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3111 챕터

제1021화

“오늘 신분을 들켰더니 다들 저를 만족 진영에서 내쫓으려고 합니다.”“전 괜히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세월을 바쳤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오늘 전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혼검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것에 신경 쓸 수 없습니다.”“전 랑목을 수산(獸山)으로 유인했고 원응은 역시나 그를 구하러 갔습니다...”거기까지 읽었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목이 수산으로 들어가고 원응이 그를 구하게 된 건 사부님이 계획한 일이었다.그렇다는 건 랑목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래서 원응이 죽었고 사부님은 왕과 원응을 부활시키는 거래를 해 사혼검을 얻은 것이다.다음 내용을 보니 몇 년 뒤의 일이었다.사부님은 당시 사혼검을 챙겨 만족을 떠났지만 몇 년 뒤 다시 돌아왔다.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약속한 일은 지켰습니다. 원응은 이제 곧 부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늘을 거스른 일이기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원응은 열일곱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고 저 또한 결과적으로 업보를 갚아야 합니다.”“전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키울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그녀의 이름이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과 당신의 딸은 이번 생에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낙청연은 흠칫했다.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러니까 그녀는 낙영과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 부활한 원응이다.그리고 원응은 섭정왕부에서 죽었다.사부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은 하늘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꾼 대가다.사부님은 원응의 죽음을 계획해 사혼검을 얻었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원응을 되살렸다.그 이유는 사부님이 왕을 사랑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낙해평에게 시집을 갔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낙해평의 얼굴이 왕과 비슷해서일 것이다.그리고 사부님은 과거 왕에게 그의 동생을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약속한 적 있다.사부님은 왕과의 약속을 전부 지켰다.이제야 낙청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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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탁자 위의 약을 본 낙청연은 그것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약 냄새가 아주 강했으나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상자 안에 있던 약은 낙월영이 먹었다.낙청연은 사부님이 숨겨둔 비밀이 약이 아니라 상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상자 안에도 마찬가지로 약이 들어있는 걸 보니 어쩌면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약을 챙겼다.어쩌면 언젠가 이 약이 긴히 쓰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궁전을 벗어난 뒤 낙청연은 왕이 언덕 옆 나무 밑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외롭고 힘없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자신의 또 다른 신분을 알게 된 낙청연은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왕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웃으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냐?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느냐?”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당시 사혼검을 낙영에게 건네준 뒤 그녀를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까?”왕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마 내가 미워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거겠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렇다면 궁전 안 밀실에 대해 아십니까?”왕이 대답했다.“안다. 하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무엇 때문입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왕은 안색이 흐려진 채 잠자코 말이 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곧바로 답을 깨달았다.“그녀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우셨습니까?”왕은 침묵을 지켰다.묵인한 셈이었다.“안에 들어가 보시겠습니까?”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저했다.“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하자 왕이 불러세웠다.“오늘 밤 즉위식이 있으니 준비하거라.”낙청연의 걸음이 멈췄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언덕에서 내려와 고개를 돌려보았다. 왕은 여전히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그가 밀실에 갈지 가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그곳에 가본다면 그는 많은 비밀을 알게 될 것이고 낙영이 그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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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곧이어 환호 소리가 이어졌다. 여인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환호를 내질렀다.랑목이 다가와서 들고 있던 꽃 한 묶음을 낙청연에게 건네줬다.“존경하는 저의 여왕께 바칩니다.”낙청연은 꽃을 건네받은 뒤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끝난다면 왕위를 너에게 주겠다.”랑목의 미소가 굳었다.“누이, 내가 누이를 보좌하겠소. 그러니 내게 왕위를 주지 않아도 되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하지만 난 결국 천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다.”“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시오.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오.”“하지만 이 자리를 내게 넘겨서는 아니 되오. 이것은 누이의 것이오.”랑목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연라가 부랴부랴 왔다.“왕상께서 원응 공주를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그제야 왕이 진작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연라와 함께 방에 도착했고 침상 위에 누워있는 왕을 보았다.그는 아주 허약했다.“왜 이렇습니까?”낙청연이 재빨리 진맥하려 했지만 왕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때가 된 것뿐이다.”“원응아, 네가 만족에게 두터운 정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왕의 자리도 내가 너에게 억지로 준 것이지.”“하지만 넌 자유롭고 아무도 널 묶어둘 수는 없다. 역대 왕들 또한 이곳저곳 여행한 경험이 있고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우리 일족을 지키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난 네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네가 부활해 다시 내 옆에 온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다.”말을 마친 뒤 왕은 몇 차례 기침하고 말했다.“랑목은? 랑목과 따로 얘기를 나눠야겠다.”왕은 낙청연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왔고 연라도 그녀와 함께 나왔다.“왕의 상황이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해진 것이오? 그의 체내에 있는 독이 이렇게 빨리 퍼질 리가 없소.”연라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왕의 체내에 있는 독은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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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부왕!”낙청연과 연라가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침상 위의 사람은 이미 호흡이 멎은 뒤였다.랑목은 침상 맡에 엎드려 서글프게 울었고 연라는 무릎을 꿇었다.낙청연은 심경이 복잡했다. 왕이 이렇게 가버리다니. 그는 그녀에게 왕위를 물려준 그날 밤 세상을 떴다.랑목은 울음을 그친 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부왕께서 돌아가신 일을 며칠 숨기라고 하셨소.”“그리고 산 위 궁전 밖에 묻어달라고 하셨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산 위 궁정 밖?그는 죽을 때까지 낙영을 그리워했다.왕이 세상을 뜬 일 때문에 며칠 더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는 왕을 묻은 뒤 지도 위의 곳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왕을 땅에 묻는 날 만족의 응익신도 배웅하러 왔다.응익신은 낙청연의 팔 위에 서서 왕의 무덤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손가락으로 응익신을 살짝 만졌다.“이 녀석 너무 영리하구나.”응익신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상한 점은 왕이 묻힌 뒤 낙청연이 마을로 돌아갈 때도 응익신이 계속 그녀를 따랐다는 것이다.응익신이 낙청연의 상공을 맴돌고 있다 보니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그녀를 향해 경건하게 예를 갖췄다.“랑목, 난...”낙청연은 지도를 들고 그에게 물어보려 했다.그런데 랑목은 그녀가 떠나려고 하는 줄 알고 눈시울이 붉어져 말했다.“누이, 내게 이젠 누이밖에 없소. 날 버리지 않으면 아니 되오?”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아니, 너에게 이곳을 아느냐고 물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이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랑목은 지도를 힐끗 보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이건 수산이 아니오?”“이곳에 갈 생각이오?”“이 안은 아주 위험하오.”사실 그 지도에 표시된 곳은 다름 아닌 수산으로 랑목이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던 그곳이었다.사부님이 이 지도를 여러 개로 나눠 남긴 것을 보면 분명 저의가 있을 것이다.“날 데려다줄 수 있겠느냐? 안에는 나 혼자 들어가마.”수산이 너무 위험하다 보니 연라에게 말하면 그들을 말릴까 봐 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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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낙청연이 랑목을 도와주려 하는데 갑자기 독수리가 다시 낙청연의 팔 위에 내려앉아 그녀의 옷자락을 물었다.낙청연은 독수리를 물리치며 말했다.“이놈,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는 하면 안 되지.”낙청연은 몸을 날려 전투에 임했고 장검은 검은 하늘 아래 한기를 번뜩이며 하늘에 피를 뿌렸다.낙청연에게 맞아 날아간 응익신은 공중에서 맴돌며 울어댔다.그 날카로운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위력이 엄청났다.곧이어 또 한 번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늑대 무리가 물러나고 있었다!낙청연과 랑목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들은 온몸이 피범벅이었고 너무 긴장되어 손이 떨렸다.늑대 무리가 갑자기 흩어지자 두 사람은 넋이 나갔다.피비린내 나는 혈투일 줄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레 끝나버렸다.“응익신이었군.”랑목은 고개를 들어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피범벅인 그의 얼굴에 비소가 떠올랐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정말 그렇게 신통한가...”그 독수리는 다시 돌아와 낙청연의 팔 위에 앉았다.낙청연은 어쩐지 독수리가 턱을 쳐들며 칭찬을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오만함이 보였다.“늑대 무리에게 다른 사냥감이 생겨 물러났나 보다.”“오늘 밤 우리 운이 괜찮은 듯하구나.”독수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만스러운 듯 낙청연을 쪼았다.랑목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누이, 응익신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소.”낙청연은 마뜩잖은 얼굴로 어깨 위에 앉은 검은 독수리를 힐끗 보았다.“난 믿지 않는다.”“앞으로 우리가 목적지에 순조롭게 도착하지 않는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잠깐 쉰 뒤 다시 길에 올랐다.그들은 지도에 그려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응익신은 허공을 맴돌며 맹수가 가까워지는 것 같을 때마다 경고하듯 날카롭게 울었다.그로 인해 낙청연 일행은 아주 순조롭게 나아갔다.낙청연은 내심 놀랐다. 응익신은 만족인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의 모든 동물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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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계속 펼쳤다.“여국의 대제사장은 줄곧 여국에서 지고지상의 존재였고 황족 또한 그들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난 그것이 사람들이 대제사장을 신앙하고 경모해서 그런 줄로 알았다.”“하지만 난 그들의 조건 없는 복종과 경모가 사실은 그저 여국의 성수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다.”“내가 대제사장이 되었을 때, 난 매달 사상환(四象丸)을 섭취해야 했다. 사부님은 그것이 공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했고 역대 사서 기록도 그러했다.”“그것은 내가 처음 내게 반항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려 했고,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워했다.”“난 이상함을 느껴 직접 그를 진맥해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난 그를 반년간 치료했고 드디어 문제를 깨달았다.”“그에게 반항하려는 의지가 생길 때마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고 반항하려 할수록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를 조종한 적이 없다.”“그래서 난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 몰래 시험해 보았다. 그들이 저항하려고 할만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역시나 내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전부 고통스러워했다.”“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여국 백성들의 복종과 경모는 그저 약물을 이용한 일종의 통제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난 오랫동안 이유를 찾아보았고 여국의 성수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것은 모든 백성이 태어날 때 세례를 받는 샘물이기 때문이다.”“난 성수가 있는 샘물에서 씨앗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을 들고 만족 진영에 찾아갔다. 그것을 샘물 안에 넣었는데 그 샘물은 수산 전체를 흐르는 샘물이었다.”“석 달 뒤, 수산의 모든 동물이 샘물을 마셨다.”“그들은 처음에 날 사냥감으로 인식했었는데 지금은 날 두려워한다.”“역시 여국의 성수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복종하게 한다.”거기까지 보았을 때 낙청연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이 증상은 부진환의 것과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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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낙청연은 그것을 잡은 뒤 열어보았고 안에는 일월경이 들어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 그것을 한데 합치려 했다.두 물건은 역시나 본래 하나였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사부님은 그녀에게 일월경에 관해 알려준 적이 있었다.그런데 여국의 진짜 보물이 일월경과 그녀가 가지고 있던 천명 나침반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밀실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기관을 망가뜨려 아무도 다시는 밀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한 약방 앞에 도착해 보니 책상과 바닥에 대량의 의서가 널려 있었고 궤 안에는 약재들이 가득하며 그중에는 진귀한 약재도 적지 않았다.옆에 놓인 바구니에는 약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개발에 실패한 것이었다.먼지를 털어내 보니 책상 위에 처방전 몇 장이 보였다.낙청연은 자리에 앉아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그중 한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억제 작용이 있지만 효과 지속 시간이 짧으며 두 번째 발작 때 더욱 고통스러워진다.다른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해독 효과가 조금 있고 약간의 완화 효과가 있다. 철저히 통제를 벗어나려면 이 처방을 백 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다른 몇 장의 처방에도 각각 작용과 어떤 면에서 실패했는지 적혀 있었다.그것은 아마 사부님의 모든 시도 중 유일하게 그나마 효과가 있는 처방일 것이다.낙청연은 그 처방들을 품 안에 넣었다.지금 그녀는 부진환이 왜 죽도록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상환은 낙월영이 먹었다.그렇다면 부진환은 여국의 성수를 마신 적이 있는 걸까?그의 어머니는 여국 공주였으니 여국 성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앞으로 해독약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처방을 챙겼다.사부님이 오랜 시간과 정력을 들였음에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낙청연은 해독약을 만들 자신이 별로 없었다.해독약을 만들지 못한다면 부진환은 어떡해야 하는가?영원히 조종당해야 하는 건가?남은 사상환을 꺼내든 낙청연은 문득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만약 그녀도 사상환을 먹는다면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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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펑-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폭발 소리가 잇달아서 들렸다.하지만 소리만 클 뿐이지, 불똥은 조금밖에 튀지 않았다.하지만 폭발이 끝난 뒤 바닥에 하얀 가루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이 씨앗들이 가루로 변하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었던 낙청연은 아예 그것들을 가지고 가서 연구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그 가루를 조심스럽게 모으기 시작했다.비록 작은 가루 더미들이지만 모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았고 겨우 약병을 반쯤 채울 정도였다.“누이, 이것들은 무슨 효과가 있소?”랑목은 손가락으로 가루를 조금 묻혀 혀를 내밀며 핥으려 했다.낙청연은 곧바로 그를 말렸다.“이건 먹으면 안 된다. 독이 있거든.”랑목은 황급히 손을 털어 샘물로 손을 씻었다.“누이, 여기 온 적이 있소?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랑목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낙청연은 진지하게 당부했다.“기억하거라. 이번에 여기서 나가면 이곳을 잊고 다시는 오지 말거라.”랑목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두 사람은 그곳에서 하룻밤 더 묵었고 날이 밝은 뒤 곧바로 수산을 떠났다. 그 독수리는 정말 대단했다. 독수리는 그들을 호위했고 그 어떤 짐승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은 안전히 수산을 빠져나왔다. 독수리는 낙청연의 팔 위에 앉더니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낙청연은 독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구나.”“다들 널 응익신이라고 부르던데 그럼 난 널 아신(阿神)이라고 부르겠다.”아신은 만족스러운 듯 하늘을 한 바퀴 빙빙 돌았다.낙청연은 랑목에게 독수리의 내력을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랑목이 말하길 그에게 기억이 있을 때부터 독수리가 존재했다고 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세상을 뜬 많은 조상님도 그 독수리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독수리는 아주 긴 세월을 살았고 매우 총명해 많은 사람을 도운 적이 있어 만족이 그를 응익신으로 인정한다고 한다.응익신은 그들을 비호하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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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안에서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 누이도 안에 들어와서 누워보시오. 여기 풀이 아주 폭신하오.”낙청연도 그를 따라 수풀에 들어가 누웠다.의외로 전혀 따갑지 않고 폭신했고 공기 중에 맑은 화초의 내음이 풍겼다.한 바퀴 뒹굴자 문득 거의 투명에 가까운 버섯 하나가 낙청연의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았다.수선령고(水仙靈菇)!이렇게 운이 좋다니!수선령고는 놀라운 해독 효과가 있고 많은 약재와 함께 사용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만능 버섯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낙청연도 겨우 두 번밖에 보지 못했고 아주 진귀한 물건이라 운이 없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낙청연은 령고를 뜯어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감쌌다.“누이, 뭐 하시오?”랑목이 풀숲에서 얼굴을 내밀었다.그는 낙청연이 령고를 수집하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걸 가져가서 드실 생각이오?”“이건 먹기 아까운 것이다. 약재거든.”낙청연이 아주 소중하게 령고를 품에 넣는데 랑목이 풀을 헤집으며 말했다.“아깝기는. 한 그릇이면 되오?”랑목이 풀을 헤집자 령고가 아주 많이 보였다!낙청연은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이냐?”낙청연은 격앙되어 말했고 랑목이 대답했다.“모르겠소. 항상 이곳에 있었소.”“어렸을 적 우리가 처음 아신을 보았을 때 아신은 이곳에서 이 버섯들을 먹고 있었소.”“그가 먹고 있으니 독이 없다는 걸 확인해 우리도 가끔 버섯을 뜯어 가져가서 익혀 먹기도 했지.”“전에 두 광주리를 따서 부족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자라지 않았소.”“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 자랐는데 이제 다시 많아졌소.”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리도 귀한 물건이 이곳에 이렇게나 많이 자란 것을 보니 신기했다.“날 도와 조금 뜯어가자꾸나.”낙청연은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바로 먹는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약을 만든다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랑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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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부진환은 씁쓸한 마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만족의 자유롭고 광활한 땅이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돌아오지 않는 것도 좋았다.부진환은 갑자기 괴로운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았다.“왕야, 또 상처가 아픈 것입니까? 얼른 쉬십시오.”“밖은 제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바로 그때 호위가 보고를 올렸다.“왕야, 엄 태사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소서는 놀랐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너무 아파 일어설 힘이 없었다.“왕야, 엄 태사께서 왕야가 다친 걸 알게 된다면 왕야를 해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소서는 호위에게 말했다.“가서 왕야께서 평녕성에 계시지 않는다고 전하거라.”“우선 엄 태사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거라.”부진환은 가슴께를 누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엄 태사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평녕성에 온 건 필시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그가 시형과 랑심을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분부하거라.”엄 태사가 직접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분명 부진환이 그와 만족이 협력했다는 증거를 찾아낼까 두려워서일 것이다.시형은 그동안 부진환에게 철저히 감시당했기에 엄 태사는 줄곧 시형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그리고 평녕성에 심어두었던 첩자들도 낙청연이 전부 죽였다.엄 태사는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으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엄 태사가 평녕성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일은 성지를 가지고 범인을 심문하는 것이었다.성안의 사람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고 결국 엄 태사를 데리고 감옥에 갔다.엄 태사는 모든 사람을 물렸고 겨우 숨만 내쉬고 있는 랑심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형벌을 받았으니 이미 다 자백했겠지?”랑심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했다.“난 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말하지 않소.”“날 죽여 입막음하러 온 것이겠지?”엄 태사는 뒷짐을 지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엄 태사, 날 살려준다면 죽여 입막음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오.”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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