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그 서신을 낙요에게 건넸다.서신을 받아 보니, 오른쪽 하단에 붉은색 부문이 있었고, 그것은 부문 몇 개를 이어 놓은 주술이었다.“이건 왕생이라는 뜻이오. 아마도 왕생방 내부에서 주고받은 서신인 거 같소.”“이 서신의 내용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소. 아마도 실수로 잘못 넣었거나 떨어뜨린 것 같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거였구먼.”“그럼, 이제 도성으로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돌아가도 되지만, 어렵게 나온 건데, 며칠 더 머물다 가자고.”“게다가 아직 성주부도 가보지 못했고, 기옥도 모처럼 왔는데 허서화와 지낼 시간을 좀 주자고!”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희색을 띠며 말했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당신이 왜 이렇게 기뻐하는 거요?”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기옥 대신 기뻐하는 겁니다.”그는 당연히 도주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어쨌든 낙요는 도성으로 돌아가면, 침서와 혼인해야 하기 때문이다.하루라도 더 있으면, 낙요와 침서의 혼인을 막을 방법을 하루라도 더 생각할 수 있었다.침서를 암살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필경 침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적어도 지금까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내가 이 서신을 류축에게 갖다주고 오겠소. 혹시 아직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낙요는 이번 류축의 협조와 큰 도움에 감사했다.그리고 이토록 신비롭고 강대한 왕생방이라는 조직을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마침 류축을 찾아가 생방에 대해 할 얘기도 있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낙요가 일어서더니, 말했다. “괜찮소. 곧 돌아올 테니까.”“알겠습니다.”낙요가 떠난 후, 부진환은 급히 강여를 찾아갔다.하지만 막사에 도착했을 때, 막사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강여가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구십칠의 원수를 갚아 줄 그날이 언젠가 찾아올 겁니다.”“꼭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셔야 합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거요. 나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소.”“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부진환은 그날 밤 정서가 무너져 고통에 허덕이던 낙요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 기억들은 낙요를 괴롭히고 있었다.그는 이미 낙요에게 수많은 상처를 주었는데, 더 이상 고통을 안겨줄 수 없었다.하지만 강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부님께서 어찌 침서가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또한 어찌 침서와 혼인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부진환은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대제사장이 별로 침서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않소.”“그때, 침서와 혼인을 약조한 건, 계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소.”“지금 본인이 낙청연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건, 이미 우리 말을 믿는다는 뜻 아니겠소?”“하지만 여전히 침서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단지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만일 그 이유를 알아낸다면, 어쩌면 침서에게 시집가는 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 외,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기옥은 잠깐 생각하더니, 추측했다. “혹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구십칠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말입니다.”“하지만 침서가 혼인을 원하는 이상, 만약 언니가 후회하면 침서는 바로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그럼, 살계를 벌일 수도 있습니다.”“언니는 아마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침서를 진정시키려는 거 같습니다.”여기까지 듣던 강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날 밤 저는 광기 부리는 침서를 보았습니다. 그는 하마터면 저를 목 졸라 죽일 뻔했습니다.”“사부님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아마 사부님도 침서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강여의 목소리는 갑자기 울먹이더니, 기분이 씁쓸해졌다.
낙요는 즉시 류축을 대들보에서 내려놓았다.류축의 늑흔을 검사해 보니, 목을 졸라 죽인 게 아니라,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그런데 류축이 왜 자결했을까?“대장.”갑자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바로 도주영에 함께 잡혀갔다가 풀려난 그 세 사람이었다.그들은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 즉시 달려왔다.류축이 죽은 걸 보고 급히 칼을 뽑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요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아니오. 나도 지금 막 도착했소. 류축은 이미 죽어 있었소.”“목을 매달아 죽은 거니까 당신들 직접 보시오.”세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몸을 웅크리고 검사해 보니, 목을 매달아 죽은 게 확실했다.“이럴 수가!” 그 사람은 몹시 놀라 했다.낙요가 물었다. “류축이 자결할 가능성은 없소?”“아니면, 당신들이 한 일이 이미 폭로되었고, 왕생방의 위 사람에게 들켜서, 그들이 류축에게 자결을 강요한 건 아니오?”하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대장은 절대 자결하지 않소. 위 사람 몰래 이 장사를 받은 것도 돈을 많이 벌어 자기 영역을 넓히고, 더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였단 말이오.”“그는 지금 왕생방에서의 지위를 지키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자백했소.”“게다가 이 장사는 우리 몇 사람만 알고 있고, 절대 이 비밀을 왕생방에 발설할 사람은 없단 말이오.”“일단 발설하면, 우리 세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오.”여기까지 듣던 낙요는 살짝 놀랐다.그렇다. 류축과 이 세 사람은 모두 도주영에 잡혀갔었다.만약 위 사람이 멸구 하려 했다면, 이 세 사람도 함께 죽여야 마땅한데, 왜 하필 류축만 죽였겠는가?류축을 죽인 건,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하는 더 긴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이번 사건이라면, 이 세 사람도 연루되었으니, 급히 류축만 죽이고 이 세 사람은 살려 놨을 리가 없다.그러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그러나 류축이 사망한 시간을 추측해 보니
유용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낙요는 즉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정리했다.그러나 서신은 이미 훼손되었고, 내용도 완전하지 않았다.하지만 글자가 보이는 건, 모두 수거했다.곧, 부진환은 강여와 기옥을 데리고 달려왔다.이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류축을 죽이다니, 틀림없이 아직 숨기는 게 있군요.”부진환은 생각에 잠겨 추측했다.낙요도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슨 단서라도 나오겠는지 한번 찾아보자고.”그들은 즉시 낙요를 도와 타다 남은 서신들을 수거해서, 한 장씩 땅바닥에 펼쳐 놓았다.하지만 거의 다 쓸모없는 내용들이었다.이 밀실에 놓여 있던 서신은 류축의 임무와, 받은 장사였기 때문에 내용도 많고 또한 매우 어지러웠다. 그러니 낙요에겐 별로 쓸모가 없었다.잔존한 서신들의 내용을 다 훑어보았지만, 쓸모 있는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그들은 땅바닥에 앉아, 진지하게 생각했다.부진환이 방안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 방안에 서신만 있었습니까?”“류축은 이 장사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돈은 어디에 숨겼을까요?”이 말이 나오자, 그들은 바로 일어나, 이 가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다 뒤져보아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제 전서구를 기르는 방만 남았다.그들은 새장을 옮기고, 샅샅이 뒤졌다.과연, 벽에서 서랍을 발견했다.“여기 있습니다!”서랍을 열고, 안에서 자물쇠가 달린 나무상자를 꺼냈다.자물쇠를 부쉈더니, 역시 은표가 가득 들어있었다.그리고 수많은 열쇠와 집문서가 있었는데, 일부는 상가의 땅문서였다.이것이 아마도 류축의 전 재산인 거 같았다.한 묶음의 은표 밑에는 책자가 하나 있었다.열어보니, 장부였고, 류축이 받은 장사와 위에서 내린 임무들이 적혀 있었다.평범하고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지만, 낙요는 한 장씩 훑어보았다.원래는 이번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는 목적이었으나, 더욱 놀라운 걸 발견했다.다들 낙요의 놀란 표정을 보더니, 일제히 모여들었
“아마 왕생방이 이 일을 추진하여 진씨 가문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누가 기씨 가문과 이렇게 큰 원한이 있을까요?”다들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그러나 기옥의 두 눈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고 살기가 가득했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만일 이 일을 추진하는 배후가 있다면, 저의 원수는 아직 갚지 못했다는 걸 설명합니다.”낙요도 생각하더니 말했다. “상안의 말로는 왕생방의 세력은 무척 강대하고, 여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고 하더구나.”“그럼, 운주에도 아마 왕생방의 세력이 있을 거야.”“그런데 왜 도주의 왕생방이 이 임무를 받았을까?”“그렇다면, 죽일 사람이 도주에 있거나, 아니면 임무를 하달한 사람이 도주에 있거나… “이 말이 나오자, 기옥은 몹시 놀라 하더니, 그 순간 거의 숨이 멎을 뻔했다.“맞습니다! 임무를 하달한 사람이 도주에 있기 때문에 류축이 이 임무를 받은 겁니다!”“류축이 임무를 받은 후에, 운주의 왕생방에 다시 연락을 취했습니다.”“그러니, 우리 가족을 몰살한 배후 세력은 바로 도주에 있습니다!”이 말을 하는 기옥의 등골은 오싹했고,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정신을 가다듬고, 기옥은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 말했다. “부모님의 원수를 꼭 갚을 겁니다!”강여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옥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제가 복수를 돕겠습니다!”그 후, 그들은 류축의 방안을 더 뒤져보았지만, 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그리하여 그곳에서 나왔다.그곳을 떠난 후, 그들은 도주영은 들리지 않고, 곧바로 도주성으로 돌아갔다.낙요가 고개를 돌려 기옥에게 물었다. “혹시 성주부로 가고 싶으냐?”기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고모가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보면, 틀림없이 걱정할 거다.“도주에서 부모님과 원수가 있는 사람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고모가 알면 걱정할 거니까, 고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그럼, 우리 일단 객잔으로 가서, 도주성의 세력을 알아보자꾸나.”이럴 때, 왕생방의 그 살수
그들은 도주의 각 세력에 대해 모두 상세하게 적었지만, 유독 성주부만 적지 않았다.낙요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혹시 성주부에 대해선 모르시오?”상대방이 대답했다. “잘 모르오.”“왕생방에 가입하고부터 성주부에 관한 임무는 단 한 번도 없었소.”“예전에 대장이 우리에게 말한 적이 있소. 아주 오래전에 성주 어르신이 성주부를 관리할 때, 왕생방에서 임무를 좀 수행한 적은 있었다고 하더군.”“허서화가 한 남자를 잡으려고 했지만, 후에 성주 어르신이 나서서 극구 제지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우리 왕생방에게 다시는 그 남자를 붙잡지 말라고 하였다더군.”“그 후로 다시는 성주부와 접촉하지 않았소.”이 말을 듣고, 낙요는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기옥을 쳐다보았다.“한데 넌 예전에 나에게 성주 어르신이 허서화를 도와 한 남자를 붙잡은 적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어찌하여 성주 어르신이 제지한 게 되었느냐?”기옥도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일은 저도 성주부의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기 때문에 어디가 어긋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낙요도 더 이상 이 일을 캐묻지 않았다. 이런 일은 서로 말이 어긋나는 게 정상이다.보아하니 이번 사건과 별로 상관이 없는 듯했다.낙요는 종이를 모두에게 나눠주면서 말했다. “그럼, 다음은 이 사람들을 자세하게 조사하자꾸나.”“기옥, 네가 일단 보거라. 아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부모님과 왕래가 있었거나, 원한이 있었던 사람이 있는지. 일단 그런 사람부터 조사하자꾸나.”기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이어 필을 들고 이름 몇 개에 동그라미를 쳤다.이 이름들은 인상이 있었다.“저는 집안일에 관해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부모님과 원한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들에 대해 인상은 있고, 그들은 저의 부모님을 알고 있으며, 왕래가 있었습니다.”“좋아, 그럼, 우리 이 사람들부터 조사하자꾸나.”원래 이 일은 왕생방에게 맡기면 딱 좋았지만, 지금 류축은 이미 죽었고, 그를 죽인
“아니면 아무거나 사십시오. 마음이니 어머니는 기뻐하실 겁니다.”낙요는 이 말을 듣고 또 성주 어르신의 병이 생각났다.일전에 기옥에게 기회가 되면 성주 어르신을 뵈러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어쩌면 그녀에게 치료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끝난 후, 상씨 남매는 여전히 도주영으로 돌아갔고, 낙요와 그들은 객작으로 돌아갔다.낙요가 기옥에게 물었다. “요즘 성주부에 성주 어르신을 뵈러 간 적이 있느냐?’“성주 어르신의 몸은 어떠하냐?”기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로입니다. 차도가 없습니다.”“설마 성주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고 싶은 겁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성주 어르신께서 이렇게 오랫동안 앓고 계셨지만, 아직 살아있다는 건, 그의 병증이 호전될 기회가 있다는 걸 의미하거든.”“그중에 무슨 착오가 있는 듯하니, 가보고 싶구나.”“만일 성주 어르신의 건강이 회복되면, 허군한도 걱정거리를 덜어낸 셈이잖느냐?”기옥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럼, 내일 성주 어르신을 뵈러 가요.”“언니의 의술은, 분명 성주 어르신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기옥은 더없이 낙요를 신임했다.--다음날, 낙요는 기옥을 따라 성주부로 왔다.부진환도 동행했다.성주부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강여는 가지 않았다. 필경 허서화는 기옥 한 사람만 좋아하기 때문이다.낙요 일행이 두 번째로 성주부를 방문하니, 허서화의 태도는 유달리 열정적이었다.“옥이에게 당신들을 모셔 오라고 여러 번 예기했건만, 당신들이 바쁘다고 계속 미루더라고. 오늘 드디어 오셨군요.”“마침 오늘 내 시간이 많으니, 직접 여러분에게 요리를 해드리겠소.”허서화는 친절하게 웃었지만, 이 갑작스러운 친절에 낙요는 오히려 불편했다.기옥도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고모가 한 말은 그저 예의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친절할 줄은 몰랐다.직접 요리까지 하겠다니!“고모, 괜찮습니다.”허서화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네가 친구들을 데리고
한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침상에 누워 앓고 계셨을까? 왜 차도가 없었을까?한참 생각 중인데, 그녀는 방 안에서 연한 약 냄새를 맡았다.바로 이때, 침상 위의 성주 어르신이 깨어났다.낙요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시오?”기옥이 다급히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입니다. 기옥.”“저분들은 제 친구입니다. 할아버지를 뵈러 왔습니다.”이 말을 하며, 기옥은 성주 어르신을 부축하여 앉았다.성주 어르신은 매우 친절하게 기옥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가야, 얼굴이 반쪽이 되었구나!’“다 내가 늙어서 무능한 탓이야. 그렇지 않으면 벌써 나를 따르게 하여 더 이상 널 고생시키지 않았을 텐데… ““혼자 떠도는 생활이 아주 고달프지?”성주 어르신은 몹시 자책하며 탄식했다.기옥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미 스스로 저 자신을 돌볼 수 있습니다.”“오히려 할아버지의 병이 차도가 없어서 몹시 걱정됩니다.”“이 친구는 의술이 뛰어나니, 분명 할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성주 어르신은 탄식했다. “나는 죽을 때가 된 사람이니, 내 몸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거라.”“젊은 사람들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기옥은 성주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주 어르신은 오늘 정신이 매우 맑았고, 기옥을 잡고 그녀의 근황을 물었다.그리고 낙요는 방 안을 관찰했다. 여전히 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성주 어르신이 약을 마신지 한참 지났으니, 이 약 냄새도 사라질 때가 됐다.하지만 여전했다.낙요는 방 안을 관찰하더니, 갑자기 창턱에 있는 식물에 시선이 끌렸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갔다.이 약 냄새의 근원이 여기였다는 걸 발견했다.이 식물의 잎은 모두 노랗게 되었고, 흑은 젖어 이상한 냄새를 풍겼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보아하니 성주 어르신은 약을 전혀 마시지 않았고 전부 여기에 부은 것 같았다.설마 약에 문제가 있어 성주 어르신이 마시지 않은 걸까?곧이어 기옥의 설득하에, 성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