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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탁자 위의 약을 본 낙청연은 그것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약 냄새가 아주 강했으나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상자 안에 있던 약은 낙월영이 먹었다.

낙청연은 사부님이 숨겨둔 비밀이 약이 아니라 상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자 안에도 마찬가지로 약이 들어있는 걸 보니 어쩌면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약을 챙겼다.

어쩌면 언젠가 이 약이 긴히 쓰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궁전을 벗어난 뒤 낙청연은 왕이 언덕 옆 나무 밑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외롭고 힘없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자신의 또 다른 신분을 알게 된 낙청연은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왕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웃으며 물었다.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냐?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느냐?”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당시 사혼검을 낙영에게 건네준 뒤 그녀를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까?”

왕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마 내가 미워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거겠지.”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렇다면 궁전 안 밀실에 대해 아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안다. 하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무엇 때문입니까?”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왕은 안색이 흐려진 채 잠자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낙청연은 곧바로 답을 깨달았다.

“그녀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우셨습니까?”

왕은 침묵을 지켰다.

묵인한 셈이었다.

“안에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저했다.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하자 왕이 불러세웠다.

“오늘 밤 즉위식이 있으니 준비하거라.”

낙청연의 걸음이 멈췄다.

“알겠습니다.”

낙청연은 언덕에서 내려와 고개를 돌려보았다. 왕은 여전히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

그가 밀실에 갈지 가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그곳에 가본다면 그는 많은 비밀을 알게 될 것이고 낙영이 그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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