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481 - Chapter 490

3107 Chapters

제481화

낙청연은 지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처럼 비천한 여인은 왕야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내쫓지 않는 것입니까?”“너!”부진환은 진노했고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섭정왕비, 얼마나 존귀한 신분인가?그런데 섭정왕비가 청루 같은 곳을 드나들면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며 스스로 신분을 낮췄다.그녀는 자신이 청루에서 춤을 추는 것을 들킨다면 아주 엄중한 죄가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린부설에게서 어머니의 실마리를 알아내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부진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왕야, 난처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 내쫓으시고 낙월영과 혼인을 올리신다면 왕야의 장인어른은 여전히 낙해평이지요. 그러니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낙청연의 평온한 어조에서는 뼈에 사무치는 한기가 느껴졌다.“어차피 저는 계속 춤을 출 것입니다. 왕야께서 이 사실을 알리신다면 본인 체면도 고려하셔야겠지요.”그녀는 더없이 차분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부진환 역시 그 점을 알아차렸고 더욱더 분노했다.날 위협하다니?낙청연은 이것을 빌미로 그녀의 비밀을 지키라고 부진환을 위협하고 있었다.“낙청연, 너 참 대단하구나!”부진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억세게 잡으면서 고개 숙여 그녀를 보며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들한테 춤을 선보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럼 널 류 대인의 저택으로 보내주마. 거기서 마음껏 추거라!”차가운 말과 함께 부진환은 그녀의 손목을 힘껏 뿌리치고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를 떴다.류 대인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녀를 류 대인에게 보내겠다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낙청연은 자신이 그의 악랄함을 얕봤음을 인정했다.잠시 뒤 송천초가 다급히 뛰어나왔다.“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 왕야가 마당에서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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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봤다.“왕야께서는 제가 스스로 타락의 길을 걷는다고 하셨는데, 정작 섭정왕인 왕야께서는 자기 왕비를 다른 사내에게 바치려고 하는군요.”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몸을 돌렸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차 한 잔의 시간을 줄 테니 씻고 나오거라.”정원을 나선 뒤 부진환은 전원에 도착했고 소유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왕야, 준비는 마쳤습니다.”부진환은 다소 차가운 눈빛으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저택에 들어가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네!”소유는 대답한 뒤 미간을 구긴 채로 주저하며 물었다.“하지만 왕비 마마더러 시간을 끌게 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그러니까 빨리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50명의 암위를 몰래 배치해서 대기하게 하거라.”“네!”방 안에서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었다.그 옷 또한 운예각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붉은색 바탕에 붉은색 모란꽃이 수놓아져 부귀하고 화려해 보이며 무척 아름다웠다.낙청연은 얇은 망토를 두르고 나서 금빛의 나비 날개 모양의 가면을 썼다. 그리고 그 위로 얼굴을 가릴 얇은 면사를 두르니 실로 이어진 작은 구슬들이 맑은 소리를 냈다. 아주 날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동경 속 자기 모습을 보는 낙청연의 눈빛은 한없이 싸늘했다.그녀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고 부진환도 때마침 처소 밖에 도착했다.마당 문을 열자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서서히 걸어 나오며 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태를 한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자 부진환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감돌았다.눈앞의 여인은 사람들에게 돼지라고 놀림당하던 낙청연이 아닌 듯했다.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부진환은 얇은 면사와 가면 아래 있는 그녀의 얼굴이 더더욱 궁금해졌다.부진환은 순간 넋을 잃었지만 낙청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부진환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뒤 그녀의 뒤를 따랐다.낙청연의 옷은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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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류 대인 저택으로 향하는 길에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그러나 마차는 아주 빨리 류 대인 저택 앞에 멈추어 섰고, 마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보니 사람이 적지 않은 듯했다.부진환은 마차 안에 앉아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마차에서 내렸다.낙청연이 막 몸을 일으켜 마차에서 내리려는데 부진환이 그녀를 향해 팔을 내밀었고 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 바로 그때, 류 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귀한 손님께서 오셨군요!”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져 부진환의 손을 잡고 그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낙청연은 곧바로 손을 빼냈다.어쩐지 다급해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부진환은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부진환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주먹을 움켜쥐고 뒷짐을 졌다.“부설 낭자, 결국엔 내 저택으로 오게 됐군?”류 대인은 거만한 태도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고 낙청연은 역겹다는 듯이 몸을 비틀어 그를 피했다.그녀의 냉담한 태도에도 류 대인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몸을 돌려 부진환을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왕야께서 진짜 부설 낭자를 데려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왕야를 너무 얕본 것 같군요. 오늘 부설 낭자께서 온다고 해서 연회를 아주 크게 베풀었습니다. 동료들도 많이 불렀으니 부설 낭자가 춤을 춰서 우리의 흥을 북돋아 주겠군요! 왕야께서도 들어가시지요!”류 대인은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고 부진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히 얘기했다.“물건은…”류 대인은 얼른 웃으며 대꾸했다.“걱정하지 마시지요, 왕야. 오늘 연회가 끝난다면 저희 가문에서 몇십 년 동안 소장한 약재들을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낙씨 가문 둘째 아씨께서 약을 구하기 위해 제 부인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아까워 차마 드리지 못했습니다. 왕야께서 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를 아끼시는 마음에 저도 크게 감동하였습니다.”몇 가지 약재를 댓가로 부진환이 부설을 데려오게 하다니, 류만(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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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낙청연은 온몸이 경직됐다.듣기 거북한 소리에 마음속에서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할 것 같았다.부진환도 미간을 팍 구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류 대인.”부진환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챈 류 대인은 얼른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오늘 부설 낭자도 손님으로 온 것이오. 부설 낭자가 춤을 춰서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 우리의 행운이니 그런 장난으로 부설 낭자를 난처하게 하면 안 되지.”음악이 계속됐다.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부진환을 바라봤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괜히 속이 답답해진 부진환은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청루에서는 췄으면서 왜 여기서는 추지 못한다는 말인가?부진환은 이를 악물었고 눈빛 또한 차가워졌다.낙청연은 결국 그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몸은 모든 선율과 동작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린부설이 없다고 해도 완벽히 출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린부설이 아니었고 린부설처럼 매혹적인 눈빛과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부족하군. 엉덩이를 조금 더 크게 흔들어야지. 그래야 더욱더 매혹적이지.”말한 사람은 조금 전 그녀더러 옷을 벗으라던 사내였다.옆에 있던 사람이 그를 설득했다.“허 호군(許護軍), 자꾸 소리 내서 끼어들지 마시게. 조용히 보면 좋지 않나? 부설 낭자가 자네 혼자 보라고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허 호군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류 형님은 부설 낭자더러 우리를 위로하라고 이곳에 부른 것이 아닌가? 난 교태를 부리며 아양 떠는 것을 좋아한다고. 부설 낭자는 이것으로 먹고사는 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의 요구대로 해서 손님을 만족시켜야지.”말을 마친 뒤 그는 낙청연을 향해 느끼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하하, 부설 낭자. 조금 더 교태를 부려 보시오. 이렇게, 이렇게 말이오.”그러면서 시범을 보였다.말이나 행동 모두 상스럽고 역겨웠다.낙청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기억했다.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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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그런데도 그 사내들은 굉장히 흥분했다.오늘 온 사람들은 구성이 복잡했고 겸손하고 온화한 자가 있는가 하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허 호군 같은 사람은 없었다.허 호군의 앞에 서자 그는 술잔을 들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고 말했다.“부설 낭자, 나랑 교배주(交杯酒)를 마셔주시오.”“이거 놓으세요!”낙청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으나 허 호군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부설 낭자, 여기까지 왔는데 교배주 한 번 마신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 않소?”허 호군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고 낙청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술잔을 깨부순 뒤 소매 안에서 비수를 꺼내 들어 그를 향해 휘둘렀다.허 호군은 반응이 아주 빨랐으나 날카로운 비수는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결국 피가 흘러내렸다.허 호군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누군가 그를 부축하자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감히 사람을 해치려 하다니? 여봐라, 당장 이 자를 붙잡거라!”낙청연은 비수를 손에 꼭 쥔 채로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높은 곳에 앉아있는 섭정왕을 보며 말했다.“왕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물어뜯는데 왕야께서 계속 저를 핍박할 생각이시라면 차라리 같이 죽는 걸 택하겠습니다!”그녀의 신랄한 말에서 분노와 결연함이 느껴졌다.낙청연은 정말 동귀어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부진환은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고 그의 평온하고도 차가운 눈빛은 그 깊이가 너무 깊어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었다.부진환은 류만을 보며 말했다.“류 대인, 이쯤 하시게나.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긴다면 다들 난처해질 텐데.”차가운 말에서 경고의 의미가 느껴졌다.류만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몸을 일으키며 그들을 위로했다.“부설 낭자는 평범한 청루 여인들과는 다르지. 여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모양인데, 안 그래도 다른 가무를 준비했소. 부설 낭자도 힘든 것 같으니 우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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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예전에 행우에게서 류 대인의 부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류 대인의 부인은 류 대인을 아주 엄하게 관리해서 평소에 대놓고 청루에 가지는 못하고 여인들을 자신의 사저(私宅)로 부른다고 했다.오늘 류 대인은 저택에서 큰 연회를 베풀고 있었고 또 특별히 부설을 불러 춤을 추게 했으니 류 대인의 부인은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류 부인(劉夫人)은 기세등등하게 방에 쳐들어오더니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그 부설루의 여우냐?”류 부인은 광대가 높고 얼굴에 살이 없으며 두 눈은 총명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무정함이 있어서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류 부인은 낙청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더니 그녀의 얼굴을 찢기라도 할 듯이 날렵한 동작으로 낙청연이 쓴 가면을 잡았다.“천한 것! 우리 류씨 저택이 어떤 곳인 줄 알고 이곳에 온 것이냐?”낙청연은 류 부인의 손목을 잡고 힘을 주었고 류 부인은 아파서 앓는 소리를 냈다.“그만하거라! 천한 것, 이 손 놓거라!”류 부인은 화를 내며 소리를 박박 질렀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류 부인, 이 류씨 저택이 무슨 풍수 좋은 곳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제가 왜 이곳에 제 발로 찾아오겠습니까? 섭정왕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전 류 대인께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 사람도 돈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요. 류 부인, 지금 절 이 저택에서 내쫓으신다면 오히려 제가 류 부인께 감사해야 할 판입니다.”낙청연은 지금 당장 이 저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조금 전처럼 모욕적인 상황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이곳에서 내쫓긴다면 부진환과의 거래도 성사된 것이니 앞으로 그녀가 뭘 하든 부진환은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류 부인은 그 말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정말이냐?”“진짜입니다.”“알겠다. 내가 널 보내주마.”류 부인은 차가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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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알겠습니다.”류 부인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청연을 힐긋 쳐다본 뒤 몸을 돌려 나갔다.류 부인은 떠나면서 방문을 닫았고 낙청연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이 그렇게 사라졌다. 낙청연은 온통 압박감에 둘러싸였다.류 대인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고 커다란 얼굴이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음흉하고 간사한 미소에 머리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순간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그렇게 고고한 척하더니 결국엔 내 손에 들어왔구나. 이 수도에 내가 얻을 수 없는 여인은 없다.”류만은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녀가 쓴 가면을 어루만졌고 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뒤로 물리며 그의 손길을 피하려 했다.그 모습에 류만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네 가면을 벗길 일은 없다. 난 가면이 아주 마음에 들거든.”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려 했으나 의식이 자꾸 흐려졌다. 그녀는 뒷머리가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아마 계속 피가 흘러서 그런 듯했다.류만은 몸을 일으키더니 촛불 하나를 밝혔다. 그는 다시 낙청연의 앞에 쭈그려 앉더니 촛불을 흔들거리면서 낙청연의 몸에 촛농을 떨구었다.뜨거운 촛농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떨었고 죽어라 이를 악물었다.류만은 변태처럼 웃었다. 그는 그녀의 반응에 매우 흡족한 듯했다. 그러나 낙청연이 아파하는 소리를 듣지 못해 안색을 흐리며 말했다.“소리를 내거라! 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냐!”그는 다시 한번 낙청연의 몸에 촛농을 떨구었고 낙청연은 아파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로 그를 노려보았고 류만은 곧장 그녀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극심한 고통에 낙청연은 눈앞이 어질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신만은 또렷했기에 손가락으로 옷소매 안에 있는 부적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류만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녀의 손등 위로 촛농을 떨구었다.“소리 내라고! 벙어리냐!”류만은 불같이 화를 냈다.대량의 촛농이 손등에 떨어지자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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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어두운 방 안에 다시 한번 환한 빛이 들어왔고 류만은 깜짝 놀랐다.“누구냐!”낙청연은 허약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쏟아져 들어오는 빛 사이로 누군가 성큼성큼 그곳으로 걸어왔다.부진환은 그 장면을 보자 이마에 핏줄이 불거지고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였다. 그는 힘껏 류만을 걷어찼다.바닥에 남은 핏자국과 찢긴 옷, 손등에 붉게 남은 흔적에 부진환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는 곧바로 겉옷을 벗어 그녀의 몸에 둘렀고 그녀를 안고서 급히 방을 나섰다.낙청연은 허약한 얼굴로 그의 가슴팍에 기대었다.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더없이 날카로운 말을 했다.“절 왜 구하십니까? 이런 걸 원하셨던 게 아닙니까?”그를 탓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 말은 수많은 칼날이 되어 부진환의 심장에 꽂혔다.그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가득했고 눈은 벌겋게 돼서 살기가 느껴졌다.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류씨 저택의 모든 사람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부진환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낙청연은 마당에 호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 장면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굴욕감이 치솟아 오르자 낙청연은 부진환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 작은 행동에 부진환은 더욱더 마음이 아팠다.“다들 뭘 넋 놓고 있는 것이냐? 당장 류씨 저택의 모든 사람을 전부 붙잡아 들이거라. 하나라도 빠진다면 머리를 벨 것이다!”부진환이 호통을 치자 그곳에 있던 호위들은 곧바로 흩어졌다.곧이어 저택에서 계집종들과 머슴들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류씨 저택을 나오는 순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고 낙청연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 그녀는 호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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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송천초는 안타까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두 사람은 정말 악연이네요.”—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마당을 나섰고 소유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왕야.”“류씨 저택으로 간다.”부진환은 대문을 나선 뒤 말에 올라타 류씨 저택으로 향했다.류씨 집안의 연회에 참석했던 빈객들은 잠시 전부 옥에 갇혔다. 그들 모두 류만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었기에 류만이 구제금에 쓰일 은을 몰래 숨긴 일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해야 했다.하지만 한 명이 저택에 남아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허 호군이었다.“날 왜 남기는 것이오! 이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소! 믿지 못하겠다면 조사해 보시오! 난 그저 손님으로 왔을 뿐, 류만이 한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소!”허 호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을 감시하는 호위에게 빌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걸어왔고 그 위엄에 차마 고개를 들어 직시할 수 없었다.허 호군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화려한 옷과 검은색 신발이 자신의 앞에 도착한 것을 보았다.곧이어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어느 손으로 그녀를 만졌느냐?”허 호군은 몸을 떨면서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무… 무슨 말씀이십니까?”부진환은 호위의 허리춤에서 천천히 장검을 빼 들었다. 위엄있는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없었고 다만 끝없는 한기가 감돌 뿐이었다. 허 호군은 등허리가 서늘했다.“이 손이겠구나.”날카로운 칼날이 허 호군의 오른손에 닿았다.“아니, 아닙니다…”겁에 질린 허 호군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나 그가 설명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칼날이 내려왔다.“아—”하늘을 찢을 듯한 처참한 비명과 함께 허 호군은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쥐고 바닥을 나뒹굴었다.비명이 끊이질 않았다.마당에 있던 모든 계집종과 하인들은 그 모습에 덜덜 떨었고 류 부인 또한 몸을 떨고 있었다.“어라? 오른손이 아니었느냐?”부진환의 차가운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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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그 말에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류만도 놀란 얼굴로 말했다.“역시 섭정왕답군. 자기 여인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 하다니, 참 대단하군그래!”뒷짐을 지고 있던 부진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겉으로는 태연한 척, 전혀 놀라지 않은 척했다.그날, 류씨 저택의 비명에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었다.섭정왕이 구제금을 횡령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이 수도 전체에 퍼졌고, 섭정왕이 한 무희를 위해 류씨 저택에서 한 일 또한 수도에 파다하게 퍼졌다.그리고 섭정왕이 그 무희를 자기 여인이라 칭했다는 소문 또한 퍼지게 됐다.—낙청연은 침상 위에 사흘 동안 누워있었다. 가끔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의식이 불분명해 완전히 깨어나진 못했다.그녀가 아는 것이라고는 누군가 밤새 그녀의 침상 옆에서 그녀를 지키면서 약을 먹였다는 것뿐이었다.정신을 차려보니 역시나,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송천초였다.“깨어났군요!”송천초는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는 흥분해 말했다.송천초는 얼른 그녀를 부축해 침상에 기대게 했고 혹시나 뒷머리의 상처를 건드리게 될까 조심스레 베개를 그녀의 등 뒤에 놓아줬다. “이번에는 심하게 다쳤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병이 남게는 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송천초는 약 그릇을 들고 오며 말했다.“수고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약을 마셨다.“저는 겨우 처방을 내린 것이라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힘든 사람은…”송천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가에 누군가 와 있었다.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때마침 왔나 보군. 부설 낭자가 깨어나다니.”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낙월영이었다.“그렇지 않소? 송 낭자. 먼저 나가 보시오. 부설 낭자랑 할 얘기가 있소.”낙월영은 자신이 왕부의 안주인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송천초에게 분부했다.송천초는 불쾌한 얼굴로 주저하며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천초가 당부했다.“부설 낭자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충분히 휴식해야 합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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