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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낙요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옥아, 그만 생각하거라. 일단 점심부터 먹자.”

기옥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흔들며 붓을 들고 종이에 이름들을 적고 줄을 그었다.

“먼저 드시러 가세요. 전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잠시 뒤에 다시 생각하면 생각이 끊길까 봐서 그럽니다. 먼저 가세요.”

낙요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방에서 나왔다.

곧이어 기옥은 종일 자신을 방 안에 가두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음식을 기옥의 방문 앞에 놓았다. 그러나 음식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낙요 일행은 기옥이 걱정되었다.

밤이 되어 낙요가 기옥의 방문 앞을 지나칠 때, 안은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고 기옥은 아직도 뭔가를 적고 있었다.

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 뒤 방으로 돌아가 창문 옆에 섰다.

그러다가 창문 밖 달빛 아래 누군가 지붕 위에 누워 달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얄팍한 몸을 가진 그는 바람에 옷자락이 펄럭이고 있었다. 마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낙요는 창문을 넘어 경공을 이용해 맞은 편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이내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진환의 곁에 섰다.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소?”

부진환은 시선을 살짝 들더니 그녀를 향해 술을 한 주전자 내밀었다.

“이젠 두 명이군요.”

낙요는 주전자를 받아 든 뒤 자리에 앉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해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당신이 제일 잘 알 것이오. 비록 용삼과 불전연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멋대로 하면 안 되오.”

“당신의 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못하니 술은 안 마시는 게 좋소.”

부진환은 덤덤히 웃었다.

“이것은 물을 탄 술이라 조금 마셔도 괜찮습니다.”

낙요는 살짝 놀랐다. 주전자를 열어 냄새를 맡아 보니 확실히 물이 섞인 듯했다.

“술맛도 거의 나지 않는데 왜 마시는 것이오?”

부진환은 피식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남들보다 낙요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소중했고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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