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모님께서 주신 삶이니 혼인 같은 큰일도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야 하오.”소견당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왜 왕야님도 그리 말씀하세요?”“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죽겠습니다.”소견당이 단호하게 말하자 부진환이 담담하게 말했다.“극단적일 필요 없소. 몇 년이 지나면 그대 생각도 바뀔 테요.”소견당은 이해되지 않았다. “왜죠?”부진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왕야님! 왕야님!” 소견당은 뒤에서 애타게 부진환을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연회에서 나온 부진환은 아무도 없는 화원으로 왔다. 아신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부진환은 아신이 가져온 서신을 발에서 떼어냈다.서신을 확인한 그의 눈가에 미소가 흘렀다. “불꽃놀이 봤어요? 이렇게 생겼어요. 우리 똑같은 거 본 거 맞죠?”서신 옆에는 불꽃놀이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부진환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한참을 웃던 부진환은 서신을 품에 넣었다. 멀지 않은 풀숲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견당은 당황했다.섭정왕과 알고 지내면서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언제나 무표정했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세가 하늘을 찌르며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저렇게 미소를 지은 적도 없었다.소견당은 부진환이 미소 지을 줄 모른다고 여겼다.-다음날.조정에서 조회가 끝난 뒤, 부진환은 소 승상을 불렀다.“소 승상!”소 승상이 살짝 놀라서 답했다. “네!”“어제 손녀를 데리고 궁중연회에 왔소?”소 승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왜 그러세요?”“어젯밤 손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죽는 게 낫다고 하더군.”“소 승상이 손녀를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이오.”“무슨 일 생기지 않게.”소 승상의 얼굴이 굳었다. “감사합니다!”소 승상은 초조한 얼굴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소 승상은 소견당을 불러 심하게 훈계했다.“섭정왕에게 죽겠느니,
섭정왕이 소 승상에게 언질을 줬다는 건, 소견당의 얕은수를 눈치챘다는 것이다.“그럼 제가 승상부의 사람만 아니면 섭정왕의 부인이 될 수 있겠네요?”소견당은 화가 났다.이 말을 들은 소 승상은 화가 너무 나서 기절할 뻔했다.“안 된다!”“내 평소에 널 어찌 교육했는데 이리 천지분간 못 하고 날뛰느냐!”“방에서 한발도 못 나온다. 어디도 못 간다!”소 승상은 소매를 휘저으며 나갔다.때마침 유란희는 구슬프게 우는 자기 딸의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무슨 일이야? 왜 이리 울어?”소견당은 유란희 품에 와락 안겼다. “어머니, 섭정왕과 혼인하고 싶다고 했을 뿐인데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지도 말래요. 이건 제 일이잖아요.”유란희가 살짝 놀랐다.“섭정왕?”“울지마라, 너희 아버지와 상의해보마.”소견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정말이세요?”“그래.”“할아버지 심기 그만 건드리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소견당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유란희는 남편을 찾아가기로 했다.정원에 창 연습을 하던 소전풍은 부주의 발을 살짝 삐었다.유란희는 재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다리가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훈련해요? 전쟁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몸이 습관 돼서 그러오. 평생을 이렇게 살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소전풍이 한숨을 내쉬며 정자에 털썩 앉았다.유란희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소전풍의 상처를 확인한 뒤, 약을 발라 줬다.“이 다리 좀 보세요. 병 나서 전장에서도 물러났잖아요. 병권도 없이 남은 거라곤 쓸모없는 관직뿐이에요. 당신이 그간 세운 공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 아들에 좋은 관직도 안 주는지.” “이젠 온 가족이 집에서 허송세월 보내게 됐어요.”소전풍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두 일은 다른 것이오.”“우리 아들이 벼슬이 되려거든 스스로 자격을 갖춰야 하는 법, 어디 내 공을 가지고 아들 관직으로 바꿀 생각을 하오?”“게다가 조정에 아직 아버지가 계시지 않소?”“섭정왕이 우리 하대하는 일은 없을 거요.”
“섭정왕부에 들어가는 게 그리 쉬운 것 같소?”“섭정왕은 현명하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오.”“그간 섭정왕에게 얼마나 많은 여인이 있었는지 아시오? 그들 중 섭정왕부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소?”“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3대가 망하오. 괜히 아버지까지 피해를 볼 수 있소. 문제 일으키지 마시오.”“견당이 혼인은 우리 가문 명세로도 매우 좋은 사람 고를 수 있소. 왜 굳이 섭정왕과 엮이려 하오?”유란희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말했다. “시도라도 해보면 안 됩니까?”소전풍이 얼굴을 굳혔다. “교토에서 섭정왕에게 부인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소?”“죽지 않았습니까?”소전풍이 목소리를 낮췄다. “죽지 않은 것 같소.”“먼 여국에 있는 걸로 아오.”유란희는 깜짝 놀랐다.“그 머나먼 여국에 죽었을지도 몰라요.”“한번 시도해봐요.”“섭정왕이 우리 딸에게 정말 관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 애랑 대화했겠어요? 분명 마음에 든 거예요.”소전풍은 아직도 단념하지 않은 부인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시오! 시도해봤자 안 되오! 괜한 소란 만들지 마시오!”유란희가 조급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애들은 어찌합니까?”“내가 왜 하필 당신 같은 사람과 만났는지!”유란희는 화를 내며 나가버렸다.소전풍은 뒤쫓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다리가 심하게 아파 책상을 잡고 겨우 섰다.-여국.거리의 차루.“들었어요? 해씨 집안이 군주님 곁에 남자를 보냈답니다.”“정말이세요? 누구인지 알아요?”“궐에 있던 화사요. 상원절에 궁궐 연회에서 군주님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그분의 그림을 그리던 중, 그분 눈에 들어 궐에 머물기로 했답니다.”“해씨 집안 가주의 자루도 지켰고 해씨 8대 가문도 위치도 지켰네요.”“이런 방법으로 성공할 줄 누가 알겠어요.”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자리에 멈춰 서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머지않아 이 소문은 도시 전역에 퍼졌다.여러 대가문이 불안에 휩싸였다.대제사장은
이번 겨울엔 우유가 좋은 소식을 자주 들려줬다.여러 곳을 암행하며 정경 유착을 한 관료들을 찾아내 20만 냥이나 되는 돈을 압류했단다. 시설 관리에 필요했던 돈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일이 워낙 많았던 탓에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갔다.오랜만에 창문을 연 낙요는 하늘에 휘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비로소 봄이 왔음을 깨달았다.밖에 두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유단청은 식자재 상자를 월규에게 건넸다. “어선방에 가져온 건데, 어서 먹어봐.”월규는 감히 받지 못했다. “군주님께 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군주님께 이미 전달했어. 걱정하지 말고 받아.”“하지만 안 돼요. 규칙에 어긋나요. 군주님이 알게 되시면...”유단청은 그녀의 손에 억지로 상자를 쥐어 쥐었다.“군주님이 뭐라 하시면 내가 책임질게.”월규는 상자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모른 체하며 유단청을 바라보았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낙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월규, 먹어보고 맛있으면 정비에게도 좀 보내줘.”갑자기 낙요의 목소리가 들리자, 월규는 깜짝 놀라서 몸을 돌렸다.웃음을 참지 못한 유단청은 월규를 끌고 작은 정자로 갔다.“어서 먹어봐. 군주님이 먹어도 된다잖아.”낙요는 정자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덩달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봄날에 어울리는 정경이었다.-천궐국.소견당은 봄까지 바깥출입이 금지되었다. 섭접왕과 만날 수 없었던 그녀는 종일 눈물만 흘렸다. 밥은 입에도 안 대서 매우 수척해졌다.유란희는 마음이 아팠다.겨우내 그녀는 자기 딸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무당을 찾아다녔다.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에서 유란희가 모자로 변장한 뒤 조심스레 멈춰 섰다.걷는 와중에도 서늘한 느낌이 들어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따라오기라도 할까 봐 수시로 주변을 살폈다.마침내 문이 열린 집에 도착했다.방 안에서 새까맣고 음산한 기운이 흘렀다.“왜 왔습니까?”구석에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고 잔뜩
조욱이 답했다. “먼저 머리카락을 가져오세요. 열흘 뒤에 줄게요.”유란희가 흥분해서 말했다. “네, 알겠어요.”집으로 황급히 돌아간 유란희는 딸 머리카락을 챙겨 조욱에게 건넸다.10일 후.북지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죽었고 마을 사람들은 미쳐서 날뛰었다.이 소식은 삽시에 조당으로 전해졌다. 대신들은 한자리에 모여 상의했다. 사고 난 곳은 모두 산촌 지역이었고 보행이 어려워 파병을 보낼 수 없었다.요사가 마을에 들어 소란을 피운 거라면 평범한 사람은 가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사람들은 요사에 대해 아는 전문가를 찾아 알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예전에는 대국사를 찾아갔지만, 지금은 달랐다. 누구를 보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이틀 동안 상의를 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이룩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섭정왕이 결정 내리기를 기다렸다. 소 승상이 나서서 의견을 냈다.그는 조욱을 추천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직접 가기로 했다.소 승상과 주루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주루 앞에 도착하자, 술 취한 남자와 세게 부딪혔다. 품에 안았던 술은 그의 몸에 쏟아졌다. 술을 쏟은 남자는 황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부진환은 옷에 묻은 술을 털어냈다. 때마침 소 승상이 문을 열고 나왔다.“왕야님, 드시죠.”부진환이 방에 들어서자 소 승상이 물었다.“왕야님, 환복하시겠어요?”“됐소, 괜찮소.”“소 승상에게 몇 마디 하러 왔소.”“소 승상이 언급한 조욱은 명성이 있긴 하나 정체를 알 수 없소. 그래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것이오.”“그래서 내가 직접 그자를 찾아가 살펴보겠다는 것이오.”소 승상은 깜짝 놀랐다. “왕야님께서 직접요? 안 됩니다!”“그러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나며 어찌합니까? 사수가 있어 위험합니다.”“어린 황제께서 아직 왕야님의 보좌가 필요합니다. 조욱에게 사고가 나면 또 소란스러워질 겁니다.”“천궐국은 내란을 다시 겪을 수 없습니다.”부진환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줄 사람이
유란희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감사합니다.선생님!”유란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왔다.딸이 섭정왕에게 시집을 가면, 소씨 가문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들도 좋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섭정왕은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다.소씨 가문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여국.낙요는 부진환에게 서신을 받았다.“천궐국 북지 요사가 난동을 부려 여러 마을이 피해를 보았어요. 사상자가 무수하고 사태가 심각합니다. 천궐국내에서 풍수사를 찾을 수 없으니, 군주가 나랑 함께 관양산으로 가줬으면 합니다. 제월산장에서 기다릴게요.” 서신을 받은 낙요는 살짝 놀랐다.서신은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황 같았다.낙요는 목 승상을 불러 간단히 설명한 뒤, 즉시 말을 타고 시집을 가면 향했다.낙요와 부진환 두 사람 외에도 우거진 숲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제월산장으로 향했다.우거진 숲 속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정글을 누비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두 시간 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송천초는 더는 걸을 수 없었는지 나무에 기대 잠시 쉬었다.초경이 주전자 내밀었다. “물 좀 마셔.”“이런 식으로 걸으면 네 몸만 힘들어. 쉬었다가 가자.”송천초는 초경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무를 잡고 일어섰다.초경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천초가 계속해서 가려고 하자, 초경은 그녀를 앞질러 가 거꾸로 업었다.송천초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줘요!”초경은 송천초를 풀밭에 내려놓았다.송천초가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초경이 두 팔로 받치고 그녀를 잡는 바람에 움직일 수 없었다.송천는 초경을 올려다보지도 못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하는 거예요?”“그간 내 말 무시하고 대답도 안 하던데, 도대체 왜 그래?”“내가 무슨 잘못했어?”“아니면... 그날 밤 때문에...”초경은 방금 자기가 한 말을 후회했다.송천초는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초경이 당황했다.“왜 그래?
순간 송천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뱀을 무서워는 사람에게 뱀을 낳는다든가, 뱀의 알을 낳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래서 며칠간 초경과 거리를 둔 것이다. 초경만 보면 뱀을 낳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초경은 잠시 멍했다.“그것 때문이야?”긴장이 풀린 초경이 허탈하게 웃었다.그녀의 곁으로 가 앉았다.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냈다.“새끼 뱀 안 낳을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작에 물어보지, 왜 혼자 무서워한 거야?”“며칠 동안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송천초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거짓말 아니죠?”초경이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정말 아니야.”“사담을 걸고 맹세해. 뱀 안 낳을 거야.”송천초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사담 얘기 그만 좀 해요.”“전부 당신 사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송천초는 초경의 가슴팍을 때렸다.초경이 송천초의 손목을 잡았다. “줄까?”“됐어요. 나도 귀한 거 많아요. 당신 사담은 줘도 안 받아요.” 송천초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송천초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초경은 안심되었다.“수위 언제 회복해요? 언제쯤 집에 도착할 수 있어요?” 송천초가 물었다.초경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 힘들어.”“산속 경치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왜 이리 서둘러?”“가자, 물고기 잡아줄게.”초경은 송천초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고 냇가로 향했다.송천초는 뱀을 낳지 않을 거라는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수개월 전. 양행주가 갑자기 제월산장 부근에 와 그녀를 찾았었다.그녀의 곁에 요사가 있는데, 사수를 쫓아낸다고 했었다.사담을 얻기 위해서.몇 번이나 회피했지만 그 녀석을 떨쳐낼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산장을 떠나 초경을 데리고 멀리 숨었다.양행주가 계속 쫓아올 올 줄 몰랐다.그녀가 요사와 함께 있는 걸 보면 그녀마저도 죽이려 할 것이다.다만 초경과 양행주의 대전은 그녀가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잠에서 깬 송천초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어제 분명 잘생긴 사내의 품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기 옆에는 큰 뱀이 자고 있었다.그녀는 초경의 본체를 자주 봐서 익숙했다. 무섭지 않았다.다만, 본체가 뱀인 사내와 부부로 지내는 게 걱정되었다.뱀을 출산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기에 송천초는 고민을 삼켰다.냇가에서 초경은 물고기 여러 마리를 잡아 깨끗이 씻어 불에 올렸다.송천초는 턱을 괴고 초경 바라보았다. “초경.”“응?”“왜 새끼 뱀을 낳지 않는다는 거야? 약을 먹어야 해? 불임약 같은 거?”초경이 송천초를 위로했다. “아니야.”“내 본체가 뱀이긴 하지만, 그 전에 사람이야.”“출산해도 애를 낳는 거지, 뱀을 낳지는 않아.”송천초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애를 낳아야 하는 거네요?”“돌아가서 불임 탕약 마셔야겠어요.”뱀을 낳으면 안 되지만, 애를 낳는 건 더욱 안 된다.초경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를 싫어해?”송천초가 답했다.“남의 집 말 잘 듣는 영리한 아이만 좋아요. 아이를 낳고 싶진 않아요.”“당신 만나기 전까지 그저 제 저주를 풀어줄 귀인을 만나는 거였어요.”“당신을 만나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기이한 약재들 다 구했어요. 제월산장을 되살려 약재들이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아이를 돌보고 교육할 정력과 시간이 없어요.”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하자 초경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초경이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어?”“당연하죠. 당신이 있어야 그간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죠.”“근데 당신을 이렇게 잡아두면 안 될 것 같아요.” 송천초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목을 만지며 말했다. “계약을 풀 방법이 있다면 풀어줄게요.”“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 생과 죽음이 있죠.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뜰 거예요. 게다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 당신을 위해 아무것 남길 수 없어요.”“영원히 함께 할 수 있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