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화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낙요의 곁에서 따라 나오는 사내를 본 순간,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다행히도 다른 이들의 이목이 낙요에게 집중된 탓에 아무도 허서화의 충격받은 표정을 보지 못했다.허서화는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낙요는 앞으로 걸어가 쪽지 하나를 허서화에게 건넸다.“부인께선 허계지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아마 모르시겠지요. 도주영에 최근 소란이 일었는데 조사해 보니 허계지가 꾸민 짓이었습니다. 심지어 상씨 일가를 모함해서 그들을 죽게 할 뻔했습니다.”“그는 다른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았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허서화는 쪽지 속 내용을 본 순간, 안색이 급변하며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허계지를 바라봤다.허계지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낙요가 그 서신을 손에 넣었을 줄은 몰랐다.역시나 함정이 맞았다!“무슨 짓을 한 것이냐!”허서화는 화를 내며 허계지를 노려보았다.허계지는 켕기는 게 있었지만,여전히 변명했다.“누이, 아닙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어쩌면 상씨 일가가 저를 모함하려는 걸지도 모르지요.”“누이, 저자들은 줄곧 우리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저희를 겨냥한 겁니다. 저희 성주부를 해치기 위해서 말입니다.”낙요는 차갑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아직도 변명이라니.”“그러면 이자의 말을 들어봐야겠군요.”말하면서 낙요는 옆에 있던 류축을 걷어찼다.류축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순순히 대답했다.“저와 계속 연락하던 자는 허계지였습니다.”“제가 그에게 약재를 사서 그것들을 도주영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도주영을 모함하기 위해서 말입니다.”“허계지는 줄곧 압박받고 있었고 큰일을 하고 싶어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그래서 제가 그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큰돈을 벌 기회를 말입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상씨 일가는 낙요의 수단에 탄복했다. 류축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고 안색도
곧이어 낙요는 계속해 류축을 심문했다.그녀가 물었다.“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었소?”류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예전에 난 노예곡 사람과 연락했었소. 그런데 노예곡이 사라지고 그 뒤로 사람도 달라졌지. 서신은 도성에서 날아온 것이오.”“난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하오.”“이건 내가 사적으로 한 거래요. 위에 보고한 적이 없소.”“왕생방과는 상관없소.”“난 모든 걸 실토했으니 날 놓아주겠소? 난 윗분들에게 발각당하고 싶지 않소. 발각당한다면 난 죽을 것이오.”그 말에 낙요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류축을 관찰했다.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그러면 왕생방의 우두머리가 누군지 알고 있소?”류축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왕생방의 규칙이 바로 단순히 연락하는 것이오.”“위에서는 임무가 있을 때만 먼저 내게 연락해서 소식을 전달하오.”“우리는 윗분들과 만날 수 없소.”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당신은 언제부터 이 일을 한 것이오? 오성의 사람들과 연락할 때 암호 같은 것은 없소?”류축은 고민하다가 말했다.“2, 3년쯤 되었소. 노예곡에서 정기적으로 사람을 보내오면 난 그자들을 가둬놓고 훈련하오.”“처음에는 단순히 정예 병사들을 키우려는 줄로 알았소.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일반 백성이라 아무리 몸이 강하다고 해도 오랜 시간 훈련하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소.”“그래서 작년에 그들은 나더러 아주 큰 땅을 찾아 그 사람들을 약 안에 담가놓고, 수혼인지 뭔지 하는 것을 쓰라고 했소.”“난 잘 몰라 그들 쪽 사람들이 직접 그 일을 책임졌소.”“난 그저 약재와 장소를 제공할 뿐이오.”류축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노예곡과 연락할 땐 특별한 날개 기호를 썼었소.”“도성의 사람이 나와 연락할 때도 그 기호를 썼소.”낙요는 잠깐 고민한 뒤 물었다.“예전에 약을 만들던 사람은 누구요? 그를 본 적이 있소?”류축이 대답했다.“여인이었소. 항상 복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
상 장군은 낙요가 이런 질문을 하리라 예상했다.허계지는 성주부의 사람이기 때문에 허계지가 한 짓이 성주부와 아무 관련 없으리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낙요가 오늘 밤까지 허계지를 살려둔 이유가 성주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상 장군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대답했다.“오늘 우리가 성주부로 갔을 때 모든 것이 정상이었소.”“이상한 점은 없었소.”“허서화는 허계지가 한 짓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소.”“하지만 우리의 말에 그는 허계지에게 의문을 품었고 오늘 밤 허계지를 찾아 얘기를 나눠보려고 우리와 함께 주둔지로 온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성주부에 허계지의 사람이 있었습니까?”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있었소.”“허계지에게 심복이 한두 명 있었소.”“성주부는 아주 크고 뒤에 마당 여러 개가 이어져 있었소. 벽이 없어 전부 통했지. 허계지의 거처는 허서화와 따로 있어서 그들 사이에는 왕래가 없었소.”“필요하다면 내가 내일 성주부에 가서 허계지의 방을 수색하겠소.”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괜찮습니다. 허계지는 도주성에 별원 한 채를 두고 있는데 아마 중요한 물건들은 별원에 숨겨뒀을 겁니다.”“두 명의 심복을 성주부에 남겨둔 건 성주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일 겁니다.”상 장군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하오.”성주부 지도를 떠올리던 낙요는 조금 전 상 장군이 말한 서로 이어진 마당이 떠올랐고 이내 의심이 들었다.“상 장군, 제가 기억하기론 성주부가 상 장군의 말처럼 크지 않았습니다.”낙요는 나뭇가지를 들고 바닥에 성주부의 구조를 그렸다.상 장군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제사장은 성주부에서 이틀밖에 묵지 않았는데 성주부의 지형을 전부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그릴 수도 있었다.낙요가 지도를 다 그린 뒤 상 장군은 나뭇가지로 조금 더 그렸다.“두 마당은 각자 이곳과 이곳에 있소.”“옆에 있는 저택을 사들여 통하게 만든 것이오. 앞뒤에서 봤을 때는 티가
“이 초상화 속 여인을 보시오. 그날 그 여인과 어디가 닮았다는 말이오?”“완전히 다른 사람이오!”“우리 모두 그녀에게 속은 것이오!”설진재는 그날 무릎을 꿇고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이렇게 큰 망신을 당했으니 반드시 복수할 셈이었다.그 말에 허서화는 동공이 흔들렸다. 화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설진재는 뭔가 떠올린 건지 다급히 말했다.“참, 내가 들은걸로는 낙청연은 도성에서 죽었소.”“그래서 이 여인이 낙청연인 척할 수 있었던 것이오.”“성주, 꼭 이자의 정체를 밝혀주시오!”허서화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초상화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정체를 밝혀 무엇하오? 난 그녀의 뒤에 배경이 없음을 확실히 알고 싶었던 것뿐이오.”“그래야 그자가 죽어도 아무도 조사하지 않을 테니 말이오.”그 말에 설진재는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하지만 상씨 집안이 있지 않소? 상씨 일가와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 말이오.”“그들이 만약...”허서화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그녀는 상씨 일가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소. 그런데 누가 그녀의 행방을 찾는단 말이오?”허서화가 더욱 걱정되는 건 기옥이었다.기옥은 그들을 아주 믿는 듯했다.하지만 그건 좋은 일이기도 했다. 기옥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없애버린다면 기옥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니 말이다.그렇다면 기옥은 얌전히 그녀의 곁에 있어 줄 것이다.허서화는 기옥이 언젠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허서화가 분부했다.“그리고 왕생방이 나 몰래 거래해서 문제를 일으켰으니, 기회를 찾아 류축을 없애시오.”설진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꼭 조심해야 하오. 침서가 지금 도주영에 있소. 절대 그가 눈치채게 해서는 아니 되오.”설진재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가보시오.”곧이어 설진재는 얌전히 그곳을 떠났다. 나갈 때 방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하지만 허서화는 여전히
한바탕 수색해 보았지만, 이곳에서 별로 쓸모 있는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리하여 류축을 따라 그의 처소로 갔다.그의 처소는 바로 역참 뒤쪽의 아주 은밀한 곳에 있었지만, 수시로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문 앞에 도착하자, 류축은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만 따라 들어오시오.”곧이어 낙요는 류축을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다.그냥 보통 정원이었고, 가택도 더없이 평범했다.그러나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방이 하나 더 있었고, 대량의 전서구를 기르고 있었다.그리고 옆에는 밀실도 있었다.하지만 류축은 낙요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고, 혼자 들어가서 서신을 전부 꺼내왔다.그는 낙요 앞에 나무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전부 여기에 있소.”“노예곡, 도성, 그리고 허계지와 주고받은 서신들은 전부 다 여기에 있소.”“이것들은 원래 다 기밀이오. 우리 이 업종의 규칙은, 이 서신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없지만, 오늘 이례적으로 당신에게 보여주겠소.”“그러나 이 서신들에 대해 당신은 비밀을 지켜야 하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물론이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겠소.”낙요는 나무상자를 안고 바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류축은 그녀를 불렀다. “잠시만.”“이 사건을 종결지을 때, 왕생방을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되겠소? 이 장사를 나는 위쪽 몰래 받은 거란 말이오.”“만약 이 일이 새 나가면, 나는 왕생방을 떠나야 하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소.”곧이어 낙요는 나무상자를 안고 떠났다.류축은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다. 낙요가 그를 놓아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일행은 진영으로 돌아온 후, 나머지 살수 세 명도 풀어주었다.그리고 돌아가서 나무상자 속의 서신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서신 수량이 많은 관계로, 부진환도 그녀를 도와 막사 안에서 함께 정리했다.한 편씩 열어보며, 허계지와 주고받은 서신을 전부 정리했다. 이것들은 모두 증거다.서신 내용
부진환은 그 서신을 낙요에게 건넸다.서신을 받아 보니, 오른쪽 하단에 붉은색 부문이 있었고, 그것은 부문 몇 개를 이어 놓은 주술이었다.“이건 왕생이라는 뜻이오. 아마도 왕생방 내부에서 주고받은 서신인 거 같소.”“이 서신의 내용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소. 아마도 실수로 잘못 넣었거나 떨어뜨린 것 같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거였구먼.”“그럼, 이제 도성으로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돌아가도 되지만, 어렵게 나온 건데, 며칠 더 머물다 가자고.”“게다가 아직 성주부도 가보지 못했고, 기옥도 모처럼 왔는데 허서화와 지낼 시간을 좀 주자고!”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희색을 띠며 말했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당신이 왜 이렇게 기뻐하는 거요?”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기옥 대신 기뻐하는 겁니다.”그는 당연히 도주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어쨌든 낙요는 도성으로 돌아가면, 침서와 혼인해야 하기 때문이다.하루라도 더 있으면, 낙요와 침서의 혼인을 막을 방법을 하루라도 더 생각할 수 있었다.침서를 암살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필경 침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적어도 지금까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내가 이 서신을 류축에게 갖다주고 오겠소. 혹시 아직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낙요는 이번 류축의 협조와 큰 도움에 감사했다.그리고 이토록 신비롭고 강대한 왕생방이라는 조직을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마침 류축을 찾아가 생방에 대해 할 얘기도 있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낙요가 일어서더니, 말했다. “괜찮소. 곧 돌아올 테니까.”“알겠습니다.”낙요가 떠난 후, 부진환은 급히 강여를 찾아갔다.하지만 막사에 도착했을 때, 막사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강여가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구십칠의 원수를 갚아 줄 그날이 언젠가 찾아올 겁니다.”“꼭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셔야 합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거요. 나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소.”“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부진환은 그날 밤 정서가 무너져 고통에 허덕이던 낙요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 기억들은 낙요를 괴롭히고 있었다.그는 이미 낙요에게 수많은 상처를 주었는데, 더 이상 고통을 안겨줄 수 없었다.하지만 강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부님께서 어찌 침서가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또한 어찌 침서와 혼인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부진환은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대제사장이 별로 침서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않소.”“그때, 침서와 혼인을 약조한 건, 계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소.”“지금 본인이 낙청연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건, 이미 우리 말을 믿는다는 뜻 아니겠소?”“하지만 여전히 침서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단지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만일 그 이유를 알아낸다면, 어쩌면 침서에게 시집가는 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 외,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기옥은 잠깐 생각하더니, 추측했다. “혹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구십칠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말입니다.”“하지만 침서가 혼인을 원하는 이상, 만약 언니가 후회하면 침서는 바로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그럼, 살계를 벌일 수도 있습니다.”“언니는 아마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침서를 진정시키려는 거 같습니다.”여기까지 듣던 강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날 밤 저는 광기 부리는 침서를 보았습니다. 그는 하마터면 저를 목 졸라 죽일 뻔했습니다.”“사부님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아마 사부님도 침서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강여의 목소리는 갑자기 울먹이더니, 기분이 씁쓸해졌다.
낙요는 즉시 류축을 대들보에서 내려놓았다.류축의 늑흔을 검사해 보니, 목을 졸라 죽인 게 아니라,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그런데 류축이 왜 자결했을까?“대장.”갑자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바로 도주영에 함께 잡혀갔다가 풀려난 그 세 사람이었다.그들은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 즉시 달려왔다.류축이 죽은 걸 보고 급히 칼을 뽑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요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아니오. 나도 지금 막 도착했소. 류축은 이미 죽어 있었소.”“목을 매달아 죽은 거니까 당신들 직접 보시오.”세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몸을 웅크리고 검사해 보니,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이럴 수가!” 그 사람은 몹시 놀라 했다.낙요가 물었다. “류축이 자결할 가능성은 없소?”“아니면, 당신들이 한 일이 이미 폭로되었고, 왕생방의 위 사람에게 들켜서, 그들이 류축에게 자결을 강요한 건 아니오?”하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대장은 절대 자결하지 않소. 위 사람 몰래 이 장사를 받은 것도 돈을 많이 벌어 자기 영역을 넓히고, 더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였단 말이오.”“그는 지금 왕생방에서의 지위를 지키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자백했소.”“게다가 이 장사는 우리 몇 사람만 알고 있고, 절대 이 비밀을 왕생방에 발설할 사람은 없단 말이오.”“일단 발설하면, 우리 세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오.”여기까지 듣던 낙요는 살짝 놀랐다.그렇다. 류축과 이 세 사람은 모두 도주영에 잡혀갔었다.만약 위 사람이 멸구 하려 했다면, 이 세 사람도 함께 죽여야 마땅한데, 왜 하필 류축만 죽였겠는가?류축을 죽인 건,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하는 더 긴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이번 사건이라면, 이 세 사람도 연루되었으니, 급히 류축만 죽이고 이 세 사람은 살려 놨을 리가 없다.그러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그러나 류축이 사망한 시간을 추측해 보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