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821 - 챕터 2830

2989 챕터

제2821화

하지만 이번에 하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류상이 먼저 나서 말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황형은 도주 사람이기에 일을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도주의 수장은 조정에 충성해야 하기에 도성 사람을 도주에 파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허막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도 침서를 따라 공을 많이 세웠고 도주로 보내면 도주의 동향을 자세하게 조정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낙요는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허막의 경력을 낙요도 보았다.낙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허막? 허막은 당신 외질 아닙니까?”“이 사람을 추천하는 당신은 혹시 사심을 품은 건 아니죠?”허막은 류상의 친신이 분명했다.도주는 원래부터 빈곤 지역이어서 그동안 도성에서 도주로 전근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류상이 허막을 추천했다.무엇을 원하길래 이 자리를 다투는가?설마 도주의 금광을 위해서인가?낙요의 말에 류상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흥분해서 말했다. “대제사장, 함부로 헐뜯지 마십시오!”“게다가 여기는 조정인데 대제사장은 너무 많은 걸 참견하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더니 말했다. “류상은 제가 조정 일에 참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진익이 있을 때도 얼마나 많은 정무를 저에게 맡겼는데 류상은 잊으셨습니까?”“아니면 그때도 분했지만, 감히 말은 못 하고, 지금은 죽음을 무릅쓰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는 말입니까?”류상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노하여 말했다. “이 황위는 진씨 혈통입니다!”“대제사장께서 지금 이렇게 끼어드는 것을 보니 설마 황위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니죠?”“선황이 악인에게 납치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아마 대제사장님만이 아실 겁니다.”이 말은 마치 낙요가 황위를 위해 진익을 죽였다는 뜻 같았다.낙요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사 진익이 내가 죽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이 자격과 권력이 있습니다.”“대제사장의 직책은 국운을 추산하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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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2화

이 말이 나오자, 류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신은 조정에 충성입니다! 해와 달이 증명합니다! 저는 단지 진씨 혈통이 황위를 계승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신은 절대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제사장께서 저를 헐뜯는 걸 보니 마음에 반역을 품은 것 같습니다.”낙요의 태도는 평온했으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만약 정말 진씨 혈통이라면 나도 당연히 지지합니다.”“하지만 폐하 생전에 후궁 빈첩들 중 임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 폐하가 없는데 오히려 폐하의 자식을 임신하였다고요?”“이런 우연이…”조정 대신들은 이에 대해 모두 수군거렸다.이런 시기에 빈첩이 임신한 건 확실히 수상쩍다.류상이 다급히 해명했다. “상비는 폐하의 총비였습니다! 임신한지 이미 두 달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이때까지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이 일은 폐하께서도 알고 있었습니다.”“지금 폐하는 이미 안 계시고, 대제사장은 또 이렇게 급히 조정 일을 간섭하려고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상비의 맥을 짚어봐야겠습니다.”“만약 상비가 정말 임신했다면, 나는 당연히 그녀의 아들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류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대제사장께서 혹시 다른 계략이 있는 건 아니지요?”“대제사장의 능력을 우리는 단 알고 있습니다. 상비를 유산시키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죠?”낙요는 경멸하듯 웃더니 말했다. “그런 일은 할 가치가 없습니다.”“만약 류상께서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 함께 다녀옵시다. 태의들도 부르고 여기 계신 대신들도 함께 가봅시다.”“만약 상비가 정말 유산하고 아이를 잃는다면, 나는 대제사장직을 그만두고 여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류상은 바로 이 말을 듣고 싶었다.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대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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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3화

하지만 낙요는 분명 아니라고 확신했다.설령 그녀가 정말 임신했다고 해도 그건 진익의 혈통이 아닐 것이다.바로 이때, 옆에 있던 한 계집종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대제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무슨 일이냐?”월로는 머뭇거리며 주위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았다.낙요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월로를 데리고 낙영전의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갔다.“무슨 일이냐? 네 주인에 관한 일이냐?”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에서 옥패를 꺼냈다. “대제사장님, 저는 지금 이분이 상비 마마가 아닌 거 같습니다.”“며칠 전 어느 날 밤, 노비는 상비 마마님과 함께 낙영전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비 마마께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제가 찾으러 들어갔는데 그때 상비 마마께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운비를 죽였습니다!”“그리고 노비더러 함께 시신을 묻자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이 옥패를 주었습니다.”“이것은 해씨 집안 옥패입니다. 마마께서는 평소에 매우 귀하게 여기셨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마께서는 이 옥패를 잃은 줄도 모르고 계십니다.”“그리고 마마의 몸종 옥상(玉霜)도 의문의 죽임을 당했습니다.”“옥상이 죽은 뒤, 노비는 매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행히 집사 고고와 사이가 좋아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빌미로 서오궁에서 내보냈습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벌써 멸구당 했을 것이다.드디어 오늘 대제사장이 서오궁으로 오자, 그녀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대제사장을 찾아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깜짝 놀랐다.“낙영전으로 안내하거라.”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낙요를 데리고 낙영전으로 달려갔다.화원에 도착하자, 월로는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신은 이 아래에 묻었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사람을 불러 파헤쳤다.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이 발굴되었다.그 시신은 류운아의 옷을 입고 있었고 류운아의 차림새와 류운아의 얼굴이었다.낙요는 쭈그리고 앉아, 시신의 뺨을 만져보았다.그녀는 단번에 가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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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4화

그는 다급히 앞길을 막으며 노하여 말했다. “이건 누구입니까? 얼굴도 없습니다. 대제사장, 어찌 이런 섬뜩한 시신을 서오궁으로 가져온다는 말입니까?”낙요는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분이 당신의 상비 마마입니다.”“그녀의 낯가죽은 지금 방 안에 있는 사람 얼굴에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류상은 깜짝 놀랐다. “황당하다! 너무 황당하다!”이때, 방안에서 태의가 나왔다. 류상은 다급히 물었다. “어떠하오?”“황자요? 공주요?”류상은 황자임을 알아낼 수 있길 바랐다.그래야 황위까지 안정될 수 있기에 그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했다.바로 이때, 안에서 상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제사장, 제가 언제 당신에게 밉보였습니까?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겁니까? 저의 침전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가지고 오다니! 제가 황자를 임신했을까 봐 그렇게 두렵습니까?”상비는 통곡했다.이를 본 류상은 몹시 분노해서 낙요를 무시하고 명령했다. “여봐라, 어서 시신을 들어내거라!”시위가 앞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낙요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위를 쳐다보았다.시위는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류상이 보더니 몹시 분노했다. “대제사장, 상비와 상비 복중의 아이를 죽이려고 작정했습니까?”“문무백관이 전부 서오궁 밖에 있는데 대제사장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황위를 뺏고 싶다고 인정하는 겁니까?”낙요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흘끔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에 문무백관은 다 평온한데 급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인 것 같군요.”“설마 안에 있는 상비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저를 막는 겁니까?”“이 얼굴 없는 여인 시신의 옷차림이 이토록 화려한 걸 보니 후궁 빈첩입니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하필 얼굴이 없어졌습니다.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류상은 진실에 전혀 관심 없습니까?”“안에 계시는 그분이 상비가 아니고 복중의 아이도 폐하의 아이가 아니라면 류상은 누구를 황위에 올리실 겁니까?”“아니면 황실 혈통을 지지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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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5화

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뭐라고? 내 딸이라고?”그는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한참 멍해 있더니 손을 뻗어 시신을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피범벅이 된 얼굴을 본 순간, 더욱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얼굴! 얼굴이 왜 없소?”낙요가 대답했다. “시신을 발견했을 때부터 얼굴이 없었소. 자세히 들여다보시오. 당신 딸이 맞소?”해씨 집안 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긴장한 표정으로 시신의 손을 보려고 옷소매를 젖혔다.낙요는 이 동작을 주시했다.강상군의 팔에 모반이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이때, 방 안에서 상비의 격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저 여기 있습니다!”“밖에 시신은 제가 아닙니다.”“저는 이미 폐하의 아이를 뱄습니다. 아버지, 대제사장은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합니다.”“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의 동작은 순간 굳어버렸다.그는 한참 멍해 있더니 고개를 들고 낙요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내 딸이… 아직 살아있소?”“방 안에, 내 딸 아니오?”“그럼, 이 시신은 누구요?”해씨 가장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싫은 듯 손을 닦았다.그는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 안의 그 상비를 만났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해씨 가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걸어 나왔다.“대제사장 농이 심하시오. 나는 정말 놀랐소!”“내 딸이 저렇게 무탈하게 살아있지 않소?”낙요가 물었다. “방 안의 그분이 당신 딸이라고 확신하오?”해씨 가장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틀림없소!”“내 딸을 설마 못 알아보겠소?”류상은 뒤짐을 짊어지고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낙요를 힐끔 쳐다보았다.“대제사장, 아직도 할 말이 있습니까?”“상비의 친아버지가 자기 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소?”“어서 시신을 들고 내려가지 못하겠느냐?”하지만 낙요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 “급하지 않소.”“보고 싶다는 사람이 또 한 분 있소.”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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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6화

해씨 가문 가주는 약간 당황하며 강 부인을 부축했다.“이 아이는 우리 딸이 아니야! 우리 딸은 안에 있다고. 그 아이는 이미 회임 중이었어. 내가 다 확인했다고!”그 말을 들은 강 부인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게 사실인가요?”그녀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상비를 만났다.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밖으로 나오더니 죽은 시체를 품에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해 가주는 다가가서 부인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딸 무사한 거 확인했잖아. 그만 울어!”낙요는 해 가주가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딸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숨길 수 있을까?낙요가 물었다.“부인, 이 시체 정말 따님 맞나요?”“얼굴 가죽까지 다 도려내서 신분이 불분명한 시체라면 얼른 화장하는 게 좋겠네요. 여봐라!”그 말을 들은 해 가주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그러나 딸의 시체를 가져간다는 말에 강 부인은 사람들을 밀치고 시체를 부둥켜안았다.“안 돼! 그만해! 이 아이는 내 딸 상군이라고!”해 가주는 버럭 화를 내며 다급히 부인을 붙잡았다.“닥쳐! 시끄럽게 왜 울고 난리야? 우리 딸 안 죽었다니까?”강 부인은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부군을 밀쳐내며 말했다.“내가 배 아파서 낳은 딸을 어찌 못 알아보겠어요! 이 아이가 제 딸이에요! 저 안에 있는 게 가짜라고요!”낙요은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해 가주는 가주의 자리에 오른 뒤로 적지 않은 첩을 들였다고 했다. 그만큼 강 부인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강 부인에게 부군은 믿을만한 안식처가 아니었기에 그녀에게는 딸 강상군이 전부였을 것이다.그런 딸이 죽고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그랬기에 부군을 위해 거짓말을 하며 딸을 죽인 범인을 감쌀 이유가 없었다.류 승상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하며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찌 이리도 쉽게 말을 바꾸시오? 대체 누가 딸이란 말이오? 당신들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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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7화

그 말을 들은 류승상이 눈을 반짝 빛냈다.“뭐라고요? 설마 당신이 운비? 그럼 복 중의 아이는 폐하의 아이가 맞다는 겁니까?”어두웠던 류 승상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류승상이 또 그녀를 옹호하고 나서자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참으로 이상하구나. 난 도주에 가봤고 진짜 류운아도 만난 적이 있지. 넌 상비도 아니고 류운아도 아니야. 넌 대체 누구냐!”말을 마친 낙요는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가면을 뜯어냈다.진짜 얼굴이 공개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류승상은 겁에 질려 뒤로 뒷걸음질 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낙요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고묘묘?”고묘묘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안절부절 못했다.그녀는 낙요가 진짜 류운아와 만났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계획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리자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나 맞아. 난 복수를 위해 입궁했어. 진익이 죽으면 내가 널 도와 소식을 전한 것을 봐서 한번 봐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결국 그녀가 사람을 잘못 선택한 탓이었다.류승상이 이렇게 빨리 임신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낙요를 데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모든 것은 거짓이었고 그녀는 아직 상황을 설명할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낙요는 싸늘한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여봐라! 이 여자를 잡아들이거라!”그런데 이때, 고묘묘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방 안으로 달려들어가더니 비수를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그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예전이었다면 절대 이런 식으로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지쳤고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남아 있지 않았다.의식을 잃기 전, 그녀는 문밖에서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서진한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공주님, 저랑 가시지요.”그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낙요는 고묘묘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사람을 시켜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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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8화

중후한 목소리가 서오궁에 울려퍼지자 류승상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뭐라고? 방금 뭐라고 하였느냐?”상 장군이 말했다.“황실의 혈맥은 이미 끊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국의 천하를 아무에게나 물려줄 수는 없지요. 오직 대제사장만이 혼란스러운 조정을 안정시킬 능력이 있다고 저희는 믿습니다.”“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의 안위입니다. 대제사장, 즉위하여 주십시오!”병권을 쥔 여덟 장군은 일제히 대제사장의 즉위를 간청하고 있었다.현장에 있던 조정의 대신들은 반대할 이유를 들지 못했다.류 승상은 체념한 듯, 관복과 모자를 벗은 뒤에 넋을 잃은 표정으로 궁을 나갔다.그렇게 당일날 낙요는 황위에 오르게 되었다.가장 먼저 한 일은 도주에 상주 장군을 정하고 즉시 파견한 일이었다.그리고 가장 시급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서재로 돌아온 그녀는 상 장군을 따로 만났다. “상 장군, 어쩌다가 다 같이 궁으로 오게 된 것이냐? 사전에 서신으로 연락이라도 주고받았나?”상 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닙니다. 열흘 전에 침서의 서신을 한통 받았습니다. 저희더러 입궁하여 폐하를 도우라고 하더군요.”“저희는 오는 길에 만났습니다. 다들 침서의 서신을 받고 달려오고 있었지요.”그 말을 들은 낙요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침서는 그녀가 황위에 오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해놓았던 것이다.그녀는 예전부터 상 장군과 안면을 텄고 그 덕분에 다른 장군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게다가 그녀가 그들의 딸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9개 주 장군들은 그녀의 즉위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침서의 책략이었다.진익은 9개 주의 병권을 장악하기 위해 장군의 딸을 비로 들여야 했다. 이 방법 역시 침서가 먼저 제기한 것이었다.“알겠다. 알려줘서 고맙구나.”“폐하, 송구하옵니다.”모든 것이 안정된 뒤, 상 장군과 다른 장군들은 도성을 떠났다.3일 뒤, 낙요는 정식으로 황제가 되었다.그녀는 화려한 금색의 망토를 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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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9화

“궁에 남아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갈 곳을 안배해 주마.”그 말을 들은 유단청은 그제야 화색을 띠며 말했다.“당연히 남아야지요!”“저희는 대제사장님, 아니 폐하의 사람입니다. 폐하의 취향과 습관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지요. 신변에 사람이 바뀌면 불편하실 겁니다.”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그러니까 다 남겠다는 뜻이냐?”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그럼 원수는 어선방으로 가서 일하고 월규는 내 옆에서 시중을 들거라. 단청은… 다른 인원들을 데리고 내전의 호위대로 가거라.”“백소는 월규와 같이 내 옆에 남거라.”백소는 호위 무사이기는 하지만 여인의 몸이었기에 호위대에 들어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사람들은 화색을 띠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황송하옵니다, 폐하!”그들 외에도 낙요는 많은 사람들을 등용했다.궁중의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물갈이를 했다.통천탑의 재건은 계속 진행하게 되었고 제사 일족의 질서도 천천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대충 급한 일을 마무리한 뒤, 낙요는 부진환과 함께 통천탑을 찾았다.“제사 일족의 변화가 참 크네요.”부진환이 감탄하듯 말했다.“그래요. 여국도 많은 변화를 마주하게 되겠지요. 같이 통천탑에 올라가 볼까요?”둘은 30층 높이의 통천탑으로 바로 올라갔다. 찬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자극했다.낙요는 창가로 다가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곳에서 진익을 죽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일시적인 충동이었어요. 내가 만약 동초의 손에 죽었다면 이 나라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겠지요.”부진환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하지만 폐하는 아직 살아계십니다. 우리 둘 다 멀쩡히 살아 있지요.”낙요는 그대로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몸이 거의 회복되었네요.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언제 돌아갈 생각입니까?”“가라고 내쫓는 게 아니라 곧 겨울이라 가는 길에 평탄치 않을 것입니다. 왕야의 건강이 우려되네요.”부진환이 답했다.“내일 출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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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0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창밖의 달이 보였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폐하께서 후궁을 들인다고 해도 저는 폐하를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이미 여국의 황제가 되셨기에 황실을 위해 후손을 육성해야 하는 건 폐하의 책임이기도 하지요.”그 말을 들은 낙요는 정색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대범하게 나오시겠다고요? 그럼 왕야께서도 후손을 위해 혼인하고 첩도 잔뜩 들이실 겁니까?”낙요는 그가 후궁을 반대하지 않았으니 공평한 관점에서 그 역시도 혼인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를 낼 수는 없었다.길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니 그의 혼인을 막을 자격이 그녀에게는 없었다.부진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물려줄 황위도 없는데 그런 걸 왜 합니까?”“진심이세요?”“맹세라도 할까요?”부진환이 웃으며 물었다.“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고요.”부진환은 그녀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사실 좀 후회됩니다. 차라리 제가 폐하의 남첩이 되는 건 어떻습니까?”“그건 좀 상상이 안 가는데요.”“황실 후손을 위한 일이라지만 사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쁩니다. 다만 저는 어쨌든 천궐국 사람이고 섭정왕이기도 하니 조정의 늙은이들이 저희의 후손을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폐하께서는 이제 나랏일 때문에 무척 바빠질 텐데 출산의 고통까지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폐하를 대신해서 출산을 하고 싶네요.”중얼거리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낙요는 웃음을 터뜨렸다.“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남첩을 들일 생각도 없고 아이 생각은 더더욱 없으니까요.”부진환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황위는….”“내 아이가 나라를 통치할 인재일 거라 장담할 수도 없고 어쩌면 수많은 아이를 낳아야 그중에서 그 중임을 맡길 인재가 나올 수 있겠죠.”“나랏일도 힘든데 계속 출산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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