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차가운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본왕과 왕부로 돌아가자.”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바로 지초더러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바로 뒤에 낙청연은 부진환을 따라 궁에서 나갔다.마차에 타자, 부진환은 즉시 마부에게 왕부로 가라고 분부했다.또한 빨리 달리라고 재촉까지 했다.부진환의 살짝 찌푸린 눈썹은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마차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낙청연은 많이 흔들렸지만, 최대한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왕부 문 앞에 도착하자, 마차는 멈췄다.낙청연은 그제야 부진환 얼굴의 붉은 자국을 보았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살짝 그의 뺨을 만지며 물었다. “얼굴이 왜 이렇습니까?”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다 네 덕분이잖아!”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바로 뒤에 부진환은 힘껏 그녀를 마차에서 잡아당겼다. 낙청연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을 비틀거리며 왕부 대문으로 끌려들어 갔다.부진환의 발걸음은 몹시 빨랐고 온몸은 분노로 가득했다. 마치 오랫동안 참았던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틀림없이 태상황에게 매를 맞았다는 것을.그렇지 않으면, 얼굴의 그 붉은 자국은 어디서 생겼겠는가!내원에 도착하자, 낙청연은 힘껏 부진환을 뿌리쳤다.“뭐 하는 겁니까?”곧이어 부진환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조르며 강력한 힘으로 그녀를 담벼락으로 밀었다.억지로 부진환의 눈을 직시하도록 강요받으니, 낙청연의 눈에는 분노가 치솟았다.“낙청연, 본왕이 너를 왕부에서 내보낸 건 이미 너를 살려준 건데, 네가 감히 태상황에게 고자질해?”“좋다. 왕부에 남아 있고 싶으냐? 그럼, 앞으로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거라. 죽을 때까지 너는 왕부의 대문을 한 발짝도 나갈 생각 하지 말거라!”부진환의 독기 어린 어투와 눈빛에 낙청연은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턱을 조른 그 손은 더욱 힘을 주어 마치 그녀를 산산조각이 나도록 부숴드릴 것 같았다.낙청연은 아파서 눈시울을 붉히며 힘껏 그를 밀쳐내려
이틀 동안 갇혀 있은 낙청연은 벌써 답답함을 느꼈다. 마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매일 같이 쏟아지는 폭설에 낙청연의 마음은 더욱 우울했다.눈이 좀 적게 내리는 날에는, 낙청연은 정원의 의자에 누워, 사뿐히 얼굴에 내려앉는 그 차가움을 느꼈다.“왕비 마마, 감기에 들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지초는 뜨거운 차 한 주전자를 가져와 낙청연에게 따라주고 옆에 있는 상 위에 올려놓았다.찻물의 뜨거운 열기가 감돌아, 눈 내리는 추운 날에 온도를 조금 더했다.지초도 낙청연 옆에 앉아, 걱정에 싸여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비 마마, 왕야는 왜 마마님께 이토록 잔인합니까?”“예전에는 낙월영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았지만, 낙월영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이러는 겁니까? 왕야와 왕비 마마 사이에 도대체 어떤 오해가 있는 겁니까?”낙청연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침서에게 산으로 끌려갔을 때부터인가?아니, 부경한이 시작인 거 같다.부진환이 부운주를 대처하기로 한 그날, 그는 궁에 며칠 머물렀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녀에게 휴서를 주었다.하지만 그때 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태상황도 그녀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어쩌면 태상황도 모를 수 있다.이날, 등 어멈이 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져오면서, 또 접시 밑에 서신 한 봉을 끼워 보내왔다.서신에는 낙정이 대국사가 되었다고 했다.그리고 천궐국의 국운을 추산했는데, 비바람이 순조롭고 백 년은 안정된다고 적혀 있었다.낙청연은 여기까지 보고, 피식 웃었다.이것은 모두 예전에 그녀가 추산해 놓은 것들이다.그러나 이 결과에 모두 만족했기 때문에, 황상은 이미 낙정을 대국사에 책봉했으며, 앞으로 천궐국의 국운을 추산하라고 했단다.그리고 제일 밑에는 낙정이 오늘 왕부로 와서 왕야를 주루에 초대했다고 했다.부진환은 이미 낙정과 주루로 갔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두 사람은 지금 도대체 무슨 사이인데, 이토록 화목한 걸까?함께 나가 밥까
낙정이 나침반의 사용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다니!낙정의 신분으로는 사용법을 모를 리가 없다.순간 낙청연의 눈동자가 반짝이었다.낙정이 사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이 나침반은 그녀가 어릴 적부터 몸에 지니고 다녔다. 사부님이 말씀하시길, 이것은 그녀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죽고 다시 환생했을 때, 나침반은 그녀를 따라왔다. 그러니 이건 절대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나침반은 그녀를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낙청연은 가슴에 얹어진 돌덩이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낙정이 나침반을 손에 넣어도 소용이 없다.부진환이 물었다. “그럼, 당신은 이 나침반이 없으면, 아무것도 정확하게 추산해내지 못하는 것이오?”낙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그럼, 된 거잖소. 당신은 그저 잘 맞출 수 있는 것만 골라 정확하게 추산해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소.”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본왕과 낙청연 사이는 이미 틀어졌소. 만일 또 그녀를 속이려면, 연극을 하며 호의를 보여야 할 것이오.”“본왕은 그렇게 역겨운 일을 하고 싶지 않소.”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 역겨운 일이라고 했다……낙청연은 괴로워하며 가슴을 움켜잡고, 감히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조용히 떠났다.그 말들은 끊임없이 낙청연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으며, 가슴은 매우 답답했다.낙청연은 곧장 왕부로 돌아왔다.정원으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부진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왜 부진환은 그녀와 그녀 어머니를 증오하는 걸까?낙청연은 문득 부진환이 태후로부터 받은 여비의 유물이 생각났다.설마 그 속에 뭔가 있었단 말인가?이런 생각이 든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왕부에서 순찰하는 시위를 피해 부진환의 서방으로 왔다.낙청연은 서방에서 등불도 감히 켜지 못하고, 화절자를 들고 곳곳에서 찾아보았다.그 물건들을
낙청연은 등 뒤에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벽에 눌려서 발이 붕 떴다.숨이 막히는 기분에 낙청연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누가 널 들여보낸 것이냐? 감히 본왕의 물건을 건드리다니!"낙청연은 저항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왕야..."그녀는 숨이 막혔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그녀를 힘껏 내동댕이쳤다.낙청연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르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오장육부가 큰 충격을 받은 건지 심하게 아파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왕야, 낙정과 태후는 한패입니다. 태후가 왕야에게 준 건 낙정이 손을 쓴 것입니다. 그 편지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낙청연이 다급히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부진환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낙청연을 들어 올리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감히 감언이설로 날 속이려 드는 것이냐?""모비의 필적을 본왕이 알아보지 못할 것 같으냐?"말을 끝맺자마자 낙청연은 밖으로 휙 날아가 눈밭에 쓰러졌다.팔이 몸 아래 깔린 탓에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팔이 빠졌다."아..."낙청연은 고통 때문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그녀는 한 손으로 힘겹게 바닥을 짚은 뒤 일어나려 했다."왕야, 그들은 믿으면서 왜 제 말은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제 어머니가 진짜 왕야의 모비를 해쳤다고 해도 전 왕야를 해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왕야를 위해 한 일들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겁니까?"낙청연은 통증을 참으면서 울먹이며 말했다.부진환은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는 허리를 숙인 뒤 그녀의 턱을 쥐었다."본왕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널 믿은 것이다."그의 차가운 어조와 싸늘한 눈빛은 너무도 낯설었다.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던 그들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너무 낯설었다.너무 낯설다 못해 두려울 지경이었다.낙청연은 무기력함과 절망을 느꼈다. 이제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부진환이 그녀를 믿어줄지 알 수 없었다."다시 한번
낙청연은 처소로 끌려갔다.호위가 그녀를 놓는 순간, 낙청연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지초가 다급히 달려와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실수로 그녀의 팔을 건드린 지초는 깜짝 놀라면서 손을 거두어들였다."왕비 마마, 팔이..."낙청연은 지초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뒤 천천히 방으로 걸어갔다.의자 위에 앉은 그녀는 빠진 팔을 붙잡더니 이를 악물고 뼈를 맞추었다.순간 극심한 통증 때문에 낙청연은 눈물이 찔끔 났다.지초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왕비 마마... 왕야께서는 왜 이렇게 무자비하신 걸까요? 정말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낙청연은 갑자기 가슴이 아파 가슴께를 부여잡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지초가 손수건을 건넸고 기침한 뒤 손수건을 보니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지초는 깜짝 놀랐다."제가 소유에게 태의를 모셔 오라고 부탁하겠습니다."낙청연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 괜히 소유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거라."만약 소유가 그녀를 도왔다는 걸 부진환이 알게 된다면 더 화를 낼지도 몰랐다."그러면 왕비 마마는 어떡하십니까?"낙청연은 차를 따랐다."아직 약재가 남지 않았느냐? 그거면 충분하다."그녀는 약재를 지초에게 건네주며 약을 달이라고 했다.밤새 방 안에서 낙청연의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듣는 사람마저 마음이 아릴 정도였다.날이 밝을 때쯤이 돼서야 낙청연은 기침하지 않고 천천히 잠에 들었다.그러나 그마저도 푹 쉬지는 못했다.날이 밝기 무섭게 밖에서 비명이 들려 낙청연은 비몽사몽 잠에서 깼다.침상에서 일어나 보니 지초가 정원 문에 딱 붙어서 좁은 틈 사이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낙청연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지초야? 밖에 무슨 일 있느냐?"지초는 깜짝 놀라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왕비 마마..."지초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낙청연은 멀리서 들려오는 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본왕이 똑똑히 얘기했지. 감히 본왕의 명령을 어기고 낙청연을 내보내는 자는
낙청연은 조급한 마음에 힘껏 발버둥 쳤다."이거 놓으세요!""왕야, 꼭 이렇게 매몰차게 굴어야겠습니까?"그러나 부진환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다.등 어멈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자 낙청연은 조바심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왕부에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방에서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부진환에게 빌었다.낙청연은 결국 굴복했다."제발 살려주세요!"낙청연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고 부진환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았다.낙청연은 자신이 빈다면 부진환이 등 어멈을 죽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등 관사는 섭정왕부의 노예지 네 노예가 아니다. 등 관사는 본왕의 명령을 어겼다. 본왕은 그녀를 용서할 생각이 없다."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가시처럼 낙청연의 심장에 깊이 박혔다.낙청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화를 내며 소리쳤다."왕야!"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데려가거라."호위는 낙청연을 붙잡고 억지로 그녀를 떨어뜨려 놓았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계속 본왕의 한계점을 시험한다면 죽는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그의 음산한 눈빛에 등골이 오싹했다.낙청연은 호위에게 끌려갔다. 문이 잠기자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예전에는 집처럼 느껴졌던 이곳이 이제는 감옥처럼 느껴졌다.지초는 그녀를 안고 말했다."왕비 마마, 떠납시다. 왕야께서 이토록 무자비하신데 왜 왕부에 남아서 고생하시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무거운 돌덩이에 눌린 것만 같았다.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니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밖에서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이 더해지니 이번 겨울이 유독 차갑고 길게 느껴졌다.낙청연은 그 소리를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낙청연은 지초에게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다.그녀가 처소에서 반 발짝만 내디디면 지초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참 버티기 힘든 겨울이었다. 낙청연은
침서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곧이어 그는 입꼬리를 당기며 창가에 서서 팔짱을 둘렀다.“무슨 신분으로 내게 도움을 바라는 것이냐?”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대제사장이요.”침서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낙요야, 나와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냐?”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도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여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 도와 일을 하나 해주셔야 합니다.”“그리고 여국의 대제사장은 오직 저뿐이어야 합니다.”침서는 입꼬리를 당기며 사악하게 웃었다. 곧이어 그는 무릎 한쪽을 꿇었다.“대제사장을 위해서라면 하나가 아니라 열 가지, 백 가지 일이라도 해야지!”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침서는 미치기는 했지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일을 함에 있어 종잡을 수 없었고 언제나 본인 기분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침서가 이렇게 쉽게 그녀에게 복종할 일은 없었다.낙청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믿을 수 없었다.“일단 제가 시키려는 일을 다 듣고 나서 약속해도 늦지 않습니다.”침서는 몸을 일으킨 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군사를 일으켜 서릉을 공격하세요.”“하지만 진짜 싸워서는 안 됩니다. 백성을 다치게 하지는 마세요.”그 말에 침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낙정을 상대하려는 것이냐?”침서는 단번에 알아맞혔다.“승낙하지 않을 생각입니까?”낙청연이 매서운 어조로 말했다.침서는 피식 웃으며 거만하게 말했다.“고작 낙정 따위 아니냐? 내 낙요만큼 중요하지는 않지.”“내가 도와주마. 7일 안에 여국 대군이 서릉 국경에 도착할 것이다.”침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낙요야, 7일만 기다리거라. 내가 널 데리러 오마!”말을 마친 뒤 침서는 곧바로 낙청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고개를 숙인 낙청연은 손에 든 약함을 바라보았다. 약함을 천천히 열어 보니 안에 사상환 반 알이 남아있었다.사실 그녀는 침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여국이 왜 갑자기 군대를 출동시킨 걸까?부운주도 입을 열어 물었다."대국사는 이것에 능하니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느냐?""어떻게 대처해야겠느냐?"조정의 문무 대신들은 전부 낙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정은 어쩔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이 일은... 예측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부운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겠느냐?"낙정은 주저하다가 말했다."삼 일이요."그 말에 많은 사람이 불만을 품었다."삼 일이라니? 서릉은 경도에서 천 리 넘게 떨어졌소. 삼 일 뒤 결과가 나오면 늦지 않겠소?""예전에 섭정왕비는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오.""그러게, 대국사 실력이 좋지 않은가 보오."그 말에 낙정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이틀, 제일 빨라야 이틀입니다!"낙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냉정하게 말했다."여국이 왜 갑자기 군대를 보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우선 사람을 보내 여국과 교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동시에 몰래 군대를 파병해 지원해야 합니다. 대국사의 예측에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그래야 결과가 나온 뒤 어떤 변수가 생기든 대처하기 쉬울 겁니다."대신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부운주가 명령을 내렸다."그러면 섭정왕의 말대로 각자 준비하지.""대국사, 이틀 뒤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낙정을 대국사로 책봉한 건 그였다.그리고 그것은 황제가 된 뒤로 그가 한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기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뒤에서 몰래 그를 아둔한 군주라고 욕할 터였다.낙정은 거대한 압력을 이기며 대답했다."네."-낙청연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여국 대군이 언제쯤 국경에 도착할까 매일 날짜를 헤아렸다.그날 밤, 낙청연은 여느 때와 같이 창가 쪽에 앉아있었다. 창밖은 이미 질리도록 본 풍경이었다.갑자기 정원 문이 열렸다. 밖에서 열린 것이었다.부진환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본 순간 낙청연은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