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이 랑목을 도와주려 하는데 갑자기 독수리가 다시 낙청연의 팔 위에 내려앉아 그녀의 옷자락을 물었다.낙청연은 독수리를 물리치며 말했다.“이놈,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는 하면 안 되지.”낙청연은 몸을 날려 전투에 임했고 장검은 검은 하늘 아래 한기를 번뜩이며 하늘에 피를 뿌렸다.낙청연에게 맞아 날아간 응익신은 공중에서 맴돌며 울어댔다.그 날카로운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위력이 엄청났다.곧이어 또 한 번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늑대 무리가 물러나고 있었다!낙청연과 랑목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들은 온몸이 피범벅이었고 너무 긴장되어 손이 떨렸다.늑대 무리가 갑자기 흩어지자 두 사람은 넋이 나갔다.피비린내 나는 혈투일 줄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레 끝나버렸다.“응익신이었군.”랑목은 고개를 들어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피범벅인 그의 얼굴에 비소가 떠올랐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정말 그렇게 신통한가...”그 독수리는 다시 돌아와 낙청연의 팔 위에 앉았다.낙청연은 어쩐지 독수리가 턱을 쳐들며 칭찬을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오만함이 보였다.“늑대 무리에게 다른 사냥감이 생겨 물러났나 보다.”“오늘 밤 우리 운이 괜찮은 듯하구나.”독수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만스러운 듯 낙청연을 쪼았다.랑목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누이, 응익신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소.”낙청연은 마뜩잖은 얼굴로 어깨 위에 앉은 검은 독수리를 힐끗 보았다.“난 믿지 않는다.”“앞으로 우리가 목적지에 순조롭게 도착하지 않는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잠깐 쉰 뒤 다시 길에 올랐다.그들은 지도에 그려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응익신은 허공을 맴돌며 맹수가 가까워지는 것 같을 때마다 경고하듯 날카롭게 울었다.그로 인해 낙청연 일행은 아주 순조롭게 나아갔다.낙청연은 내심 놀랐다. 응익신은 만족인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의 모든 동물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이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계속 펼쳤다.“여국의 대제사장은 줄곧 여국에서 지고지상의 존재였고 황족 또한 그들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난 그것이 사람들이 대제사장을 신앙하고 경모해서 그런 줄로 알았다.”“하지만 난 그들의 조건 없는 복종과 경모가 사실은 그저 여국의 성수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다.”“내가 대제사장이 되었을 때, 난 매달 사상환(四象丸)을 섭취해야 했다. 사부님은 그것이 공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했고 역대 사서 기록도 그러했다.”“그것은 내가 처음 내게 반항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려 했고,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워했다.”“난 이상함을 느껴 직접 그를 진맥해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난 그를 반년간 치료했고 드디어 문제를 깨달았다.”“그에게 반항하려는 의지가 생길 때마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고 반항하려 할수록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를 조종한 적이 없다.”“그래서 난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 몰래 시험해 보았다. 그들이 저항하려고 할만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역시나 내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전부 고통스러워했다.”“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여국 백성들의 복종과 경모는 그저 약물을 이용한 일종의 통제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난 오랫동안 이유를 찾아보았고 여국의 성수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것은 모든 백성이 태어날 때 세례를 받는 샘물이기 때문이다.”“난 성수가 있는 샘물에서 씨앗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을 들고 만족 진영에 찾아갔다. 그것을 샘물 안에 넣었는데 그 샘물은 수산 전체를 흐르는 샘물이었다.”“석 달 뒤, 수산의 모든 동물이 샘물을 마셨다.”“그들은 처음에 날 사냥감으로 인식했었는데 지금은 날 두려워한다.”“역시 여국의 성수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복종하게 한다.”거기까지 보았을 때 낙청연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이 증상은 부진환의 것과 똑
낙청연은 그것을 잡은 뒤 열어보았고 안에는 일월경이 들어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 그것을 한데 합치려 했다.두 물건은 역시나 본래 하나였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사부님은 그녀에게 일월경에 관해 알려준 적이 있었다.그런데 여국의 진짜 보물이 일월경과 그녀가 가지고 있던 천명 나침반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밀실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기관을 망가뜨려 아무도 다시는 밀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한 약방 앞에 도착해 보니 책상과 바닥에 대량의 의서가 널려 있었고 궤 안에는 약재들이 가득하며 그중에는 진귀한 약재도 적지 않았다.옆에 놓인 바구니에는 약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개발에 실패한 것이었다.먼지를 털어내 보니 책상 위에 처방전 몇 장이 보였다.낙청연은 자리에 앉아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그중 한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억제 작용이 있지만 효과 지속 시간이 짧으며 두 번째 발작 때 더욱 고통스러워진다.다른 처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해독 효과가 조금 있고 약간의 완화 효과가 있다. 철저히 통제를 벗어나려면 이 처방을 백 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다른 몇 장의 처방에도 각각 작용과 어떤 면에서 실패했는지 적혀 있었다.그것은 아마 사부님의 모든 시도 중 유일하게 그나마 효과가 있는 처방일 것이다.낙청연은 그 처방들을 품 안에 넣었다.지금 그녀는 부진환이 왜 죽도록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상환은 낙월영이 먹었다.그렇다면 부진환은 여국의 성수를 마신 적이 있는 걸까?그의 어머니는 여국 공주였으니 여국 성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앞으로 해독약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처방을 챙겼다.사부님이 오랜 시간과 정력을 들였음에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낙청연은 해독약을 만들 자신이 별로 없었다.해독약을 만들지 못한다면 부진환은 어떡해야 하는가?영원히 조종당해야 하는 건가?남은 사상환을 꺼내든 낙청연은 문득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만약 그녀도 사상환을 먹는다면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들을
펑-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폭발 소리가 잇달아서 들렸다.하지만 소리만 클 뿐이지, 불똥은 조금밖에 튀지 않았다.하지만 폭발이 끝난 뒤 바닥에 하얀 가루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이 씨앗들이 가루로 변하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었던 낙청연은 아예 그것들을 가지고 가서 연구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그 가루를 조심스럽게 모으기 시작했다.비록 작은 가루 더미들이지만 모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았고 겨우 약병을 반쯤 채울 정도였다.“누이, 이것들은 무슨 효과가 있소?”랑목은 손가락으로 가루를 조금 묻혀 혀를 내밀며 핥으려 했다.낙청연은 곧바로 그를 말렸다.“이건 먹으면 안 된다. 독이 있거든.”랑목은 황급히 손을 털어 샘물로 손을 씻었다.“누이, 여기 온 적이 있소?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랑목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낙청연은 진지하게 당부했다.“기억하거라. 이번에 여기서 나가면 이곳을 잊고 다시는 오지 말거라.”랑목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두 사람은 그곳에서 하룻밤 더 묵었고 날이 밝은 뒤 곧바로 수산을 떠났다. 그 독수리는 정말 대단했다. 독수리는 그들을 호위했고 그 어떤 짐승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은 안전히 수산을 빠져나왔다. 독수리는 낙청연의 팔 위에 앉더니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낙청연은 독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구나.”“다들 널 응익신이라고 부르던데 그럼 난 널 아신(阿神)이라고 부르겠다.”아신은 만족스러운 듯 하늘을 한 바퀴 빙빙 돌았다.낙청연은 랑목에게 독수리의 내력을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랑목이 말하길 그에게 기억이 있을 때부터 독수리가 존재했다고 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세상을 뜬 많은 조상님도 그 독수리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독수리는 아주 긴 세월을 살았고 매우 총명해 많은 사람을 도운 적이 있어 만족이 그를 응익신으로 인정한다고 한다.응익신은 그들을 비호하고 사람
안에서 랑목의 목소리가 들렸다.“누이, 누이도 안에 들어와서 누워보시오. 여기 풀이 아주 폭신하오.”낙청연도 그를 따라 수풀에 들어가 누웠다.의외로 전혀 따갑지 않고 폭신했고 공기 중에 맑은 화초의 내음이 풍겼다.한 바퀴 뒹굴자 문득 거의 투명에 가까운 버섯 하나가 낙청연의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았다.수선령고(水仙靈菇)!이렇게 운이 좋다니!수선령고는 놀라운 해독 효과가 있고 많은 약재와 함께 사용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만능 버섯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낙청연도 겨우 두 번밖에 보지 못했고 아주 진귀한 물건이라 운이 없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낙청연은 령고를 뜯어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감쌌다.“누이, 뭐 하시오?”랑목이 풀숲에서 얼굴을 내밀었다.그는 낙청연이 령고를 수집하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걸 가져가서 드실 생각이오?”“이건 먹기 아까운 것이다. 약재거든.”낙청연이 아주 소중하게 령고를 품에 넣는데 랑목이 풀을 헤집으며 말했다.“아깝기는. 한 그릇이면 되오?”랑목이 풀을 헤집자 령고가 아주 많이 보였다!낙청연은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이냐?”낙청연은 격앙되어 말했고 랑목이 대답했다.“모르겠소. 항상 이곳에 있었소.”“어렸을 적 우리가 처음 아신을 보았을 때 아신은 이곳에서 이 버섯들을 먹고 있었소.”“그가 먹고 있으니 독이 없다는 걸 확인해 우리도 가끔 버섯을 뜯어 가져가서 익혀 먹기도 했지.”“전에 두 광주리를 따서 부족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자라지 않았소.”“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 자랐는데 이제 다시 많아졌소.”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이리도 귀한 물건이 이곳에 이렇게나 많이 자란 것을 보니 신기했다.“날 도와 조금 뜯어가자꾸나.”낙청연은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바로 먹는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약을 만든다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랑목은
부진환은 씁쓸한 마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만족의 자유롭고 광활한 땅이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돌아오지 않는 것도 좋았다.부진환은 갑자기 괴로운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았다.“왕야, 또 상처가 아픈 것입니까? 얼른 쉬십시오.”“밖은 제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바로 그때 호위가 보고를 올렸다.“왕야, 엄 태사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에 소서는 놀랐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너무 아파 일어설 힘이 없었다.“왕야, 엄 태사께서 왕야가 다친 걸 알게 된다면 왕야를 해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소서는 호위에게 말했다.“가서 왕야께서 평녕성에 계시지 않는다고 전하거라.”“우선 엄 태사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거라.”부진환은 가슴께를 누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엄 태사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평녕성에 온 건 필시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그가 시형과 랑심을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분부하거라.”엄 태사가 직접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분명 부진환이 그와 만족이 협력했다는 증거를 찾아낼까 두려워서일 것이다.시형은 그동안 부진환에게 철저히 감시당했기에 엄 태사는 줄곧 시형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그리고 평녕성에 심어두었던 첩자들도 낙청연이 전부 죽였다.엄 태사는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으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엄 태사가 평녕성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일은 성지를 가지고 범인을 심문하는 것이었다.성안의 사람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고 결국 엄 태사를 데리고 감옥에 갔다.엄 태사는 모든 사람을 물렸고 겨우 숨만 내쉬고 있는 랑심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형벌을 받았으니 이미 다 자백했겠지?”랑심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했다.“난 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말하지 않소.”“날 죽여 입막음하러 온 것이겠지?”엄 태사는 뒷짐을 지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엄 태사, 날 살려준다면 죽여 입막음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오.”그 말에
“네!”“부진환이 지금 평녕성에 있든 있지 않든 지금 감히 날 만나지 못한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얼른 시형을 찾거라. 그를 만나야겠다.”“네!”그렇게 엄 태사는 성에서 조금 더 머물렀다.한 시진 뒤, 정광이 엄 태사의 앞에 섰다.“시형이 갇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엄 태사는 몸을 일으키며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갔다.방문을 열고 엄 태사는 기세등등하게 시형을 향해 걸어갔다.“태사...”시형은 바짝 긴장했다.엄 태사는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부진환이 어떤 이득을 줬길래 날 배신한 것이오?”시형은 긴장한 얼굴로 설명했다.“태사, 낙청연이 당신의 영패로 절 속였습니다! 난 당신의 명령인 줄 알았습니다!”그 말에 엄 태사는 깜짝 놀랐다.그의 영패는 얼마 전 잃어버렸다. 하지만 태사부(太師府)에서 잃어버린 것인데 어떻게 낙청연의 손에 들어간 것일까?“내 영패인 게 확실한 것이오?”시형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렇습니다!”엄 태사는 미간을 구기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시형을 힐끗 바라봤다.“부진환이 다쳤다던데 사실이오?”“얼마나 심각하오?”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낙청연이 그를 찔러서 다치게 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상처가 심각할 것입니다!”그 말에 엄 태사의 눈동자가 빛났다.역시나 상처가 심각해 그를 만나러 오지 못한 것이었다.“그렇다면 당신을 한 번 더 믿겠소.”“당신은 이곳에 남아 부진환의 목숨을 빼앗을 기회를 노리시오. 할 수 있겠소?”“부진환을 죽인다면 당신에게 죄를 묻지 않겠소!”그 말에 시형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이를 악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엄 태사는 만족스럽게 떠났다.랑심을 얻었으니 더는 평녕성에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엄 태사는 즉시 떠났다.-방 안에서 부진환은 계속 기침했고 소서가 안으로 들어왔다.“왕야...”부진환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막지 못한 모양이구나.”“왕야, 엄 태사가 폐하의 성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백리는 대경실색했다.“계람아! 계람아!”그는 황급히 달려들었고 영롱구는 굴러서 도랑으로 들어갔다.초조해진 진백리는 손을 뻗어 그것을 건져내려 했지만 영롱구는 물을 따라 흘러갔다.진백리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마당을 뛰쳐나와 도랑을 따라갔다.그는 아주 황급해 보였다.아직 눈이 다 낫지 않은 상태라 시야가 흐릿하다 보니 비틀거리면서 많은 것들과 부딪쳤다.그것은 그냥 영롱구가 아니었다.그 안에는 비참하게 죽은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그는 아직 눈이 다 낫지도 않았고 아내와 아들도 보지 아직 다시 보지 못했다.잃어버려서는 안 돼! 잃어버릴 수는 없어!진백리는 비틀거리면서 태위부를 나섰고 도랑을 찾아내 자신의 영롱구를 되찾으려 했다.그러다가 우연히 시정에 들어서게 됐고 눈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과 부딪쳤다.시정잡배와 부딪치게 됐는데 상대는 불쾌한 얼굴로 그를 툭 밀쳤다.“눈이 멀었소?”“미안하오, 미안하오.”진백리는 황급히 사과했고 상대는 그를 힐끗 보더니 그를 덥석 잡았다.“당신은 그 매국노의 동생 진백리가 아니오?”그 말에 주위 사람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진백리는 살짝 화를 냈다.“누가 매국노라는 것이오!”시정잡배는 냉소하며 말했다.“당신의 큰 형님 진천리가 아니겠소?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신하고 군향까지 삼켰지. 게다가 백성을 잡아 전쟁터에 내보내 그들이 만족인의 손에 죽게 했소.”“당신의 큰 형님은 좋은 사람이 아니니 당신 또한 그렇지 않겠소?”“진천리가 횡령한 돈에 당신 몫도 있겠지!”“우리 백성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빼앗았으면서 우리를 죽게 만들다니!”그 말에 주위 사람들도 그를 따라 욕했다.“매국노!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빌어먹을 놈들이지!”주위 사람들의 욕지거리와 모욕을 들은 진백리는 결국 역정을 내며 고함을 질렀다.“다 헛소문이오! 우리 큰형님은 매국노가 아니오!”“입 닥치시오!”진백리는 화가 나서 상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상대는 그의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