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2041 - Chapter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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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1화

아주 오래전, 단기 대가(鍛器大師)가 연갑(軟甲)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특별한 재료를 만들었었다. 유연하지만 단단하여 절대 뚫을 수 없는 그런 재료를 말이다.하지만 그 단기 대가가 세상을 떠난 뒤로 화리선을 만드는 방법이 실전되며 이 세상에 화리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게다가 이미 대부분이 연갑으로 만들어져 암시장에서 엄청난 값에 팔렸다.이러한 절세 보물을 허군한이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게다가 그녀는 그중 네 개를 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기옥 또한 무척 놀랐다.“이 화리선은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보물이 아닙니까? 이렇게 귀한 것을 제가... 어찌 감히 받겠습니까?”상녕이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이 물건이 우리 집 안에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오히려 저희에게 화가 될 겁니다.”“그래서 저희 어머니는 이번에 남은 화리선을 전부 연갑으로 만들어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릴 생각입니다.”“저희는 오히려 집안에 이것들이 없어야 마음이 놓입니다.”그들이 낙요 일행을 믿기 때문에 이렇게 귀중한 물건들을 그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귀중한 것을 쉽게 내주지 못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노리기라도 한다면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낙요는 말을 다 들은 뒤 곧바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받도록 하겠습니다.”“이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허군한은 웃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이것들은 수년 전, 내가 도왔던 한 사내가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선물로 준 것이었소.”“이제는 그가 위험에서 벗어났을지 모르겠구려.”상녕이 위로했다.“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분명 무사할 것입니다.”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구기며 어떠한 추측이 생겼다.그녀가 다급히 말했다.“이 일은 외부에 발설하지 마세요.”“그 사람이 화리선을 가지고 있다는 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를 추격하는 사람도 절대 만만치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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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낙요는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그리고 허서화가 했던 얘기도 허군한에게 그대로 전했다.허군한은 미간을 구기고 사색에 잠겼다.“그럴 리가.”“아버지는 유약한 분이 아니오. 비록 데릴사위이긴 하나 우리 어머니를 아주 아꼈고 두 분은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했소. 그렇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허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오지도 않았겠지.”“모든 일을 우리 어머니 혼자 감당한다면 아버지는 분명 마음이 아플 것이오. 그런데 아버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니...”허군한은 놀랐고 이해할 수 없었다.낙요가 물었다.“그래서 허서화의 말에서 진실은 얼마나 있습니까?”허군한은 흠칫하며 놀란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잠깐의 침묵 뒤 대답이 들렸다.“나도 모르겠소.”“하지만 전부 다 믿을 수는 없소.”’“이렇게 하는 게 좋겠소. 내가 시간을 내서 아버지를 찾아가게 되면 직접 물어보겠소.”낙요가 황급히 제지했다.“성주부에 가서 직접 물어본다면 허서화는 제가 이 일을 누설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허서화가 진실만 말했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절 속였다면요?”“이 일이 탄로 난다면 성주 어르신의 처지는 더욱 난처해질 것입니다.”“절 믿으신다면 이 일은 제가 계속 조사해 보겠습니다. 제 소식을 기다리시면 됩니다.”허군한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당부했다.“그러면 조심하시오.”“우리와 허서화는 왕래가 없어서 솔직히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우리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소.”낙요는 웃었다.“이 일을 제게 알려준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습니다.”어르신 성주의 말과 허군한의 말을 생각해 보니 허서화가 한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았다.그래도 한때는 가족이었다. 만약 그들 집안이 전부 어머니에게만 기대고 성주 어르신은 유약한 사람이었다면, 허군한은 사정을 잘 모른다고 해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허군한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허서화의 말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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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향낭이요? 스승님께서 향낭도 만드실 줄 아십니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모른다.”“그냥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낙요는 비교적 향긋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약재들을 준비했다.그중에는 말린 꽃도 있었다.“내가 약재를 조합할 것이다. 누가 향낭을 꿰맬 것이냐?”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할 줄 압니다.”강여가 대답했다.“저도 할 줄 압니다. 그러면 같이 향낭을 꿰매지요.”“오늘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는데 그 답례로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그렇게 그들은 향낭 위에 이름 중 한 글자를 선택해 수놓았다.낙요는 여러 가지 향을 가진 꽃과 약재를 배합했다. 약재가 들어간 탓에 향이 흔하지 않고 조금 특별했다.게다가 이 약재들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능도 있었다.세 사람은 밤새 모든 이들을 위해 향낭을 만들었다.기옥과 강여는 먼저 자신의 향낭을 받고 계속 냄새를 맡았다.“향이 정말 좋습니다.”“스승님이 만드신 향낭은 참 특별합니다.”“이 향기는 다른 향낭들과 다릅니다.”낙요는 그 향낭들을 일일이 봉해놓은 뒤 말했다.“너희는 이 향기들을 기억해야 한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향낭의 머리 부분을 거꾸로 해서 분말을 조금 뿌려 향기를 남기거라.”그 말에 강여는 눈빛을 빛냈다.“스승님이 향낭을 만드신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군요.”“이게 있으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구십칠의 죽음을 떠올린 낙요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표기를 남길 수 있는 향낭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날이 밝자마자 그들은 향낭을 선물로 돌렸다.상씨 집안사람 모든 사람들에게 준비했다.낙요는 부진환의 것도 준비했다.“저는 왜 두 개입니까?”부진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하나는 주락의 것이오. 그가 돌아오면 전해주시오.”부진환은 웃었다.“대제사장님은 참 섬세하십니다.”-이어진 며칠 동안 그들은 도주성으로 돌아가 조사를 계속했다.큰 세력들은 전부 조사를 마쳤다.그중 왕생방과 접촉한 사람은 없었고, 그들에게 사람을 죽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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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낙요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기옥아, 그만 생각하거라. 일단 점심부터 먹자.”기옥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흔들며 붓을 들고 종이에 이름들을 적고 줄을 그었다.“먼저 드시러 가세요. 전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잠시 뒤에 다시 생각하면 생각이 끊길까 봐서 그럽니다. 먼저 가세요.”낙요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방에서 나왔다.곧이어 기옥은 종일 자신을 방 안에 가두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음식을 기옥의 방문 앞에 놓았다. 그러나 음식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낙요 일행은 기옥이 걱정되었다.밤이 되어 낙요가 기옥의 방문 앞을 지나칠 때, 안은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고 기옥은 아직도 뭔가를 적고 있었다.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 뒤 방으로 돌아가 창문 옆에 섰다.그러다가 창문 밖 달빛 아래 누군가 지붕 위에 누워 달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얄팍한 몸을 가진 그는 바람에 옷자락이 펄럭이고 있었다. 마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낙요는 창문을 넘어 경공을 이용해 맞은 편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그녀는 이내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진환의 곁에 섰다.“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소?”부진환은 시선을 살짝 들더니 그녀를 향해 술을 한 주전자 내밀었다.“이젠 두 명이군요.”낙요는 주전자를 받아 든 뒤 자리에 앉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해다.“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당신이 제일 잘 알 것이오. 비록 용삼과 불전연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멋대로 하면 안 되오.”“당신의 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못하니 술은 안 마시는 게 좋소.”부진환은 덤덤히 웃었다.“이것은 물을 탄 술이라 조금 마셔도 괜찮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랐다. 주전자를 열어 냄새를 맡아 보니 확실히 물이 섞인 듯했다.“술맛도 거의 나지 않는데 왜 마시는 것이오?”부진환은 피식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남들보다 낙요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소중했고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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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어두운 밤, 그림자 하나가 창문 밖 골목길을 지나갔다.낙요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떠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그 사람은 부진환이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가는 것일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낙요는 급히 벽 뒤로 몸을 숨겼다.어둠 속에서 부진환은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얼른 걸음에 박차를 가해 도망쳤다.다시 창문 앞에 선 낙요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부진환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녀 또한 소리 없이 방을 나서 그를 몰래 따라갔다.부진환은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본 뒤 작은 마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낙요는 따라가서 몰래 엿들을 생각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마당에서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왔다. 둘은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마당을 지켰다.낙요는 가까이 갈 수 없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마당을 바라봤다. 부진환이 야심한 시각에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일까?문 앞을 지키고 선 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무공이 약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상황을 지켜보던 낙요는 더는 가까이 갈 수 없자 몸을 돌려 돌아갔다.객잔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자지 않고 침상에 누운 채 가만히 기다렸다.부진환은 한 시진 뒤에야 돌아왔다.낙요는 돌아오는 그의 발소리를 들었다.-다음 날, 성주부의 사람이 객잔을 찾았다.“낙 낭자, 저희 부인께서 별원 쪽 보수가 끝났으니 오늘 가신다고 하셨습니다.”“낙 낭자에게 시간이 되는지 여쭈라 하셨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지금 출발하겠소.”그들은 얼른 짐을 정리한 뒤 마차를 타고 성을 떠났다.성 밖, 허서화의 마차가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그곳에서 만나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날씨는 화창했고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간지럽히며 스쳐 지나갔다.강여는 마차 안 창문에 기대어 바람을 느꼈다.“며칠 동안 답답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살 것 같습니다.”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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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대문 밖에 적지 않은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그곳을 찾은 사람은 관사의 차림새를 하고 소리쳤다.“류 집사, 우리는 물건을 받으러 왔소. 우리 물건은 다 준비되어 있겠지?”류 집사가 황급히 다가가 말했다.“준비 다 됐소. 잠시 기다리시오.”말을 마친 뒤 그는 하인을 불러 옆에 있던 창고를 열고 안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모두 갓 딴 과일이었다.허서화가 그들에게 설명했다.“때가 되어 최근 도주성의 각 양조장에서 주문한 과일을 납품해야 하오. 오늘 여러 양조장에서 찾아올 것이오.”말을 마친 뒤 허서화는 고개를 돌려 기옥을 바라봤다.“옥아, 네 어머니가 만든 술이 바로 저 산 위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굵은 황갈나무 옆에 있다.”“내가 이 일들을 다 처리하면 느지막하게 너와 함께 가보마.”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그들은 주위를 누비기 시작했다.허서화는 물건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람을 시켜 그것들을 실었다.낙요 일행은 방해가 될까 봐 근처에 있는 산을 둘러보았다. 산에는 과일나무가 가득했고 과일들을 많이 수확한 듯했다.그들은 풍경을 감상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그런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하인이 헐레벌떡 찾아왔다.“낙 낭자! 낙 낭자!”“부인께서 중요한 일로 찾으십니다. 얼른 돌아가 보셔야 하겠습니다.”그는 아주 급해 보였다.낙요 일행은 그를 따라 산에서 내려와 별원으로 돌아갔다.허서화를 본 낙요는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녀는 초상화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이것 좀 보시오. 혹시 전에 당신들과 동행했던 친우가 맞소?”초상화를 건네받은 낙요는 화들짝 놀랐다.그 초상화의 주인공은 주락인 듯했다.낙요가 황급히 캐물었다.“부인,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허서화가 대답했다.“내 사람이 조금 전 말하길 도주 경계 지역에서 백성을 도륙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소. 두 농사꾼 집안이 전부 죽임당했다고 하오.”“당시 누군가 한 사내가 검을 들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집 안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 하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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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허서화는 곧바로 류 집사에게 부진한을 뒤따라갈 사람들을 몇명 뽑아 보내라고 했다.그녀는 이내 낙요 일행을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조사해 낼 것이오. 별일 없을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근심되지 않았다.이내 양조장 사람들이 찾아왔고 허서화는 또 밖으로 나가 일을 처리했다.낙요를 포함한 3인은 화원에 앉았다.강여가 걱정스레 말했다.“주락은 정말 괜찮을까요?”“저희가 같이 가는 건 어떻습니까?”낙요가 위로했다.“걱정하지 말거라. 괜찮을 것이다.”“그들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낙요가 걱정하지 않자 강여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이번 여행이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은지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세 사람은 오후가 지나 날이 거의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 허서화는 그제야 볼일을 마쳤다. 창고 안의 과일들을 전부 비운 것이다.“시간이 늦었군. 참 바빴다.”“옥아, 우리 함께 산에 오르자꾸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세 사람은 허서화를 따라 산에 올랐고 산 위 술독이 묻힌 곳에 도착했다.땅을 본 낙요는 누군가 땅을 파헤친 적이 있다는 걸 이내 눈치챘다. 위쪽 흙이 조금 촉촉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날이 워낙 어둡다 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었다.“바로 이곳이다.”허서화는 감탄했다.“나와 네 어머니가 함께 이곳에 술독을 묻었을 때, 우리는 3년 뒤 이것을 꺼내자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구나.”기옥은 표정이 어두웠다. 그녀는 속이 많이 쓰렸다.곧이어 기옥은 허서화와 함께 묻힌 술독을 꺼냈다.이때 날은 이미 완전히 저문 뒤였다.그들은 급히 산에서 내려왔고 별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다들 배고팠겠군. 음식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다들 먼저 식사부터 하는 게 좋겠소.”허서화는 그들을 데리고 내원으로 향했다.저녁을 먹을 때 허서화는 기옥의 어머니와 함께 겪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그녀의 얘기를 들어 보면 두 사람은 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 절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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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기옥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하지만 저희도 고모와 함께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설진재는 악질적인 사람이니까요.”허서화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 난 오랫동안 그를 상대했으니 괜찮다.”“당신들은 나와 함께 고생할 필요 없소.”“여기서 마음 놓고 푹 쉬시오.”“난 아마 내일쯤 돌아올 것이오.”말을 마친 뒤 허서화가 당부했다.“잘 됐다. 네 어머니가 담근 술도 마셨으니 잠이 잘 오겠구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허서화는 류 집사와 함께 마차를 타고 도주성으로 향했다.커다란 별원에 낙요 일행 세 명만 남았다.식사를 마친 뒤 세 사람은 마당에 앉았다.기옥은 술독을 안고 열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낙요가 귀띔했다.“이 술은 네 어머니가 담근 것이니 운주로 돌아가서 열거라.”기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열지 않겠습니다.”시간이 늦어 세 사람은 마당에 잠깐 앉아있다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침상에 누운 낙요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그곳은 아주 적막했고 밖에서도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다. 그래서 오히려 불편했다.그렇게 반 시진 뒤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작게 들렸다.낙요는 곧바로 침상에서 일어났다.곧이어 그녀는 그 발소리가 자신의 방에 가까워졌음을 발견했다.바로 방문 밖에 있는 듯했다.아마 그녀가 자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했다.낙요는 아무런 인기척도 내지 않았고 그자는 이내 떠났다.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기에 낙요는 몰래 방에서 나왔다.그녀는 발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황급히 따라갔다.그렇게 낙요는 한 마당 밖에 도착했다. 마당의 문은 열려 있었고 안의 방문도 열려 있었다.낙요는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따라갔다.방 안은 캄캄했고 아무도 없었다.낙요는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그녀는 책궤 뒤에서 밀실을 하나 발견했다. 밀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그자가 이 밀실 안으로 들어간 것일까?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다가 곧장 밀실 안으로 들어갔다.어둠 속, 앞쪽에서 불빛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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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9화

화염이 사그라들자 석문도 열렸다.낙요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길을 지났고 또 모퉁이에 도착했다.조금 전의 길과 똑같이 생긴 통로였다.이번이 세 번째였다.심지어 통로의 길이도 똑같았다.낙요는 문득 봉시가 건네줬던 지도가 떠올랐다.지도에는 기관이 아주 많았는데 그것은 도주영 안의 기관들이었다.도주영에서 위험했던 적이 없었기에 낙요는 그 지도가 쓸모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 별원 아래의 기관이 지도와 똑같을 줄은 몰랐다.지도 위 기관은 똑같은 통로에 똑같은 배치였다. 그러나 그런 통로가 적어도 십여 개, 많으면 백여 개쯤 되었다.그리고 서로 다른 통로에 같은 기관이 있을 수도 있었다.만약 누군가 그곳에 갇힌다면 똑같이 생긴 곳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하다 보니 환각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그곳은 미궁과 같았다. 계속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다.낙요는 도주영에서는 위험하지 않다가 이곳에서 이 기관들을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지도 위 기관들은 그걸 분해하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고 낙요는 일찌감치 그것을 달달 외웠다.그래서 그 기관들은 낙요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을 꽤 많이 허비해야 했다. 이 통로가 얼마나 긴지, 어느 곳으로 향하는 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활을 떠난 화살은 돌아갈 수 없는 법이다. 그저 앞으로 가야만 했다.-그렇게 밤이 끝나고 날이 밝았다.강여는 일찍 일어나 음식을 만들었다. 이 별원에는 하인이 없어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음식을 다 만들고 나니 기옥이 일어났다.“벌써 깨어났소?”기옥이 의아해했다.“그럼요. 얼른 앉아서 드세요. 제가 스승님을 부르러 가겠습니다.”강여는 낙요가 묵고 있는 마당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이 텅 비어 있었다.강여는 깜짝 놀랐다.“스승님?”그녀는 이곳저곳 찾기 시작했다.기옥은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왜 그러시오?”“스승님을 보셨습니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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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0화

큰 밀실 안, 벽에 맞닿아 있는 진열대 위에는 대량의 기관과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낙요는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이 아주 귀한 보물들이었다.그 무기들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이상하게도 위에 오래된 혈흔이 묻어있었다.무기들은 전부 쇠사슬로 묶여 궤에 고정되어 있었다. 촛불 아래 그것들은 섬뜩한 살기를 뿜어댔다.낙요는 그 기관과 무기들이 누구의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가, 별안간 아주 정교한 목함이 눈에 들어왔다.그것은 진열대의 맨 중앙에 놓여 있었다.목함을 열어 보자 안에 옥패 두 개가 놓여 있었고 옥패 아래에는 서신 하나가 깔려 있었다.낙요는 옥패를 꺼냈고 옥패에도 오래된 혈흔이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옥패는 맑고 투명했는데 피가 침투된 건지 한 줄기 빨간색이 보였다.자세히 살펴보니 옥패에 갈라진 흔적이 있었다.옥패의 뒷면을 보니 작은 글자가 하나 보였다.“박(薄)...”낙요는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설마 기관 세가 박씨 일가일까?그러나 박씨 일가는 아주 신비로웠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곤륜산(崑崙山)에 머무르고 있으며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많은 사람이 그들의 기관과 보물을 탐냈지만 평생 박씨 일가의 거주지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그들은 기관 가문이기 때문에 그들이 살고 있는 곳도 분명 기관이 많아 사람들이 쳐들어가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박씨 일가에 관한 소문은 아주 드물었다.그런데 박씨 일가의 성이 적힌 옥패가 이곳에 있다니.이 밀실이 박씨 일가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관은 너무도 허술했다.낙요는 아래 깔려있던 서신을 펼쳤다.“이번 생에 당신을 만난 건 나 중성(仲盛)의 행운이오. 이걸 증표로 나 중성의 모든 걸 당신에게 바칠 것이오. 난 단지 이번 생에 우리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기만을 바라오.”“중성?”“박중성?”그것은 박중성의 옥패였다.낙요는 밀실 안에 진열된 기관과 무기들을 둘러보며 놀라워했다. 그것들이 박중성이 말한 그의 모든 것이었다.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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