 살폈다. 그녀는 뒷짐을 진 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고 신의, 약을 달이고 있었소?”“누가 다쳤나 보오?”고 신의는 안색이 살짝 달라졌지만 이내 덤덤히 말했다.“5황자의 몸조리에 쓰일 약이라 달이고 있습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었다.“그렇소? 하지만 5황자의 병은 오랫동안 몸조리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고 신의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오?”고
날씨가 풀리고 꽃이 피는 4월이었다. 황제는 갑자기 여산(驪山)으로 봄 사냥을 떠나겠다고 했다.그리고 높은 벼슬의 귀족 자제들도 함께 갈 수 있다고 허락했다.“봄 사냥이요? 폐하께서는 참으로 여유로우시군요. 왕야께서도 당연히 가시겠지요?”낙청연이 호기심에 물었고 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폐하께서는 엄씨 가문의 딸 때문에 골치가 많이 아파 봄 사냥으로 기분 전환을 하려는 것입니다. 평소였다면 셋째 형님께서 절대 가지 말라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허락하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고민했다. 예전에 종묘 제사 때 태후는 황제에게 엄씨 가문의 딸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었다.황제가 그녀를 황후로 간택했으면 해서였다.그때 당시 황제는 낙청연이 태후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고 먼저 엄씨 가문의 딸을 만나보겠다고 얘기를 꺼냈었다.황제는 태후와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니 절대 엄씨 가문의 여식을 황후로 세울 일은 없었다.엄씨 가문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낙청연은 흥미가 생겼다.“그럼 저도 가겠습니다.”부경리가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럼 저도 가서 구경 좀 해봐야겠습니다.”“얘기를 들어 보니 진씨 가문의 장남도 돌아왔다고 하던데 어쩌면 이번에 그도 갈지 모르겠군요.”진씨 가문의 장남, 진천리.낙청연도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낯설지는 않았지만 아직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남각.“이번 봄 사냥에 낙청연도 간다고 합니다. 저희에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고 신의는 탁자 앞에 앉아 약재를 연마하고 있었는데 진지한 얼굴로 부운주를 보며 말했다.“더 이상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부운주의 창백한 얼굴 위에 근심이 떠올랐다.“난 내 계획을 시험해보고 싶네.”부운주는 떠보듯 고 신의에게 물었다. 그는 간청하는 눈빛으로 고 신의를 바라보았다.고 신의는 심각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시험해보세요.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죽이겠습니다!”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군.”고 신의는 살짝 놀랐다
부진환은 눈빛이 싸늘해져서 소유에게 분부했다.“가서 마차 한 대를 더 준비하거라.”“5황자는 몸이 허약하니 고 신의가 함께 해야 한다. 마차 속도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 우리는 먼저 떠나겠다.”그 말에 마차에 오르려던 부운주가 살짝 멈칫했고 표정도 굳어졌다. 그의 얼굴에 무안한 미소가 걸렸다.“그럼 먼저 가시지요.”부운주는 웃는 얼굴로 낙청연에게 말한 뒤 마차에서 내렸다.낙청연은 부운주의 암담한 표정에 왠지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출발하거라!”부진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마차는 그의 뒤를 바짝 뒤쫓았고 그렇게 그들은 떠났다.갑자기 속도가 붙어 마차가 심하게 흔들렸다.부운주는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출발한 마차 때문에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마차가 일으킨 모래바람을 들이킨 부운주는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고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낙청연은 그 모습에 조금 화가 났다.“왕야, 굳이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발을 걷은 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진환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마음이 아프냐?”“마음 아프면 마차에서 내려 그와 함께 오거라.”말을 그렇게 했으나 마차를 세울 의지는 전혀 없었다. 이렇게 빨리 달리는데 낙청연이 뛰어내린다면 팔이나 다리가 부러질 것이다.“그렇게 막무가내로 굴지 않으면 안 됩니까?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지낼 수 있지 않습니까? 왜 굳이 그를 난처하게 만드시는 겁니까?”부운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그가 필요하다면 손가락이나 팔을 제멋대로 취할 수 있었다. 인질이라고 해도 이렇게 그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었다.“내가 말했지.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면 가서 그와 함께 오라고.”부진환은 차갑게 말을 마친 뒤 속도를 높이면서 말을 타고 떠났다.마차 또한 그를 따라 속도를 높였고 낙청연은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성을 나온 뒤 부경리는 말을 타고 마차 옆에 다가갔다.
“마차에 오르거라.”낙월영은 그 말에 신이 났다.낙청연은 잠시 당황했고 이내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이미 확실히 거절했는데 부진환은 낙월영을 마차에 태우려고 했다.“하지만 그렇게 하면 언니께서 불쾌해하지 않겠습니까?”낙월영이 두려운 듯 물었다.“괜찮다.”부진환은 낙월영을 부축해 마차에 오르게 도와줬다.낙월영은 마차에 오르자마자 낙청연을 향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낙청연은 억지로 화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부진환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내리거라.”낙청연은 놀랐다. 심지어 그녀에게 마차에서 내리라고 하다니?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마차에서 내렸다.부진환은 그녀와 같이 말을 타고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마차 한 대가 때마침 도착해 멈추어 섰다.“왕비 마마?”마차 안에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눈앞의 남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눈에 익었다.곧이어 진백리가 함께 고개를 내밀었다.그제야 낙청연은 그것이 진씨 가문의 마차라는 걸 발견했다.조금 전 그 남자는 진백리의 형님 진천리인 듯했다.“왕비 마마, 마차가 망가진 것입니까?”진천리는 옆에서 수리하고 있는 마차를 발견하고 말했다.부진환이 입을 열려는데 낙청연이 먼저 말했다.“네, 마차가 망가졌습니다. 공자 차에 사람이 많으신가요? 제가 얻어탈 수 있을까요?”진천리는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가능합니다.”그렇게 낙청연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부진환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자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끔 보더니 그의 손을 내쳤다.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진천리의 마차에 올라탔다.진천리는 눈치 빠르게 부진환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왕야, 왕비 마마에게 제 동생의 눈이 잘 회복하고 있는지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는 김에 왕비 마마와 함께 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 왕비 마마를 잘 돌보겠습니다.”진백리의 눈을 보이고 싶다는 말에 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왕비 마마께서 절 걱정하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전 언젠가는 죽을 것입니다. 나라와 백성들을 지키다가 죽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전 절대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또 다음이 있다면 왕비 마마께서 절 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 절 대신해 다른 이가 이런 대가를 치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전사들이 전장에서 악전고투하는 이유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가족과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살기 위해 가족을 희생하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진천리는 말하면서 가슴 아픈 얼굴로 진백리의 눈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그의 말을 듣자 순간 심장이 덜컥거렸고 어쩐지 피가 들끓는 기분을 느꼈다.“알겠습니다.”낙청연이 미소를 지었다.진백리는 미간을 구긴 채로 진천리의 손을 잡았다.“형님, 제 눈은 형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제가 안목이 없어 류훼향을 곁에 남긴 탓이니 제 잘못입니다.”두 사람은 다투고 있었지만 사실 서로를 위해서였다.낙청연은 급히 그들을 말렸다.“그만 하세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진백리 공자의 눈이 어디까지 회복됐는지 한 번 봐야겠습니다.”낙청연은 진백리의 손목을 잡고 그의 맥을 짚었다.기혈이 왕성하고 경맥이 통한 것을 보니 전혀 허약하지 않고 오히려 무척 건강했다.낙청연은 진백리의 눈꺼풀을 들어 보더니 그의 앞에서 손을 저어 보았다.“얼마나 보이십니까?”진백리가 대답했다.“희미하게 그림자는 보이는데 제대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악화된 것 같지는 않군요. 앞으로 차차 나을 겁니다! 제가 내준 처방을 계속해 쓰세요!”“평소에는 무공을 연습해 신체를 단련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진백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진천리도 신나 보였다.“감사합니다, 왕비 마마.”“아, 참. 두 분도 기분 전환을 위해 봄 사냥에 가시는 겁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고
낙청연은 몸이 움찔 떨었다.주위 사람들도 놀랐고 많은 시선이 낙청연에게로 향했다.별로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앉아있던 낙청연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정전 안은 아주 조용했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엄내심(嚴乃心)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부설은 오지 않았답니까?”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부진환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자기 일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위운하는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부설이라면 섭정왕비가 아닙니까? 승상부의 여식, 낙청연 말입니다!”“춤을 잘 춰 청루의 사내들이나 홀릴 수 있지요. 두꺼비처럼 못생긴 얼굴을 하고서는 어떻게 무대에 올라서 춤을 췄는지 참 의문입니다. 괜히 창피한 일을 당하지 않게 나서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오늘 이런 자리에서 음란한 가사에 맞춰 춤을 춘다면 섭정왕께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습니까?”위운하는 뚫린 입이라고 거침없이 조롱했고 부진환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위운하를 보았다. 위운하는 참으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저번에 그녀를 부설루로 보냈을 때는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는 하나 크게 겁을 먹었었다고 들었다.그런데 오늘 또 그녀의 화를 돋우려 하고 있었다.죽음을 자초하긴!낙청연은 살기를 띤 눈빛으로 위운하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위 낭자께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하군요. 부설루에서 배운 것이 많은가 봅니다.”“하지만 그 입버릇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설루의 여인들은 그렇게 저급한 말은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부설루의 얘기가 나오자 위운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고 주위 사람들도 경악했다.“부설루라니? 위운하가 부설루에 갔었단 말인가?”한 공자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상대 또한 의아한 얼굴이었다.“부설루는 청루가 아닌가? 위운하가 청루에 가서 무얼 한다는 말인가?”그 말
술잔을 손에 쥔 부진환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그 모습을 보더니 곧장 몸을 일으켰다.“이렇게 하지요. 제가 언니 대신 추겠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낙월영의 손목을 잡았다.낙청연은 줄곧 부진환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엄내심이 그녀에게 춤을 추라고 했을 때 부진환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낙월영이 그녀 대신 추겠다고 나서자 부진환은 본능적으로 낙월영의 손을 잡았다.그는 이런 시기에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건 분명 모욕이었다.섭정왕비인 그녀에게 청루 여인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라고 했으니 말이다.황제는 부진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의 태도를 이해했다. 그는 절대로 낙청연이 춤을 추게 할 생각이 없었다.황제가 엄내심을 말리려고 할 때 낙청연이 갑자기 일어섰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과 부진환을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추겠습니다.”부진환이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았으니 낙청연이 오늘 이곳에서 춤을 추더라도 체면을 구기는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사람들은 몰래 부진환을 의논할 것이다.부진환은 깜짝 놀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 여인이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것인가?엄내심이 봄 사냥에 따라온 건 목적이 있어서였지만 이건 황제가 엄씨 가문에 반격할 기회이기도 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내심이 제멋대로 굴게 놔두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엄내심 같은 여인이 황후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낙청연은 항상 그의 계획에 끼어들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승낙하다니?옆에 있던 부경리는 부진환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셋째 형님, 정말 왕비가 춤을 추게 놔둘 것입니까? 엄내심이 형님을 모욕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마저 참으시렵니까?”부진환은 화가 가득 치밀어 올랐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황제와 시선을 맞추더니 그에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