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내심의 이 행동은 오히려 똑똑했다. 그는 바로 태상황에게 알렸다.엄내심은 엄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이 아예 없었다. 설사 뜻이 있다고 해도, 자기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방금 손에 넣은 황후의 자리를 또 뺏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알겠다. 물러가거라.”태상황은 담담하게 말했다.엄내심이 나가자, 태상황은 명령을 내렸다.“섭정왕을 궁으로 부르거라. 짐이 그를 만나야겠다.”낙청연은 태상황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숨어 있는 살의를 보았다.부진환이 도착하자, 낙청연은 먼저 방에서 나가 정원에서 기다렸다.하늘에 눈꽃이 날렸다. 갑자기 여묵이 우산을 쓰고 낙청연 등 뒤에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공주 마마, 건강에 주의하셔야 합니다.”낙청연은 뒤를 돌아보았다.태상황은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으나, 보아하니 정말 그녀를 따라다닐 모양이다.“너희들은 나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내가 태상황께 잘 설명하겠다. 너희들은 보통 사람이 아닌 듯하니, 밖에 나가면 큰일을 이룰 것이다.”“오늘 당장 짐을 챙겨 출궁하거라.”그러나 여묵은 웃으며 말했다. “한 번 주인으로 섬기면 평생 주인으로 모십니다.”“만일 공주 마마께서 우리를 내치시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여묵은 담담하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그러나 이 말에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설마!”마침 이때, 부진환이 방 안에서 나왔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을 슬쩍 훑어보았다.낙청연은 다급히 불렀다. “부진환!”하지만 부진환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쌀쌀하게 떠났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공주 마마, 너무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십시오.”여묵은 다정하게 일깨워줬다.낙청연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자, 자, 자, 짐과 바둑을 두자.” 태상황은 바둑판 위의 바둑알을 거두면서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궁금해하며 물었다. “부진환에게 무엇을 시킨 겁니까?”
태후는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인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소. 단지 나의 다음 생을 위한 살길을 찾기 위해서요.”“엄내심이 이렇게 과감하게 나를 고발하였는데, 나에게 무슨 가망이 있겠소?”태후의 어투는 다소 절망적이었다.“물건을 본왕에게 주십시오. 그럼, 낙청연을 만나게 해주겠습니다.”곧이어 태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와, 모퉁이에 있는 밀실로 왔다.부진환은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을 붙이자, 주위는 밝아졌다.이 밀실에는 많은 진귀한 보물들이 있었다.태후는 말했다. “이 물건들을 그대가 다 가져가도 좋소.”“어차피 나는 누릴 복이 없소.”태후는 부진환을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큰 상자를 하나 열었다. 상자안에는 시커먼 물건이 있었다.모두 불에 탄 흔적이었다.“이것은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것들이요. 옮길 수 있는 건 다 가져왔소.”부진환은 불에 탄 흔적들을 보더니, 눈앞에 또 그 처참한 모습들을 일일이 떠올렸다.많은 사람은 불에 타고 있었고, 수많은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그들은 탈출하지 못했다.부진환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다음생을 바라는 겁니까?” 부진환의 목소리는 서늘했다.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권력의 최고 자리에 몸을 두면, 마음속의 사념에 조종당하는 것이오. 요즘 매일 생각했소. 만일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어떤 결말이었을지.”“그러나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소. 태후로서 나는 엄가의 영원한 영광을 수호해야 했소.”“오직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고 있어야 엄가는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소.”“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소.”부진환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러나 엄가는 쓰러졌습니다.”그러나 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러나 유일한 위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이오.”“부운주도 내 아들이니, 엄가의 피가 몸속
낙청연이 수희궁에 도착하고 보니, 태후는 매우 초췌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방안의 난로도 이미 꺼져 있었고 태후는 그렇게 혼자 외롭게 그쪽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처량했다.낙청연은 상 위에 놓여있는 약병을 보았다.이건 부진환이 가져온 것일 거다.태상황은 태후를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엄내심이 엄가를 살릴 거라고 믿고 있는 겁니까? 허황한 꿈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낙청연은 태후의 맞은편에 앉았다.태후는 화도 내지 않고 그저 처량하게 웃었다. “도박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단념할 수 있겠느냐?”“이번에 내가 졌다.”이 말을 하더니, 태후는 고개를 들고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죽기 전에 너에게 한 가지 일만 부탁하고 싶다.”“나에게 부탁한다고요? 별이 다 봤네요.” 낙청연은 살짝 웃었다.태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는 탁성을 알고 있지? 예전에 탁성을 죽일 때,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너도 아마 여국 사람이겠지?”“절대 승상부의 천금 낙청연이 아닐 거고!”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태후를 쳐다보았다.태후는 또 말했다. “나의 탁성에 대한 감정은 모두 진심이었다.”“비록 이 중에 많은 복잡한 요소들도 섞여 있었다.”“이번 생에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나는 그저 다음 생에 그에게 보상해주고 싶다.”“나를 도와줄 수 있느냐?”태후의 눈빛은 다소 간절했다.낙청연은 이러한 태후의 모습을 처음 본다. 그는 도도한 자태를 내려놓았다.또한 약간 낙청연의 생각을 벗어났다. 낙청연은 도도하고 기고만장한 이 여인은 죽어 갈 때도 도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탁성의 유언을 완성해야 합니다.”“탁성은 자신이 평생 온갖 나쁜 짓을 다 했다는 걸 알고, 다음 생에 평생 죄를 갚겠다고 했습니다.”“다음 생에 그는 틀림없이
”앞으로 이 세상에 부경한이라는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도련님께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지으십시오.”이 말을 듣고 부경한은 놀라서 굳어버렸다. 곧바로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망망한 설경을 감상하며,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는 눈을 감더니, 입가에 한 줄기 웃음이 번졌다.“참 좋구나! 마침내 그 울타리에서 벗어났다.”“짐…… 아, 아니다. 무슨 이름을 지을지 잘 생각해봐야겠다.”방금 말을 마치더니, 부경한은 안색이 변하더니 물었다. “잠리, 궁에서 나올 때 혹시 돈은 가져왔느냐?”그는 즉시 잠리의 몸을 더듬었다.결국 작은 돈주머니 하나를 꺼냈다.꺼내보니, 몇 냥 안 되는 은자였다.“잠리, 너 돈도 안 가지고 나왔느냐? 설마 나를 굶겨 죽일 셈이냐?”잠리는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잠리는 절대 도련님의 배를 굶게 하지 않습니다.”부경한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그러나 짐은……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유의유식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황제에서 보통 사람으로 변하고, 게다가 몸에 돈 한 푼 없으니, 부경한은 몹시 불안했다.“제가 할 줄 알면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줄 압니다. 도련님을 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부경한도 아예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미 궁에서 나왔으니까.그는 마차로 돌아가 한가로이 누웠다.“아, 그럼, 약속했다. 나의 하반기 일생은 너에게 맡기겠다.”잠리도 마차에 앉더니 물었다. “도련님, 출발할까요?”“출발하자.”잠리는 즉시 마차를 몰고 앞으로 달렸다. “도련님, 이름은 아직 입니까?”부경한은 마차에 기대어 눈을 감고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느긋하게 말했다. “앞으로 세상 끝까지 유랑하며 살아야겠구나! 비록 내가 바랐던 생활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만족한다.”“잠랑(岑浪)으로 하자.”이 말을 들은 잠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도련님, 안 됩니다. 신분이 존귀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건 여국 진국의 보물이다.예전에 달라고 낙청연을 핍박했지만, 실패했다.지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고, 또 부진환은 그녀에게 조종당했으니, 그녀는 반드시 낙청연이 그 나침반을 순순히 내놓게 할 것이다!부진환의 안색은 돌변했다.낙정은 말을 이었다. “방금 서방에서, 불에 탔던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그중 한 상자의 자물쇠는 여국의 일월쇄였습니다.”“생각해보니, 그것은 왕야 모비의 유물일 것 같습니다.”“제가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거래하는 게 어떻습니까?”……늦은 밤, 서방에 난로가 타고 있었고 아주 따뜻했다.부진환은 그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눈빛은 점점 놀라움으로부터 서서히 강한 분노로 바뀌었다.그가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자. 손등의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표정은 평온했지만, 눈가에는 이미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훨훨 타올랐다.--드디어 또 맑은 날이었다. 태상황은 여묵 등 세 사람을 철수하라고 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매일 출궁하고 싶었다.마침 이날은 맑은 날이라, 겨울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낙청연은 햇빛 쬠을 간다는 핑계로 궁 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묵 등 세 사람을 떼어 놓았다.방금 궁문을 나서자, 입구에 섭정왕부의 마차가 있었다.“왕비 마마.” 마차 위의 사람은 즉시 내려와, 낙청연에게 서신 한 봉을 건넸다.서신을 열어보니, 부진환이 오늘 밤, 만복루에서 만나자고 했다.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기뻤다. 부진환은 드디어 그녀를 만나주려 한다.보아하니, 기회를 봐서 그에게 똑똑히 해명해야 할 것 같다.낙청연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는 복부를 만졌다. 요 며칠 그는 궁에서 몸조리하여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지금까지 태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오늘 밤을 빌려, 이 좋은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겠다.밤에 또 눈이 내릴까 봐, 낙청연은 특별히 두꺼운 두봉으로 갈아입었다.저녁 무렵이 되어, 낙청연은 출발 전에 만복루에 들렸다.겨울의 해는 짧았다. 만복루에
낙청연은 말을 끝내고, 술잔을 들어 한숨에 들이마셨다.부진환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부진환, 사실 할 말이……” 낙청연은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진환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진환은 갑자기 말을 끊어버렸다.“너 혹시 나침반은 가져왔느냐?”“알고 싶은 일이 있는데 본왕을 도와 점괘를 좀 봐주거라.”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바로 품속에서 나침반을 꺼냈다.“뭘 봐 드릴까요?” 낙청연이 물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낙청연은 그 냉정한 눈빛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어찌 저를 이런 눈빛으로 보시는 겁니까?”부진환은 지금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그윽하면서도 날카로웠다.차가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 “넌 대체 누구냐?”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의 차가운 눈빛을 보니, 낙청연은 갑자기 당황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낙청연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지금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간신히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술에 약을 탄 겁니까?”하지만 부진환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방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낙청연은 힘껏 머리를 흔들자, 어렴풋이 그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정이었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약효의 침식을 저항하며, 마음은 긴장감으로 가득찼다.그런데 이때, 부진환은 상 위의 천명 나침반을 들고, 낙정 앞으로 걸어갔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았다.낙정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약의 효과는 이렇게 강한데, 너는 아직도 쓰러지지 않는다니!”부진환은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낙정에게 건넸다.이 광경을 목격한 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진환!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지더니, 결국 약효를 이겨내지 못하고, 혼절했다.다시 깨어났을 때, 낙청연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힘겹게 눈을 떴으나, 여전히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다.눈앞에, 누군가 몸을 쭈그리고 앉았다.곧이어, 그자는 차가운 손으로 낙청연의 턱을 움켜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낙청연은 동공에 확대된 그 얼굴을 보았다.그 사악한 웃음에, 낙청연은 저도 몰래 등골이 오싹했다.침서!“왜 또 당신입니까? 감히 경도성까지 오다니!” 낙청연은 노하여 말했다.침서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청연을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말했다. “부진환이 너를 버린 것이냐?”“나와 함께 가자.”낙청연은 힘껏 그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 “꿈 깨시죠!”“낙요, 넌 왜 예전이랑 똑같이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너의 이런 성격은 앞으로 분명 고생을 많이 할 거다.” 침서는 웃으며 낙청연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 허약하고 초췌하면서 창백한 모습은 마치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침서는 이런 모습을 더없이 사랑했다.낙청연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그의 다친 팔을 잡고 힘껏 물었다.물어서 피가 흘러나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침서는 아파서 소리쳤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직 도망갈 생각만 했다.침서는 손바닥을 펼쳐, 피가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지었다.그는 느긋하게 방에서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나른하여, 비틀거리며 아래층으로 달려가면서 여러 차례 넘어졌다.그는 허약한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누구 없느냐, 누구 없느냐……”마치 등 뒤에서 악귀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마침내 대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마침 자정이 넘는 시각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빠르게 밖으로 달렸지만, 사지는 나른하고 힘이 빠졌다.얼마 달리지 못하고 또 쓰러졌다.등 뒤의
날이 밝자, 사람들은 잇달아 외출했다.거리는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침서는 여전히 낙청연을 껴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했다.한 점포를 지날 때, 누군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저 여인은 섭정왕비 아닙니까? 어떻게……”이 목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침서는 오히려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낙청연을 껴안고 그 간식 점포로 들어갔다.그는 일부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떤 간식을 좋아하느냐?”낙청연은 분노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침서는 더욱더 득의양양했다.그는 바로 묵직한 돈주머니를 점포에 던지며 말했다. “다 주시오!”장궤는 듣고 깜짝 놀랐다.뒤이어 침서는 떡 한 조각을 집에 낙청연 입가에 건네며 말했다. “먹어볼래?”낙청연은 그를 쏘아보며 입을 벌리지 않았다.침서의 눈웃음이 약간 싸늘해졌다, 그는 큰 손을 낙청연의 목덜미로 가져가더니 웃으며 그 떡을 그녀의 입안에 힘껏 쑤셔 넣었다.“먹어.”낙청연은 목덜미가 아파,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고 떡을 한입 떼어먹었다.침서는 보더니, 그제야 만족해서 말했다. “맛있느냐?”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친밀하고 야릇한 동작으로 입가의 부스러기를 닦아주었다.간식 점포의 장궤는 이 모습을 보고 못 본 체하며 뒤돌아섰다. 혹여라도 화를 부를까 두려웠다.낙청연은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이제야 침서가 무슨 짓을 하려는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명성을 더럽히려고 한다!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서는 낙청연을 데리고 경도성의 모든 시끌벅적한 거리를 거의 다 돌았다.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낙청연을 더 많이 알아볼 수록, 그는 낙청연을 데리고 그곳에서 한참 머무르기까지 했다.물건을 사고, 일부러 친밀한 척했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침서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는 걸 두 눈뻔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시끌벅적한 점포에서 나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