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그것을 잡은 뒤 열어보았고 안에는 일월경이 들어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 그것을 한데 합치려 했다.두 물건은 역시나 본래 하나였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사부님은 그녀에게 일월경에 관해 알려준 적이 있었다.그런데 여국의 진짜 보물이 일월경과 그녀가 가지고 있던 천명 나침반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밀실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기관을 망가뜨려 아무도 다시는 밀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한 약방 앞에 도착해 보니 책상과 바닥에 대량의 의서가 널려 있었고 궤 안에는 약재들이 가득하며 그중에는 진귀한 약재도 적지 않았다.옆에 놓인 바구니에는 약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개발에 실패한 것이었다.먼지를 털어내 보니 책상 위에 처방전 몇 장이 보였다.낙청연은 자리에 앉아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그중 한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억제 작용이 있지만 효과 지속 시간이 짧으며 두 번째 발작 때 더욱 고통스러워진다.다른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해독 효과가 조금 있고 약간의 완화 효과가 있다. 철저히 통제를 벗어나려면 이 처방을 백 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다른 몇 장의 처방에도 각각 작용과 어떤 면에서 실패했는지 적혀 있었다.그것은 아마 사부님의 모든 시도 중 유일하게 그나마 효과가 있는 처방일 것이다.낙청연은 그 처방들을 품 안에 넣었다.지금 그녀는 부진환이 왜 죽도록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상환은 낙월영이 먹었다.그렇다면 부진환은 여국의 성수를 마신 적이 있는 걸까?그의 어머니는 여국 공주였으니 여국 성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앞으로 해독약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처방을 챙겼다.사부님이 오랜 시간과 정력을 들였음에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낙청연은 해독약을 만들 자신이 별로 없었다.해독약을 만들지 못한다면 부진환은 어떡해야 하는가?영원히 조종당해야 하는 건가?남은 사상환을 꺼내든 낙청연은 문득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만약 그녀도 사상환을 먹는다면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들을
펑-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폭발 소리가 잇달아서 들렸다.하지만 소리만 클 뿐이지, 불똥은 조금밖에 튀지 않았다.하지만 폭발이 끝난 뒤 바닥에 하얀 가루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이 씨앗들이 가루로 변하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었던 낙청연은 아예 그것들을 가지고 가서 연구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그 가루를 조심스럽게 모으기 시작했다.비록 작은 가루 더미들이지만 모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았고 겨우 약병을 반쯤 채울 정도였다.“누이, 이것들은 무슨 효과가 있소?”랑목은 손가락으로 가루를 조금 묻혀 혀를 내밀며 핥으려 했다.낙청연은 곧바로 그를 말렸다.“이건 먹으면 안 된다. 독이 있거든.”랑목은 황급히 손을 털어 샘물로 손을 씻었다.“누이, 여기 온 적이 있소?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랑목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낙청연은 진지하게 당부했다.“기억하거라. 이번에 여기서 나가면 이곳을 잊고 다시는 오지 말거라.”랑목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두 사람은 그곳에서 하룻밤 더 묵었고 날이 밝은 뒤 곧바로 수산을 떠났다. 그 독수리는 정말 대단했다. 독수리는 그들을 호위했고 그 어떤 짐승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은 안전히 수산을 빠져나왔다. 독수리는 낙청연의 팔 위에 앉더니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낙청연은 독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구나.”“다들 널 응익신이라고 부르던데 그럼 난 널 아신(阿神)이라고 부르겠다.”아신은 만족스러운 듯 하늘을 한 바퀴 빙빙 돌았다.낙청연은 랑목에게 독수리의 내력을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랑목이 말하길 그에게 기억이 있을 때부터 독수리가 존재했다고 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세상을 뜬 많은 조상님도 그 독수리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독수리는 아주 긴 세월을 살았고 매우 총명해 많은 사람을 도운 적이 있어 만족이 그를 응익신으로 인정한다고 한다.응익신은 그들을 비호하고 사람
안에서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 누이도 안에 들어와서 누워보시오. 여기 풀이 아주 폭신하오.”낙청연도 그를 따라 수풀에 들어가 누웠다.의외로 전혀 따갑지 않고 폭신했고 공기 중에 맑은 화초의 내음이 풍겼다.한 바퀴 뒹굴자 문득 거의 투명에 가까운 버섯 하나가 낙청연의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았다.수선령고(水仙靈菇)!이렇게 운이 좋다니!수선령고는 놀라운 해독 효과가 있고 많은 약재와 함께 사용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만능 버섯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낙청연도 겨우 두 번밖에 보지 못했고 아주 진귀한 물건이라 운이 없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낙청연은 령고를 뜯어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감쌌다.“누이, 뭐 하시오?”랑목이 풀숲에서 얼굴을 내밀었다.그는 낙청연이 령고를 수집하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걸 가져가서 드실 생각이오?”“이건 먹기 아까운 것이다. 약재거든.”낙청연이 아주 소중하게 령고를 품에 넣는데 랑목이 풀을 헤집으며 말했다.“아깝기는. 한 그릇이면 되오?”랑목이 풀을 헤집자 령고가 아주 많이 보였다!낙청연은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이냐?”낙청연은 격앙되어 말했고 랑목이 대답했다.“모르겠소. 항상 이곳에 있었소.”“어렸을 적 우리가 처음 아신을 보았을 때 아신은 이곳에서 이 버섯들을 먹고 있었소.”“그가 먹고 있으니 독이 없다는 걸 확인해 우리도 가끔 버섯을 뜯어 가져가서 익혀 먹기도 했지.”“전에 두 광주리를 따서 부족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자라지 않았소.”“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 자랐는데 이제 다시 많아졌소.”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리도 귀한 물건이 이곳에 이렇게나 많이 자란 것을 보니 신기했다.“날 도와 조금 뜯어가자꾸나.”낙청연은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바로 먹는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약을 만든다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랑목은
부진환은 씁쓸한 마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만족의 자유롭고 광활한 땅이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돌아오지 않는 것도 좋았다.부진환은 갑자기 괴로운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았다.“왕야, 또 상처가 아픈 것입니까? 얼른 쉬십시오.”“밖은 제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바로 그때 호위가 보고를 올렸다.“왕야, 엄 태사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소서는 놀랐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너무 아파 일어설 힘이 없었다.“왕야, 엄 태사께서 왕야가 다친 걸 알게 된다면 왕야를 해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소서는 호위에게 말했다.“가서 왕야께서 평녕성에 계시지 않는다고 전하거라.”“우선 엄 태사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거라.”부진환은 가슴께를 누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엄 태사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평녕성에 온 건 필시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그가 시형과 랑심을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분부하거라.”엄 태사가 직접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분명 부진환이 그와 만족이 협력했다는 증거를 찾아낼까 두려워서일 것이다.시형은 그동안 부진환에게 철저히 감시당했기에 엄 태사는 줄곧 시형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그리고 평녕성에 심어두었던 첩자들도 낙청연이 전부 죽였다.엄 태사는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으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엄 태사가 평녕성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일은 성지를 가지고 범인을 심문하는 것이었다.성안의 사람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고 결국 엄 태사를 데리고 감옥에 갔다.엄 태사는 모든 사람을 물렸고 겨우 숨만 내쉬고 있는 랑심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형벌을 받았으니 이미 다 자백했겠지?”랑심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했다.“난 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말하지 않소.”“날 죽여 입막음하러 온 것이겠지?”엄 태사는 뒷짐을 지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엄 태사, 날 살려준다면 죽여 입막음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오.”그 말에
“네!”“부진환이 지금 평녕성에 있든 있지 않든 지금 감히 날 만나지 못한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얼른 시형을 찾거라. 그를 만나야겠다.”“네!”그렇게 엄 태사는 성에서 조금 더 머물렀다.한 시진 뒤, 정광이 엄 태사의 앞에 섰다.“시형이 갇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엄 태사는 몸을 일으키며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갔다.방문을 열고 엄 태사는 기세등등하게 시형을 향해 걸어갔다.“태사...”시형은 바짝 긴장했다.엄 태사는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부진환이 어떤 이득을 줬길래 날 배신한 것이오?”시형은 긴장한 얼굴로 설명했다.“태사, 낙청연이 당신의 영패로 절 속였습니다! 난 당신의 명령인 줄 알았습니다!”그 말에 엄 태사는 깜짝 놀랐다.그의 영패는 얼마 전 잃어버렸다. 하지만 태사부(太師府)에서 잃어버린 것인데 어떻게 낙청연의 손에 들어간 것일까?“내 영패인 게 확실한 것이오?”시형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렇습니다!”엄 태사는 미간을 구기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시형을 힐끗 바라봤다.“부진환이 다쳤다던데 사실이오?”“얼마나 심각하오?”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낙청연이 그를 찔러서 다치게 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상처가 심각할 것입니다!”그 말에 엄 태사의 눈동자가 빛났다.역시나 상처가 심각해 그를 만나러 오지 못한 것이었다.“그렇다면 당신을 한 번 더 믿겠소.”“당신은 이곳에 남아 부진환의 목숨을 빼앗을 기회를 노리시오. 할 수 있겠소?”“부진환을 죽인다면 당신에게 죄를 묻지 않겠소!”그 말에 시형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이를 악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엄 태사는 만족스럽게 떠났다.랑심을 얻었으니 더는 평녕성에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엄 태사는 즉시 떠났다.-방 안에서 부진환은 계속 기침했고 소서가 안으로 들어왔다.“왕야...”부진환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막지 못한 모양이구나.”“왕야, 엄 태사가 폐하의 성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백리는 대경실색했다.“계람아! 계람아!”그는 황급히 달려들었고 영롱구는 굴러서 도랑으로 들어갔다.초조해진 진백리는 손을 뻗어 그것을 건져내려 했지만 영롱구는 물을 따라 흘러갔다.진백리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마당을 뛰쳐나와 도랑을 따라갔다.그는 아주 황급해 보였다.아직 눈이 다 낫지 않은 상태라 시야가 흐릿하다 보니 비틀거리면서 많은 것들과 부딪쳤다.그것은 그냥 영롱구가 아니었다.그 안에는 비참하게 죽은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그는 아직 눈이 다 낫지도 않았고 아내와 아들도 보지 아직 다시 보지 못했다.잃어버려서는 안 돼! 잃어버릴 수는 없어!진백리는 비틀거리면서 태위부를 나섰고 도랑을 찾아내 자신의 영롱구를 되찾으려 했다.그러다가 우연히 시정에 들어서게 됐고 눈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과 부딪쳤다.시정잡배와 부딪치게 됐는데 상대는 불쾌한 얼굴로 그를 툭 밀쳤다.“눈이 멀었소?”“미안하오, 미안하오.”진백리는 황급히 사과했고 상대는 그를 힐끗 보더니 그를 덥석 잡았다.“당신은 그 매국노의 동생 진백리가 아니오?”그 말에 주위 사람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진백리는 살짝 화를 냈다.“누가 매국노라는 것이오!”시정잡배는 냉소하며 말했다.“당신의 큰 형님 진천리가 아니겠소?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신하고 군향까지 삼켰지. 게다가 백성을 잡아 전쟁터에 내보내 그들이 만족인의 손에 죽게 했소.”“당신의 큰 형님은 좋은 사람이 아니니 당신 또한 그렇지 않겠소?”“진천리가 횡령한 돈에 당신 몫도 있겠지!”“우리 백성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빼앗았으면서 우리를 죽게 만들다니!”그 말에 주위 사람들도 그를 따라 욕했다.“매국노!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빌어먹을 놈들이지!”주위 사람들의 욕지거리와 모욕을 들은 진백리는 결국 역정을 내며 고함을 질렀다.“다 헛소문이오! 우리 큰형님은 매국노가 아니오!”“입 닥치시오!”진백리는 화가 나서 상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상대는 그의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가
“내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이소만은 이를 악물더니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영롱구는 미안합니다...”“큰 도련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절 어떻게 벌하셔도 됩니다.”말을 마친 뒤 이소만은 다급히 떠났다.진백리는 계속 영롱구를 찾으러 다녔다.계람과 아들이 영롱구에서 살고 있는데 그런 영롱구가 도랑에 빠져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그들은 무척 추울 것이다.그러니 최대한 일찍 찾아야 한다!하류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진백리는 계속해 찾았고 뒤에서 그를 몰래 쫓고 있는 시정잡배들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렇게 그는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 다다랐고 갑자기 시정잡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자루로 진백리의 머리를 감싼 뒤 몽둥이로 진백리의 몸을 호되게 두들겼다.“매국노! 죽어야 마땅한 놈!”“때려죽여야지!”진백리는 그들을 떨쳐낼 수 없었고 자루에 시야가 가려진 채로 두들겨 맞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그 장면을 목격한 부경리가 즉시 호통을 쳤다.“그만하시오! 이게 뭐 하는 짓이오!”누군가 오자 시정잡배들은 재빨리 도망쳤다.부경리는 다가가서 사람을 구했고 그 순간 깜짝 놀랐다.“진씨 가문의 공자?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것이오?”“조금 전...”진백리는 이마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감사드리오, 7황자.”부경리는 한숨을 쉬었다.“진 태위께서 요 이틀간 조정에서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다던데 이런 상황에서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 내가 데려다주겠소.”진백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히 말했다.“난 절대 큰형님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하지 않았으리라 믿소. 섭정왕이 돌아온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오.”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같은 생각이오.”“하지만 지금 경도에는 당신 가문에 불리한 소문이 많소.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없소. 그러니 조심해야 할 것이오.”“내가 데려다주겠소.”진백리는 부경리를 향해 예를 갖췄다.“고맙소, 7황
평녕성.소서가 부랴부랴 방에 도착했다.“왕야, 그들을 막는 데 실패했습니다! 엄 태사의 사람들이 몇 갈래로 나뉘어져 랑심을 숨겨두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데리고 랑심을 쫓아갔는데 계양에서 만났던 정체불명의 자를 마주쳤습니다.”“숲속이 너무 괴이해 차마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가지 못했습니다.”소서는 말하면서 무릎을 꿇었다.“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입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왕야!”흰옷을 입은 부진환이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창가에서 불어 들어온 바람은 그를 흩어지게 할 것 같았다.“이건 엄 태사가 형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전환점이다. 그러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랑심을 지키려 할 것이다.”“하지만 그가 바라는 건 랑심의 진술일 뿐이니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구나.”랑심이 부진환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엄 태사는 마음이 놓일 것이다.그러니 엄 태사는 랑심에게서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면 즉시 랑심을 제거할 것이다.“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합니까?”“경도로 돌아가야겠다.”부진환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고 소서는 근심됐다.“하지만 왕야의 몸이...”“그리고 왕비 마마께서 돌아오시면 어떡합니까?”부진환은 살짝 움찔했다.“시형은 이미 나와 같은 배를 탔다. 엄 태사는 그에게 날 암살하라고 명령했다. 만약 내가 살아서 경도로 돌아간다면 엄 태사는 그가 배신했다는 걸 알고 그를 죽이려 할 것이다.”“난 시형이 내게 충성을 다해야 그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그러니 그는 잠시 평녕성을 지킬 것이다. 낙청연이 돌아온다면 시형이 그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줄 것이다.”“출발 준비를 하거라.”소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경도로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가득할 것이고 왕야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부디 가는 길이 순조롭길 바랄 뿐이었다.-무산(霧山).바닥에 쓰러진 랑심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비수를 닦고 있는 걸 보았다.그 사람은 곧 그녀를 향해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
박가에서 사람을 데리고 기관선을 운전했다. 바닷가에 있던 투석차도 신속하게 반격을 시작했고 바다는 순식간에 포화가 끊이질 않았다.그러나 적군도 충분한 준비를 하고 기습했고 해상의 우세를 차지하여 공격과 동시에 물러설 수도 있어 전쟁은 한밤중까지 지속되었다.그들의 공격이 격하다 싶으면 적군은 빠르게 후퇴하고, 그들이 쫓아가지 않으면 적군은 신속하게 돌아와 그들을 공격했다.그렇게 끈질기게 공격을 반복했다.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독이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오. 대부분 병사는 중독된 상황이라 체력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힘을 소진할 것이오.”부소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거운 말투로 답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사상자만 늘어날 것이오.”지금 비와 함께 작은 눈까지 내리고 있어 뼛속까지 시리게 추웠다. 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생각하다 방법을 떠올렸다.“제사장족 제자들을 데리고 오시오.”곧 유생이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부 태사, 저희에게 임무를 내주려 하는 것입니까?”유생은 매우 흥분하여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진환은 그들을 보았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부진환이 물었다.“만약 바다로 가서 싸우게 한다면 할 수 있겠느냐?”다들 앞다투어 대답했다.“물론입니다!”“그럼요!”유생이 다급히 말했다.“얼마든지 명을 내려 주십시오!”부진환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다의 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적군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체력과 정력을 소진하려 하고 있다.”“천궁도 제자들과 함께 바다의 풍향을 조절하거라.”그 말을 듣고 유생이 바로 답했다.“문제없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부소와 함께 배에 오르거라. 안전에 유의하거라. 박가의 기관선이 너희들을 지켜줄 것이다.”“될수록 적군의 배에 가까이했을 때 손을 쓰거라.”“예!”이내 유생과 낙현책 등이 부소를 따라 배에 올랐다.지금도 적들은 여유롭게 청주 병사들의
서월은 늘 이 점을 염려해 왔기에 단호하게 심면을 거절했고 청주에 남아 독을 없애는 것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독을 없앤 후 심면이 여전히 그들을 죽이려 할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오늘 부 태사를 만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부 태사는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 태사의 약속을 듣고 나니 그들은 마음이 놓였다.부모님 얘기를 꺼내니 심면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띠고 있던 미소도 점점 사라졌다.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물론 원망스럽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습니다.”“하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정말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은 당신들이 아닙니다.”“당신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이지 않았다면, 또 다른 자객이 그들을 죽이려 했을 것입니다.”“내가 미워해야 할 사람은 부모님을 죽이려 한 사람이지, 칼을 들고 앞장선 망나니가 아닙니다.”“두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전쟁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죽이는 것보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는 것도 좋은 일 아닙니까?”“만약 나한테 빚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십시오.”이 말을 듣고 심면의 심성에 서월과 엽순은 자괴감을 느꼈다.심지어 심면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서월이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꼭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맙구나.”이내 서월과 엽순은 방으로 돌아갔다.다음날 제사장족 제자들과 현학서원 학생들은 함께 바다로 향했다.엽순과 서월도 찾아왔다.바다의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각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월은 신의가 지내는 곳에 가서 함께 해독약을 만들었다.신의가 적은 기록을 본 후 서월은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추측하는 점이 생겼다.그녀는 주동적으로 제안을 했다.“중독돼 보려 합니다.”“독의 증상을 알아봐야 합니다.”신의는 의아했다.“직접 독을 시험하려는 것이오?”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야지 무슨 독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