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841 - 챕터 2850

2989 챕터

제2841화

부진환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모님께서 주신 삶이니 혼인 같은 큰일도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야 하오.”소견당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왜 왕야님도 그리 말씀하세요?”“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죽겠습니다.”소견당이 단호하게 말하자 부진환이 담담하게 말했다.“극단적일 필요 없소. 몇 년이 지나면 그대 생각도 바뀔 테요.”소견당은 이해되지 않았다. “왜죠?”부진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왕야님! 왕야님!” 소견당은 뒤에서 애타게 부진환을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연회에서 나온 부진환은 아무도 없는 화원으로 왔다. 아신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부진환은 아신이 가져온 서신을 발에서 떼어냈다.서신을 확인한 그의 눈가에 미소가 흘렀다. “불꽃놀이 봤어요? 이렇게 생겼어요. 우리 똑같은 거 본 거 맞죠?”서신 옆에는 불꽃놀이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부진환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한참을 웃던 부진환은 서신을 품에 넣었다. 멀지 않은 풀숲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견당은 당황했다.섭정왕과 알고 지내면서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언제나 무표정했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세가 하늘을 찌르며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저렇게 미소를 지은 적도 없었다.소견당은 부진환이 미소 지을 줄 모른다고 여겼다.-다음날.조정에서 조회가 끝난 뒤, 부진환은 소 승상을 불렀다.“소 승상!”소 승상이 살짝 놀라서 답했다. “네!”“어제 손녀를 데리고 궁중연회에 왔소?”소 승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왜 그러세요?”“어젯밤 손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죽는 게 낫다고 하더군.”“소 승상이 손녀를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이오.”“무슨 일 생기지 않게.”소 승상의 얼굴이 굳었다. “감사합니다!”소 승상은 초조한 얼굴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소 승상은 소견당을 불러 심하게 훈계했다.“섭정왕에게 죽겠느니,
더 보기

제2842화

섭정왕이 소 승상에게 언질을 줬다는 건, 소견당의 얕은수를 눈치챘다는 것이다.“그럼 제가 승상부의 사람만 아니면 섭정왕의 부인이 될 수 있겠네요?”소견당은 화가 났다.이 말을 들은 소 승상은 화가 너무 나서 기절할 뻔했다.“안 된다!”“내 평소에 널 어찌 교육했는데 이리 천지분간 못 하고 날뛰느냐!”“방에서 한발도 못 나온다. 어디도 못 간다!”소 승상은 소매를 휘저으며 나갔다.때마침 유란희는 구슬프게 우는 자기 딸의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무슨 일이야? 왜 이리 울어?”소견당은 유란희 품에 와락 안겼다. “어머니, 섭정왕과 혼인하고 싶다고 했을 뿐인데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지도 말래요. 이건 제 일이잖아요.”유란희가 살짝 놀랐다.“섭정왕?”“울지마라, 너희 아버지와 상의해보마.”소견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정말이세요?”“그래.”“할아버지 심기 그만 건드리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소견당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유란희는 남편을 찾아가기로 했다.정원에 창 연습을 하던 소전풍은 부주의 발을 살짝 삐었다.유란희는 재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다리가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훈련해요? 전쟁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몸이 습관 돼서 그러오. 평생을 이렇게 살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소전풍이 한숨을 내쉬며 정자에 털썩 앉았다.유란희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소전풍의 상처를 확인한 뒤, 약을 발라 줬다.“이 다리 좀 보세요. 병 나서 전장에서도 물러났잖아요. 병권도 없이 남은 거라곤 쓸모없는 관직뿐이에요. 당신이 그간 세운 공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 아들에 좋은 관직도 안 주는지.” “이젠 온 가족이 집에서 허송세월 보내게 됐어요.”소전풍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두 일은 다른 것이오.”“우리 아들이 벼슬이 되려거든 스스로 자격을 갖춰야 하는 법, 어디 내 공을 가지고 아들 관직으로 바꿀 생각을 하오?”“게다가 조정에 아직 아버지가 계시지 않소?”“섭정왕이 우리 하대하는 일은 없을 거요.”
더 보기

제2843화

“섭정왕부에 들어가는 게 그리 쉬운 것 같소?”“섭정왕은 현명하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오.”“그간 섭정왕에게 얼마나 많은 여인이 있었는지 아시오? 그들 중 섭정왕부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소?”“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3대가 망하오. 괜히 아버지까지 피해를 볼 수 있소. 문제 일으키지 마시오.”“견당이 혼인은 우리 가문 명세로도 매우 좋은 사람 고를 수 있소. 왜 굳이 섭정왕과 엮이려 하오?”유란희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말했다. “시도라도 해보면 안 됩니까?”소전풍이 얼굴을 굳혔다. “교토에서 섭정왕에게 부인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소?”“죽지 않았습니까?”소전풍이 목소리를 낮췄다. “죽지 않은 것 같소.”“먼 여국에 있는 걸로 아오.”유란희는 깜짝 놀랐다.“그 머나먼 여국에 죽었을지도 몰라요.”“한번 시도해봐요.”“섭정왕이 우리 딸에게 정말 관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 애랑 대화했겠어요? 분명 마음에 든 거예요.”소전풍은 아직도 단념하지 않은 부인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시오! 시도해봤자 안 되오! 괜한 소란 만들지 마시오!”유란희가 조급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애들은 어찌합니까?”“내가 왜 하필 당신 같은 사람과 만났는지!”유란희는 화를 내며 나가버렸다.소전풍은 뒤쫓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다리가 심하게 아파 책상을 잡고 겨우 섰다.-여국.거리의 차루.“들었어요? 해씨 집안이 군주님 곁에 남자를 보냈답니다.”“정말이세요? 누구인지 알아요?”“궐에 있던 화사요. 상원절에 궁궐 연회에서 군주님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그분의 그림을 그리던 중, 그분 눈에 들어 궐에 머물기로 했답니다.”“해씨 집안 가주의 자루도 지켰고 해씨 8대 가문도 위치도 지켰네요.”“이런 방법으로 성공할 줄 누가 알겠어요.”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자리에 멈춰 서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머지않아 이 소문은 도시 전역에 퍼졌다.여러 대가문이 불안에 휩싸였다.대제사장은
더 보기

제2844화

이번 겨울엔 우유가 좋은 소식을 자주 들려줬다.여러 곳을 암행하며 정경 유착을 한 관료들을 찾아내 20만 냥이나 되는 돈을 압류했단다. 시설 관리에 필요했던 돈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일이 워낙 많았던 탓에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갔다.오랜만에 창문을 연 낙요는 하늘에 휘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비로소 봄이 왔음을 깨달았다.밖에 두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유단청은 식자재 상자를 월규에게 건넸다. “어선방에 가져온 건데, 어서 먹어봐.”월규는 감히 받지 못했다. “군주님께 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군주님께 이미 전달했어. 걱정하지 말고 받아.”“하지만 안 돼요. 규칙에 어긋나요. 군주님이 알게 되시면...”유단청은 그녀의 손에 억지로 상자를 쥐어 쥐었다.“군주님이 뭐라 하시면 내가 책임질게.”월규는 상자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모른 체하며 유단청을 바라보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낙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월규, 먹어보고 맛있으면 정비에게도 좀 보내줘.”갑자기 낙요의 목소리가 들리자, 월규는 깜짝 놀라서 몸을 돌렸다.웃음을 참지 못한 유단청은 월규를 끌고 작은 정자로 갔다.“어서 먹어봐. 군주님이 먹어도 된다잖아.”낙요는 정자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덩달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봄날에 어울리는 정경이었다.-천궐국.소견당은 봄까지 바깥출입이 금지되었다. 섭접왕과 만날 수 없었던 그녀는 종일 눈물만 흘렸다. 밥은 입에도 안 대서 매우 수척해졌다.유란희는 마음이 아팠다.겨우내 그녀는 자기 딸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무당을 찾아다녔다.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에서 유란희가 모자로 변장한 뒤 조심스레 멈춰 섰다.걷는 와중에도 서늘한 느낌이 들어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따라오기라도 할까 봐 수시로 주변을 살폈다.마침내 문이 열린 집에 도착했다.방 안에서 새까맣고 음산한 기운이 흘렀다.“왜 왔습니까?”구석에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고 잔뜩
더 보기

제2845화

조욱이 답했다. “먼저 머리카락을 가져오세요. 열흘 뒤에 줄게요.”유란희가 흥분해서 말했다. “네, 알겠어요.”집으로 황급히 돌아간 유란희는 딸 머리카락을 챙겨 조욱에게 건넸다.10일 후.북지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죽었고 마을 사람들은 미쳐서 날뛰었다.이 소식은 삽시에 조당으로 전해졌다. 대신들은 한자리에 모여 상의했다. 사고 난 곳은 모두 산촌 지역이었고 보행이 어려워 파병을 보낼 수 없었다.요사가 마을에 들어 소란을 피운 거라면 평범한 사람은 가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사람들은 요사에 대해 아는 전문가를 찾아 알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예전에는 대국사를 찾아갔지만, 지금은 달랐다. 누구를 보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이틀 동안 상의를 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이룩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섭정왕이 결정 내리기를 기다렸다. 소 승상이 나서서 의견을 냈다.그는 조욱을 추천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직접 가기로 했다.소 승상과 주루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주루 앞에 도착하자, 술 취한 남자와 세게 부딪혔다. 품에 안았던 술은 그의 몸에 쏟아졌다. 술을 쏟은 남자는 황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부진환은 옷에 묻은 술을 털어냈다. 때마침 소 승상이 문을 열고 나왔다.“왕야님, 드시죠.”부진환이 방에 들어서자 소 승상이 물었다.“왕야님, 환복하시겠어요?”“됐소, 괜찮소.”“소 승상에게 몇 마디 하러 왔소.”“소 승상이 언급한 조욱은 명성이 있긴 하나 정체를 알 수 없소. 그래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것이오.”“그래서 내가 직접 그자를 찾아가 살펴보겠다는 것이오.”소 승상은 깜짝 놀랐다. “왕야님께서 직접요? 안 됩니다!”“그러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나며 어찌합니까? 사수가 있어 위험합니다.”“어린 황제께서 아직 왕야님의 보좌가 필요합니다. 조욱에게 사고가 나면 또 소란스러워질 겁니다.”“천궐국은 내란을 다시 겪을 수 없습니다.”부진환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줄 사람이
더 보기

제2846화

유란희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감사합니다.선생님!”유란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왔다.딸이 섭정왕에게 시집을 가면, 소씨 가문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들도 좋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섭정왕은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다.소씨 가문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여국.낙요는 부진환에게 서신을 받았다.“천궐국 북지 요사가 난동을 부려 여러 마을이 피해를 보았어요. 사상자가 무수하고 사태가 심각합니다. 천궐국내에서 풍수사를 찾을 수 없으니, 군주가 나랑 함께 관양산으로 가줬으면 합니다. 제월산장에서 기다릴게요.” 서신을 받은 낙요는 살짝 놀랐다.서신은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황 같았다.낙요는 목 승상을 불러 간단히 설명한 뒤, 즉시 말을 타고 시집을 가면 향했다.낙요와 부진환 두 사람 외에도 우거진 숲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제월산장으로 향했다.우거진 숲 속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정글을 누비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두 시간 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송천초는 더는 걸을 수 없었는지 나무에 기대 잠시 쉬었다.초경이 주전자 내밀었다. “물 좀 마셔.”“이런 식으로 걸으면 네 몸만 힘들어. 쉬었다가 가자.”송천초는 초경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무를 잡고 일어섰다.초경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천초가 계속해서 가려고 하자, 초경은 그녀를 앞질러 가 거꾸로 업었다.송천초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줘요!”초경은 송천초를 풀밭에 내려놓았다.송천초가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초경이 두 팔로 받치고 그녀를 잡는 바람에 움직일 수 없었다.송천는 초경을 올려다보지도 못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하는 거예요?”“그간 내 말 무시하고 대답도 안 하던데, 도대체 왜 그래?”“내가 무슨 잘못했어?”“아니면... 그날 밤 때문에...”초경은 방금 자기가 한 말을 후회했다.송천초는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초경이 당황했다.“왜 그래?
더 보기

제2847화

순간 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뱀을 무서워는 사람에게 뱀을 낳는다든가, 뱀의 알을 낳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래서 며칠간 초경과 거리를 둔 것이다. 초경만 보면 뱀을 낳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초경은 잠시 멍했다.“그것 때문이야?”긴장이 풀린 초경이 허탈하게 웃었다.그녀의 곁으로 가 앉았다.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냈다.“새끼 뱀 안 낳을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작에 물어보지, 왜 혼자 무서워한 거야?”“며칠 동안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송천초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거짓말 아니죠?”초경이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정말 아니야.”“사담을 걸고 맹세해. 뱀 안 낳을 거야.”송천초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사담 얘기 그만 좀 해요.”“전부 당신 사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송천초는 초경의 가슴팍을 때렸다.초경이 송천초의 손목을 잡았다. “줄까?”“됐어요. 나도 귀한 거 많아요. 당신 사담은 줘도 안 받아요.” 송천초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송천초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초경은 안심되었다.“수위 언제 회복해요? 언제쯤 집에 도착할 수 있어요?” 송천초가 물었다.초경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 힘들어.”“산속 경치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왜 이리 서둘러?”“가자, 물고기 잡아줄게.”초경은 송천초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고 냇가로 향했다.송천초는 뱀을 낳지 않을 거라는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수개월 전. 양행주가 갑자기 제월산장 부근에 와 그녀를 찾았었다.그녀의 곁에 요사가 있는데, 사수를 쫓아낸다고 했었다.사담을 얻기 위해서.몇 번이나 회피했지만 그 녀석을 떨쳐낼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산장을 떠나 초경을 데리고 멀리 숨었다.양행주가 계속 쫓아올 올 줄 몰랐다.그녀가 요사와 함께 있는 걸 보면 그녀마저도 죽이려 할 것이다.다만 초경과 양행주의 대전은 그녀가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 보기

제2848화

잠에서 깬 송천초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어제 분명 잘생긴 사내의 품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기 옆에는 큰 뱀이 자고 있었다.그녀는 초경의 본체를 자주 봐서 익숙했다. 무섭지 않았다.다만, 본체가 뱀인 사내와 부부로 지내는 게 걱정되었다.뱀을 출산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기에 송천초는 고민을 삼켰다.냇가에서 초경은 물고기 여러 마리를 잡아 깨끗이 씻어 불에 올렸다.송천초는 턱을 괴고 초경 바라보았다. “초경.”“응?”“왜 새끼 뱀을 낳지 않는다는 거야? 약을 먹어야 해? 불임약 같은 거?”초경이 송천초를 위로했다. “아니야.”“내 본체가 뱀이긴 하지만, 그 전에 사람이야.”“출산해도 애를 낳는 거지, 뱀을 낳지는 않아.”송천초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애를 낳아야 하는 거네요?”“돌아가서 불임 탕약 마셔야겠어요.”뱀을 낳으면 안 되지만, 애를 낳는 건 더욱 안 된다.초경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를 싫어해?”송천초가 답했다.“남의 집 말 잘 듣는 영리한 아이만 좋아요. 아이를 낳고 싶진 않아요.”“당신 만나기 전까지 그저 제 저주를 풀어줄 귀인을 만나는 거였어요.”“당신을 만나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기이한 약재들 다 구했어요. 제월산장을 되살려 약재들이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아이를 돌보고 교육할 정력과 시간이 없어요.”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하자 초경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초경이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어?”“당연하죠. 당신이 있어야 그간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죠.”“근데 당신을 이렇게 잡아두면 안 될 것 같아요.” 송천초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목을 만지며 말했다. “계약을 풀 방법이 있다면 풀어줄게요.”“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 생과 죽음이 있죠.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뜰 거예요. 게다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 당신을 위해 아무것 남길 수 없어요.”“영원히 함께 할 수 있
더 보기

제2849화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송천초는 손에 들린 물고기가 유난히 향긋하게 느껴졌다.-며칠 후, 낙요는 제월산장에 먼저 도착했다. 제월산장은 여전히 고요했다.바닥 청소를 하던 제자가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사람을 찾는데, 장주나 큰아씨 계시나요?”제자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안 계세요.”“약재 사시려고요? 아니면 다른 볼일이 있나요? 장주님이 안 계시니 약재를 사시려거든 다음날 다시 오세요.”낙요가 흠칫 놀랐다.제월산장의 제자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다.그래서 제자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다음에 올게요.”산에서 내려와 이틀 정도 묶기로 했다. 부진환과 만나야 했기에 객사에서 기다려야 했다.낙요는 몸을 돌려 산에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그런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시만요!”낙요는 다시 몸을 돌렸다. 집안에서 나오는 현의가 보였다.낙요는 어리둥절했다.빠르게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청연, 3일이나 기다렸소.”낙요는 부드러운 그의 품에 서로 꽉 끌어안았다.“제가 먼저 도착한 줄 알았어요.”부진환이 살짝 미소 지었다.“기다린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달려왔지요.”“당신 만날 생각에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분명 몇 달밖에 안 됐는지, 몇 년은 지난 것 같네요.”“너무 보고 싶었어요.”낙요가 그를 꽉 껴안았다. “저도요.”부진환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촉감에 자기도 모르게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물처럼 손끝에 감겨 그의 쇄골과 가슴에 쏟아지던 그날 밤이 떠올랐다.순식간에 가슴에 불이 붙었다.낙요가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눈빛이 일렁였다. 부진환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뜨겁게 서로에게 얽혔다.옆에 서 있던 제자는 당황한 듯 몸을 돌려 멀어졌다.애써 못 본 척 황급히 자리를 떴다.격정적인 키스에 두 사람은 숨이 차기 시작했다. 낙요가 손을 들어 그의 가슴에 대었다.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보는 눈 있어요.”
더 보기

제2850화

낙요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부진환은 몸을 숙여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따듯한 입술이 맞닿았고 두 사람은 깍지를 더욱 꽉 꼈다.절벽 가장자리에 미풍이 살짝 불었다. 수려한 풍경 사이로 두 남녀가 뜨겁게 서로 탐닉했다.새들의 지저귐 소리와 절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데 섞여 아름다운 현악 연주 소리처럼 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끈적한 땀을 흘리며 바닥에 누웠다. 낙요는 피곤한 듯 부진환의 품에 축 늘어졌다.부진환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피곤해요?”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대낮이잖아요. 얼른 일어나요. 누가 오기라도 하면...”낙요가 손으로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부진환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아무도 안 와요.”“산속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 장주가 사람들을 데리고 산 아래에 의관을 열었거든요. 송천초과 초경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요.”부진환은 다정하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잠깐 쉬다가 한 번 더 해요.”낙요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의 가슴팍을 살짝 밀며 말했다.“점점 황당한 말만 하는 거 알아요?”부진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당신도 나랑 같이 황당한 짓 했잖아요.”두 사람은 절벽 가장자리에서 반나절은 더 머물렀다.그렇게 일몰까지 구경했다.낙요는 잔디밭에 앉아 쉬었다. 부진환은 먹을 것을 준비했다.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작은 마당은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었다.먼저 도착한 그는 미리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줬다.“밥 먹고 씻을 건가요, 씻고 나서 밥 먹을래요?”마당에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렸다.낙요가 답했다. “먼저 목욕할게요.”“뜨거운 물 준비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물이 준비되었고, 옷도 준비되어 있다.먼저 목욕을 마친 낙요는 옷을 갈아입었다. 밤이 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낙요는 식탁에 앉아 한 상 가득 준비된 음식을 보고 살짝 놀랐다.“당신이 한 거예요?”“아까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부진환이 그녀에게 생선살을 조금 집어
더 보기
이전
1
...
283284285286287
...
299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