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산에서 내려갔다.랑심은 악랄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낙청연, 기다려!”-엄 태사는 경도에 돌아가자마자 랑심의 증언을 조정에 바쳤다.그는 만족과 결탁해 평녕성을 공격한 모든 음모가 낙청연이 꾸민 짓이라고 했다.조정에서는 낙청연의 수많은 죄목을 세세히 열거하며 지금 당장 낙청연을 잡아들이고 섭정왕부를 봉하며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참수하여야 한다고 황제를 압박했다.부경한은 낙청연이 만족과 결탁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태상황의 창용새를 가지고 평녕성을 구하러 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낙청연은 행방을 알 수 없고 섭정왕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부경한은 엄 태사의 압력을 막아낼 수 없었다.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간을 끈 끝에 결국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을 수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그렇지 않으면 진씨 집안을 모조리 죽이라고 난리일 것이다.부진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되게 걸음을 재촉한 끝에 경도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결국 황궁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지 못한 부진환은 급히 섭정왕부로 옮겨졌다.송천초는 초조한 마음을 안고 왕부에 도착했고 한 차례 치료해서 겨우 부진환의 목숨을 살렸다.부진환이 깨어나자 송천초는 다급히 물었다.“청연은요?”“그녀는 어디 있습니까?”“지금 곳곳에서 그녀를 수배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왜 이렇게 된 것입니까?”송천초는 조바심이 났다.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괜찮다. 잡히지 않을 것이다.”“본왕은 입궁해야겠다.”부진환은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문을 나섰다.진천리의 일도, 낙청연이 한 일도 얼른 해명해야 했다.하지만 부진환이 황제를 만나러 가려는데 궁인이 그를 막았다.“왕야, 태후 마마께서 부르십니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본왕은 폐하께 아주 중대한 군사 정황을 보고해야 한다. 나중에 태후 마마를 뵈러 가겠다.”상대는 또 그를 막았다.“태후 마마께서는 왕야를 만날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왕야께서 오시지
주먹을 쥔 부진환의 손등은 힘줄이 불끈 튀어나왔다.그는 올라오는 비린내를 억지로 가라앉혔다.태후는 부진환의 모습을 보고, 그가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줄 알고 있었다.게다가 몸에 상처까지 더해져, 안색이 그토록 창백하다고 생각했다.“섭정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애가 앞에서 연기할 필요 없소. 당신이 사랑하는 여인은 낙월영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는데, 그 낙청연의 생사가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오.”“낙청연 한 사람만 버리면, 우리 지금의 형세를 바로잡을 수 있소.”“좋지 않소?”모든 죄를 모두 낙청연에게 떠넘기면 엄씨 집안은 혐의가 없어지니 당연히 안심할 수 있다.부진환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낙월영의 목소리는 일분일초 그에게 극심한 통증을 가져다 두었다.“좋습니다. 당신들이 낙청연을 수배하는 건 본왕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낙월영을 풀어주십시오!”태후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아직 당신에게 넘길 수 없소.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낙월영도 무사히 당신 곁으로 돌아갈 것이오.”부진환은 돌아서 가버렸다.수희궁에서 나와, 부진환은 신속하게 그곳에서 빠져나왔다.외진 곳에 도착해서야 그는 담을 짚고 피를 토해냈다.왠지 점점 더 강하게 통제당하는 것 같았고, 통증도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이 수배가 낙청연을 만족에 남아있게 하면 좋겠다.이 천궐국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그가 혼자 짊어지면 된다.통증이 조금 사라지자, 부진환은 계속하여 황제를 찾아갔다.그리고 평녕성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낱낱이 밝혔다.낙청연이 수십 일 동안 성을 지킨 사실까지 포함하여 모두 밝혔다.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부진환의 말을 듣고 모두 놀라워했다.부경한은 즉시 말했다: “그렇다면, 낙청연은 공신이오! 즉시 낙청연에 대한 수배를 취소하시오!”엄 태사는 전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섭정왕은 낙청연이 수십 일 동안 성을 지켰다고 했는데,
”누이, 드디어 나왔군.” 랑목은 다급히 땅바닥에서 기어 일어났다.“이때까지 여기서 나를 기다린 것이냐?”랑목이 대답했다“매일 이곳에 찾아왔소.”“누이, 보름이 지났는데 대체 그 안에서 뭘 한 거요?”그렇다.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낙청연은 랑목의 어깨를 다독여 주더니 그에게 약 처방 한 묶음을 건네주었다 “그 투명한 버섯은, 앞으로 이렇게 약재로 사용하면 된다.”“많은 병과 상처를 치료할 수 있으니, 절대 음식으로 볶아서 먹으면 안 된다.”랑목은 매우 놀라웠다. 한 장 한 장씩 살펴보니, 처방전마다 모두 용도가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누이, 이것은 모두 누이가 쓴 것이요?”랑목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또한 감격해 마지않았다. 알고 보니 누이는 이 보름 동안 그 안에서 이 처방전들을 쓰고 있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처방전은 골고루 다 갖추었으니, 꼭 머릿속에 담아 두어야 한다. 절대 처방을 잘못 써서는 안 된다.”“나는 아마도…… 돌아가야 할 것 같다.”이것은 그녀가 가기 전에 그들에게 남겨주는 물건이다.랑목은 듣더니, 눈가에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누이, 며칠 더 머무르지 않소?”“천궐국에는 아직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랑목, 앞으로 만족은 너에게 맡기마, 만약 무슨 소식이 있으면, 아신을 통해 나에게 서신을 보내거라.”랑목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연라를 누이와 함께 보내겠소.”“안 된다. 연라는 딱 봐도 만족인이니, 나와 함께 돌아가면 소동을 일으킬 수 있다. 나 혼자 돌아간다.”랑목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그럼, 내가 이 처방전들을 다 외우면, 누이를 찾아가도 되오?”“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꼭 잘 꾸미겠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오기 전에 반드시 나에게 서신을 보내야 한다.”“알겠소!” 랑목은 삽시에 활짝 웃었다.점심을 먹고, 랑목은 말을 타고, 낙청연을 바래다주었다.두 사람은 말을 타고 천지를 누비며, 며칠을 달렸다.변경
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하며 길을 재촉했다. 아직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날이 어두워지자, 작은 성에서 잠시 멈추어 쉬면서 옷도 갈아입었다.이 자주색 옷은 너무 눈에 띄었다.“장궤, 방 하나 주시오.”장궤는 돈을 받고 열쇠를 낙청연에게 건네주었다 “위층 3호방이요.”낙청연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 장궤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초상화를 꺼내 펼치더니, 보고 또 보더니, 크게 놀라워했다.낙청연이 막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였다.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방문을 확 걷어찼다.한 무리의 관병들이 들이닥쳐, 초상화를 꺼내 대조해 보더니 명령을 내렸다 “잡아라!”낙청연은 이렇게 잡히고 말았다.“왜 나를 잡는 것이냐?”“수배범, 너를 안 잡으면 누굴 잡겠느냐!”낙청연은 놀라서 멍해 있더니, 몸부림쳤다. “놓거라, 나는 섭정왕비이다!”“잡으려는 사람이 바로 섭정왕비이다!”곧 관아에 잡혀가게 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바로 이때,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공중에서 내려오더니, 매섭지만 사람은 다치지 않는 솜씨로 모두 쓰러뜨린 후 곧바로 낙청연과 도망갔다.사람이 없는 작은 골목까지 도망간 후,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면사를 벗었다.뜻밖에 시형이었다.“당신이 왜 여기까지 왔소?”시형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줄곧 뒤에서 쫓아왔소. 어찌 그리 급하게 가는 것이요?”“급히 수도로 돌아가는 길이었소.”하지만 시형이 말했다 “당신은 이제 돌아갈 수 없소! 당신은 이미 수배범이 되었소!”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소.”“나의 초상화가 여기까지 전해졌으니, 나는 더욱 돌아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하오.”시형은 다급히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오! 당신은 돌아가면 안 되오!”“당신이 돌아가면 당신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낙청연은 이 말을 듣더니, 의아해서 물었다 “무슨 뜻이요?”시형은 난처한 기색
낙청연은 한 농가에 들어가 천궐국의 베옷을 빌려 입고, 얼굴에 숯가루를 새까맣게 발랐다.그리고 수레를 한 대 사서, 위에 채소를 좀 싣고 천궐국으로 떠났다.이번에는 시형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지!이번에 관문을 통과할 때,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낙청연은 순조롭게 천궐국 땅에 들어섰다.평녕성을 지나, 하루 종일 길을 재촉하여, 저녁 무렵에 또 어제 그 작은 성에 도착했다.낙청연은 그제야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검은색 옷차림에 삿갓을 쓰고, 손에 검을 쥐었으며, 강호 협객처럼 꾸몄다.또한 말 한 마리를 빌려, 계속해서 길을 재촉했다.밤낮을 쉬지 않고 며칠을 달려, 번화한 업주성(鄴州城)에 도착했다.시끌벅적한 집시(集市)에서.사람들은 둘러싸여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바로 낙청연의 수배령이 벽에 붙어있었던 것이었다.“만족인과 결탁하여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참! 쯧쯧. 이런 사람은 잡히면 사형에 처해야 하오.”“양심이라곤 털끝만치도 없구먼!”주위는 온통 욕하는 소리였다.낙청연은 묵묵히 자리를 떴다. 이렇게 큰 죄명을 그녀에게 덮어씌우다니! 엄씨 집안 짓인가?그렇다면 그녀는 더욱 돌아가야 한다!절대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구차하게 살아갈 수 없다!낙청연은 건량을 좀 사고, 하룻밤 휴식을 취한 후, 내일 계속해서 출발할 생각이었다.그래서 낙청연은 객잔으로 갔다.하지만 한밤중에, 잠잠하던 객잔 안에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이 일어나 방문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밖에 한 무리의 관병이 나타났다.또 폭로된 건가?생각할 겨를도 없이, 낙청연은 바로 창문을 훌쩍 뛰어넘어 도망갔다.떠나려는데 골목 밖에 관병들이 쭉 깔려 있었다.“도망갔다! 어서 수색해!”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더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옆쪽 문이 열렸다. 낙청연은 놀라서 장검을 상대방의 목에 겨누었다.사내는 다급히 손을 들며 말했다 “왕상!”멍해 있던 낙청연은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저는 만족 사람입
랑심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웃음은 음흉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젯밤은 너였구나!”랑심은 냉소하더니 말했다 “그래 나였다.”“나는 줄곧 업주성에서 너를 기다렸다. 이곳은 네가 수도로 돌아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니까!”“수배범이 객잔에 있다고 내가 관아에 알렸다.”“어젯밤도 다 내가 안배한 것이다.”“어떠하냐? 낙청연, 너만 똑똑한 게 아니야!”랑심은 득의양양해서 말하며, 천천히 낙청연을 괴롭히는 쾌감을 맛보려고 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랑심의 그 보습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힘은 매우 강해진 것 같았고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다소 익숙한 약 냄새는 마치……약인 같았다.낙청연은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낙정이다!랑심은 주머니를 열었다. 독사 한 마리가 불쑥 나와, 랑심의 손을 물었다.하지만 랑심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랑심은 무심코 독사를 잡더니, 독사를 들고 낙청연의 얼굴로 다가왔다.“나에게는 ‘노’ 자의 인두가 없으니, 독사가 너에게 ‘노’자를 하나 물게 하는 건 어떠하냐?”랑심 점점 광기 서린 웃음을 띠었다.독사의 쉬익 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때였다.낙청연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랑심, 기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랑심은 순간 어리둥절했다.바로 뒤에, 낙청연은 온몸을 흠칫 떨더니, 내력으로 밧줄을 끊어버리고, 일장으로 랑심의 손목을 적중하자, 독사는 땅바닥에 떨어졌다.낙청연은 훌쩍 뛰어 일어나, 한 발로 랑심을 절 밖으로 걷어차 버렸다.랑심은 땅 위에 세게 넘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낙청연이 담담하게 걸어오고 있었다.그 강력한 힘을 보니, 전혀 약에 중독된 사람 같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다. 너는 어젯밤 분명 약에 중독되었어!”“그건 노영의 독문 십절산(獨門十絕散)이다. 그 약에 중독된 자는 적어도 12 시진은 공력을 잃게 된다!”낙청연의 지금 모습은 전혀 공력을 잃은 사람 같지 않았다!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눈썹을 들썩이었다.
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정말 약효가 나타났다.“랑심, 내가 여기 서 있을 테니 나를 죽여, 이리 와.”랑심은 매서운 눈빛으로 다시 비수를 움켜쥐고 일어나 낙청연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그러나 두 걸음 남겨두고, 랑심은 더욱 강렬한 통증에 시달려 땅바닥에 쓰러지더니, 데굴데굴 뒹굴었다.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했다.“아—”“낙청연,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랑심은 너무 고통스러워 울부짖었다.낙청연은 냉소하더니, 몸을 쭈그리고 앉아 말했다.“나를 죽이고 싶지 않으냐? 어서 와봐.”“나를 죽일 생각만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지 않으냐?”“그래도 나를 죽일 거냐?”랑심의 눈빛은 온통 증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비수를 움켜쥘 수가 없었다. 아픈 나머지 그녀는 손톱으로 땅바닥에 깊은 골을 냈다.“낙청연! 나를 죽여라! 어서 나를 죽여라!” 랑심은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는다.”“오히려 너를 살려줄 테다. 살아서 네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영원히 죽이지 못하는 너를 지켜보겠다.”낙청연은 랑심으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혹시 부진환을 구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니까!랑심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땅에서 데굴데굴 뒹굴었다.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왜! 왜!”랑심은 목이 찢어질 듯 소리를 질렀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얼굴에 새긴 ‘노’ 자는 너를 노예로 만들지 못했지만, 지금 너는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되어야 한다.”“평생 너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낙청연은 말을 마치고, 랑심에게 약병을 하나 던져주고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낙청연의 뒷모습을 보더니, 랑심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다시 비수를 움켜쥐고 낙청연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낙청연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랑심은 통증에 시달려 또다시 무릎을 털썩 꿇었다.입에서 선혈이 솟구쳐 나왔다.낙청연은 힐끔 뒤돌아보더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질문했다 “무슨 뜻입니까? 그때 평녕성에서 연기 아니었습니까? 설마 정말 휴서하려는 겁니까?”부진환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 너는 줄곧 휴서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았느냐? 본왕은 이미 너에게 주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너는 섭정왕비가 아니다.”“네가 한 모든 일도, 섭정왕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피식 웃더니 말했다: “당신은 지금 내가 큰 죄를 지어 섭정왕부를 연루시킬까 봐 나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겁니까?”부진환은 냉랭하게 말했다: “이미 알고 있으면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소유, 손님을 배웅하거라!”부진환은 냉랭하게 명령을 내리더니,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소유는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을 배웅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낙청연은 소유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부진환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약간 화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부진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청연이 먼저 그 휴서를 꺼내더니 말했다.“부진환, 예전에 내가 휴서를 달라고 할 때는 죽어도 안 주더니, 지금은 당신이 주고 싶으면 주고, 또 제가 왕부에 폐를 끼칠까 봐 저를 쫓아냅니까? 이제 휴서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왜 당신이 주고 싶으면 주고 주기 싫으면 안 주고, 또 당신이 주면 나는 순순히 받아야 합니까?”화가 난 낙청연은 바로 그 휴서를 찢어 공중에 뿌리쳤다.종잇조각이 공중에서 나부꼈다.부진환은 눈앞의 이 기개가 도도한 여인을 보며 마음속은 형언할 수 없는 그 어떤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는 자기도 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고 노한 표정을 지었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일구일자 말했다 “우리 모두 각자 선택이 있습니다. 당신은 비록 섭정왕이지만, 자기 망대로 모든 사람의 인생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바로 이때, 밖에서 소유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야, 관부에서 찾아왔습니다.”“왕비 마마가 왕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잡으러 왔다고 합니다!”다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