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 선 부진환 역시 그 대화를 듣고서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구겼다.그가 방 안에 들어서자 낙월영은 살짝 놀라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왕야.”부진환은 덤덤한 얼굴로 침상 위에 누운 사람을 바라보더니 낙월영에게 말했다.“부설 낭자는 상처를 입었으니 휴식하게 놔두거라.”“알겠습니다. 이번에 심하게 다쳤으니 제가 직접 부엌으로 가서 닭국을 끓이겠습니다.”낙월영은 어질면서도 너그러운 모습을 꾸며내며 말했지만 눈빛에서 보이는 억울함은 감추지 못했고 그 모습은 굉장히 안타까웠다.낙월영이 방에서 나가자 부진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리고 낙청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뭘 그렇게 보십니까? 둘째 아씨가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속으로는 울고 싶은데 너그러운 척, 착한 척하면서 자신의 연적을 위해 닭국을 끓이러 가다니. 왕야, 얼른 저를 내쫓으시고 왕비의 자리를 낙월영에게 줘서 보상하세요.”낙청연은 조금의 감정도 담지 않고 더없이 평온한 어조로 얘기했다.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비아냥대는 그녀의 말에 부진환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지금 내 탓을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가볍게 웃었다.“제가 어찌 감히 왕야를 탓하겠습니까? 제가 죄인인걸요. 그러니 이 모든 건 제가 자초한 일이지요. 이제는 자유마저 제게 과분한 일이 되었습니다.”그녀의 비아냥대는 말에는 가시가 박혀있었고 부진환은 가슴이 저렸다.낙청연은 분명 그를 탓하고 있었다. 그녀를 류씨 저택으로 보내 춤을 추게 하고 그렇게 많은 굴욕적인 일을 겪게 한 것을 말이다.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정작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상처가 나으면 언제든 떠나거라. 네 진짜 신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다. 네가 뭘 하든 앞으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휴서는 줄 수 없지만 네가 원하는 자유는 줄 수 있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
“전부 잡혀갔습니다. 범 공자도 류씨 가문의 사람으로 인정되어 잡혀갔고 저택의 모든 값어치 있는 물건들이 몰수당했습니다. 범 공자와 류 부인이 몰래 사통하면서 쓴 서신과 증표 또한 몰수당했습니다. 지금 류씨 저택은 텅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습니다!”그 말에 금고는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섭정왕, 정말 지독하구나! 얼마 되지도 않는 재물을 전부 몰수해 가다니!”금고의 어조가 무거워졌다.“범 공자가 류 부인에게 접근하게 만들어 류 부인의 약점을 캐내고 그것으로 류 부인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는데, 부진환 때문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구나! 그전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허사가 되었다고!”금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멈칫했다.류 부인이 류 대인을 엄하게 관리한다는 행우의 말이 떠올랐다. 류 대인은 청루 여인들을 모두 자신의 사저로 불러들였다.그날 다쳐서 정신을 잃었던 낙청연은 류 부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놓아주라고 빌던 게 생각났다. 류 부인이 말한 그는 아마 범 공자일 것이다.류 부인과 범 공자가 사통했고 류 대인이 그 약점을 틀어쥐고 있었기에 그날 류 부인이 낙청연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런데 그 모든 일이 금고가 계획한 일이었다니, 정말 심계가 깊은 사람이었다.이제 류 대인을 찾을 수 없으니 금고에게 그 복수를 해야 했다.“넌 누구냐?”낙청연이 수상쩍게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몇몇 여인이 그녀를 불렀고 방 안에 있던 금고는 곧바로 그 점을 알아챘다.그녀는 안색이 돌변해서 벌떡 일어섰다.“누구냐!”금고가 문을 벌컥 열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지만 바로 도망가지는 않았고, 문을 여는 순간 그녀를 본 금고는 경악했다.“감히 공공연히 초향각에 와서 몰래 엿듣다니!”금고는 화를 냈고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무서우십니까? 앞으로 더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녀의 서늘한 목소리에 금고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이 세계는 줄곧 사내에게 관대했다. 사내는 밖에서 향락을 추구할 수 있고 기껏해야 풍류스럽다는 명성을 얻게 된다.그러나 집안의 부인이 다른 이들의 꼬임에 넘어가 다른 자와 사통한다면 그것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이고 강에 빠뜨리거나 산 채로 파묻는 극도로 잔인한 수단으로 죽였다.청루가 장사하는 방법은 여인들을 밖에 내세워 손님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사내들을 보내 부군이 있는 부인들을 유혹하고 사통했다는 것을 약점으로 잡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일이었다.그러니 그 자리에 있는 사내 중 부인이 사통했다는 크나큰 치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낙청연의 말에 청루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세상에, 이렇게 비열한 수단을 쓴단 말이오?”“말도 안 되는군! 이런 수법으로 장사를 하다니, 정말 미쳤군!”집에 처첩들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2층에 있던 금고는 안색이 창백해져 호통을 치며 말했다.“저자의 헛소리를 믿지 마십시오! 얼른 저자를 잡거라!”오늘 저 빌어먹을 부설을 반드시 잡을 생각이었다.호위들이 다시 한번 그녀를 덮쳤다.그들은 사면팔방에서 낙청연을 에워싸고 접근하면서 그녀를 잡으려 용을 썼다.낙청연은 붉은 비단을 잡고 높이 뛰더니 다리를 쭉 뻗어 사람들을 쓰러뜨렸다.그녀는 경공을 이용해 가볍게 초향각 내부를 들쑤시고 다녔다. 초향각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들의 속도와 공격에 모두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낙청연은 우위를 점령할 수 있었다.그날 낙청연은 초향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모두 경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잡힐 것 같았는데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손에 땀을 쥐게 됐다.낙청연은 초향각 안이 엉망이 된 걸 보고는 땅을 밟고서 아주 빠른 속도로 대문을 향해 달렸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2층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여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초향각은 언젠가 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설루는 언제나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죽었느냐?”“촛농에 데어 죽었습니다!”송천초는 허리를 숙이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고 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뭐라고?”송천초가 말을 이어갔다.“거짓말이 아닙니다.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다들 엄청 상세하게 알려줄 겁니다. 류 대인 말고도 허씨 성을 가진 자가 죽었는데 두 손이 잘렸다고 합니다. 정말 잔혹했다고 합니다!”낙청연은 온몸이 경직됐다.허씨 성? 혹시 허 호군인가?“중요한 건 당시 섭정왕이 그 허씨에게 자기 여인을 건드린 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수도 전체에 섭정왕이 청루의 무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지요.”송천초는 감탄을 내뱉었다.낙청연은 그 순간 마음에 파문이 일었으나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제일 믿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부진환이 한 말이었다.어쩌면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위장하기 위해서일지도 몰랐고 또 어쩌면 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그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한 적이 없다.약을 바꾸고 나니 저녁이 되었고 식사를 마친 뒤 낙청연은 다시 부설루로 향했다.진 어멈은 그녀가 오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낭자, 몸은 어떻습니까? 오늘 초향각에서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걸음을 옮겨 안으로 걸어갔다.“소문이 참 빠르오. 진 어멈도 벌써 알고 있다니.”“오늘 초향각에 큰일이 났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낭자,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이제 수도에서 부설 낭자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낙청연이 위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진 어멈이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7공자께서 부설 낭자를 만나고 싶다고 오셨습니다. 만나시렵니까?”“데려다주시오.”진 어멈은 그녀를 데리고 2층의 조용한 별실로 향했다. 방 안에서는 향긋한 술 냄새가 느껴졌고 몇몇 여인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 위에 앉은 부경리는 무척 느긋해 보였다.그녀가 오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전부 부설 낭자에게 달렸소. 난 그렇게 쓸데없이 참견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오. 그리고 이미 준 물건을 빼앗는 사람도 아니고!”류씨 저택에서 있은 일을 전해 들은 부경리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셋째 형님도 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류만이 남몰래 구제금을 빼돌린다는 소문까지 접했는데 혹시라도 형님이 늦게 손을 쓴다면 큰일이었다.그래서 형님을 위해 변명을 한 것이다.“감사합니다, 7공자.”낙청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설 낭자,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소.”부경리는 웃으며 대꾸했다.“그것보다 오늘 초향각에서 크게 소란을 일으켰다고 들었는데 부설 낭자는 참으로 기개가 넘치는군! 초향각은 상대하기 아주 까다로운 곳인데 말이오! 앞으로 조심하시오.”부경리가 일깨워줬고 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저번에 금고에게 한 번 당했으니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을 셈이었다.이번에 반드시 초향각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부경리는 그녀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곧 돌아갔다.—오늘 낙청연이 초향각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장사가 되지 않아 일찍 문을 닫았고 밤에도 장사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부설루에서 떠나지 않았다. 금고가 그녀를 죽일 방법을 생각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밤이 깊어지고 밖에서 잠시 소란이 일었지만 부설루는 이내 고요해졌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고 2층으로 올라갔다.그곳에 가보니 관청의 사람이 부설루에 쳐들어와 부설루 전체를 통제하고 있었다.진 어멈은 깜짝 놀라서 급히 그를 맞이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사람까지 데려오시고, 무슨 일입니까?”사내는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금을 파는 점포에서 대량의 금 장신구를 잃어버렸는데 그 도둑놈이 부설루로 들어갔다고 누군가 관청에 보고했소! 다들 꼼짝 말고 여기 있으시오! 잠시 뒤 수색을 진행할 것이오!”그 말에 진 어멈은 깜짝 놀랐다.“도둑놈이라니요? 여기에는
낙청연은 관부의 대옥으로 압송되었다. 그것도 중범으로 지뢰의 깊은 곳에 갇히게 되었다.어둡고 습한 기운에 낙청연은 몹시 불편했다. 옥문에 자물쇠를 잠그더니, 발걸음 소리는 멀어져갔다. 죽음과 같은 적막이 순식간에 낙청연의 마음에 휩싸였다.그녀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풀더미에 앉았다.그 금품들은 계속 잠겨져 있었고, 손을 댄 적도 없다. 그것들은 모두 7황자가 선물한 것이다. 7황자의 이 물건들이 내원에 문제만 없다면, 그녀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7황자가 그녀를 위해 증명해야 한다.한창 생각하고 있는데, 고요함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검은색 두봉(鬥篷)을 두른 그림자가 옥문밖에 나타났다.두봉의 모자를 벗자, 금고의 얼굴이 시선에 들어왔다.낙청연은 실눈을 뜨더니 생각했다. 이 금고는 역시 보통이 아니다. 관부의 대옥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니!“부설 낭자, 참 침착하구나! 혹시 7황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금고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아쉽구나! 지금 7황자와 섭정왕은 모두 궁에 있단다. 7황자는 제 코도 석자이니, 아마 너를 구할 수 없을 것 같구나!”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이 금고의 세력이 이 정도로 크다는 말인가? 7황자마저?낙청연은 일어나 옥문밖으로 걸어갔다. 눈빛은 금고를 주시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그녀는 지금 심지어 의심했다. 벽해각이 한 사람도 살아남지 않은 것은, 금고가 주범이 아니라, 종범(從犯)이라고.그럼 벽해각의 모든 사람을 죽인 배후의 주모자는 벽해각과 무슨 깊은 원한이 있단 말인가?금고의 눈빛도 약간 차가워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그럼 너는? 너는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느냐?”“네가 만약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혹시 너를 살려줄 수도 있다.”금고는 시종 믿지 않았다. 이 세상에 갑자기 부설이라는 낭자가 나타나, 예전에 린부설이 추던 춤을 추고 있는 것을. 그리고 부설 낭자가 혼자서 이렇게 큰일을 해냈을 거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살……살려주세요……” 금고는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쳤다. 다리를 들어 옥문을 딛고 뒤로 피했다.그러나 낙청연의 손은 죽을힘을 다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 두 손은 힘에 겨워 새하얗게 질렸고, 보기만 해도 공포스러웠다.결국 옥졸(獄卒)이 황급히 달려와, 겨우 낙청연의 손에서 금고를 구해냈다.목숨을 건진 금고는 힘없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크게 숨을 쉬었다. 다시 고개를 들고 옥문 안의 사람을 보니, 머릿속에 온통 그 여향을 부르던 소리와 린부설의 그림자뿐이었다.그녀는 애써 정서를 가라앉히고, 두려움을 감추더니, 낙청연을 노려보았다.“관을 보지 않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겠구나! 막섬옥은 이미 황상에게 고하였다. 네가 7황자를 접근하여 황가의 돈을 편취한 것이 30여만 냥에 달한다고. 이는 이미 전체 조정을 뒤흔들어 놓았다!”“섭정왕은 7황자를 지키기 위해 이미 애를 먹는 모양이던데, 그가 아직도 너의 생사를 관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아무도 너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내가 너의 목숨을 살려줄 기회를 네가 스스로 포기했으니, 그럼 이제는 죽기를 기다리거라!”금고는 말을 마치더니, 두봉과 모자를 쓰고 분노하여 떠나갔다.사람이 떠나자, 주위는 다시 고요해졌다.낙청연은 생각해 보았다. 막섬옥의 증언이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녀는 7황자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혼인도 하지 않았고, 혼서(婚書)도 없다. 그녀가 한 말이 어떻게 증거가 될 수 있겠는가?하지만 금고의 확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번에 7황자는 정말 곤경에 처한 것 같다.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는 황자다. 설사 돈을 썼다고 해도, 그건 그의 외조부의 돈이다. 황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때문에 그다지 고생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상대방의 목적은, 단지 7황자와 섭정왕을 묶어 놓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지금 그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마침 이때.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혐의범, 부설을 심문하겠다!”“일어나거라
낙청연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자의 발밑에서, 감히 굴타성초(屈打成招)라니?”“대인, 당신도 7황자와 섭정왕 두 분이 저와의 관계를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나중에 죄를 물을까 두렵지 않습니까!”이 사람이 아무리 높은 관리일지라도, 황자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섭정왕도 있으니 말이다.그 순간, 그녀는 대인의 갈등하는 표정을 보았다. 그는 억지스럽게 말했다: “이 죄상에 서명하면, 모든 것은 편하게 의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의논할 여지가 없다!”그 옥졸은 시뻘건 인두를 들고 또다시 그녀 곁으로 바싹 접근해왔다.그러나 그 순간, 낙청연은 그 대인의 미간에 떠오른 은은한 청흑기(青黑氣)를 보았다.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즉시 입을 열었다: “대인, 요즘 집안에 큰 재난이 닥칠 것 같은데, 가족들과 관련됩니다.”낙청연이 말을 하자, 그 대인은 안색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그녀가 어떻게 알았을까?낙청연은 이분이 갑자기 드러낸 청흑기를 보았다. 그것은 음사(陰邪)의 기운이다. 그의 가족 중 누군가 큰일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 불결한 물건도 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부설이다. 저낙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많이 할 수 없었다.그저 계속하여 말했다: “대인,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하 대인은 듣더니 분명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낙청연은 또 말했다: “향 한 대의 시간, 향 한 대의 시간이면 됩니다! 대인, 이 정도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요!”여기까지 듣더니, 하 대인은 잠깐 망설이었다.일개 청루의 무희가 그를 구할 수 있다고 하면 그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집안에 큰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가 맞춘 거라고 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다시 생각해보니, 향 한 대의 시간이 없을 만큼 그는 급하지 않다.뒤이어 그는 손을 흔들더니, 옥졸들을 모두 물러가라고 했다.사람들이 모두 가고 나서 하 대인은 느릿한 걸음으로 그녀 앞에 다가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