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 세상에 부경한이라는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도련님께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지으십시오.”이 말을 듣고 부경한은 놀라서 굳어버렸다. 곧바로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망망한 설경을 감상하며,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는 눈을 감더니, 입가에 한 줄기 웃음이 번졌다.“참 좋구나! 마침내 그 울타리에서 벗어났다.”“짐…… 아, 아니다. 무슨 이름을 지을지 잘 생각해봐야겠다.”방금 말을 마치더니, 부경한은 안색이 변하더니 물었다. “잠리, 궁에서 나올 때 혹시 돈은 가져왔느냐?”그는 즉시 잠리의 몸을 더듬었다.결국 작은 돈주머니 하나를 꺼냈다.꺼내보니, 몇 냥 안 되는 은자였다.“잠리, 너 돈도 안 가지고 나왔느냐? 설마 나를 굶겨 죽일 셈이냐?”잠리는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잠리는 절대 도련님의 배를 굶게 하지 않습니다.”부경한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그러나 짐은……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유의유식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황제에서 보통 사람으로 변하고, 게다가 몸에 돈 한 푼 없으니, 부경한은 몹시 불안했다.“제가 할 줄 알면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줄 압니다. 도련님을 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부경한도 아예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미 궁에서 나왔으니까.그는 마차로 돌아가 한가로이 누웠다.“아, 그럼, 약속했다. 나의 하반기 일생은 너에게 맡기겠다.”잠리도 마차에 앉더니 물었다. “도련님, 출발할까요?”“출발하자.”잠리는 즉시 마차를 몰고 앞으로 달렸다. “도련님, 이름은 아직 입니까?”부경한은 마차에 기대어 눈을 감고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느긋하게 말했다. “앞으로 세상 끝까지 유랑하며 살아야겠구나! 비록 내가 바랐던 생활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만족한다.”“잠랑(岑浪)으로 하자.”이 말을 들은 잠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도련님, 안 됩니다. 신분이 존귀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건 여국 진국의 보물이다.예전에 달라고 낙청연을 핍박했지만, 실패했다.지금은 부운주가 황제가 되었고, 또 부진환은 그녀에게 조종당했으니, 그녀는 반드시 낙청연이 그 나침반을 순순히 내놓게 할 것이다!부진환의 안색은 돌변했다.낙정은 말을 이었다. “방금 서방에서, 불에 탔던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그중 한 상자의 자물쇠는 여국의 일월쇄였습니다.”“생각해보니, 그것은 왕야 모비의 유물일 것 같습니다.”“제가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거래하는 게 어떻습니까?”……늦은 밤, 서방에 난로가 타고 있었고 아주 따뜻했다.부진환은 그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눈빛은 점점 놀라움으로부터 서서히 강한 분노로 바뀌었다.그가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자. 손등의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표정은 평온했지만, 눈가에는 이미 하늘을 찌르는 분노가 훨훨 타올랐다.--드디어 또 맑은 날이었다. 태상황은 여묵 등 세 사람을 철수하라고 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매일 출궁하고 싶었다.마침 이날은 맑은 날이라, 겨울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낙청연은 햇빛 쬠을 간다는 핑계로 궁 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묵 등 세 사람을 떼어 놓았다.방금 궁문을 나서자, 입구에 섭정왕부의 마차가 있었다.“왕비 마마.” 마차 위의 사람은 즉시 내려와, 낙청연에게 서신 한 봉을 건넸다.서신을 열어보니, 부진환이 오늘 밤, 만복루에서 만나자고 했다.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기뻤다. 부진환은 드디어 그녀를 만나주려 한다.보아하니, 기회를 봐서 그에게 똑똑히 해명해야 할 것 같다.낙청연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는 복부를 만졌다. 요 며칠 그는 궁에서 몸조리하여 몸은 많이 건강해졌다. 지금까지 태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오늘 밤을 빌려, 이 좋은 소식을 부진환에게 알려야겠다.밤에 또 눈이 내릴까 봐, 낙청연은 특별히 두꺼운 두봉으로 갈아입었다.저녁 무렵이 되어, 낙청연은 출발 전에 만복루에 들렸다.겨울의 해는 짧았다. 만복루에
낙청연은 말을 끝내고, 술잔을 들어 한숨에 들이마셨다.부진환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부진환, 사실 할 말이……” 낙청연은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진환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진환은 갑자기 말을 끊어버렸다.“너 혹시 나침반은 가져왔느냐?”“알고 싶은 일이 있는데 본왕을 도와 점괘를 좀 봐주거라.”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바로 품속에서 나침반을 꺼냈다.“뭘 봐 드릴까요?” 낙청연이 물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낙청연은 그 냉정한 눈빛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어찌 저를 이런 눈빛으로 보시는 겁니까?”부진환은 지금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그윽하면서도 날카로웠다.차가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 “넌 대체 누구냐?”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의 차가운 눈빛을 보니, 낙청연은 갑자기 당황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낙청연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지금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간신히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술에 약을 탄 겁니까?”하지만 부진환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방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낙청연은 힘껏 머리를 흔들자, 어렴풋이 그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정이었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약효의 침식을 저항하며, 마음은 긴장감으로 가득찼다.그런데 이때, 부진환은 상 위의 천명 나침반을 들고, 낙정 앞으로 걸어갔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았다.낙정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약의 효과는 이렇게 강한데, 너는 아직도 쓰러지지 않는다니!”부진환은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낙정에게 건넸다.이 광경을 목격한 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진환!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지더니, 결국 약효를 이겨내지 못하고, 혼절했다.다시 깨어났을 때, 낙청연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힘겹게 눈을 떴으나, 여전히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다.눈앞에, 누군가 몸을 쭈그리고 앉았다.곧이어, 그자는 차가운 손으로 낙청연의 턱을 움켜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낙청연은 동공에 확대된 그 얼굴을 보았다.그 사악한 웃음에, 낙청연은 저도 몰래 등골이 오싹했다.침서!“왜 또 당신입니까? 감히 경도성까지 오다니!” 낙청연은 노하여 말했다.침서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청연을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말했다. “부진환이 너를 버린 것이냐?”“나와 함께 가자.”낙청연은 힘껏 그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 “꿈 깨시죠!”“낙요, 넌 왜 예전이랑 똑같이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너의 이런 성격은 앞으로 분명 고생을 많이 할 거다.” 침서는 웃으며 낙청연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 허약하고 초췌하면서 창백한 모습은 마치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침서는 이런 모습을 더없이 사랑했다.낙청연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그의 다친 팔을 잡고 힘껏 물었다.물어서 피가 흘러나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침서는 아파서 소리쳤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직 도망갈 생각만 했다.침서는 손바닥을 펼쳐, 피가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지었다.그는 느긋하게 방에서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나른하여, 비틀거리며 아래층으로 달려가면서 여러 차례 넘어졌다.그는 허약한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누구 없느냐, 누구 없느냐……”마치 등 뒤에서 악귀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마침내 대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마침 자정이 넘는 시각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빠르게 밖으로 달렸지만, 사지는 나른하고 힘이 빠졌다.얼마 달리지 못하고 또 쓰러졌다.등 뒤의
날이 밝자, 사람들은 잇달아 외출했다.거리는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침서는 여전히 낙청연을 껴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했다.한 점포를 지날 때, 누군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저 여인은 섭정왕비 아닙니까? 어떻게……”이 목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침서는 오히려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낙청연을 껴안고 그 간식 점포로 들어갔다.그는 일부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떤 간식을 좋아하느냐?”낙청연은 분노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침서는 더욱더 득의양양했다.그는 바로 묵직한 돈주머니를 점포에 던지며 말했다. “다 주시오!”장궤는 듣고 깜짝 놀랐다.뒤이어 침서는 떡 한 조각을 집에 낙청연 입가에 건네며 말했다. “먹어볼래?”낙청연은 그를 쏘아보며 입을 벌리지 않았다.침서의 눈웃음이 약간 싸늘해졌다, 그는 큰 손을 낙청연의 목덜미로 가져가더니 웃으며 그 떡을 그녀의 입안에 힘껏 쑤셔 넣었다.“먹어.”낙청연은 목덜미가 아파,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고 떡을 한입 떼어먹었다.침서는 보더니, 그제야 만족해서 말했다. “맛있느냐?”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친밀하고 야릇한 동작으로 입가의 부스러기를 닦아주었다.간식 점포의 장궤는 이 모습을 보고 못 본 체하며 뒤돌아섰다. 혹여라도 화를 부를까 두려웠다.낙청연은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이제야 침서가 무슨 짓을 하려는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명성을 더럽히려고 한다!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서는 낙청연을 데리고 경도성의 모든 시끌벅적한 거리를 거의 다 돌았다. 사람이 많을수록, 그리고 낙청연을 더 많이 알아볼 수록, 그는 낙청연을 데리고 그곳에서 한참 머무르기까지 했다.물건을 사고, 일부러 친밀한 척했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침서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는 걸 두 눈뻔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시끌벅적한 점포에서 나오자,
낙청연은 입을 꼭 다물고, 분노의 눈빛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낙청연이 죽어도 입을 벌리려고 하지 않자, 침서는 더 가까이 다가서며 유유히 말했다. “내가 좀 더 과분하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이냐?”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입을 벌려 침서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주위는 온통 놀라워하는 소리였다.“세상에! 저 두 사람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섭정왕비가 공연히 외간 남자와 사통하는 겁니까?”이때 지위가 좀 높은 부인이 암암리에 사람을 시켜 섭정왕을 모셔 오라고 했다.침서는 정자에 앉아, 일부러 낙청연과 애매모호한 행동을 하며, 작게 웃더니 말했다. “오늘 이후로, 너는 아마 경도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겠지?’“그러니 차라리 나와 함께 여국으로 가는 건 어떠하냐?”“너는 태어날 때부터 여국에 속했다.”“나는 너를 다시 그때의 위치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그 높은 위치에 있는 대제사장 대인으로.”“원하면 눈을 깜박하여라, 내가 데리고 갈게.”비겁하고 염치없다!낙청연은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 눈시울이 붉어져도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이미 수백 번 침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침서는 억척스럽고, 끝까지 눈을 뜨고 깜박이지 않는 낙청연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낙요는 여전히 나를 잘 알고 있구나!”바로 이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침서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입가에 득의양양한 웃음이 번졌다.“낙요, 좋은 구경거리가 왔다.”침서는 갑자기 낙청연을 붙잡고,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어깨가 삽시에 노출되어 차가운 느낌에, 낙청연의 안색은 확 변했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주위의 놀란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그런데 부진환이 사람을 거느리고 달려와, 낙청연의 바로 앞에 나타났을 때……침서는 고개를 숙이고 낙청연의 어깨를 꽉 물었다.극심한 통증이 엄습해왔고,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퍼졌다.부진환은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마치 수많은 가시가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낙청
부진환은 그녀를 만지려고 하지 않았다.부진환은 즉시 사람을 시켜 침서를 쫓았다. 뒤이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땅에 주저앉은 낙청연을 힐끗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데려가거라.”시위 두 명이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부축하여 정자에서 나왔다.낙청연은 두 눈이 붉어진 채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자, 그녀의 가슴은 쥐여 짜는 듯 아팠다.낙청연을 데려갔을 때, 정자에서 이야기 소리가 끊기지 않았으며,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섭정왕부로 돌아온 부진환은 즉시 병력을 배치하여 침서를 잡으려고 했다.낙청연은 눈밭에 서서, 부진환이 일을 다 본 후, 앞으로 다가갔다.“부진환……”그러나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서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쾅 하는 소리에, 낙청연은 움찔했다.낙청연은 못마땅해하며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부진환, 제가 싫은 겁니까?”“침서와 낙정은 한 패거리입니다! 당신은 왜 저를 속여 나침반을 가져간 겁니까? 이 모든 것은 다 그들의 계략입니다!”낙청연은 힘껏 방문을 두드렸다. “부진환, 저에게 해명해보십시오!”뒤이어,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부진환은 몹시 화가 나서 걸어 나왔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보고 해명하라고 하는 것이냐? 그럼, 네가 나에게 해명해야 할 건 없느냐?”“너와 침서는 대체 무슨 사이냐?”낙청연은 다급해서 말했다. “당신이 저에게 마시라고 준 술 때문에, 저는 침서에게 통제되었습니다!”부진환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그래? 통제당했는데 그렇게 온 거리를 다 돌아다닌 거냐? 행동거지도 친밀하던데, 너는 발버둥 칠 줄도 모르는 것이냐?”“춘계 수정에 있을 때 보니, 넌 아주 즐거워하는 것 같더구나!”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숨이 멎을 것 같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즐겼다고요? 부진환, 정말 말을 이렇게 듣기 싫게 해야 하겠습니까?”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본왕은 이미
낙청연은 이 기쁜 소식을, 두 사람이 다시 화해할 때 알려주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그의 기만이었다. 그는 그녀를 속여 천명 나침반을 뺏어갔다.지금은 또 이토록 단호하게 그녀와 관계를 끊으려고 한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이 소식을 그에게 알려야만 했다.낙청연은 여전히 작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비천하게 이 아이를 위해, 혹시 부진환이 그렇게 모질지 않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귓가에 휙휙 불어오는 바람 소리 외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마음속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온기마저 흩어지게 했다.창백한 뺨에 한줄기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낙청연은 묵묵히 몸을 돌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왕부의 계집종과 머슴들은 낙청연에게 인사를 건네려 하더니, 머뭇거리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낙청연은 마치 혼이 나간 듯, 정신없이 왕부 밖으로 걸어갔다.곧장 밖으로 걸어가며, 차가운 바람에 흩어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뼛속까지 얼어드는 엄동설한이었다.--서방에서, 부진환은 벽 모퉁이에 누워있었다. 그는 이미 혼절했으며, 땅바닥에는 피가 흠뻑 했다.소유가 돌아와, 부진환을 발견하고 바로 사람을 시켜 목 태의를 불렀다.목 태의는 보고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니, 다급히 약 처방을 내렸다.목 태의는 특별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년 용상을 꺼내, 소량을 취해 약을 달였다.“목 태의, 왕야의 몸은 어떻습니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습니까?” 소유는 걱정스레 물었다.목 태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왕야는 안정을 취해야 하오. 정서 기복이 심해서는 절대 안 되오. 그러니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그럼, 혹시 몇 년은 더 살 수도 있소.”소유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왕야는 지금 정권을 보좌해야 하고, 또 진주 반란군의 잔당까지 신경 써야 하며, 그 외 또 많은 골치 아픈 일들이 있습니다.”목 태의는 탄식하며 말했다. “알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