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차가운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본왕과 왕부로 돌아가자.”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바로 지초더러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바로 뒤에 낙청연은 부진환을 따라 궁에서 나갔다.마차에 타자, 부진환은 즉시 마부에게 왕부로 가라고 분부했다.또한 빨리 달리라고 재촉까지 했다.부진환의 살짝 찌푸린 눈썹은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마차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낙청연은 많이 흔들렸지만, 최대한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왕부 문 앞에 도착하자, 마차는 멈췄다.낙청연은 그제야 부진환 얼굴의 붉은 자국을 보았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살짝 그의 뺨을 만지며 물었다. “얼굴이 왜 이렇습니까?”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다 네 덕분이잖아!”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바로 뒤에 부진환은 힘껏 그녀를 마차에서 잡아당겼다. 낙청연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을 비틀거리며 왕부 대문으로 끌려들어 갔다.부진환의 발걸음은 몹시 빨랐고 온몸은 분노로 가득했다. 마치 오랫동안 참았던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틀림없이 태상황에게 매를 맞았다는 것을.그렇지 않으면, 얼굴의 그 붉은 자국은 어디서 생겼겠는가!내원에 도착하자, 낙청연은 힘껏 부진환을 뿌리쳤다.“뭐 하는 겁니까?”곧이어 부진환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조르며 강력한 힘으로 그녀를 담벼락으로 밀었다.억지로 부진환의 눈을 직시하도록 강요받으니, 낙청연의 눈에는 분노가 치솟았다.“낙청연, 본왕이 너를 왕부에서 내보낸 건 이미 너를 살려준 건데, 네가 감히 태상황에게 고자질해?”“좋다. 왕부에 남아 있고 싶으냐? 그럼, 앞으로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거라. 죽을 때까지 너는 왕부의 대문을 한 발짝도 나갈 생각 하지 말거라!”부진환의 독기 어린 어투와 눈빛에 낙청연은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턱을 조른 그 손은 더욱 힘을 주어 마치 그녀를 산산조각이 나도록 부숴드릴 것 같았다.낙청연은 아파서 눈시울을 붉히며 힘껏 그를 밀쳐내려
이틀 동안 갇혀 있은 낙청연은 벌써 답답함을 느꼈다. 마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매일 같이 쏟아지는 폭설에 낙청연의 마음은 더욱 우울했다.눈이 좀 적게 내리는 날에는, 낙청연은 정원의 의자에 누워, 사뿐히 얼굴에 내려앉는 그 차가움을 느꼈다.“왕비 마마, 감기에 들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지초는 뜨거운 차 한 주전자를 가져와 낙청연에게 따라주고 옆에 있는 상 위에 올려놓았다.찻물의 뜨거운 열기가 감돌아, 눈 내리는 추운 날에 온도를 조금 더했다.지초도 낙청연 옆에 앉아, 걱정에 싸여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비 마마, 왕야는 왜 마마님께 이토록 잔인합니까?”“예전에는 낙월영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았지만, 낙월영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이러는 겁니까? 왕야와 왕비 마마 사이에 도대체 어떤 오해가 있는 겁니까?”낙청연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침서에게 산으로 끌려갔을 때부터인가?아니, 부경한이 시작인 거 같다.부진환이 부운주를 대처하기로 한 그날, 그는 궁에 며칠 머물렀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녀에게 휴서를 주었다.하지만 그때 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태상황도 그녀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어쩌면 태상황도 모를 수 있다.이날, 등 어멈이 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져오면서, 또 접시 밑에 서신 한 봉을 끼워 보내왔다.서신에는 낙정이 대국사가 되었다고 했다.그리고 천궐국의 국운을 추산했는데, 비바람이 순조롭고 백 년은 안정된다고 적혀 있었다.낙청연은 여기까지 보고, 피식 웃었다.이것은 모두 예전에 그녀가 추산해 놓은 것들이다.그러나 이 결과에 모두 만족했기 때문에, 황상은 이미 낙정을 대국사에 책봉했으며, 앞으로 천궐국의 국운을 추산하라고 했단다.그리고 제일 밑에는 낙정이 오늘 왕부로 와서 왕야를 주루에 초대했다고 했다.부진환은 이미 낙정과 주루로 갔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두 사람은 지금 도대체 무슨 사이인데, 이토록 화목한 걸까?함께 나가 밥까
낙정이 나침반의 사용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다니!낙정의 신분으로는 사용법을 모를 리가 없다.순간 낙청연의 눈동자가 반짝이었다.낙정이 사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이 나침반은 그녀가 어릴 적부터 몸에 지니고 다녔다. 사부님이 말씀하시길, 이것은 그녀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죽고 다시 환생했을 때, 나침반은 그녀를 따라왔다. 그러니 이건 절대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나침반은 그녀를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낙청연은 가슴에 얹어진 돌덩이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낙정이 나침반을 손에 넣어도 소용이 없다.부진환이 물었다. “그럼, 당신은 이 나침반이 없으면, 아무것도 정확하게 추산해내지 못하는 것이오?”낙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그럼, 된 거잖소. 당신은 그저 잘 맞출 수 있는 것만 골라 정확하게 추산해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소.”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본왕과 낙청연 사이는 이미 틀어졌소. 만일 또 그녀를 속이려면, 연극을 하며 호의를 보여야 할 것이오.”“본왕은 그렇게 역겨운 일을 하고 싶지 않소.”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 역겨운 일이라고 했다……낙청연은 괴로워하며 가슴을 움켜잡고, 감히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조용히 떠났다.그 말들은 끊임없이 낙청연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으며, 가슴은 매우 답답했다.낙청연은 곧장 왕부로 돌아왔다.정원으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부진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왜 부진환은 그녀와 그녀 어머니를 증오하는 걸까?낙청연은 문득 부진환이 태후로부터 받은 여비의 유물이 생각났다.설마 그 속에 뭔가 있었단 말인가?이런 생각이 든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왕부에서 순찰하는 시위를 피해 부진환의 서방으로 왔다.낙청연은 서방에서 등불도 감히 켜지 못하고, 화절자를 들고 곳곳에서 찾아보았다.그 물건들을
낙청연은 등 뒤에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벽에 눌려서 발이 붕 떴다.숨이 막히는 기분에 낙청연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누가 널 들여보낸 것이냐? 감히 본왕의 물건을 건드리다니!"낙청연은 저항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왕야..."그녀는 숨이 막혔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그녀를 힘껏 내동댕이쳤다.낙청연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르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오장육부가 큰 충격을 받은 건지 심하게 아파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왕야, 낙정과 태후는 한패입니다. 태후가 왕야에게 준 건 낙정이 손을 쓴 것입니다. 그 편지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낙청연이 다급히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부진환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낙청연을 들어 올리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감히 감언이설로 날 속이려 드는 것이냐?""모비의 필적을 본왕이 알아보지 못할 것 같으냐?"말을 끝맺자마자 낙청연은 밖으로 휙 날아가 눈밭에 쓰러졌다.팔이 몸 아래 깔린 탓에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팔이 빠졌다."아..."낙청연은 고통 때문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그녀는 한 손으로 힘겹게 바닥을 짚은 뒤 일어나려 했다."왕야, 그들은 믿으면서 왜 제 말은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제 어머니가 진짜 왕야의 모비를 해쳤다고 해도 전 왕야를 해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왕야를 위해 한 일들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겁니까?"낙청연은 통증을 참으면서 울먹이며 말했다.부진환은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는 허리를 숙인 뒤 그녀의 턱을 쥐었다."본왕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널 믿은 것이다."그의 차가운 어조와 싸늘한 눈빛은 너무도 낯설었다.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던 그들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너무 낯설었다.너무 낯설다 못해 두려울 지경이었다.낙청연은 무기력함과 절망을 느꼈다. 이제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부진환이 그녀를 믿어줄지 알 수 없었다."다시 한번
낙청연은 처소로 끌려갔다.호위가 그녀를 놓는 순간, 낙청연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지초가 다급히 달려와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실수로 그녀의 팔을 건드린 지초는 깜짝 놀라면서 손을 거두어들였다."왕비 마마, 팔이..."낙청연은 지초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뒤 천천히 방으로 걸어갔다.의자 위에 앉은 그녀는 빠진 팔을 붙잡더니 이를 악물고 뼈를 맞추었다.순간 극심한 통증 때문에 낙청연은 눈물이 찔끔 났다.지초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왕비 마마... 왕야께서는 왜 이렇게 무자비하신 걸까요? 정말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낙청연은 갑자기 가슴이 아파 가슴께를 부여잡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지초가 손수건을 건넸고 기침한 뒤 손수건을 보니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지초는 깜짝 놀랐다."제가 소유에게 태의를 모셔 오라고 부탁하겠습니다."낙청연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 괜히 소유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거라."만약 소유가 그녀를 도왔다는 걸 부진환이 알게 된다면 더 화를 낼지도 몰랐다."그러면 왕비 마마는 어떡하십니까?"낙청연은 차를 따랐다."아직 약재가 남지 않았느냐? 그거면 충분하다."그녀는 약재를 지초에게 건네주며 약을 달이라고 했다.밤새 방 안에서 낙청연의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듣는 사람마저 마음이 아릴 정도였다.날이 밝을 때쯤이 돼서야 낙청연은 기침하지 않고 천천히 잠에 들었다.그러나 그마저도 푹 쉬지는 못했다.날이 밝기 무섭게 밖에서 비명이 들려 낙청연은 비몽사몽 잠에서 깼다.침상에서 일어나 보니 지초가 정원 문에 딱 붙어서 좁은 틈 사이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낙청연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지초야? 밖에 무슨 일 있느냐?"지초는 깜짝 놀라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왕비 마마..."지초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낙청연은 멀리서 들려오는 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본왕이 똑똑히 얘기했지. 감히 본왕의 명령을 어기고 낙청연을 내보내는 자는
낙청연은 조급한 마음에 힘껏 발버둥 쳤다."이거 놓으세요!""왕야, 꼭 이렇게 매몰차게 굴어야겠습니까?"그러나 부진환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다.등 어멈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자 낙청연은 조바심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왕부에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방에서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부진환에게 빌었다.낙청연은 결국 굴복했다."제발 살려주세요!"낙청연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고 부진환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았다.낙청연은 자신이 빈다면 부진환이 등 어멈을 죽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등 관사는 섭정왕부의 노예지 네 노예가 아니다. 등 관사는 본왕의 명령을 어겼다. 본왕은 그녀를 용서할 생각이 없다."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가시처럼 낙청연의 심장에 깊이 박혔다.낙청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화를 내며 소리쳤다."왕야!"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데려가거라."호위는 낙청연을 붙잡고 억지로 그녀를 떨어뜨려 놓았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계속 본왕의 한계점을 시험한다면 죽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그의 음산한 눈빛에 등골이 오싹했다.낙청연은 호위에게 끌려갔다. 문이 잠기자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예전에는 집처럼 느껴졌던 이곳이 이제는 감옥처럼 느껴졌다.지초는 그녀를 안고 말했다."왕비 마마, 떠납시다. 왕야께서 이토록 무자비하신데 왜 왕부에 남아서 고생하시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무거운 돌덩이에 눌린 것만 같았다.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니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밖에서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이 더해지니 이번 겨울이 유독 차갑고 길게 느껴졌다.낙청연은 그 소리를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낙청연은 지초에게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다.그녀가 처소에서 반 발짝만 내디디면 지초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참 버티기 힘든 겨울이었다. 낙청연은
침서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곧이어 그는 입꼬리를 당기며 창가에 서서 팔짱을 둘렀다.“무슨 신분으로 내게 도움을 바라는 것이냐?”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대제사장이요.”침서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낙요야, 나와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냐?”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도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여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 도와 일을 하나 해주셔야 합니다.”“그리고 여국의 대제사장은 오직 저뿐이어야 합니다.”침서는 입꼬리를 당기며 사악하게 웃었다. 곧이어 그는 무릎 한쪽을 꿇었다.“대제사장을 위해서라면 하나가 아니라 열 가지, 백 가지 일이라도 해야지!”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침서는 미치기는 했지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일을 함에 있어 종잡을 수 없었고 언제나 본인 기분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침서가 이렇게 쉽게 그녀에게 복종할 일은 없었다.낙청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믿을 수 없었다.“일단 제가 시키려는 일을 다 듣고 나서 약속해도 늦지 않습니다.”침서는 몸을 일으킨 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군사를 일으켜 서릉을 공격하세요.”“하지만 진짜 싸워서는 안 됩니다. 백성을 다치게 하지는 마세요.”그 말에 침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낙정을 상대하려는 것이냐?”침서는 단번에 알아맞혔다.“승낙하지 않을 생각입니까?”낙청연이 매서운 어조로 말했다.침서는 피식 웃으며 거만하게 말했다.“고작 낙정 따위 아니냐? 내 낙요만큼 중요하지는 않지.”“내가 도와주마. 7일 안에 여국 대군이 서릉 국경에 도착할 것이다.”침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낙요야, 7일만 기다리거라. 내가 널 데리러 오마!”말을 마친 뒤 침서는 곧바로 낙청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고개를 숙인 낙청연은 손에 든 약함을 바라보았다. 약함을 천천히 열어 보니 안에 사상환 반 알이 남아있었다.사실 그녀는 침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여국이 왜 갑자기 군대를 출동시킨 걸까?부운주도 입을 열어 물었다."대국사는 이것에 능하니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느냐?""어떻게 대처해야겠느냐?"조정의 문무 대신들은 전부 낙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정은 어쩔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이 일은... 예측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부운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겠느냐?"낙정은 주저하다가 말했다."삼 일이요."그 말에 많은 사람이 불만을 품었다."삼 일이라니? 서릉은 경도에서 천 리 넘게 떨어졌소. 삼 일 뒤 결과가 나오면 늦지 않겠소?""예전에 섭정왕비는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오.""그러게, 대국사 실력이 좋지 않은가 보오."그 말에 낙정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이틀, 제일 빨라야 이틀입니다!"낙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냉정하게 말했다."여국이 왜 갑자기 군대를 보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우선 사람을 보내 여국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동시에 몰래 군대를 파병해 지원해야 합니다. 대국사의 예측에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그래야 결과가 나온 뒤 어떤 변수가 생기든 대처하기 쉬울 겁니다."대신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부운주가 명령을 내렸다."그러면 섭정왕의 말대로 각자 준비하지.""대국사, 이틀 뒤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낙정을 대국사로 책봉한 건 그였다.그리고 그것은 황제가 된 뒤로 그가 한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기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뒤에서 몰래 그를 아둔한 군주라고 욕할 터였다.낙정은 거대한 압력을 이기며 대답했다."네."-낙청연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여국 대군이 언제쯤 국경에 도착할까 매일 날짜를 헤아렸다.그날 밤, 낙청연은 여느 때와 같이 창가 쪽에 앉아있었다. 창밖은 이미 질리도록 본 풍경이었다.갑자기 정원 문이 열렸다. 밖에서 열린 것이었다.부진환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본 순간 낙청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