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3113 챕터

제1181화

엄내심은 웃었다.“난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는 사람이다.”“내가 이 모든 걸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네가 날 여러 번 거절한 덕분이지.”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하지만 황후의 자리는 그렇게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엄내심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난 정도 사랑도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것에 목맬 일도 없지. 황후의 자리가 뭐가 그리 어렵겠느냐?”“난 사랑에 푹 빠진 너와는 다르다.”낙청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당신은 황후의 자리를 얻었으니 원하는 것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당신의 무자비함과 수단은 저도 탄복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황후의 자리에 잘 앉아있길 바랍니다.”“부진환은 황위에 욕심이 없으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 그를 놓아주시지요.”엄내심은 웃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를 걱정하는 것이냐?”“부운주는 이제 막 황위에 올랐다. 그는 조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천궐국은 전란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할 일이 많지.”“천궐국은 지금 부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널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내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지.”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듯 미간을 구겼다.“무슨 약속 말입니까?”엄내심은 소매에서 성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부운주는 널 귀비로 책봉할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성지를 열어보니 귀비로 책봉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낙청연의 태도는 결연했다.엄내심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내가 해야 할 일은 이걸 너에게 건네주는 것뿐이다. 네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나랑은 상관없다.”말을 마친 뒤 엄내심은 자리를 떴다.사실 그녀도 낙청연이 입궁하길 바라지 않았다.낙청연의 말대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황후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누군가 그녀의 자리를 위협하길 바라지 않았다.그리고 낙청연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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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부운주는 전혀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태상황도 깜짝 놀랐다. 부운주는 부경한보다 황제의 자리에 더 잘 어울렸다. 그는 기세도 있고 박력도 있었다.부운주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하면서 지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의 일은 절대 그의 뜻대로 되게 할 수 없었다.태상황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청연이 불만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폐하께서 원한다고 해도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꼭 성지를 내려야겠다면 당신이 얻는 건 시체뿐일 겁니다.”낙청연은 태상황도 부운주를 설득하지 못하자 단호하게 말했다.부운주는 깜짝 놀라더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왜 내게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 것이냐? 너는 형님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난 단 한 번 잘못했을 뿐인데 만회할 기회가 없단 말이냐? 낙청연, 왜 날 공평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이냐?”부운주는 두 눈이 빨갛게 되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청연은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건 잘못을 저지른 것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그저 친구라고 여겼습니다.”“저희가 예전처럼 친구였다고 해도 전 동의하지 않았을 겁니다.”“그건 서로 다른 일입니다.”부운주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그러면... 형님에 대한 마음을 내게 조금만 나눠줄 수 없겠느냐?”그는 다소 비굴하게 말했다.낙청연은 답답했다.“폐하, 절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결국 이를 악물었다.“알겠다.”“성지는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부운주는 말을 마친 뒤 태상황을 향해 예를 갖춘 뒤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그제야 안도했다.태상황은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입궁했다는 걸 알고 곧바로 궁문으로 향해 그를 기다렸다.두꺼운 망토를 걸친 채 눈보라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부진환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그는 마치 낙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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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그 방법으로는 낙정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낙청연을 멀리 떨어뜨려야만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그렇게 섭정왕부 대문까지 그를 뒤쫓았다.그러나 부진환은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낙청연은 초췌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고 너무 괴로워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부진환은 그녀가 뒤쫓고 있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후문으로 왕부에 들어가 서방으로 향했다.지나가던 계집종과 호위들은 그녀를 보고 살짝 놀랐지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서방 앞에 도착한 뒤 낙청연은 입을 열었다.“저를 피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제 얼굴을 보고 똑똑히 얘기해주세요!”부진환은 놀라서 방문을 열었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본왕을 따라 왕부까지 들어온 것이냐?”“낙청연, 본왕은 이미 똑똑히 얘기했다. 본왕은 너에게 수세를 주었다. 다시는 널 만나고 싶지 않다!”말을 마친 뒤 그는 호통을 쳤다.“여봐라!”“당장 낙청연을 내쫓거라! 낙청연의 물건까지 전부 내다 버리거라!”“낙청연을 또 왕부 안으로 들여보낸다면 너희들을 절대 쉬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호위가 앞으로 나서더니 낙청연에게 손짓해 보였다.“이만 가시지요.”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부진환을 보았다.“정말 절 밀어내실 겁니까?”“왕야, 분명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위가 그녀를 왕부 밖까지 끌고 나왔다.곧이어 지초도 따라 나왔다. 짐 한 꾸러미가 낙청연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그녀를 내쫓는 것이었다.“왕비 마마.”지초는 다급히 바닥에 떨어진 짐을 주우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찬 바람을 맞으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 이렇게 춥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마음속까지 추웠다.“콜록콜록...”찬 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탓에 낙청연은 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왕비 마마, 우선 객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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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낙청연이 비몽사몽인 와중에 흐릿한 인영을 보았다. 누군가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들었다.“왕야... 드디어 저를 만나주시는군요...”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낙청연의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난 부경리오!”부경리는 심각한 얼굴로 낙청연을 안아 들고 다급히 마차에 올랐다.마차에 누운 뒤 낙청연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여기는 왜 오셨습니까?”“내가 오지 않았다면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을 생각이었소?”부경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이내 차부에게 분부했다.“당장 입궁한다!”낙청연은 버둥거리며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제 일에 관여치 마십시오! 제가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는 모습을 왕야가 지켜보고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전 설명이 필요한 것뿐입니다!”부경리가 그녀를 잡아당겼다.“형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면 절대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오. 형님은 항상 단호하셨소. 왜 자꾸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오?”“궁에서 사는 것도 좋지 않소?”부경리 또한 답답한 심정이었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해야 부진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마차는 입궁했고 낙청연은 또다시 태상황에게 보내졌다.침상에 누워있는데 태상황이 눈보라를 무릅쓰고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태상황은 지팡이를 짚은 채로 심각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너도 참... 왜 고생을 찾아서 하는 것이냐?”“얌전히 몸조리나 하거라.”“목 태의는 나이가 많다. 안 그래도 짐의 건강 때문에 흰 머리가 많이 났는데 이젠 너까지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 목 태의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할 생각은 없느냐?”낙청연은 말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돌렸다.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허, 이젠 짐의 잔소리도 듣기 싫다는 뜻이냐?”태상황은 침상 맡에 앉아 구구절절 말하기 시작했다.“네가 싫다고 해도 짐은 말해야겠다.”“세상은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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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공주마마, 저는 김소(金昭)라고 합니다. 저는 장기를 둘 줄 알고 투호를 할 줄 알며 말을 탈 줄도 알고 활도 쏠 줄 압니다. 공주마마께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실 생각이라면 제가 함께 할 수 있습니다!”세 사람은 분위기가 각기 달랐지만 용모는 전부 빼어났다.려묵은 온화한 도련님처럼 보였는데 미소가 부드럽고 문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려제는 자유로운 협객처럼 보였다. 외모는 살짝 차가워 보였고 무공이 꽤 뛰어난 듯했다.김소는 제멋대로인 소년처럼 방탕해 보였다.낙청연은 그들을 훑어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 태상황께서 자네들을 보낸 것이오?”이곳은 황궁이다. 신하가 아니라면 사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그것도 그녀의 방에 말이다.태상황의 허락이 아니라면 세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맞습니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를 모시라고 저희를 보냈습니다.”“태상황께서 저희에게 입궁하면 호위처럼 꾸미라고 당부하셨습니다.”“앞으로 저희는 공주마마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가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면서 연신 손사래를 쳤다.“아니, 아니. 난 필요 없소! 당장 나가시오!”려묵이 웃으며 말했다.“공주마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공주마마께서는 저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낙청연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뒤 태상황의 거처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니 태상황이 홀로 창가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태상황, 이 세 명은 어디서 찾은 겁니까?”태상황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웃었다.“어떠냐? 짐의 안목이 꽤 높지!”낙청연은 자리에 앉았다.“예전에 황제였을 적에도 이렇게 방탕하셨습니까?”태상황은 화난 척하면서 탁자를 내리쳤다.“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짐이 너를 위해 특별히 저 세 명을 골랐다. 다들 부진환과 조금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지 않으냐?”“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짐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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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그러나 엄내심의 이 행동은 오히려 똑똑했다. 그는 바로 태상황에게 알렸다.엄내심은 엄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이 아예 없었다. 설사 뜻이 있다고 해도, 자기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방금 손에 넣은 황후의 자리를 또 뺏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알겠다. 물러가거라.”태상황은 담담하게 말했다.엄내심이 나가자, 태상황은 명령을 내렸다.“섭정왕을 궁으로 부르거라. 짐이 그를 만나야겠다.”낙청연은 태상황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숨어 있는 살의를 보았다.부진환이 도착하자, 낙청연은 먼저 방에서 나가 정원에서 기다렸다.하늘에 눈꽃이 날렸다. 갑자기 여묵이 우산을 쓰고 낙청연 등 뒤에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공주 마마, 건강에 주의하셔야 합니다.”낙청연은 뒤를 돌아보았다.태상황은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으나, 보아하니 정말 그녀를 따라다닐 모양이다.“너희들은 나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내가 태상황께 잘 설명하겠다. 너희들은 보통 사람이 아닌 듯하니, 밖에 나가면 큰일을 이룰 것이다.”“오늘 당장 짐을 챙겨 출궁하거라.”그러나 여묵은 웃으며 말했다. “한 번 주인으로 섬기면 평생 주인으로 모십니다.”“만일 공주 마마께서 우리를 내치시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여묵은 담담하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그러나 이 말에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설마!”마침 이때, 부진환이 방 안에서 나왔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을 슬쩍 훑어보았다.낙청연은 다급히 불렀다. “부진환!”하지만 부진환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쌀쌀하게 떠났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공주 마마, 너무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십시오.”여묵은 다정하게 일깨워줬다.낙청연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자, 자, 자, 짐과 바둑을 두자.” 태상황은 바둑판 위의 바둑알을 거두면서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궁금해하며 물었다. “부진환에게 무엇을 시킨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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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태후는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인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소. 단지 나의 다음 생을 위한 살길을 찾기 위해서요.”“엄내심이 이렇게 과감하게 나를 고발하였는데, 나에게 무슨 가망이 있겠소?”태후의 어투는 다소 절망적이었다.“물건을 본왕에게 주십시오. 그럼, 낙청연을 만나게 해주겠습니다.”곧이어 태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와, 모퉁이에 있는 밀실로 왔다.부진환은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을 붙이자, 주위는 밝아졌다.이 밀실에는 많은 진귀한 보물들이 있었다.태후는 말했다. “이 물건들을 그대가 다 가져가도 좋소.”“어차피 나는 누릴 복이 없소.”태후는 부진환을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큰 상자를 하나 열었다. 상자안에는 시커먼 물건이 있었다.모두 불에 탄 흔적이었다.“이것은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것들이요. 옮길 수 있는 건 다 가져왔소.”부진환은 불에 탄 흔적들을 보더니, 눈앞에 또 그 처참한 모습들을 일일이 떠올렸다.많은 사람은 불에 타고 있었고, 수많은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그들은 탈출하지 못했다.부진환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다음생을 바라는 겁니까?” 부진환의 목소리는 서늘했다.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권력의 최고 자리에 몸을 두면, 마음속의 사념에 조종당하는 것이오. 요즘 매일 생각했소. 만일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어떤 결말이었을지.”“그러나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소. 태후로서 나는 엄가의 영원한 영광을 수호해야 했소.”“오직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고 있어야 엄가는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소.”“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소.”부진환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러나 엄가는 쓰러졌습니다.”그러나 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러나 유일한 위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이오.”“부운주도 내 아들이니, 엄가의 피가 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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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낙청연이 수희궁에 도착하고 보니, 태후는 매우 초췌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방안의 난로도 이미 꺼져 있었고 태후는 그렇게 혼자 외롭게 그쪽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처량했다.낙청연은 상 위에 놓여있는 약병을 보았다.이건 부진환이 가져온 것일 거다.태상황은 태후를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엄내심이 엄가를 살릴 거라고 믿고 있는 겁니까? 허황한 꿈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낙청연은 태후의 맞은편에 앉았다.태후는 화도 내지 않고 그저 처량하게 웃었다. “도박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단념할 수 있겠느냐?”“이번에 내가 졌다.”이 말을 하더니, 태후는 고개를 들고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죽기 전에 너에게 한 가지 일만 부탁하고 싶다.”“나에게 부탁한다고요? 별이 다 봤네요.” 낙청연은 살짝 웃었다.태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는 탁성을 알고 있지? 예전에 탁성을 죽일 때,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너도 아마 여국 사람이겠지?”“절대 승상부의 천금 낙청연이 아닐 거고!”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태후를 쳐다보았다.태후는 또 말했다. “나의 탁성에 대한 감정은 모두 진심이었다.”“비록 이 중에 많은 복잡한 요소들도 섞여 있었다.”“이번 생에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나는 그저 다음 생에 그에게 보상해주고 싶다.”“나를 도와줄 수 있느냐?”태후의 눈빛은 다소 간절했다.낙청연은 이러한 태후의 모습을 처음 본다. 그는 도도한 자태를 내려놓았다.또한 약간 낙청연의 생각을 벗어났다. 낙청연은 도도하고 기고만장한 이 여인은 죽어 갈 때도 도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탁성의 유언을 완성해야 합니다.”“탁성은 자신이 평생 온갖 나쁜 짓을 다 했다는 걸 알고, 다음 생에 평생 죄를 갚겠다고 했습니다.”“다음 생에 그는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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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앞으로 이 세상에 부경한이라는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도련님께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지으십시오.”이 말을 듣고 부경한은 놀라서 굳어버렸다. 곧바로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망망한 설경을 감상하며,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는 눈을 감더니, 입가에 한 줄기 웃음이 번졌다.“참 좋구나! 마침내 그 울타리에서 벗어났다.”“짐…… 아, 아니다. 무슨 이름을 지을지 잘 생각해봐야겠다.”방금 말을 마치더니, 부경한은 안색이 변하더니 물었다. “잠리, 궁에서 나올 때 혹시 돈은 가져왔느냐?”그는 즉시 잠리의 몸을 더듬었다.결국 작은 돈주머니 하나를 꺼냈다.꺼내보니, 몇 냥 안 되는 은자였다.“잠리, 너 돈도 안 가지고 나왔느냐? 설마 나를 굶겨 죽일 셈이냐?”잠리는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잠리는 절대 도련님의 배를 굶게 하지 않습니다.”부경한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그러나 짐은……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유의유식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황제에서 보통 사람으로 변하고, 게다가 몸에 돈 한 푼 없으니, 부경한은 몹시 불안했다.“제가 할 줄 알면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줄 압니다. 도련님을 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부경한도 아예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미 궁에서 나왔으니까.그는 마차로 돌아가 한가로이 누웠다.“아, 그럼, 약속했다. 나의 하반기 일생은 너에게 맡기겠다.”잠리도 마차에 앉더니 물었다. “도련님, 출발할까요?”“출발하자.”잠리는 즉시 마차를 몰고 앞으로 달렸다. “도련님, 이름은 아직 입니까?”부경한은 마차에 기대어 눈을 감고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느긋하게 말했다. “앞으로 세상 끝까지 유랑하며 살아야겠구나! 비록 내가 바랐던 생활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만족한다.”“잠랑(岑浪)으로 하자.”이 말을 들은 잠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도련님, 안 됩니다. 신분이 존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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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건 여국 진국의 보물이다.예전에 달라고 낙청연을 핍박했지만, 실패했다.지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고, 또 부진환은 그녀에게 조종당했으니, 그녀는 반드시 낙청연이 그 나침반을 순순히 내놓게 할 것이다!부진환의 안색은 돌변했다.낙정은 말을 이었다. “방금 서방에서, 불에 탔던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그중 한 상자의 자물쇠는 여국의 일월쇄였습니다.”“생각해보니, 그것은 왕야 모비의 유물일 것 같습니다.”“제가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거래하는 게 어떻습니까?”……늦은 밤, 서방에 난로가 타고 있었고 아주 따뜻했다.부진환은 그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눈빛은 점점 놀라움으로부터 서서히 강한 분노로 바뀌었다.그가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자. 손등의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표정은 평온했지만, 눈가에는 이미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훨훨 타올랐다.--드디어 또 맑은 날이었다. 태상황은 여묵 등 세 사람을 철수하라고 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매일 출궁하고 싶었다.마침 이날은 맑은 날이라, 겨울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낙청연은 햇빛 쬠을 간다는 핑계로 궁 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묵 등 세 사람을 떼어 놓았다.방금 궁문을 나서자, 입구에 섭정왕부의 마차가 있었다.“왕비 마마.” 마차 위의 사람은 즉시 내려와, 낙청연에게 서신 한 봉을 건넸다.서신을 열어보니, 부진환이 오늘 밤, 만복루에서 만나자고 했다.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기뻤다. 부진환은 드디어 그녀를 만나주려 한다.보아하니, 기회를 봐서 그에게 똑똑히 해명해야 할 것 같다.낙청연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는 복부를 만졌다. 요 며칠 그는 궁에서 몸조리하여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지금까지 태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오늘 밤을 빌려, 이 좋은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겠다.밤에 또 눈이 내릴까 봐, 낙청연은 특별히 두꺼운 두봉으로 갈아입었다.저녁 무렵이 되어, 낙청연은 출발 전에 만복루에 들렸다.겨울의 해는 짧았다. 만복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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