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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2화

침서는 바람을 맞으며 산으로 올라가 눈속에서 난희의 묘를 찾았다.

그녀가 죽던 날을 떠올리니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던 것 같았다.

그녀는 운무산으로 와서 설경을 감상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때는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같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을 맑았고 눈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침서는 조용히 묘비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포위를 좁혀오고 있었다.

화살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침서를 향해 날아왔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화살은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거대한 충격에 침서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모습을 드러낸 자객들의 검이 그를 향했다.

침서는 피하지도 반격을 하지도 않았다.

수장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손짓하여 부하들을 멈춰세웠다.

침서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역시 왕생방이 가장 빨리 도착했군.”

기옥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차갑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네 목을 치고 싶은 사람이 나니까!”

“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었던가?”

말을 마친 침서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내가 죽인 사람이 그렇게나 많으니 날 증오하는 사람도 많겠지.”

“구십칠의 복수를 하러 왔다. 그를 기억하느냐!”

기옥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에 침서의 어깨가 움찔 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피식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짓밟았던 벌레들 이름을 다 기억해야 하나?”

기옥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 넌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테지! 네가 벌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전부였어! 오늘, 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거야!”

기옥이 검을 들자, 침서는 담담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기 전에 내 질문 하나만 대답해 주겠어?”

“무슨 질문?”

“낙요는 어떻게 되었지?”

기옥은 대답할 생각이 없었지만 낙요의 이름이 나오자 생각을 바꾸었다.

“그녀는 여국의 황제가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침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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