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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57화

“죽이겠다고 해도 막상 자기 자식이 태어난 것을 보면 고지처럼 모질지는 못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와 내 동생에게 한 짓을 보세요. 출세를 위해서 내 동생을 혜정후에게 보내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딸을 죽음으로 내몰던 사람이라고요. 정후부의 여식에게도 이러는데, 혼외자에게서 온 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정후를 믿지 않습니다. 충이를 그런 아비에게 보내서는 안됩니다.” 원경릉은 차갑게 웃었다.

원경릉은 삼둥이를 낳은 후로 전하고 많이 달라졌는데, 특히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는 백지장 같아서 부모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아이는 무고하다.

만약 아이가 부모를 택할 수 있다면 죄를 지은 부모나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려고 하겠는가?

원경릉은 충이의 목에 찍힌 붉은 손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을 보고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은 그저 정후가 왕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

만아가 이미 누가 왕부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기에 정후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있었다.

원래는 왕부로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만약 오지 않을 경우 태자비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만아가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사식이가 미리 정후를 시험하기 위해 만아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

정후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사식이는 예측 가능했다.

정후는 원경릉이 예전에 원경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그가 원경릉의 부름에 가지 않는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왕부로 향했다.

정후가 초왕부로 들어오자 하인이 그를 데리고 소월각 사랑채로 향해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한참을 안절부절못했다. 그 순간 화가 잔뜩 난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후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니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던 원경릉은 바닥만 보고 있는 정후를 보고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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