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원팔룡의 머리를 두동강내고 싶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야? 누가 애가 생길 줄 알았냐고? 내 잘못이라면 안왕이 친 덫에 걸려든 것 밖에 없어! 책임을 물을 거면 안왕에게 물어야지 왜 나한테 그래?” 원경릉의 분노에 찬 눈동자를 보고 정후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당장 꺼져요!” 원경릉이 어찌나 악을 썼는지, 목에서 피 맛이 났다.정후는 문을 향해 나가면서도 원경릉 쪽을 보며 “네 말대로 조모께서 화병으로 쓰러지실 수 있으니, 이 일은 밖으로 퍼져서는 안 돼. 내 평판을 더럽힐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뭐라고요? 당신에게 아직도 남은 평판이 있다고?”원경릉은 참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삿대질을 했다.“바깥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 부잣집 도련님으로 부귀영화를 위해 여자에게 몸을 파는 도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여긴다고! 감히 내 앞에서 평판을 논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제발 자기 객관화를 좀 하라고!”정후는 원경릉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고 어깨를 으스대며 귓구멍을 후비며 밖으로 나왔다. 원경릉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순간 장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어…… 저런 것도 사람이라고……”“태자비, 이러다 몸 상하시겠습니다. 저런 사람에게 화를 낼 가치도 없으니, 이제 그만 고정하세요.” 탕양은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고, 분노 때문에 온몸에 열이 올랐다.*저녁이 되자 우문호가 왕부로 돌아왔다. 탕양이 왕부에 처제가 왔다고 하길래 우문호는 원경병이 온 줄 알았다. 그러나 탕양이 말한 처제는 아기 포대기에 싸여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작은 장인어른 아니냐?”우문호는 포대기에 싸인 아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탕양은 헛기침을 하며 “가만 보면 눈만 닮았지, 다른 곳은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했다.“눈이 가장 중요한데, 눈이 닮으니 다른 곳도 다 똑같아 보여!”
“정화군주에게 이 아이를 맡기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야. 자신의 아이도 아닌 자신을 망가뜨린 고지와 정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게 하라고? 군주도 언제까지 명월암에서 지낼 수 없잖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짝을 맺고 살아야지.” 우문호가 말했다.우문호는 황실의 사람으로 정화군주와 그녀의 가족인 최씨 집안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진심으로 정화군주가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네 말이 맞아. 군주가 고지의 딸을 보면서 매일 괴로워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야.” 원경릉이 말했다.“맞아. 난 정화군주가 좋은 짝을 만나서 혼인했으면 좋겠어. 근데 애가 있으면 어떤 사내가 정화군주를 데리고 살겠어? 비록 총이? 충이라고 했던가? 뭐가 됐든 고지의 아이는 불쌍하지만, 군주에게 보내지 않아도 애 하나 키울 방법은 있을 거야. 최근에 최대감님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최대감 댁 노부인께서 병으로 쓰러져서 힘드시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 참, 위왕이 정말 큰 죄를 지었지……”“근데 우문호 너참 이상해. 왜 정화군주가 혼인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해? 꼭 남자와 같이 산다고 여자가 행복한 건 아냐.” 우문호가 말했다.“내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다들 혼인을 하니까……”“왜 다들 한다고 해야 하냐고! 왜 그렇게 가부장적이야? 혼인은 원래부터 여자가 손해인 장사라고.”우문호는 그녀를 안았다.“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나는 너와 혼인한 후에 너무 행복하니까. 정화군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정화군주가 싫다면 혼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돼.”“정말 행복해?” 원경릉이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있어 정말로 행복해.” 우문호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열 달의 임신과 출산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신혼 때보다 서로가 더 애틋했다. 원경릉은 그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어 그의 목에서 나는 향을 맡았다. “네 생각엔 정화군주가 고지를 죽일까?”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안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만아를 불러서 물어봐야겠다.”“그래.”우문호가 밖으로 나가자 마침 서일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일아. 가서 만아를 데리고 와.”“예!” 사실 서일은 일을 마치고 삼둥이를 보러 오는 길이었다. 우문호의 명령에 서일은 만아를 데리러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아가 우문호와 원경릉을 찾아왔다.“만아야, 흑마술에 대해 얘기해 보거라.” 원경릉이 물었다.“예? 태자비님 흑마술은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만아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네가 아는 대로 말해. 흑마술사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냐?” 우문호가 물었다.“흑마술사는 남강의 성 대부(聖大夫)로 남강 최고 지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남강은 남과 북으로 나뉘지만 흑마술사는 남강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며, 흑마술사는 혼인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흑마술사의 자리를 물려받으면 남강 내에 두 처녀를 물색해 양녀로 삼고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합니다.” “그럼 남강의 흑마술사가 양녀로 삼은 처녀가 하나 죽었다는 걸 아느냐?”“태자비님, 쇤네는 잘 모릅니다. 남강을 떠나 산지 너무 오래됐습니다.” 만아가 답했다.“그럼 네가 말했듯, 남강의 흑마술사는 혼인을 할 수 없다는 건 변함없는 거지?”“예, 남강의 흑마술사는 신체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속 자리를 잃게 됩니다.”“그럼 수년 동안 흑마술사가 되고 싶지 않은 후계자도 있었느냐?” 원경릉이 물었다.“쇤네, 정말 모르겠습니다. 흑마술사 내부의 일은 비밀로 전해져서 일반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설령 상속 자리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흑마술사가 사적으로 해결하기에 일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흠, 그렇구나. 알겠다. 가보거라” 우문호가 말했다.“예!” 만아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원경릉은 만아의 말을 곱씹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우문호를 보았다.“혹시 고지가 흑마술사 자리를 상속받기 싫어서 도망간 게 아닐까? 그 사실을 안 안왕이 협박한 거지.”
고지와 목숨을 협상하는 정화군주“당신…… 당신 왜 여기 있는 거야? 뭘 하려는 건데?” 고지는 출산 후 바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니 전신이 거대한 바위에 깔린 것처럼 아픈데 피곤에 배까지 고프다.하지만 그건 정화군주를 보고 경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당신 전에는 나한테 묻지 않았어? 널 죽일 거냐고. 지금 답해 줄 수 있는데, 듣고 싶어?” 정화군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지는 몸이 딱딱해 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화군주에게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로,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어.”정화군주가: “고지, 그럼 어디 이유를 말해봐, 내가 널 죽일 수 없는 이유를.”고지가 쇳소리로 허둥거리며: “원경릉이 그렇게 말 했어, 날 지켜줄 거라고, 날 남강(신장 남부지역)까지 호송해 줄거라고. 그러니 넌 날 죽일 수 없어, 네 입으로 반드시 원경릉 말을 듣겠다고 했잖아. 원경릉은 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까.”고지는 정화군주의 눈에 반짝이던 아득한 빛을 보지 못했다. 정화군주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얼굴로: “그래, 내가 전에 그렇게 말했지, 원경릉이 너를 구했고 내가 너를 죽이면 나는 그녀에게 목숨 하나를 빚진 셈이 되지.”“넌 날 못 죽여, 넌 날 죽일 수 없어!” 고지가 일어나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옆으로 비키며, “아이 얼굴을 보아서라도 응? 내 아이를 원하지 않아? 아이를 가져가고 날 놔줘, 목숨만은 살려줘.”정화군주가 한숨을 쉬며, “난 정말 널 놔주고 싶지만, 널 용서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 생각해 봤어, 만약 아이가 태어난 후 네게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으면 널 놔주자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네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아이 목을 졸라 죽이려는 거였어. 고지, 난 널 죽이면 안되는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나도 두 손을 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아,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있어, 누구의 목숨이든 전부 소중한데 말이야. 내가 미쳐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널 용서 했어.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키니?”정화군주는
고지의 죽음고지는 사신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마음이 갈수록 황망해 졌다. 안왕은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 고지와 접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고지에게 별다른 정보가 나올 게 없다.고지는 한 사람이 떠올라서 얼른: “안왕과 선비족(鲜卑) 홍엽 공자(紅葉公子)가 빈번하게 내왕하는데 둘이 분명 은밀하게 모사를 꾸미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안왕이 선비족과 결탁해서 사람을 시켜 제왕을 죽이고 죄를 기왕에게 덮어 씌웠지. 기왕은 무고해. 기왕비를 찾아가서 선심을 사는게 어때, 기왕비가 너한테 잘해줄……”정화군주가 다 듣고 눈빛이 희미하게 빛나며, “고지, 네가 얘기한 거 난 하나도 관심 없어.”“그리고……” 고지는 겉으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울고 싶은 마음에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위왕 일 듣고 싶지 안 그래? 위왕 마음 속엔 네가 있어, 정말, 그 사람 마음 속에…..”정화군주의 눈에 한줄기 증오가 스치며 살의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수의 싸늘한 날이 번뜩이는가 하더니 고자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정화군주는 애석하다는 듯: “고지, 넌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고지는 목이 차갑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목에 댔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고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자 경악해서 절규했지만, 목구멍이 잘려 나갔는지 목소리에 가슴에서 막혀버렸다.정화군주는 쓰러진 고지를 보니 두 눈은 마치 산산이 부서진 검은 눈동자처럼 빈 구멍만 휑하니 있다.고지가 바로 죽는 바람에, 정화군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릴 수 있나 생각했다.뒤를 돌아 비틀거리며 갔다.정화군주는 명월암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피로 불문의 정토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제 아무리 수많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장해 봐도 사실 산꼭대기에서 고지와 마주친 그 순간 정화군주의 마음은 확실히 정해졌었다. 고지를 죽이겠다고 말이다.단지 중간에 망설였던 적도 있다.사식이가 다음날 명월암에 와서 본 것은 마당에 앉아 있는 정화군
고지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산이 커서 대충 진흙이 듬성듬성한 곳을 찾아 고지를 묻었다.사식이는 구덩이에 진흙을 메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지, 인과응보인 거야, 죽어서 가는 황천길, 돌아와서 귀찮게 할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살았을 때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죽어서 지옥에 가겠지,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올 거다.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이 되라, 좋은 사람은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은 편하거든.”사식이는 구명을 다 메우고 흙을 다지고 기억을 위해 위에 돌덩이 두개를 두더니 좀 피곤했는지 바로 봉분 위에 앉아 숨을 돌리며: “정화군주처럼 좋은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모질 게 할 수 있어? 정화군주는 너한테 부탁까지 했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은혜를 모르면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지. 됐네, 잘 갔어.”말을 마치고 사식이는 삽을 메고 돌아갔다.정화군주는 방에서 물건을 정리한 뒤 고지의 침대와 침구는 전부 태웠다.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섞여서 났다.사식이가 도우려고 들어가서 태울 건 다 태운 정화군주에게, “돌아가시겠어요?”정화군주가 생각해 보더니, “같이 가서 그 아이 보고 싶어요.”“”그럼 앞으론 다시 여기 올 거예요?”“올 거야!” 정화군주가 눈을 내리깔고, “여기 사는게 익숙해서 너무 좋아, 불문은 날 필요로 할리 없지만 난 여기 의지해서 마음에 평정을 얻을 수 있어.”사식이가 한숨을 쉬고, “군주, 마음에 두지 마세요.”정화군주가 고개를 들고 사식이를 보니, 눈에 담담하고 온화한 웃음이 퍼져 사람을 산뜻하고 굳세게 해준다, “사식아, 난 괜찮아, 아마 최근 잘 지내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것도 언제나 좋은 일만 겪을 순 없는 거니까, 좋은 날을 지냈듯 나쁜 날도 지낼 수 있을 거야. 살아있으니 됐어.” 사식이가 감동한 얼굴로, “그래요, 군주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니 잘됐습니다. 나쁜 날도 분명 지나갈 겁니다.”“괜찮아,” 정화군주가 밖으로 나가, “인생은 원래 수행인 걸, 내가 좋지 않은 일을 만났지만 내가 제일 비참한 사람이
정화군주의 결정사식이와 만아가 얼른 달려와 정화군주를 부축했다. 원경릉은 정화군주 마음이 과도하게 지쳐서 쓰러졌음을 알고 사랑채로 보내 좀 자게 뒀다.그리고 만아를 최씨 집안에 보내 걱정하지 마시고, 대신 일단은 오지 마시고 약한 모습을 드러낸 채로 좀 두자고 했다. 최씨 집안 사람이 오면 정화군주는 또 강한 척 할 테니 말다.하지만 정화군주와 손왕비는 사이가 좋아서 손왕비를 오라고 했다.손왕비가 와서 원경릉이 상황을 얘기하자 손왕비는 심지어 통쾌해 하며, “잘됐어, 잘 죽였어요, 죽어 마땅하지.”“이미 죽은 사람이니, 그만 탓해요.”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요, 이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할 거예요. 여기 사람들도 다 비밀 시킬 수 있죠?”“이 일을 알고 있는 건 사식이와 만아 뿐이에요, 두 사람 모두 비밀을 지킬 겁니다.” 손왕비가 비록 말이 많지만 정화군주에 관한 일은 선을 지킨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가 알아도 걱정 없다.손왕비는 진짜 한시름 놨다.전에 정화군주가 고지를 거뒀을 때 정화군주가 너무 마음이 좋아서 매정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고지 같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정화군주를 구할 수 있겠어?고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는 누구도 해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안심이 됐다.정화군주는 깨어나자 손왕비와 원경릉이 침대 곁에 앉아 다정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것을 봤다.정화군주의 얼굴에 창백한 미소가 떠오르며 따스한 눈빛으로, “다 있네.”손왕비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서, “응, 막 왔어. 정화(靜和)야, 고생 했어.”정화군주가 더 웃으며, “고생했다고 하지 마, 내 자신도 그렇게 생각 안 해, 앞으로 잘 되겠지.”손왕비는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원경릉이 그녀의 손을 누르고 웃으며: “군주 말이 맞아요,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손왕비가 작게 한숨을 쉬며, 원경릉의 눈짓을 보고 이번엔 뭔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럼, 앞으로 잘 될 거야.”정화군주가 기운을 내서, “아가를 보러
밀려 드는 선물 공세정화군주는 사람을 시켜 원경릉에게 편지를 한 장 보냈다.경성에 가족과 친구들은 누구나 자신이 고통의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유약하지 않고, 만약 인생이 일종의 수련 같은 거라면 밖으로 나가 수련하며 자신의 목숨을 헛되지 않게 하고 싶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편지를 읽고 사실 굉장히 기뻤다.비록 밖으로 나간 그녀가 고생길이 훤하다 해도 자신의 방식에 따라 스스로 인생길을 갈 수 있고 경성의 책임과 굴레를 벗어 던지는 건 역시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소홍천에게 충이에게 가족을 찾아주도록 했다.소홍천이 금방 부모를 찾아냈는데, 무주(撫州)에 사는 지주로 결혼한지 몇 년 동안 자식이 없어 부인을 데리고 경성 의원에 와서 일 년이 넘게 치료 중이라고 했다. 만약 아이를 데리고 무주로 돌아가면 대외적으로 부인이 낳았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소홍천이 원경릉을 안심시키며 이 지주는 소홍천이 몇 년이나 교제하며 알고 지낸 사이로 성품이 강직하고 인자할 뿐 아니라 쌓은 부로 마을을 이롭게 하고 인근에 크게 선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했다.원경릉은 마음에 들었다. 무주는 경성에서 거리도 멀지 않아 대략 이틀 길로 사람을 보내 살피기도 좋아서 동의했다.소홍천이 문하의 제자에게 명령해 가서 살펴볼 수 있고, 거기다 우문호도 소홍천이 찾은 사람이면 절대 믿어도 좋다고 보증하는 바람에 원경릉도 안심했다.충이를 보내고 나니 만두, 경단, 찰떡, 우리 떡 꼬마들 한달 축하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각 가문에서 선물을 미리 보내기 시작했다. 이유는 한달 축하연 당일은 손님이 너무 많고 정확하게 ‘마음’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또 선물을 미리 보내는 이유는 선물 사이즈가 크다는 뜻으로, 떡 꼬마들의 한달을 축하하기보다 우문호가 태자로 책봉된 것을 축하하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뭐 어떤 목적으로 보낸 선물이든 며칠간 막을 수 없는 기세로 밀려들었다.선물을 받기에 손이 부끄럽고 어쩌고는 이미 중요치 않게 되었고, 탕양이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