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 남아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갈 곳을 안배해 주마.”그 말을 들은 유단청은 그제야 화색을 띠며 말했다.“당연히 남아야지요!”“저희는 대제사장님, 아니 폐하의 사람입니다. 폐하의 취향과 습관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지요. 신변에 사람이 바뀌면 불편하실 겁니다.”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그러니까 다 남겠다는 뜻이냐?”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그럼 원수는 어선방으로 가서 일하고 월규는 내 옆에서 시중을 들거라. 단청은… 다른 인원들을 데리고 내전의 호위대로 가거라.”“백소는 월규와 같이 내 옆에 남거라.”백소는 호위 무사이기는 하지만 여인의 몸이었기에 호위대에 들어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사람들은 화색을 띠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황송하옵니다, 폐하!”그들 외에도 낙요는 많은 사람들을 등용했다.궁중의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물갈이를 했다.통천탑의 재건은 계속 진행하게 되었고 제사 일족의 질서도 천천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대충 급한 일을 마무리한 뒤, 낙요는 부진환과 함께 통천탑을 찾았다.“제사 일족의 변화가 참 크네요.”부진환이 감탄하듯 말했다.“그래요. 여국도 많은 변화를 마주하게 되겠지요. 같이 통천탑에 올라가 볼까요?”둘은 30층 높이의 통천탑으로 바로 올라갔다. 찬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자극했다.낙요는 창가로 다가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곳에서 진익을 죽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일시적인 충동이었어요. 내가 만약 동초의 손에 죽었다면 이 나라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겠지요.”부진환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하지만 폐하는 아직 살아계십니다. 우리 둘 다 멀쩡히 살아 있지요.”낙요는 그대로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몸이 거의 회복되었네요.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언제 돌아갈 생각입니까?”“가라고 내쫓는 게 아니라 곧 겨울이라 가는 길에 평탄치 않을 것입니다. 왕야의 건강이 우려되네요.”부진환이 답했다.“내일 출발할 겁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창밖의 달이 보였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폐하께서 후궁을 들인다고 해도 저는 폐하를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이미 여국의 황제가 되셨기에 황실을 위해 후손을 육성해야 하는 건 폐하의 책임이기도 하지요.”그 말을 들은 낙요는 정색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대범하게 나오시겠다고요? 그럼 왕야께서도 후손을 위해 혼인하고 첩도 잔뜩 들이실 겁니까?”낙요는 그가 후궁을 반대하지 않았으니 공평한 관점에서 그 역시도 혼인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를 낼 수는 없었다.길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니 그의 혼인을 막을 자격이 그녀에게는 없었다.부진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물려줄 황위도 없는데 그런 걸 왜 합니까?”“진심이세요?”“맹세라도 할까요?”부진환이 웃으며 물었다.“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고요.”부진환은 그녀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사실 좀 후회됩니다. 차라리 제가 폐하의 남첩이 되는 건 어떻습니까?”“그건 좀 상상이 안 가는데요.”“황실 후손을 위한 일이라지만 사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쁩니다. 다만 저는 어쨌든 천궐국 사람이고 섭정왕이기도 하니 조정의 늙은이들이 저희의 후손을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폐하께서는 이제 나랏일 때문에 무척 바빠질 텐데 출산의 고통까지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폐하를 대신해서 출산을 하고 싶네요.”중얼거리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낙요는 웃음을 터뜨렸다.“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남첩을 들일 생각도 없고 아이 생각은 더더욱 없으니까요.”부진환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황위는….”“내 아이가 나라를 통치할 인재일 거라 장담할 수도 없고 어쩌면 수많은 아이를 낳아야 그중에서 그 중임을 맡길 인재가 나올 수 있겠죠.”“나랏일도 힘든데 계속 출산만 해야
서신에서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위치와 근처의 아름다운 풍경을 알렸다. 낙요는 마치 그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날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어느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천궐국 경내에 들어서고 있었다.점점 거리가 멀어지면서 서신이 도착하는데 점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부진환도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서신의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다.낙요도 나랏일로 바쁘게 보냈기에 시간은 빨리도 흘렀다.이날 아침, 한풍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낙요는 추위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오늘은 눈이 내리네.”월규가 따뜻한 물을 내오고 옷 시중을 들었다.“그래요, 폐하. 어제 밤부터 눈이 내렸어요. 궁 안팎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였어요.”“길도 미끄러울 테니 오늘 조회는 취소한다고 전하거라.”그녀도 하루 정도는 농땡이를 부리고 싶었다.“예, 폐하.”옷을 갈아입은 뒤, 낙요는 정원을 산책했다. 한 겨울에 핀 매화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꽃잎이 날리며 그녀의 어깨로 떨어졌다.“폐하, 손이 찹니다.”월규가 따뜻한 손난로를 건넸다.낙요는 손난로를 받아들고 하얀색으로 뒤덮인 궁 안을 느긋하게 걸었다. 밤새 내린 눈이 모든 더러운 것을 씻어내고 공기마저도 깨끗해진 느낌이었다.월규와 백소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운무산.한풍이 오두막 안으로 불어들어오자 침상에서 거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쿨럭!청희는 탕약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와 침상에 누운 사람을 일으키며 말했다.“장군, 어서 약을 드시지요.”침서는 인상을 쓰며 낯선 환경을 둘러보다가 그녀를 밀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청희는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장군, 밖에 아직도 눈이 내립니다. 지금 상태로는 바람을 맞지 않는 게 좋아요.”찬 바람이 그의 귀를 자극했다.침서는 그제야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여긴 어디지?”청희가 답했다.“운무산입니다. 예전에 장군께서 이곳에 오두막을 짓고 난희를 산에 묻었지요. 한적한 곳이
침서는 바람을 맞으며 산으로 올라가 눈속에서 난희의 묘를 찾았다.그녀가 죽던 날을 떠올리니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던 것 같았다.그녀는 운무산으로 와서 설경을 감상하고 싶다고 했었다.그때는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같이 볼 수 있게 되었다.하늘을 맑았고 눈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침서는 조용히 묘비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포위를 좁혀오고 있었다.화살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침서를 향해 날아왔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화살은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거대한 충격에 침서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모습을 드러낸 자객들의 검이 그를 향했다.침서는 피하지도 반격을 하지도 않았다.수장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손짓하여 부하들을 멈춰세웠다.침서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역시 왕생방이 가장 빨리 도착했군.”기옥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차갑게 말했다.“이 세상에서 가장 네 목을 치고 싶은 사람이 나니까!”“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었던가?”말을 마친 침서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하긴, 내가 죽인 사람이 그렇게나 많으니 날 증오하는 사람도 많겠지.”“구십칠의 복수를 하러 왔다. 그를 기억하느냐!”기옥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에 침서의 어깨가 움찔 털렸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피식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짓밟았던 벌레들 이름을 다 기억해야 하나?”기옥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그래. 넌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테지! 네가 벌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전부였어! 오늘, 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거야!”기옥이 검을 들자, 침서는 담담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죽기 전에 내 질문 하나만 대답해 주겠어?”“무슨 질문?”“낙요는 어떻게 되었지?”기옥은 대답할 생각이 없었지만 낙요의 이름이 나오자 생각을 바꾸었다.“그녀는 여국의 황제가 되었다.”그 말을 들은 침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
낙요는 다급히 몸을 날려 검자루를 잡고 선혈로 부적을 써서 사악한 기운을 봉인했다.우유가 다급히 다가오며 물었다.“폐하, 이게 다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낙요는 착잡한 눈빛으로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잘못이 아니다. 이 검은 원래 침서만 통제할 수 있었다. 나중에 산굴에 있을 때 나도 통제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아무도 이것을 통제할 수 없다.”우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병기 창고에 고이 모셔둔 물건인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낙요는 고심 끝에 말했다.“주인이 없는 검이 되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검에 든 악귀가 통제를 잃은 거야.”“그 말인즉….”침서가 죽었다는 의미였다.“그럼 이 검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낙요는 고개를 들고 통천탑을 올려다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한 것을 준비해 오너라. 내 분신검도 가져와.”잠시 후, 모든 준비가 끝났다.낙요는 우유와 함께 통천탑의 최고층으로 향했다.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통천탑은 이미 재건을 마친 상태였다.45층 건물 위에 서 있으니 황궁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손을 뻗으면 별에 닿을 것 같은 높이였다.낙요는 이곳에 진을 치고 분사검과 분심검을 같이 중앙에 있는 상 위에 놓았다.검집에는 부적이 붙여져 있었다.낙요는 향로에 불을 피운 뒤, 부적을 태우며 말했다.“다음 생에는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사랑받으며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기를 바란다.”모든 일을 끝낸 뒤에 낙요는 우유와 함께 통천탑을 떠났다.“오늘부터 통천탑의 최고층은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예.”두 사람은 함께 탑을 내려오며 가끔은 걸음을 멈추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했다.“취혼산에 묘비는 다 세웠겠지?”우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온심동과 10대 악인의 묘비도 다 세웠습니다.”“제사 일족은 천천히 질서를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새 제자를 받으려 하는데 폐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낙요는 웃으며 답했다.“이제 대제사장은 너야. 네가 판단하면 돼.”“그럼 날 잡아서
목 승상은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아마 대부분 돈이 8대 가문 수중에 들어갔을 겁니다.”“그들의 산업은 여국 전체에 널리 퍼져 있지요. 모든 대형 상회는 그들의 소유입니다. 그들은 납세를 피하려고 많은 지방 관료들과 결탁하여 백성을 핍박하였지요. 그리고 대부분 돈은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네. 그럼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구슬려서 자발적으로 돈을 내놓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그 능구렁이들이 쉽게 돈을 내놓을 리 없지. 현지 상회에서 비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차라리 상회와 관계를 단절할 놈들일세. 아마 한푼도 안 내놓으려 하겠지.”목 승상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힘든 문제이긴 합니다. 8대 가문은 견고한 상업 체계를 구축하였고 그들을 흔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돈을 내놓으라 하면 오히려 백성들을 선동할 놈들이지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예전에 진익은 강압적인 태도로 세금을 올렸기에 지방 관료들과 상인들이 결탁하여 백성을 핍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8대 가문의 인맥은 깊게 뻗쳐 있으며 이대로 나가다가는 나라의 큰 우환이 될 거라는 점이었다.“하나씩 해결하는 수밖에 없겠네. 8대 가문 중에서 가장 막대한 권력을 쥔 가문이 해씨 가문이라지.”“하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아. 귀비가 바뀌면서 가주도 바뀌었지. 이제 상비도 없으니 아마도 궁에 또 자기 사람을 집어넣으려고 할 거야.”“하지만 황위에 있는 사람이 여자가 아니니 그들도 고민이 많겠지. 그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네만.”그 말을 들은 목 승상이 눈을 반짝 빛냈다.“폐하의 뜻은 후궁을 들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좋은 방법이긴 하네요!”낙요는 다급히 말했다.“아니. 이 일은 공개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네. 해씨 가문의 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소문을 퍼뜨리면 되네.”“그들은 상비를 잃었으니 해 가주는 조바심이 날 거야!”목 승상은 기쁨에 찬 얼굴
“죽은 제 딸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목 승상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알현을 청해도 소용없네. 폐하는 자네를 만나주지 않을 거라니까!”“올해 겨울 폭설로 인해 산을 등진 만은 마을이 피해를 입었네. 하지만 국고가 텅텅 비어 있으니… 재난 물자도 발급하기 어려운 사정이네. 그러니 폐하께서 허구헌날 한숨만 짓고 계신 거지. 나 역시도 벌써 닷새째 욕을 먹고 있다네!”목 승상은 한숨을 쉬고는 걸음을 돌렸다.해양홍은 그제야 낙요가 금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목 승상을 뒤쫓아갔다.“승상 나리, 잠깐만요. 재난 지원금이 얼마나 필요한 겁니까? 8대 가문 수장 일족의 가주로써 나라를 위해 힘쓰는 건 제 책임입니다.”“다른 건 몰라도 돈 문제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목 승상은 짐짓 놀란 척 말했다.“해 가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번에 필요한 자금이 무려 10만 냥일세.”해양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적지 않은 금액이네요.”하지만 그는 이내 입술을 악물며 말했다.“제가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3일만 저에게 시간을 주시지요. 돈을 마련하면 바로 재난 지역의 백성들을 위해 쓰겠습니다. 그러니 폐하께 꼭 좀 제 덕담 좀 해주십시오.”목 승상은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해양홍의 어깨를 다독였다.“해 가주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 폐하께 자네의 말을 꼭 전하지.”두 사람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작별하고 궁을 나왔다.해양홍은 기회다 싶어 목 승상에게 말했다.“승상 나리, 우리 여국은 역사를 통틀어 여제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황족이라면 후손 문제에 힘써야 하는데 폐하께서는 남자를 비로 들이실 생각이 있으신지요?”목 승상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지는 않을 걸세. 예로부터 그런 선례는 없었고 듣기에도 불편하지 않나. 아마 남첩이면 몰라도.”그 말을 들은 해 가주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물었다.“그럼 남첩을 들이는데
3일 후, 해씨 집안은 십만 냥 은자를 기부했다.도성 전체를 놀라게 했다!그리고 해양흥도 소원대로 여군을 만났다.계획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고 낙요는 매우 기뻤다.“해 가주가 십만 냥을 기부하여 이재민을 구제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소. 이렇게 너그러운 도량을 가지고 있다니! 내가 예전에 해 가주를 잘 몰랐소.”해양흥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군, 과찬입니다!”“저도 미약하나마 힘을 좀 보탰을 뿐입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듣자 하니 해 가주께서 여러 번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던데 무슨 일이요?”해양흥은 다급히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상비는 이미 세상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상비 생전에 이 동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는 지금 스무 살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비록 용모가 준수하고 문무 겸비했지만, 해씨 집안에 필요한 장사 재능은 하나도 갖추지 못했습니다.”“그래서 혹시 궁에서 할만한 일이 없을까 해서요?”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였군요!”“유단청!”곧이어 밖에 있던 유단청이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여군!”“궁에는 당분간 중요한 직위가 없으니, 우선 유통령과 함께 일하시오.”해양흥의 안색은 살짝 변했지만, 해빈을 끌고 무릎을 꿇으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여군, 감사합니다!”보아하니 이 아이가 여군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하지만 괜찮다.그래도 내관 시위 통령과 함께 일한다.궁에만 있다면 분명 여군과 가까이할 기회가 많을 거다.혹시 어느 날, 여군이 술에 취해 해빈을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다.곧이어 그들은 어서방에서 나왔다.해양흥은 해빈에게 재삼 당부했다.반드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여군에게 접근하고 유통령과도 관계를 잘 맺으라고 했다.그 외, 해양흥은 황급히 돌아갔다.그는 해씨 집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여 적당한 때를 골라 여군에게 바칠 생각이었다.--눈이 그치지 않았지만, 우유는 도성을 떠나기로 했다.“여국은 방금 안정되고, 적폐는 아직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