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건 여국 진국의 보물이다.예전에 달라고 낙청연을 핍박했지만, 실패했다.지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고, 또 부진환은 그녀에게 조종당했으니, 그녀는 반드시 낙청연이 그 나침반을 순순히 내놓게 할 것이다!부진환의 안색은 돌변했다.낙정은 말을 이었다. “방금 서방에서, 불에 탔던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그중 한 상자의 자물쇠는 여국의 일월쇄였습니다.”“생각해보니, 그것은 왕야 모비의 유물일 것 같습니다.”“제가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거래하는 게 어떻습니까?”……늦은 밤, 서방에 난로가 타고 있었고 아주 따뜻했다.부진환은 그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눈빛은 점점 놀라움으로부터 서서히 강한 분노로 바뀌었다.그가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자. 손등의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표정은 평온했지만, 눈가에는 이미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훨훨 타올랐다.--드디어 또 맑은 날이었다. 태상황은 여묵 등 세 사람을 철수하라고 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매일 출궁하고 싶었다.마침 이날은 맑은 날이라, 겨울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낙청연은 햇빛 쬠을 간다는 핑계로 궁 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묵 등 세 사람을 떼어 놓았다.방금 궁문을 나서자, 입구에 섭정왕부의 마차가 있었다.“왕비 마마.” 마차 위의 사람은 즉시 내려와, 낙청연에게 서신 한 봉을 건넸다.서신을 열어보니, 부진환이 오늘 밤, 만복루에서 만나자고 했다.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기뻤다. 부진환은 드디어 그녀를 만나주려 한다.보아하니, 기회를 봐서 그에게 똑똑히 해명해야 할 것 같다.낙청연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는 복부를 만졌다. 요 며칠 그는 궁에서 몸조리하여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지금까지 태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오늘 밤을 빌려, 이 좋은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겠다.밤에 또 눈이 내릴까 봐, 낙청연은 특별히 두꺼운 두봉으로 갈아입었다.저녁 무렵이 되어, 낙청연은 출발 전에 만복루에 들렸다.겨울의 해는 짧았다. 만복루에
낙청연은 말을 끝내고, 술잔을 들어 한숨에 들이마셨다.부진환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부진환, 사실 할 말이……” 낙청연은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진환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진환은 갑자기 말을 끊어버렸다.“너 혹시 나침반은 가져왔느냐?”“알고 싶은 일이 있는데 본왕을 도와 점괘를 좀 봐주거라.”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바로 품속에서 나침반을 꺼냈다.“뭘 봐 드릴까요?” 낙청연이 물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낙청연은 그 냉정한 눈빛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어찌 저를 이런 눈빛으로 보시는 겁니까?”부진환은 지금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그윽하면서도 날카로웠다.차가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 “넌 대체 누구냐?”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의 차가운 눈빛을 보니, 낙청연은 갑자기 당황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낙청연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지금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간신히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술에 약을 탄 겁니까?”하지만 부진환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방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낙청연은 힘껏 머리를 흔들자, 어렴풋이 그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정이었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약효의 침식을 저항하며, 마음은 긴장감으로 가득찼다.그런데 이때, 부진환은 상 위의 천명 나침반을 들고, 낙정 앞으로 걸어갔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았다.낙정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약의 효과는 이렇게 강한데, 너는 아직도 쓰러지지 않는다니!”부진환은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낙정에게 건넸다.이 광경을 목격한 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진환!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지더니, 결국 약효를 이겨내지 못하고, 혼절했다.다시 깨어났을 때, 낙청연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힘겹게 눈을 떴으나, 여전히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다.눈앞에, 누군가 몸을 쭈그리고 앉았다.곧이어, 그자는 차가운 손으로 낙청연의 턱을 움켜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낙청연은 동공에 확대된 그 얼굴을 보았다.그 사악한 웃음에, 낙청연은 저도 몰래 등골이 오싹했다.침서!“왜 또 당신입니까? 감히 경도성까지 오다니!” 낙청연은 노하여 말했다.침서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청연을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말했다. “부진환이 너를 버린 것이냐?”“나와 함께 가자.”낙청연은 힘껏 그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 “꿈 깨시죠!”“낙요, 넌 왜 예전이랑 똑같이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너의 이런 성격은 앞으로 분명 고생을 많이 할 거다.” 침서는 웃으며 낙청연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 허약하고 초췌하면서 창백한 모습은 마치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침서는 이런 모습을 더없이 사랑했다.낙청연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그의 다친 팔을 잡고 힘껏 물었다.물어서 피가 흘러나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침서는 아파서 소리쳤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직 도망갈 생각만 했다.침서는 손바닥을 펼쳐, 피가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지었다.그는 느긋하게 방에서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나른하여, 비틀거리며 아래층으로 달려가면서 여러 차례 넘어졌다.그는 허약한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누구 없느냐, 누구 없느냐……”마치 등 뒤에서 악귀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마침내 대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마침 자정이 넘는 시각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빠르게 밖으로 달렸지만, 사지는 나른하고 힘이 빠졌다.얼마 달리지 못하고 또 쓰러졌다.등 뒤의
날이 밝자, 사람들은 잇달아 외출했다.거리는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침서는 여전히 낙청연을 껴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했다.한 점포를 지날 때, 누군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저 여인은 섭정왕비 아닙니까? 어떻게……”이 목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침서는 오히려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낙청연을 껴안고 그 간식 점포로 들어갔다.그는 일부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떤 간식을 좋아하느냐?”낙청연은 분노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침서는 더욱더 득의양양했다.그는 바로 묵직한 돈주머니를 점포에 던지며 말했다. “다 주시오!”장궤는 듣고 깜짝 놀랐다.뒤이어 침서는 떡 한 조각을 집에 낙청연 입가에 건네며 말했다. “먹어볼래?”낙청연은 그를 쏘아보며 입을 벌리지 않았다.침서의 눈웃음이 약간 싸늘해졌다, 그는 큰 손을 낙청연의 목덜미로 가져가더니 웃으며 그 떡을 그녀의 입안에 힘껏 쑤셔 넣었다.“먹어.”낙청연은 목덜미가 아파,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고 떡을 한입 떼어먹었다.침서는 보더니, 그제야 만족해서 말했다. “맛있느냐?”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친밀하고 야릇한 동작으로 입가의 부스러기를 닦아주었다.간식 점포의 장궤는 이 모습을 보고 못 본 체하며 뒤돌아섰다. 혹여라도 화를 부를까 두려웠다.낙청연은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이제야 침서가 무슨 짓을 하려는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명성을 더럽히려고 한다!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서는 낙청연을 데리고 경도성의 모든 시끌벅적한 거리를 거의 다 돌았다.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낙청연을 더 많이 알아볼 수록, 그는 낙청연을 데리고 그곳에서 한참 머무르기까지 했다.물건을 사고, 일부러 친밀한 척했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침서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는 걸 두 눈뻔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시끌벅적한 점포에서 나오자,
낙청연은 입을 꼭 다물고, 분노의 눈빛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낙청연이 죽어도 입을 벌리려고 하지 않자, 침서는 더 가까이 다가서며 유유히 말했다. “내가 좀 더 과분하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이냐?”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입을 벌려 침서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주위는 온통 놀라워하는 소리였다.“세상에! 저 두 사람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섭정왕비가 공연히 외간 남자와 사통하는 겁니까?”이때 지위가 좀 높은 부인이 암암리에 사람을 시켜 섭정왕을 모셔 오라고 했다.침서는 정자에 앉아, 일부러 낙청연과 애매모호한 행동을 하며, 작게 웃더니 말했다. “오늘 이후로, 너는 아마 경도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겠지?’“그러니 차라리 나와 함께 여국으로 가는 건 어떠하냐?”“너는 태어날 때부터 여국에 속했다.”“나는 너를 다시 그때의 위치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그 높은 위치에 있는 대제사장 대인으로.”“원하면 눈을 깜박하여라, 내가 데리고 갈게.”비겁하고 염치없다!낙청연은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 눈시울이 붉어져도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이미 수백 번 침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침서는 억척스럽고, 끝까지 눈을 뜨고 깜박이지 않는 낙청연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낙요는 여전히 나를 잘 알고 있구나!”바로 이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침서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입가에 득의양양한 웃음이 번졌다.“낙요, 좋은 구경거리가 왔다.”침서는 갑자기 낙청연을 붙잡고,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어깨가 삽시에 노출되어 차가운 느낌에, 낙청연의 안색은 확 변했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주위의 놀란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그런데 부진환이 사람을 거느리고 달려와, 낙청연의 바로 앞에 나타났을 때……침서는 고개를 숙이고 낙청연의 어깨를 꽉 물었다.극심한 통증이 엄습해왔고,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퍼졌다.부진환은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마치 수많은 가시가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낙청
부진환은 그녀를 만지려고 하지 않았다.부진환은 즉시 사람을 시켜 침서를 쫓았다. 뒤이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땅에 주저앉은 낙청연을 힐끗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데려가거라.”시위 두 명이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부축하여 정자에서 나왔다.낙청연은 두 눈이 붉어진 채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자, 그녀의 가슴은 쥐여 짜는 듯 아팠다.낙청연을 데려갔을 때, 정자에서 이야기 소리가 끊기지 않았으며,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섭정왕부로 돌아온 부진환은 즉시 병력을 배치하여 침서를 잡으려고 했다.낙청연은 눈밭에 서서, 부진환이 일을 다 본 후, 앞으로 다가갔다.“부진환……”그러나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서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쾅 하는 소리에, 낙청연은 움찔했다.낙청연은 못마땅해하며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부진환, 제가 싫은 겁니까?”“침서와 낙정은 한 패거리입니다! 당신은 왜 저를 속여 나침반을 가져간 겁니까? 이 모든 것은 다 그들의 계략입니다!”낙청연은 힘껏 방문을 두드렸다. “부진환, 저에게 해명해보십시오!”뒤이어,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부진환은 몹시 화가 나서 걸어 나왔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보고 해명하라고 하는 것이냐? 그럼, 네가 나에게 해명해야 할 건 없느냐?”“너와 침서는 대체 무슨 사이냐?”낙청연은 다급해서 말했다. “당신이 저에게 마시라고 준 술 때문에, 저는 침서에게 통제되었습니다!”부진환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그래? 통제당했는데 그렇게 온 거리를 다 돌아다닌 거냐? 행동거지도 친밀하던데, 너는 발버둥 칠 줄도 모르는 것이냐?”“춘계 수정에 있을 때 보니, 넌 아주 즐거워하는 것 같더구나!”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숨이 멎을 것 같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즐겼다고요? 부진환, 정말 말을 이렇게 듣기 싫게 해야 하겠습니까?”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본왕은 이미
낙청연은 이 기쁜 소식을, 두 사람이 다시 화해할 때 알려주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그의 기만이었다. 그는 그녀를 속여 천명 나침반을 뺏어갔다.지금은 또 이토록 단호하게 그녀와 관계를 끊으려고 한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이 소식을 그에게 알려야만 했다.낙청연은 여전히 작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비천하게 이 아이를 위해, 혹시 부진환이 그렇게 모질지 않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귓가에 휙휙 불어오는 바람 소리 외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마음속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온기마저 흩어지게 했다.창백한 뺨에 한줄기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낙청연은 묵묵히 몸을 돌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왕부의 계집종과 머슴들은 낙청연에게 인사를 건네려 하더니, 머뭇거리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낙청연은 마치 혼이 나간 듯, 정신없이 왕부 밖으로 걸어갔다.곧장 밖으로 걸어가며, 차가운 바람에 흩어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뼛속까지 얼어드는 엄동설한이었다.--서방에서, 부진환은 벽 모퉁이에 누워있었다. 그는 이미 혼절했으며, 땅바닥에는 피가 흠뻑 했다.소유가 돌아와, 부진환을 발견하고 바로 사람을 시켜 목 태의를 불렀다.목 태의는 보고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니, 다급히 약 처방을 내렸다.목 태의는 특별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년 용상을 꺼내, 소량을 취해 약을 달였다.“목 태의, 왕야의 몸은 어떻습니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습니까?” 소유는 걱정스레 물었다.목 태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왕야는 안정을 취해야 하오. 정서 기복이 심해서는 절대 안 되오. 그러니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그럼, 혹시 몇 년은 더 살 수도 있소.”소유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왕야는 지금 정권을 보좌해야 하고, 또 진주 반란군의 잔당까지 신경 써야 하며, 그 외 또 많은 골치 아픈 일들이 있습니다.”목 태의는 탄식하며 말했다. “알
잠시 후, 성백천이 왔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성백천은 낙청연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약간 의아해하며 말했다. “왕비 마마, 혹시 춥습니까?”낙청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괜찮소. 진맥할 필요 없소. 내가 처방전을 써줄 터이니, 이대로 약을 좀 지어주시오.”성백천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낙청연의 의술을 그는 당연히 신임한다.성백천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그저 한마디 말만 했다. “왕비 마마의 병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 보아하니 마음에 걱정거리가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모든 일은 좀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몸을 중히 여겨야 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성 태의, 고맙소.”“주의하도록 하겠소.”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격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 명을 전달하여라, 이 일을 또 함부로 떠드는 자는 머리를 잘라 대중 앞에 보여주겠다!”낙청연은 살짝 놀라 하며, 호기심에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나왔다.지초는 두봉을 낙청연에게 걸쳐주었다.태상황이 처마 밑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 낙청연은 호기심에 물었다.태상황이 말했다. “아니다. 너는 들어가 쉬어라. 짐은 오랫동안 욕을 하지 않아, 연습하고 있다.”뒤이어 태상황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명을 받은 태감도 황급히 떠났다. 그리하여 낙청연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낙청연도 방으로 돌아왔다.성 태의가 나간 후, 낙청연은 지초에게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지초도 이제는 똑똑해졌다. 그는 은전과 장신구를 조금 들고 어린 태감을 찾아가 조용히 알아보았다.잠시 후, 지초가 돌아와 말했다. “왕비 마마, 제가 알아보았습니다.”“궁 밖에서 전해 들어온 소식인데, 왕비 마마와 어떤 남자가 거리에서 행동거지가 친밀했고, 또 춘계 수정에서 풍속을 해쳤다고 합니다. 태상황께서 이 일을 알고 그렇게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잠시 멍해졌다.“이렇게 빨리 소문이 퍼졌구나!”지초는 낙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