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021 - 챕터 2030

3013 챕터

제2021화

왜 자신이 잡혀 온 건지, 그들이 대체 무슨 증거를 장악한 건지, 허계지는 알지 못했다.-막사에 들어서자, 그 사내는 바닥에 털썩 앉았다.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오늘 당신들이 어떤 고문을 하든 난 절대...”사내는 그때까지도 당당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낙요는 낡은 천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낙요는 곧바로 나침반을 꺼낸 뒤 사내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눈을 감자 어떠한 장면들이 떠올랐다.놀랍게도 그 사내는 정말로 우두머리였고 지위도 낮지 않았다.그들 조직은 왕생방(往生坊)이라고 불렸고 줄곧 허계지와 연락하던 사람도 그였다.낙요는 다른 걸 더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그녀는 가장 깊은 기억 중 일부만 볼 수 있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낙요는 손을 거두어들인 뒤 그의 입을 막았던 낡은 천을 뺐다. 사내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류축(劉蓄), 당신은 왕생방의 루주(樓主)가 되고 싶은 모양이오?”그녀는 영혼 속 기억을 들여다볼 때 상대방의 집념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의 집념은 더욱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사내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낙요의 미소를 바라보자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어떻게...”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낙요가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누군가 보고했다.“성주부 허 부인께서 오셨습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곧이어 허서화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서 언짢음이 보였다. 그들에게로 걸어가던 허서화는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되었을 때,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그것을 숨겼다.허계지는 허서화가 오자 다급히 입을 열었다.“누이.”허서화는 미간을 찡그리고 옆에 있던 상 장군을 바라보았다.“이건 무슨 뜻입니까?”“왜 허계지를 잡은 겁니까?”허서화는 불쾌함을 내비쳤다.상 장군은 친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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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2화

허서화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낙요의 곁에서 따라 나오는 사내를 본 순간,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다행히도 다른 이들의 이목이 낙요에게 집중된 탓에 아무도 허서화의 충격받은 표정을 보지 못했다.허서화는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낙요는 앞으로 걸어가 쪽지 하나를 허서화에게 건넸다.“부인께선 허계지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아마 모르시겠지요. 도주영에 최근 소란이 일었는데 조사해 보니 허계지가 꾸민 짓이었습니다. 심지어 상씨 일가를 모함해서 그들을 죽게 할 뻔했습니다.”“그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았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허서화는 쪽지 속 내용을 본 순간, 안색이 급변하며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허계지를 바라봤다.허계지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낙요가 그 서신을 손에 넣었을 줄은 몰랐다.역시나 함정이 맞았다!“무슨 짓을 한 것이냐!”허서화는 화를 내며 허계지를 노려보았다.허계지는 켕기는 게 있었지만,여전히 변명했다.“누이, 아닙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어쩌면 상씨 일가가 저를 모함하려는 걸지도 모르지요.”“누이, 저자들은 줄곧 우리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저희를 겨냥한 겁니다. 저희 성주부를 해치기 위해서 말입니다.”낙요는 차갑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아직도 변명이라니.”“그러면 이자의 말을 들어봐야겠군요.”말하면서 낙요는 옆에 있던 류축을 걷어찼다.류축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순순히 대답했다.“저와 계속 연락하던 자는 허계지였습니다.”“제가 그에게 약재를 사서 그것들을 도주영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도주영을 모함하기 위해서 말입니다.”“허계지는 줄곧 압박받고 있었고 큰일을 하고 싶어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그래서 제가 그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큰돈을 벌 기회를 말입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상씨 일가는 낙요의 수단에 탄복했다. 류축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고 안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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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화

곧이어 낙요는 계속해 류축을 심문했다.그녀가 물었다.“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었소?”류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예전에 난 노예곡 사람과 연락했었소. 그런데 노예곡이 사라지고 그 뒤로 사람도 달라졌지. 서신은 도성에서 날아온 것이오.”“난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하오.”“이건 내가 사적으로 한 거래요. 위에 보고한 적이 없소.”“왕생방과는 상관없소.”“난 모든 걸 실토했으니 날 놓아주겠소? 난 윗분들에게 발각당하고 싶지 않소. 발각당한다면 난 죽을 것이오.”그 말에 낙요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류축을 관찰했다.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그러면 왕생방의 우두머리가 누군지 알고 있소?”류축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왕생방의 규칙이 바로 단순히 연락하는 것이오.”“위에서는 임무가 있을 때만 먼저 내게 연락해서 소식을 전달하오.”“우리는 윗분들과 만날 수 없소.”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당신은 언제부터 이 일을 한 것이오? 오성의 사람들과 연락할 때 암호 같은 것은 없소?”류축은 고민하다가 말했다.“2, 3년쯤 되었소. 노예곡에서 정기적으로 사람을 보내오면 난 그자들을 가둬놓고 훈련하오.”“처음에는 단순히 정예 병사들을 키우려는 줄로 알았소.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일반 백성이라 아무리 몸이 강하다고 해도 오랜 시간 훈련하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소.”“그래서 작년에 그들은 나더러 아주 큰 땅을 찾아 그 사람들을 약 안에 담가놓고, 수혼인지 뭔지 하는 것을 쓰라고 했소.”“난 잘 몰라 그들 쪽 사람들이 직접 그 일을 책임졌소.”“난 그저 약재와 장소를 제공할 뿐이오.”류축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노예곡과 연락할 땐 특별한 날개 기호를 썼었소.”“도성의 사람이 나와 연락할 때도 그 기호를 썼소.”낙요는 잠깐 고민한 뒤 물었다.“예전에 약을 만들던 사람은 누구요? 그를 본 적이 있소?”류축이 대답했다.“여인이었소. 항상 복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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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화

상 장군은 낙요가 이런 질문을 하리라 예상했다.허계지는 성주부의 사람이기 때문에 허계지가 한 짓이 성주부와 아무 관련 없으리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낙요가 오늘 밤까지 허계지를 살려둔 이유가 성주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상 장군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대답했다.“오늘 우리가 성주부로 갔을 때 모든 것이 정상이었소.”“이상한 점은 없었소.”“허서화는 허계지가 한 짓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소.”“하지만 우리의 말에 그는 허계지에게 의문을 품었고 오늘 밤 허계지를 찾아 얘기를 나눠보려고 우리와 함께 주둔지로 온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성주부에 허계지의 사람이 있었습니까?”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있었소.”“허계지에게 심복이 한두 명 있었소.”“성주부는 아주 크고 뒤에 마당 여러 개가 이어져 있었소. 벽이 없어 전부 통했지. 허계지의 거처는 허서화와 따로 있어서 그들 사이에는 왕래가 없었소.”“필요하다면 내가 내일 성주부에 가서 허계지의 방을 수색하겠소.”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괜찮습니다. 허계지는 도주성에 별원 한 채를 두고 있는데 아마 중요한 물건들은 별원에 숨겨뒀을 겁니다.”“두 명의 심복을 성주부에 남겨둔 건 성주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일 겁니다.”상 장군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하오.”성주부 지도를 떠올리던 낙요는 조금 전 상 장군이 말한 서로 이어진 마당이 떠올랐고 이내 의심이 들었다.“상 장군, 제가 기억하기론 성주부가 상 장군의 말처럼 크지 않았습니다.”낙요는 나뭇가지를 들고 바닥에 성주부의 구조를 그렸다.상 장군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제사장은 성주부에서 이틀밖에 묵지 않았는데 성주부의 지형을 전부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그릴 수도 있었다.낙요가 지도를 다 그린 뒤 상 장군은 나뭇가지로 조금 더 그렸다.“두 마당은 각자 이곳과 이곳에 있소.”“옆에 있는 저택을 사들여 통하게 만든 것이오. 앞뒤에서 봤을 때는 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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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5화

“이 초상화 속 여인을 보시오. 그날 그 여인과 어디가 닮았다는 말이오?”“완전히 다른 사람이오!”“우리 모두 그녀에게 속은 것이오!”설진재는 그날 무릎을 꿇고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이렇게 큰 망신을 당했으니 반드시 복수할 셈이었다.그 말에 허서화는 동공이 흔들렸다. 화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설진재는 뭔가 떠올린 건지 다급히 말했다.“참, 내가 들은걸로는 낙청연은 도성에서 죽었소.”“그래서 이 여인이 낙청연인 척할 수 있었던 것이오.”“성주, 꼭 이자의 정체를 밝혀주시오!”허서화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초상화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정체를 밝혀 무엇하오? 난 그녀의 뒤에 배경이 없음을 확실히 알고 싶었던 것뿐이오.”“그래야 그자가 죽어도 아무도 조사하지 않을 테니 말이오.”그 말에 설진재는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하지만 상씨 집안이 있지 않소? 상씨 일가와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 말이오.”“그들이 만약...”허서화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녀는 상씨 일가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소. 그런데 누가 그녀의 행방을 찾는단 말이오?”허서화가 더욱 걱정되는 건 기옥이었다.기옥은 그들을 아주 믿는 듯했다.하지만 그건 좋은 일이기도 했다. 기옥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없애버린다면 기옥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니 말이다.그렇다면 기옥은 얌전히 그녀의 곁에 있어 줄 것이다.허서화는 기옥이 언젠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허서화가 분부했다.“그리고 왕생방이 나 몰래 거래해서 문제를 일으켰으니, 기회를 찾아 류축을 없애시오.”설진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꼭 조심해야 하오. 침서가 지금 도주영에 있소. 절대 그가 눈치채게 해서는 아니 되오.”설진재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가보시오.”곧이어 설진재는 얌전히 그곳을 떠났다. 나갈 때 방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하지만 허서화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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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6화

한바탕 수색해 보았지만, 이곳에서 별로 쓸모 있는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리하여 류축을 따라 그의 처소로 갔다.그의 처소는 바로 역참 뒤쪽의 아주 은밀한 곳에 있었지만, 수시로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문 앞에 도착하자, 류축은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만 따라 들어오시오.”곧이어 낙요는 류축을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다.그냥 보통 정원이었고, 가택도 더없이 평범했다.그러나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방이 하나 더 있었고, 대량의 전서구를 기르고 있었다.그리고 옆에는 밀실도 있었다.하지만 류축은 낙요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고, 혼자 들어가서 서신을 전부 꺼내왔다.그는 낙요 앞에 나무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전부 여기에 있소.”“노예곡, 도성, 그리고 허계지와 주고받은 서신들은 전부 다 여기에 있소.”“이것들은 원래 다 기밀이오. 우리 이 업종의 규칙은, 이 서신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없지만, 오늘 이례적으로 당신에게 보여주겠소.”“그러나 이 서신들에 대해 당신은 비밀을 지켜야 하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물론이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겠소.”낙요는 나무상자를 안고 바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류축은 그녀를 불렀다. “잠시만.”“이 사건을 종결지을 때, 왕생방을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되겠소? 이 장사를 나는 위쪽 몰래 받은 거란 말이오.”“만약 이 일이 새 나가면, 나는 왕생방을 떠나야 하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소.”곧이어 낙요는 나무상자를 안고 떠났다.류축은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다. 낙요가 그를 놓아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일행은 진영으로 돌아온 후, 나머지 살수 세 명도 풀어주었다.그리고 돌아가서 나무상자 속의 서신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서신 수량이 많은 관계로, 부진환도 그녀를 도와 막사 안에서 함께 정리했다.한 편씩 열어보며, 허계지와 주고받은 서신을 전부 정리했다. 이것들은 모두 증거다.서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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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7화

부진환은 그 서신을 낙요에게 건넸다.서신을 받아 보니, 오른쪽 하단에 붉은색 부문이 있었고, 그것은 부문 몇 개를 이어 놓은 주술이었다.“이건 왕생이라는 뜻이오. 아마도 왕생방 내부에서 주고받은 서신인 거 같소.”“이 서신의 내용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소. 아마도 실수로 잘못 넣었거나 떨어뜨린 것 같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거였구먼.”“그럼, 이제 도성으로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돌아가도 되지만, 어렵게 나온 건데, 며칠 더 머물다 가자고.”“게다가 아직 성주부도 가보지 못했고, 기옥도 모처럼 왔는데 허서화와 지낼 시간을 좀 주자고!”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희색을 띠며 말했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당신이 왜 이렇게 기뻐하는 거요?”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기옥 대신 기뻐하는 겁니다.”그는 당연히 도주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어쨌든 낙요는 도성으로 돌아가면, 침서와 혼인해야 하기 때문이다.하루라도 더 있으면, 낙요와 침서의 혼인을 막을 방법을 하루라도 더 생각할 수 있었다.침서를 암살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필경 침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적어도 지금까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내가 이 서신을 류축에게 갖다주고 오겠소. 혹시 아직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낙요는 이번 류축의 협조와 큰 도움에 감사했다.그리고 이토록 신비롭고 강대한 왕생방이라는 조직을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마침 류축을 찾아가 생방에 대해 할 얘기도 있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낙요가 일어서더니, 말했다. “괜찮소. 곧 돌아올 테니까.”“알겠습니다.”낙요가 떠난 후, 부진환은 급히 강여를 찾아갔다.하지만 막사에 도착했을 때, 막사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강여가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구십칠의 원수를 갚아 줄 그날이 언젠가 찾아올 겁니다.”“꼭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셔야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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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8화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거요. 나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소.”“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부진환은 그날 밤 정서가 무너져 고통에 허덕이던 낙요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 기억들은 낙요를 괴롭히고 있었다.그는 이미 낙요에게 수많은 상처를 주었는데, 더 이상 고통을 안겨줄 수 없었다.하지만 강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부님께서 어찌 침서가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또한 어찌 침서와 혼인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부진환은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대제사장이 별로 침서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않소.”“그때, 침서와 혼인을 약조한 건, 계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소.”“지금 본인이 낙청연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건, 이미 우리 말을 믿는다는 뜻 아니겠소?”“하지만 여전히 침서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단지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만일 그 이유를 알아낸다면, 어쩌면 침서에게 시집가는 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 외,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기옥은 잠깐 생각하더니, 추측했다. “혹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구십칠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말입니다.”“하지만 침서가 혼인을 원하는 이상, 만약 언니가 후회하면 침서는 바로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그럼, 살계를 벌일 수도 있습니다.”“언니는 아마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침서를 진정시키려는 거 같습니다.”여기까지 듣던 강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날 밤 저는 광기 부리는 침서를 보았습니다. 그는 하마터면 저를 목 졸라 죽일 뻔했습니다.”“사부님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아마 사부님도 침서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강여의 목소리는 갑자기 울먹이더니, 기분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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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9화

낙요는 즉시 류축을 대들보에서 내려놓았다.류축의 늑흔을 검사해 보니, 목을 졸라 죽인 게 아니라,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그런데 류축이 왜 자결했을까?“대장.”갑자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바로 도주영에 함께 잡혀갔다가 풀려난 그 세 사람이었다.그들은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 즉시 달려왔다.류축이 죽은 걸 보고 급히 칼을 뽑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요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아니오. 나도 지금 막 도착했소. 류축은 이미 죽어 있었소.”“목을 매달아 죽은 거니까 당신들 직접 보시오.”세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몸을 웅크리고 검사해 보니,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이럴 수가!” 그 사람은 몹시 놀라 했다.낙요가 물었다. “류축이 자결할 가능성은 없소?”“아니면, 당신들이 한 일이 이미 폭로되었고, 왕생방의 위 사람에게 들켜서, 그들이 류축에게 자결을 강요한 건 아니오?”하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대장은 절대 자결하지 않소. 위 사람 몰래 이 장사를 받은 것도 돈을 많이 벌어 자기 영역을 넓히고, 더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였단 말이오.”“그는 지금 왕생방에서의 지위를 지키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자백했소.”“게다가 이 장사는 우리 몇 사람만 알고 있고, 절대 이 비밀을 왕생방에 발설할 사람은 없단 말이오.”“일단 발설하면, 우리 세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오.”여기까지 듣던 낙요는 살짝 놀랐다.그렇다. 류축과 이 세 사람은 모두 도주영에 잡혀갔었다.만약 위 사람이 멸구 하려 했다면, 이 세 사람도 함께 죽여야 마땅한데, 왜 하필 류축만 죽였겠는가?류축을 죽인 건,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하는 더 긴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이번 사건이라면, 이 세 사람도 연루되었으니, 급히 류축만 죽이고 이 세 사람은 살려 놨을 리가 없다.그러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그러나 류축이 사망한 시간을 추측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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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0화

유용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낙요는 즉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정리했다.그러나 서신은 이미 훼손되었고, 내용도 완전하지 않았다.하지만 글자가 보이는 건, 모두 수거했다.곧, 부진환은 강여와 기옥을 데리고 달려왔다.이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류축을 죽이다니, 틀림없이 아직 숨기는 게 있군요.”부진환은 생각에 잠겨 추측했다.낙요도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슨 단서라도 나오겠는지 한번 찾아보자고.”그들은 즉시 낙요를 도와 타다 남은 서신들을 수거해서, 한 장씩 땅바닥에 펼쳐 놓았다.하지만 거의 다 쓸모없는 내용들이었다.이 밀실에 놓여 있던 서신은 류축의 임무와, 받은 장사였기 때문에 내용도 많고 또한 매우 어지러웠다. 그러니 낙요에겐 별로 쓸모가 없었다.잔존한 서신들의 내용을 다 훑어보았지만, 쓸모 있는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그들은 땅바닥에 앉아, 진지하게 생각했다.부진환이 방안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 방안에 서신만 있었습니까?”“류축은 이 장사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돈은 어디에 숨겼을까요?”이 말이 나오자, 그들은 바로 일어나, 이 가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다 뒤져보아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제 전서구를 기르는 방만 남았다.그들은 새장을 옮기고, 샅샅이 뒤졌다.과연, 벽에서 서랍을 발견했다.“여기 있습니다!”서랍을 열고, 안에서 자물쇠가 달린 나무상자를 꺼냈다.자물쇠를 부쉈더니, 역시 은표가 가득 들어있었다.그리고 수많은 열쇠와 집문서가 있었는데, 일부는 상가의 땅문서였다.이것이 아마도 류축의 전 재산인 거 같았다.한 묶음의 은표 밑에는 책자가 하나 있었다.열어보니, 장부였고, 류축이 받은 장사와 위에서 내린 임무들이 적혀 있었다.평범하고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지만, 낙요는 한 장씩 훑어보았다.원래는 이번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는 목적이었으나, 더욱 놀라운 걸 발견했다.다들 낙요의 놀란 표정을 보더니, 일제히 모여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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