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이 사그라들자 석문도 열렸다.낙요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길을 지났고 또 모퉁이에 도착했다.조금 전의 길과 똑같이 생긴 통로였다.이번이 세 번째였다.심지어 통로의 길이도 똑같았다.낙요는 문득 봉시가 건네줬던 지도가 떠올랐다.지도에는 기관이 아주 많았는데 그것은 도주영 안의 기관들이었다.도주영에서 위험했던 적이 없었기에 낙요는 그 지도가 쓸모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 별원 아래의 기관이 지도와 똑같을 줄은 몰랐다.지도 위 기관은 똑같은 통로에 똑같은 배치였다. 그러나 그런 통로가 적어도 십여 개, 많으면 백여 개쯤 되었다.그리고 서로 다른 통로에 같은 기관이 있을 수도 있었다.만약 누군가 그곳에 갇힌다면 똑같이 생긴 곳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하다 보니 환각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그곳은 미궁과 같았다. 계속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다.낙요는 도주영에서는 위험하지 않다가 이곳에서 이 기관들을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지도 위 기관들은 그걸 분해하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고 낙요는 일찌감치 그것을 달달 외웠다.그래서 그 기관들은 낙요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을 꽤 많이 허비해야 했다. 이 통로가 얼마나 긴지, 어느 곳으로 향하는 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활을 떠난 화살은 돌아갈 수 없는 법이다. 그저 앞으로 가야만 했다.-그렇게 밤이 끝나고 날이 밝았다.강여는 일찍 일어나 음식을 만들었다. 이 별원에는 하인이 없어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음식을 다 만들고 나니 기옥이 일어났다.“벌써 깨어났소?”기옥이 의아해했다.“그럼요. 얼른 앉아서 드세요. 제가 스승님을 부르러 가겠습니다.”강여는 낙요가 묵고 있는 마당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이 텅 비어 있었다.강여는 깜짝 놀랐다.“스승님?”그녀는 이곳저곳 찾기 시작했다.기옥은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왜 그러시오?”“스승님을 보셨습니까? 방
큰 밀실 안, 벽에 맞닿아 있는 진열대 위에는 대량의 기관과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낙요는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이 아주 귀한 보물들이었다.그 무기들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이상하게도 위에 오래된 혈흔이 묻어있었다.무기들은 전부 쇠사슬로 묶여 궤에 고정되어 있었다. 촛불 아래 그것들은 섬뜩한 살기를 뿜어댔다.낙요는 그 기관과 무기들이 누구의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가, 별안간 아주 정교한 목함이 눈에 들어왔다.그것은 진열대의 맨 중앙에 놓여 있었다.목함을 열어 보자 안에 옥패 두 개가 놓여 있었고 옥패 아래에는 서신 하나가 깔려 있었다.낙요는 옥패를 꺼냈고 옥패에도 오래된 혈흔이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옥패는 맑고 투명했는데 피가 침투된 건지 한 줄기 빨간색이 보였다.자세히 살펴보니 옥패에 갈라진 흔적이 있었다.옥패의 뒷면을 보니 작은 글자가 하나 보였다.“박(薄)...”낙요는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설마 기관 세가 박씨 일가일까?그러나 박씨 일가는 아주 신비로웠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곤륜산(崑崙山)에 머무르고 있으며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많은 사람이 그들의 기관과 보물을 탐냈지만 평생 박씨 일가의 거주지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그들은 기관 가문이기 때문에 그들이 살고 있는 곳도 분명 기관이 많아 사람들이 쳐들어가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박씨 일가에 관한 소문은 아주 드물었다.그런데 박씨 일가의 성이 적힌 옥패가 이곳에 있다니.이 밀실이 박씨 일가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관은 너무도 허술했다.낙요는 아래 깔려있던 서신을 펼쳤다.“이번 생에 당신을 만난 건 나 중성(仲盛)의 행운이오. 이걸 증표로 나 중성의 모든 걸 당신에게 바칠 것이오. 난 단지 이번 생에 우리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기만을 바라오.”“중성?”“박중성?”그것은 박중성의 옥패였다.낙요는 밀실 안에 진열된 기관과 무기들을 둘러보며 놀라워했다. 그것들이 박중성이 말한 그의 모든 것이었다.그것은
강여는 곧바로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방안에서 이곳저곳 향기를 맡으며 낙요가 사라진 곳을 찾기 시작했다.역시나, 그녀는 책궤 옆 벽 쪽에서 향기가 가장 짙은 걸 발견했다. 벽을 두드려 보니 확실히 비어 있었다.강여는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옆 첵궤 위 향로를 건드리자, 밀실 문이 열렸다.강여는 화색을 띠며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통로 안으로 들어섰을 때, 바닥에 있는 흔적들을 본 강여는 심장이 철렁했다.“스승님...”그녀는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됐다.낙요가 다친 채로 밀실 안에 갇힌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강여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그녀는 통로 안의 기관들이 전부 해결됐음을 발견했고 막힘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도주의 경계 지역에 도착한 부진환은 드디어 주락을 찾았다.하지만 주락은 대부대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반귀성의 사람들이었다.“주락!”부진환이 곧바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부대가 멈췄고 주락은 살짝 놀랐다.“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오?”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초상화를 꺼내 들었다.“성주부에서 당신이 많은 백성들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소. 목격자가 당신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하오.”주락은 난처한 표정이었다.“그런 적 없소.”“난 그동안 반귀성에서 바빴고 오늘에야 이곳에 도착했소.”그 말에 부진환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큰일이군! 당했소!”이때 우홍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란 말이오? 설마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길에 얘기하겠습니다.”그렇게 그들 일행은 곧바로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사람을 구하러 갔다.-밀실 안. 낙요는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별안간 등 뒤의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누군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몸을 홱 돌린 낙요는 상대방과 시선이 마주쳤다.상대방을 확인한 낙요는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던 바였다.그 별원은 그녀의 것이었으니 말이다.별원의 길이 그녀의 구역으로 향하는
말을 끝맺기 무섭게 허서화의 눈빛이 돌변했다.그녀는 살기등등해서 낙요를 공격했다.낙요는 곧바로 손을 들어서 막았다. 두 사람은 아주 치열하게 싸웠다.낙요는 이내 허서화의 실력이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해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낙요는 곧바로 분심검을 뽑았다.그러자 허서화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그녀는 주먹으로 등 뒤의 벽을 쳤고 쾅 소리와 함께 낙요의 몸 아래 석판이 열렸다.추락하는 기분이 느껴짐과 동시에 낙요는 아래로 떨어졌다.하지만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깊이가 깊지 않았고 마침 머리가 위로 나오는 높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지면이 아주 큰 범위로 내려앉았다. 벽과 맞닿아 있는 궤들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들이 아래로 가라앉았다.이렇게 큰 밀실에 벽에 맞닿아 있는 궤만 있는 이유가 있었다.낙요가 중심을 잡은 뒤 위로 올라가려 하자 네 개의 벽에서 화살들이 쏟아졌다.서늘한 빛을 번뜩이면서 말이다.낙요는 다시 한번 물러서야 했다.동시에 위에서 무기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커다란 철창이 내려와 빈틈없이 아래로 내려앉은 공간을 감쌌다.동시에 아래서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여 보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며 발을 적셨다.그 모습에 허서화는 천천히 걸어가 소매 안에서 갈고리를 하나 꺼내더니 낙요가 들고 있던 분심검을 낚아챘다.낙요는 피하려 했지만 다른 갈고리가 그녀의 얼굴을 공격했다.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분심검을 놓아야 했다.허서화는 분심검을 빼앗은 뒤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좋은 검이군. 그동안 내 마음에 드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말이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절 잡은 것이 겨우 분심검 때문입니까?”그렇게 단순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허서화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입을 열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아주 묵직한 소리였다.마치 기관으로 두리는 듯한 울림이었다. 그 밀실의 벽은 아주 두꺼웠기 때문에 밖의 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었다.밀실이 이렇게 지
“그래, 그래. 그러면 괜찮을 것이다. 도주영에 가서 그녀가 있는지 찾아보거라. 내가 사람을 시켜 성안을 찾아보게 할 것이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 도주영에 가보겠습니다.”기옥은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미풍과 함께 익숙한 향기가 났다.기옥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몸을 홱 돌려 허서화를 바라봤다.허서화는 아직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허서화를 바라봤다.“왜 그러느냐?”기옥은 목구멍이 꽉 막힌 기분으로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녀는 허서화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고모, 낙청연은 제 얼마 없는 친우 중 한 명입니다. 꼭 절 도와 그녀를 찾아주세요.”허서화는 결연한 어조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거라. 고모가 꼭 찾아주마.”가까운 거리에 기옥은 다시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 냄새는 허서화의 몸에서 나는 것이 확실했다.아주 옅은 향기였지만 기옥은 맡을 수 있었다.그날 밤새 향낭을 만들며 약재들의 냄새를 똑똑히 기억했기 때문이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애썼다.하지만 그녀는 낙청연을 찾느라 걱정되고 또 초조한 상태였기에 허서화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기옥은 몸을 돌려 대문 쪽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녀는 성주부를 떠나지 않고, 한 바퀴 에둘러 성주부에서 가장 외진 마당의 벽 밖에 섰다.그것은 분명 낙청연의 향낭에서 느껴지는 향이 맞았다.허서화는 분명 낙요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본 적 없다고 그녀를⁷ 속인 것일가?낙청연은 아마 성주부에 있을 것이다.기옥은 벽을 넘어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공기 속에 퍼진 옅은 향기를 따라서 아무도 없는 마당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녀가 마당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고모가 한 정자 안에 들어갔다.그리고 곧이어 그 정자에 설진재가 나타났다.기옥은 몰래 숨어 그들을 지켜봤다.설진재는 앉아있는 허서화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그 정중한 태도와 모습에 기옥은 큰 충격을 받았다.설진재는
설진재가 정중하게 대답했다.“알겠소!”말하면서 설진재는 의아한 듯 말했다.“낙청연의 신분은 가짜인데 성주는 왜 이렇게 정성을 들여 그녀를 죽이려는 것이오?”“그들을 그냥 잡아서 죽이면 되지 않소?”허서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기옥이 날 미워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러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겠소?”“똑똑히 기억하시오.”“낙청연을 죽이는 것도, 부진환을 죽이는 것도, 반드시 깔끔히 처리해야 하오, 절대 기옥이 날 의심하게 해서는 아니 되오.”설진재가 황급히 대답했다.“성주,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모든 일을 잘 처리할 것이오.”“부진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아마도 오는 길일 것이오. 내가 기회를 틈타 그를 도주영의 기관으로 유인하여 죽이겠소. 그리고 도주영에게 덤터기를 씌우겠소.”허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소.”“그렇게 하시오.”이내 설진재가 떠났다.허서화는 차를 한 잔 다 마신 뒤 그 방으로 향했다.-허서화가 밀실을 떠난 뒤 낙요는 기관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철창은 너무 견고하고 무거워 도망칠 수가 없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낙요는 눈을 감고 잠시 느끼더니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부문을 적은 뒤 어두운 곳을 향해 걸어갔다.이내 여인 한 명이 튀어나왔다.낙요는 화들짝 놀랐다.상대방은 겁 먹은 얼굴로 낙요를 바라보고 있었다.이곳에 갇힌 것이 낙요 한 명은 아닌 듯했다.낙요가 말했다.“보아하니 이곳에 오래 갇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나가고 싶소?”여인은 겁먹은 얼굴로 낙요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낙요가 눈을 빛냈다.“날 도와 한 가지 일을 한다면 내가 당신을 데리고 나가 자유를 주겠소.”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눈동자에 악랄한 빛이 맴돌았다.낙요는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을 전부 보고 있었다.그곳에 묶여 있는 혼백이라면 아마 허서화의 손에 죽어서 원망이 아주 많을 것이다.그러나 낙요가 막 이곳에 왔을 때는 발
그 말에 낙요는 살짝 당황했다.“알겠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급히 강여를 불렀다.“너희는 얼른 이 벽을 원래대로 돌려놓거라. 안과 밖이 차이가 있다. 잠시 뒤 허서화가 돌아온다면 누군가 온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두 사람은 다급히 벽을 밀어 그것을 원래대로 회복시키려 했다.그러나 너무 무거워서 두 사람으로는 버거웠다.낙요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벽은 들어가거나 나올 때 기관이 전부 한 방향으로만 열렸다.사람이 온 적이 없는 것처럼 해놓으려면 밖의 기관을 손봐야 했다.기옥도 이내 그 점을 깨달았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제가 밖에 나가겠습니다!”“전 들킨다고 해도 해명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낙요가 그녀를 불렀다.“잠깐!”“내가 해보겠다.”말하면서 낙요의 시선이 물속 구석에 있는 여자에게로 향했다.그녀는 낙요의 눈빛을 받자 황급히 말했다.“난 시험해 보았으나 밀리지 않았소.”낙요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당신의 원기는 아주 강하오.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벽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오.”여자는 들켰다는 생각에 낙요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낙요는 천명 나침반을 꺼내 금빛 진을 친 뒤 힘껏 휘둘렀다.그 여인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엄청난 음기로 벽을 공격했다.같은 시각, 허서화가 그 마당으로 향하고 있었다.허서화가 마당에 발을 들이는 순간, 벽이 닫혔다.강여와 기옥은 황급히 밀실 문 뒤로 몸을 숨겼다.이내 벽이 움직이고 허서화가 들어왔다.밀실 안에 들어선 순간, 허서화는 밀실 속 기운이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낙요 또한 그 점을 보아냈다.허서화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은 순간, 낙요는 비수를 꺼내 들어 그녀를 공격했다.허서화는 아주 빠르게 피했다.비수가 매섭게 벽에 꽂혔다.허서화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낙요를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이 수뢰는 내가 10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기관이오. 그런데 도망칠 생각을 한 것이오?”“그냥 포기하시오.”낙요
낙요는 깜짝 놀랐고 이내 모든 걸 깨달았다.그녀는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우리가 성주부에 도착한 첫날, 당신은 이미 날 노렸군요.”“강풍산 때문입니까?”허서화는 솔직히 대답했다.“그렇소.”“이 강풍산은 그 사람 손 안의 유일한 무기라 절대 쉽게 남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암시장에 내다 팔 리는 더더욱 없고.”“그동안 줄곧 몸을 숨기고 있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강풍산뿐이라니.”“당신은 그를 본 적이 있소. 내 말이 맞소?”허서화는 말하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이 말한 그 사람이 박중성입니까?”그 이름을 듣는 순간 허서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뜨겁게 눈을 빛냈다.그녀의 눈동자에 미처 감추지 못한 흥분이 보였다.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섬뜩했다.“역시나 그를 본 적이 있군! 그는 어디에 있소? 그가 어디 있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을 편히 죽여주겠소!”그 말을 들은 낙요는 황당했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박중성 때문에 절 노린 것이라고 하셨지요. 제가 당신에게 박중성의 행방을 얘기 해준다고 해도 절 죽일 생각입니까?”“이렇게 큰 비밀을 얘기해주는 데 겨우 편안하게 죽여주겠다고요?”허서화는 웃으며 말했다.“지금의 당신에게는 편안히 죽는 것도 사치요.”“이 아래의 기관이 작동된다면 당신은 내게 고마워할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제가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전 박중성이 당신에게 쓴 편지와 당신에게 준 사랑의 증표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서로 원수가 된 겁니까?”그 얘기에 허서화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그녀는 악랄하게 말했다.“그가 날 버렸소!”“말만 번지르르했지. 내게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했으면서 결국에는 후회했소!”“혼인을 치르는 날 도망을 쳐서,내가 웃음거리가 되게 했지!”낙요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허서화가 말한 그 사람이 봉시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먼저 함정을 파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