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그 사내들은 굉장히 흥분했다.오늘 온 사람들은 구성이 복잡했고 겸손하고 온화한 자가 있는가 하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허 호군 같은 사람은 없었다.허 호군의 앞에 서자 그는 술잔을 들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고 말했다.“부설 낭자, 나랑 교배주(交杯酒)를 마셔주시오.”“이거 놓으세요!”낙청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으나 허 호군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부설 낭자, 여기까지 왔는데 교배주 한 번 마신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 않소?”허 호군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고 낙청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술잔을 깨부순 뒤 소매 안에서 비수를 꺼내 들어 그를 향해 휘둘렀다.허 호군은 반응이 아주 빨랐으나 날카로운 비수는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결국 피가 흘러내렸다.허 호군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누군가 그를 부축하자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감히 사람을 해치려 하다니? 여봐라, 당장 이 자를 붙잡거라!”낙청연은 비수를 손에 꼭 쥔 채로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높은 곳에 앉아있는 섭정왕을 보며 말했다.“왕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물어뜯는데 왕야께서 계속 저를 핍박할 생각이시라면 차라리 같이 죽는 걸 택하겠습니다!”그녀의 신랄한 말에서 분노와 결연함이 느껴졌다.낙청연은 정말 동귀어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부진환은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고 그의 평온하고도 차가운 눈빛은 그 깊이가 너무 깊어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었다.부진환은 류만을 보며 말했다.“류 대인, 이쯤 하시게나.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긴다면 다들 난처해질 텐데.”차가운 말에서 경고의 의미가 느껴졌다.류만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몸을 일으키며 그들을 위로했다.“부설 낭자는 평범한 청루 여인들과는 다르지. 여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모양인데, 안 그래도 다른 가무를 준비했소. 부설 낭자도 힘든 것 같으니 우선 방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예전에 행우에게서 류 대인의 부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류 대인의 부인은 류 대인을 아주 엄하게 관리해서 평소에 대놓고 청루에 가지는 못하고 여인들을 자신의 사저(私宅)로 부른다고 했다.오늘 류 대인은 저택에서 큰 연회를 베풀고 있었고 또 특별히 부설을 불러 춤을 추게 했으니 류 대인의 부인은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류 부인(劉夫人)은 기세등등하게 방에 쳐들어오더니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그 부설루의 여우냐?”류 부인은 광대가 높고 얼굴에 살이 없으며 두 눈은 총명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무정함이 있어서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류 부인은 낙청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더니 그녀의 얼굴을 찢기라도 할 듯이 날렵한 동작으로 낙청연이 쓴 가면을 잡았다.“천한 것! 우리 류씨 저택이 어떤 곳인 줄 알고 이곳에 온 것이냐?”낙청연은 류 부인의 손목을 잡고 힘을 주었고 류 부인은 아파서 앓는 소리를 냈다.“그만하거라! 천한 것, 이 손 놓거라!”류 부인은 화를 내며 소리를 박박 질렀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류 부인, 이 류씨 저택이 무슨 풍수 좋은 곳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제가 왜 이곳에 제 발로 찾아오겠습니까? 섭정왕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전 류 대인께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 사람도 돈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요. 류 부인, 지금 절 이 저택에서 내쫓으신다면 오히려 제가 류 부인께 감사해야 할 판입니다.”낙청연은 지금 당장 이 저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조금 전처럼 모욕적인 상황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이곳에서 내쫓긴다면 부진환과의 거래도 성사된 것이니 앞으로 그녀가 뭘 하든 부진환은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류 부인은 그 말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정말이냐?”“진짜입니다.”“알겠다. 내가 널 보내주마.”류 부인은 차가운 목소리
“알겠습니다.”류 부인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청연을 힐긋 쳐다본 뒤 몸을 돌려 나갔다.류 부인은 떠나면서 방문을 닫았고 낙청연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이 그렇게 사라졌다. 낙청연은 온통 압박감에 둘러싸였다.류 대인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고 커다란 얼굴이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음흉하고 간사한 미소에 머리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순간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그렇게 고고한 척하더니 결국엔 내 손에 들어왔구나. 이 수도에 내가 얻을 수 없는 여인은 없다.”류만은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녀가 쓴 가면을 어루만졌고 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뒤로 물리며 그의 손길을 피하려 했다.그 모습에 류만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네 가면을 벗길 일은 없다. 난 가면이 아주 마음에 들거든.”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려 했으나 의식이 자꾸 흐려졌다. 그녀는 뒷머리가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아마 계속 피가 흘러서 그런 듯했다.류만은 몸을 일으키더니 촛불 하나를 밝혔다. 그는 다시 낙청연의 앞에 쭈그려 앉더니 촛불을 흔들거리면서 낙청연의 몸에 촛농을 떨구었다.뜨거운 촛농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떨었고 죽어라 이를 악물었다.류만은 변태처럼 웃었다. 그는 그녀의 반응에 매우 흡족한 듯했다. 그러나 낙청연이 아파하는 소리를 듣지 못해 안색을 흐리며 말했다.“소리를 내거라! 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냐!”그는 다시 한번 낙청연의 몸에 촛농을 떨구었고 낙청연은 아파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로 그를 노려보았고 류만은 곧장 그녀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극심한 고통에 낙청연은 눈앞이 어질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신만은 또렷했기에 손가락으로 옷소매 안에 있는 부적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류만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녀의 손등 위로 촛농을 떨구었다.“소리 내라고! 벙어리냐!”류만은 불같이 화를 냈다.대량의 촛농이 손등에 떨어지자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돌연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어두운 방 안에 다시 한번 환한 빛이 들어왔고 류만은 깜짝 놀랐다.“누구냐!”낙청연은 허약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쏟아져 들어오는 빛 사이로 누군가 성큼성큼 그곳으로 걸어왔다.부진환은 그 장면을 보자 이마에 핏줄이 불거지고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였다. 그는 힘껏 류만을 걷어찼다.바닥에 남은 핏자국과 찢긴 옷, 손등에 붉게 남은 흔적에 부진환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는 곧바로 겉옷을 벗어 그녀의 몸에 둘렀고 그녀를 안고서 급히 방을 나섰다.낙청연은 허약한 얼굴로 그의 가슴팍에 기대었다.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더없이 날카로운 말을 했다.“절 왜 구하십니까? 이런 걸 원하셨던 게 아닙니까?”그를 탓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 말은 수많은 칼날이 되어 부진환의 심장에 꽂혔다.그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가득했고 눈은 벌겋게 돼서 살기가 느껴졌다.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류씨 저택의 모든 사람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부진환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낙청연은 마당에 호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 장면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굴욕감이 치솟아 오르자 낙청연은 부진환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 작은 행동에 부진환은 더욱더 마음이 아팠다.“다들 뭘 넋 놓고 있는 것이냐? 당장 류씨 저택의 모든 사람을 전부 붙잡아 들이거라. 하나라도 빠진다면 머리를 벨 것이다!”부진환이 호통을 치자 그곳에 있던 호위들은 곧바로 흩어졌다.곧이어 저택에서 계집종들과 머슴들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류씨 저택을 나오는 순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고 낙청연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 그녀는 호위들이
송천초는 안타까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두 사람은 정말 악연이네요.”—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마당을 나섰고 소유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왕야.”“류씨 저택으로 간다.”부진환은 대문을 나선 뒤 말에 올라타 류씨 저택으로 향했다.류씨 집안의 연회에 참석했던 빈객들은 잠시 전부 옥에 갇혔다. 그들 모두 류만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었기에 류만이 구제금에 쓰일 은을 몰래 숨긴 일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해야 했다.하지만 한 명이 저택에 남아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허 호군이었다.“날 왜 남기는 것이오! 이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소! 믿지 못하겠다면 조사해 보시오! 난 그저 손님으로 왔을 뿐, 류만이 한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소!”허 호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을 감시하는 호위에게 빌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걸어왔고 그 위엄에 차마 고개를 들어 직시할 수 없었다.허 호군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화려한 옷과 검은색 신발이 자신의 앞에 도착한 것을 보았다.곧이어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어느 손으로 그녀를 만졌느냐?”허 호군은 몸을 떨면서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무… 무슨 말씀이십니까?”부진환은 호위의 허리춤에서 천천히 장검을 빼 들었다. 위엄있는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없었고 다만 끝없는 한기가 감돌 뿐이었다. 허 호군은 등허리가 서늘했다.“이 손이겠구나.”날카로운 칼날이 허 호군의 오른손에 닿았다.“아니, 아닙니다…”겁에 질린 허 호군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나 그가 설명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칼날이 내려왔다.“아—”하늘을 찢을 듯한 처참한 비명과 함께 허 호군은 피가 줄줄 흐르는 손목을 쥐고 바닥을 나뒹굴었다.비명이 끊이질 않았다.마당에 있던 모든 계집종과 하인들은 그 모습에 덜덜 떨었고 류 부인 또한 몸을 떨고 있었다.“어라? 오른손이 아니었느냐?”부진환의 차가운 목
그 말에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류만도 놀란 얼굴로 말했다.“역시 섭정왕답군. 자기 여인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 하다니, 참 대단하군그래!”뒷짐을 지고 있던 부진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겉으로는 태연한 척, 전혀 놀라지 않은 척했다.그날, 류씨 저택의 비명에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었다.섭정왕이 구제금을 횡령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이 수도 전체에 퍼졌고, 섭정왕이 한 무희를 위해 류씨 저택에서 한 일 또한 수도에 파다하게 퍼졌다.그리고 섭정왕이 그 무희를 자기 여인이라 칭했다는 소문 또한 퍼지게 됐다.—낙청연은 침상 위에 사흘 동안 누워있었다. 가끔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의식이 불분명해 완전히 깨어나진 못했다.그녀가 아는 것이라고는 누군가 밤새 그녀의 침상 옆에서 그녀를 지키면서 약을 먹였다는 것뿐이었다.정신을 차려보니 역시나,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송천초였다.“깨어났군요!”송천초는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는 흥분해 말했다.송천초는 얼른 그녀를 부축해 침상에 기대게 했고 혹시나 뒷머리의 상처를 건드리게 될까 조심스레 베개를 그녀의 등 뒤에 놓아줬다. “이번에는 심하게 다쳤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병이 남게는 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송천초는 약 그릇을 들고 오며 말했다.“수고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약을 마셨다.“저는 겨우 처방을 내린 것이라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힘든 사람은…”송천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가에 누군가 와 있었다.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때마침 왔나 보군. 부설 낭자가 깨어나다니.”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낙월영이었다.“그렇지 않소? 송 낭자. 먼저 나가 보시오. 부설 낭자랑 할 얘기가 있소.”낙월영은 자신이 왕부의 안주인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송천초에게 분부했다.송천초는 불쾌한 얼굴로 주저하며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천초가 당부했다.“부설 낭자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충분히 휴식해야 합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문밖에 선 부진환 역시 그 대화를 듣고서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구겼다.그가 방 안에 들어서자 낙월영은 살짝 놀라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왕야.”부진환은 덤덤한 얼굴로 침상 위에 누운 사람을 바라보더니 낙월영에게 말했다.“부설 낭자는 상처를 입었으니 휴식하게 놔두거라.”“알겠습니다. 이번에 심하게 다쳤으니 제가 직접 부엌으로 가서 닭국을 끓이겠습니다.”낙월영은 어질면서도 너그러운 모습을 꾸며내며 말했지만 눈빛에서 보이는 억울함은 감추지 못했고 그 모습은 굉장히 안타까웠다.낙월영이 방에서 나가자 부진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리고 낙청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뭘 그렇게 보십니까? 둘째 아씨가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속으로는 울고 싶은데 너그러운 척, 착한 척하면서 자신의 연적을 위해 닭국을 끓이러 가다니. 왕야, 얼른 저를 내쫓으시고 왕비의 자리를 낙월영에게 줘서 보상하세요.”낙청연은 조금의 감정도 담지 않고 더없이 평온한 어조로 얘기했다.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비아냥대는 그녀의 말에 부진환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지금 내 탓을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가볍게 웃었다.“제가 어찌 감히 왕야를 탓하겠습니까? 제가 죄인인걸요. 그러니 이 모든 건 제가 자초한 일이지요. 이제는 자유마저 제게 과분한 일이 되었습니다.”그녀의 비아냥대는 말에는 가시가 박혀있었고 부진환은 가슴이 저렸다.낙청연은 분명 그를 탓하고 있었다. 그녀를 류씨 저택으로 보내 춤을 추게 하고 그렇게 많은 굴욕적인 일을 겪게 한 것을 말이다.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정작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상처가 나으면 언제든 떠나거라. 네 진짜 신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다. 네가 뭘 하든 앞으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휴서는 줄 수 없지만 네가 원하는 자유는 줄 수 있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
“전부 잡혀갔습니다. 범 공자도 류씨 가문의 사람으로 인정되어 잡혀갔고 저택의 모든 값어치 있는 물건들이 몰수당했습니다. 범 공자와 류 부인이 몰래 사통하면서 쓴 서신과 증표 또한 몰수당했습니다. 지금 류씨 저택은 텅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습니다!”그 말에 금고는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섭정왕, 정말 지독하구나! 얼마 되지도 않는 재물을 전부 몰수해 가다니!”금고의 어조가 무거워졌다.“범 공자가 류 부인에게 접근하게 만들어 류 부인의 약점을 캐내고 그것으로 류 부인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는데, 부진환 때문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구나! 그전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허사가 되었다고!”금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멈칫했다.류 부인이 류 대인을 엄하게 관리한다는 행우의 말이 떠올랐다. 류 대인은 청루 여인들을 모두 자신의 사저로 불러들였다.그날 다쳐서 정신을 잃었던 낙청연은 류 부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놓아주라고 빌던 게 생각났다. 류 부인이 말한 그는 아마 범 공자일 것이다.류 부인과 범 공자가 사통했고 류 대인이 그 약점을 틀어쥐고 있었기에 그날 류 부인이 낙청연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런데 그 모든 일이 금고가 계획한 일이었다니, 정말 심계가 깊은 사람이었다.이제 류 대인을 찾을 수 없으니 금고에게 그 복수를 해야 했다.“넌 누구냐?”낙청연이 수상쩍게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몇몇 여인이 그녀를 불렀고 방 안에 있던 금고는 곧바로 그 점을 알아챘다.그녀는 안색이 돌변해서 벌떡 일어섰다.“누구냐!”금고가 문을 벌컥 열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지만 바로 도망가지는 않았고, 문을 여는 순간 그녀를 본 금고는 경악했다.“감히 공공연히 초향각에 와서 몰래 엿듣다니!”금고는 화를 냈고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무서우십니까? 앞으로 더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녀의 서늘한 목소리에 금고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소름이 돋았다.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