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 로맨스 / 명의 왕비 / 챕터 951 - 챕터 960

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3215 챕터

제 951화

원경릉은 우문호의 눈을 보았다.“내가 예전하고 많이 다르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솔직히 느꼈잖아. 왜 그런지 알고 싶지 않아?” 원경릉이 말했다.“전하고 차이는 있지만, 사람이 변할 수도 있는 거고……” 우문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이 얘기는 그만하고 나가서 산책이나 하자.”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똑똑한 우문호가 그녀의 변화에 대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우문호, 난 밖에 나가지 않을래. 하던 말을 마저 하고 싶어.” 원경릉이 말했다.“그럼 네 말을 듣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네가 할 말이 우리를 헤어지게 할 수도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해? 당연히 우리가 헤어질 일은 없지!” 원경릉이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정말 그럴 리 없다는 거지?” “응! 당연하지. 우리가 왜 헤어져,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원경릉은 급 피곤해졌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보고 천천히 입을 뗐다.“사실 전에 탕양과 함께 너의 변화와 네 약상자에 대해 여러 번 논의를 했었어.”“그래?”“응, 논의 끝에 네가 요괴거나 도깨비라는 결론을 내렸다.”“뭐 요괴? 도깨비?” 원경릉은 손을 뻗어 우문호를 잡고는 “왜 선녀는 안 되는 거야?” 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경릉아, 나도 눈이라는 게 있잖아. 선녀랑 너는…… 어울리지 않아.”“하, 그래. 알겠다고!” 원경릉이 화를 냈다.“하지만, 탕양이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말을 하고 나서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큰 화를 입는다고? 말도 안 돼.”“나는 탕양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아. 네가 요괴건 도깨비건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 아니냐? 난 그냥 너와 함께 이렇게 재밌고 즐겁게 살면 그만이다. 난 진실을 알고 싶지도 않고 모험을 하고 싶지도 않아.”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경릉아, 내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네가 약상자를 꺼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 내 생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
더 보기

제 952화

“죽은 시체에서 영혼만 빠져나온 거야?”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 보면 우문호의 말도 맞는 말이라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맞지? 네 죽은 영혼이 남의 몸 안으로 들어간 거잖아. 어쩐지 그럼 네 원래 얼굴은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는 거네? 어쩐지 생긴 게 영……”우문호는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것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원경릉이 요괴나 도깨비가 아닌 것에 감사했다. 만약 요괴나 도깨비였으면 언제든 그들의 세계로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면 도망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 우문호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아까 무슨 박사(博士)라고 했지? 차(茶) 박사? 술 박사? 차를 끓이는 솜씨를 보아하니 차 박사 맞지?”“박사는 학문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 아니야?”“그건 그렇지만, 학문이 뛰어난 박사들은 다 남자인데…… 설마 너 혹시 남자야? 그래 이상하다 했어! 천문 지리를 알고, 태양의 흑점을 논하더니…… 원래 남자였구나!” 우문호가 기겁했다.“넌 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주는 거 아냐? 남자면 뭐 어쩔 건데?” 원경릉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거짓말하지 마. 하나도 안 웃겨.” 우문호가 정색하고 원경릉을 보았다. “치, 아쉽게도 난 남자가 아니야. 나는 원래부터 여자였고, 현대에서는 의사이면서도 천문학도 잘 알았어.”“휴,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네.” 우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내가 정말로 남자였다면 어땠을 것 같아?” 원경릉이 물었다.“상상하기도 싫어.”“왜 한 번 생각해 봐.”우문호는 눈을 감으며 “너를 들어다가 벽에 던져버렸을 수도?” 라고 말했다.“너무해.”“네가 남자인 게 더 너무한 일 아니야?” 우문호가 놀란 가슴을 쓸었다.“치, 말이라도 예쁘게 하지!”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며 “근데 삼둥이에게 뭔가 이상한 게 있다며, 정확히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라고 물었다.“지금은 나도
더 보기

제 953화

“그럼 우리 삼둥이들이 모두 천부적인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거네? 마법은 네 영혼에서 나온 것이고, 넌 그럼…… 삼둥이들의 영혼의 대장이라는 건가?”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깜짝 놀라 그를 빤히 보았다. 그녀는 문득 이 몸이 내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삼둥이들에게 유전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내 영혼이 이 몸으로 들어오면서, 내가 약상자를 조종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주 원경릉의 원래 뇌에도 영향을 줬다는 건가? 아니면 내 원래 뇌파가 원경릉의 뇌파와 연결되면서 원경릉 본체에 영향을 끼친 건가? 그래서 삼둥이들에게도 유전이 된 건가?” 원경릉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삼둥이들이 건강하게만 자라면 소원이 없겠다.” 원경릉은 태연한 우문호의 표정에 마음이 놓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내 얘기를 다 들었잖아. 뭐 또 궁금한 건 없어?”“궁금한 거?”“응,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가족은 몇 명인지 그런 거.”“너 가족이 있어?”“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어?” 원경릉이 웃었다.“그럼 네 가족은 북당의 어디에 살아? 무얼 하는 집안이야?”“우리는 대대손손 의사 집안이고, 모든 가족은 대주로 이사를 갔어. 기회가 되면 한 번 보러 가자.”원경릉은 진실 반, 거짓 반으로 아무 말이나 했다.“그래!” 우문호가 말했다. 두 사람은 진실을 모두 털어놓은 후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 그러나 원경릉의 마음속에는 삼키지 못할 정보가 하나 더 있었다. 만약 지금 우문호에게 말한다면 그는 정보 과부하에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원경릉이 그에게 더 궁금한 게 없냐고 물었을 때, 그가 묻지 않았으니 원경릉이 나서서 자신의 얘기를 주절거릴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우문호가 갑자기 그녀를 보며 “나 궁금한 거 생겼어.” 라고 물었다.“응. 말해.”우문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정이 오면, 그를 우리 왕부에서 지내게 하면 안 될까?
더 보기

제 954화

탕양은 우문호와 원경릉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밖에서 우문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태자, 혹시 태자비께 말씀드렸습니까? 태자비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우문호는 우울한 얼굴로 “말할 수 없어. 정정은 어디에 있어? 술집인가? 술집으로 가자.”라고 말했다.탕양은 급한 마음에 “태자, 왜 그러십니까? 말씀을 좀 해보세요.” 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보았다.“그녀가 말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태자비께서 말씀을 하시긴 한 모양이네요? 뭐라고 하셨습니까?”“휴, 태자비가 자기는 시체에서 나온 영혼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자기가 의학 박사라며, 인간의 힘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마법 같은 게 있다고 했어. 난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들었다. 중간에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도 참고 말이야. 근데 열심히 들은 결과가 이게 뭐야? 정정을 왕부에 데리고 오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나보고 꺼지래! 여자의 마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탕양은 한숨을 내쉬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합니까? 그럼 대장군을 모셔 술집으로 갈까요? 모처럼 오셨는데……”라고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정정을 왕부에 머물게 하기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할 예정이었다.*명월암. 고지는 아침 일찍 배가 아팠다. 출산 예정일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기상궁과 정화군주는 그녀가 음식을 잘못 먹어 탈이 났다고 생각했다. 점심때가 되자 자궁 수축 증상과 비슷한 통증이 나타났다. 조산이었다. 누구도 고지가 이렇게 빨리 아이를 낳을 줄을 몰랐기에 산파를 구하지도 않았다. 정화군주는 무우산을 들고 와 고지에게 먹이고는 기상궁에게 고지가 먹을 죽을 준비하라고 했다. 고지가 사는 방은 어둡고 습해서 곰팡이 냄새가 났는데,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자 그 냄새가 말도 못 하게 심해졌다. 고지는 고개를 돌려 정화군주를 보았다. “내가 아이를 낳자마자 나를 죽일
더 보기

제 955화

“왜 태자비를 믿지 않지?” 정화군주가 고지를 노려보았다.“내가 미쳤다고 그 여자를 믿어? 나는 너와 태자비 둘 다 믿지 않아!”“그래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너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 정화군주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기상궁이 안으로 들어갔고, 정화군주는 밖에 앉아 고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햇살을 따스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나뭇잎 하나가 그녀의 콧잔등에 떨어졌다. 이 세상에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보다 경이로운 것은 없다. 고지가 낳은 아이는 앞으로 많은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겪을 수 있도록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축복이다. 잠시 후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가 뚝 끊어졌다. 안에 있던 기상궁은 “미쳤어! 그 아이는 네 딸이라고!” 라며 소리를 질렀다. 정화군주가 빠른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지가 피가 줄줄 흐르는 몸으로 갓 태어난 아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광기가 보였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것이야. 정화군주 이것 보라고! 내가 너 대신 복수를 했으니 내 목숨을 살려줘!”아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정화군주는 바닥에 놓인 작은 의자를 들어 고지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머리를 맞은 고지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 틈에 기상궁이 아이를 안아들었다.“세상에, 저런 모진 어미가 어디 있습니까?” 기상궁이 분노했다. 기상궁은 재빨리 아이를 거꾸로 매달아 엉덩이를 두 번 두드렸다. 그제야 비로소 아이가 울음소리를 냈다. 정화군주와 기상궁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그들은 미리 받아 둔 따듯한 물로 아이를 씻겼다. 여자아이의 몸집은 아주 작았으며 등에 푸른 반점이 있었다. 피부가 어찌나 얇은지 온몸의 혈관이 투명하게 보였다. 달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는 송충이처럼 정화군주의 품에 안겨있었다.정화군주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기상궁은 조용히 정화군주의 어깨를
더 보기

제 956화

기상궁은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초왕부로 향했다.“쇤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잔인하고 매정한 어미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고지가 한 번 안아보겠다고 해서 주었더니, 바로 아이 목을 조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화군주가 들어와 고지를 쓰러뜨리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기상궁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몸을 덜덜 떨었다. 원경릉은 포대기에 싸인 아이를 안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화군주는 뭐라고 했습니까?” “군주께서는 명월암에는 젖을 줄 사람이 없으니 초왕부에 가서 부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마침 희상궁과 사식이가 들어왔다. 희상궁은 아이를 안고 있는 원경릉이 힘들까 봐 아이를 자신이 안아들었다.“세상에 아이가 매우 작아요.” 희상궁이 말했다.“기상궁, 왕부에는 예비 유모 상궁이 있으니 아이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보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은 사식이를 보며 “사식아, 너는 후부에가서 후작을 모시고 오거라.” 라고 말했다.사식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기상궁이 우물쭈물하더니 원경릉을 보며 “근데 누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겁니까?” 라고 물었다. 원경릉이 가만히 아이를 보니, 아이가 쭈굴쭈굴하고 작아서 마치 송충이 같았다. “일단 충이라고 부르죠, 나중에 정식으로 이름을 지어주고요.” 원경릉이 말했다.전에 정화군주가 자신이 고지의 아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만약 정화군주가 아이를 도맡아 키우게 된다면 그녀가 아이의 이름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 아이가 원팔룡의 아이가 맞다면, 아이는 정화군주가 아닌 원팔룡이 키워야 한다. ‘미치겠네……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사식이와 기상궁이 밖으로 나가자 희상궁이 원경릉에게 “아이가, 후작과 닮은 것 같습니까?” 라고 물었다. 원경릉은 아이가 너무 작아서 누굴 닮은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얼굴에서 원팔룡이 조금 보였다. 그 이유는 원팔룡의 눈과 아이의 눈이 똑같았기 때문이다.원경릉
더 보기

제 957화

“죽이겠다고 해도 막상 자기 자식이 태어난 것을 보면 고지처럼 모질지는 못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와 내 동생에게 한 짓을 보세요. 출세를 위해서 내 동생을 혜정후에게 보내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딸을 죽음으로 내몰던 사람이라고요. 정후부의 여식에게도 이러는데, 혼외자에게서 온 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정후를 믿지 않습니다. 충이를 그런 아비에게 보내서는 안됩니다.” 원경릉은 차갑게 웃었다. 원경릉은 삼둥이를 낳은 후로 전하고 많이 달라졌는데, 특히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는 백지장 같아서 부모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아이는 무고하다. 만약 아이가 부모를 택할 수 있다면 죄를 지은 부모나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려고 하겠는가?원경릉은 충이의 목에 찍힌 붉은 손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을 보고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은 그저 정후가 왕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만아가 이미 누가 왕부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기에 정후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있었다. 원래는 왕부로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만약 오지 않을 경우 태자비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만아가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사식이가 미리 정후를 시험하기 위해 만아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 정후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사식이는 예측 가능했다. 정후는 원경릉이 예전에 원경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그가 원경릉의 부름에 가지 않는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왕부로 향했다.정후가 초왕부로 들어오자 하인이 그를 데리고 소월각 사랑채로 향해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그는 한참을 안절부절못했다. 그 순간 화가 잔뜩 난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후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니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던 원경릉은 바닥만 보고 있는 정후를 보고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더 보기

제 958화

원경릉은 원팔룡의 머리를 두동강내고 싶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야? 누가 애가 생길 줄 알았냐고? 내 잘못이라면 안왕이 친 덫에 걸려든 것 밖에 없어! 책임을 물을 거면 안왕에게 물어야지 왜 나한테 그래?” 원경릉의 분노에 찬 눈동자를 보고 정후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당장 꺼져요!” 원경릉이 어찌나 악을 썼는지, 목에서 피 맛이 났다.정후는 문을 향해 나가면서도 원경릉 쪽을 보며 “네 말대로 조모께서 화병으로 쓰러지실 수 있으니, 이 일은 밖으로 퍼져서는 안 돼. 내 평판을 더럽힐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뭐라고요? 당신에게 아직도 남은 평판이 있다고?”원경릉은 참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삿대질을 했다.“바깥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 부잣집 도련님으로 부귀영화를 위해 여자에게 몸을 파는 도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여긴다고! 감히 내 앞에서 평판을 논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제발 자기 객관화를 좀 하라고!”정후는 원경릉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고 어깨를 으스대며 귓구멍을 후비며 밖으로 나왔다. 원경릉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순간 장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어…… 저런 것도 사람이라고……”“태자비, 이러다 몸 상하시겠습니다. 저런 사람에게 화를 낼 가치도 없으니, 이제 그만 고정하세요.” 탕양은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고, 분노 때문에 온몸에 열이 올랐다.*저녁이 되자 우문호가 왕부로 돌아왔다. 탕양이 왕부에 처제가 왔다고 하길래 우문호는 원경병이 온 줄 알았다. 그러나 탕양이 말한 처제는 아기 포대기에 싸여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작은 장인어른 아니냐?”우문호는 포대기에 싸인 아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탕양은 헛기침을 하며 “가만 보면 눈만 닮았지, 다른 곳은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했다.“눈이 가장 중요한데, 눈이 닮으니 다른 곳도 다 똑같아 보여!”
더 보기

제 959화

“정화군주에게 이 아이를 맡기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야. 자신의 아이도 아닌 자신을 망가뜨린 고지와 정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게 하라고? 군주도 언제까지 명월암에서 지낼 수 없잖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짝을 맺고 살아야지.” 우문호가 말했다.우문호는 황실의 사람으로 정화군주와 그녀의 가족인 최씨 집안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진심으로 정화군주가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네 말이 맞아. 군주가 고지의 딸을 보면서 매일 괴로워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야.” 원경릉이 말했다.“맞아. 난 정화군주가 좋은 짝을 만나서 혼인했으면 좋겠어. 근데 애가 있으면 어떤 사내가 정화군주를 데리고 살겠어? 비록 총이? 충이라고 했던가? 뭐가 됐든 고지의 아이는 불쌍하지만, 군주에게 보내지 않아도 애 하나 키울 방법은 있을 거야. 최근에 최대감님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최대감 댁 노부인께서 병으로 쓰러져서 힘드시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 참, 위왕이 정말 큰 죄를 지었지……”“근데 우문호 너참 이상해. 왜 정화군주가 혼인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해? 꼭 남자와 같이 산다고 여자가 행복한 건 아냐.” 우문호가 말했다.“내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다들 혼인을 하니까……”“왜 다들 한다고 해야 하냐고! 왜 그렇게 가부장적이야? 혼인은 원래부터 여자가 손해인 장사라고.”우문호는 그녀를 안았다.“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나는 너와 혼인한 후에 너무 행복하니까. 정화군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정화군주가 싫다면 혼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돼.”“정말 행복해?” 원경릉이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있어 정말로 행복해.” 우문호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열 달의 임신과 출산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신혼 때보다 서로가 더 애틋했다. 원경릉은 그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어 그의 목에서 나는 향을 맡았다. “네 생각엔 정화군주가 고지를 죽일까?”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안고
더 보기

제 960화

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만아를 불러서 물어봐야겠다.”“그래.”우문호가 밖으로 나가자 마침 서일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일아. 가서 만아를 데리고 와.”“예!” 사실 서일은 일을 마치고 삼둥이를 보러 오는 길이었다. 우문호의 명령에 서일은 만아를 데리러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아가 우문호와 원경릉을 찾아왔다.“만아야, 흑마술에 대해 얘기해 보거라.” 원경릉이 물었다.“예? 태자비님 흑마술은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만아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네가 아는 대로 말해. 흑마술사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냐?” 우문호가 물었다.“흑마술사는 남강의 성 대부(聖大夫)로 남강 최고 지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남강은 남과 북으로 나뉘지만 흑마술사는 남강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며, 흑마술사는 혼인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흑마술사의 자리를 물려받으면 남강 내에 두 처녀를 물색해 양녀로 삼고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합니다.” “그럼 남강의 흑마술사가 양녀로 삼은 처녀가 하나 죽었다는 걸 아느냐?”“태자비님, 쇤네는 잘 모릅니다. 남강을 떠나 산지 너무 오래됐습니다.” 만아가 답했다.“그럼 네가 말했듯, 남강의 흑마술사는 혼인을 할 수 없다는 건 변함없는 거지?”“예, 남강의 흑마술사는 신체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속 자리를 잃게 됩니다.”“그럼 수년 동안 흑마술사가 되고 싶지 않은 후계자도 있었느냐?” 원경릉이 물었다.“쇤네, 정말 모르겠습니다. 흑마술사 내부의 일은 비밀로 전해져서 일반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설령 상속 자리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흑마술사가 사적으로 해결하기에 일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흠, 그렇구나. 알겠다. 가보거라” 우문호가 말했다.“예!” 만아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원경릉은 만아의 말을 곱씹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우문호를 보았다.“혹시 고지가 흑마술사 자리를 상속받기 싫어서 도망간 게 아닐까? 그 사실을 안 안왕이 협박한 거지.”
더 보기
이전
1
...
9495969798
...
322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