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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2화

고지의 죽음

고지는 사신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마음이 갈수록 황망해 졌다. 안왕은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 고지와 접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고지에게 별다른 정보가 나올 게 없다.

고지는 한 사람이 떠올라서 얼른: “안왕과 선비족(鲜卑) 홍엽 공자(紅葉公子)가 빈번하게 내왕하는데 둘이 분명 은밀하게 모사를 꾸미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안왕이 선비족과 결탁해서 사람을 시켜 제왕을 죽이고 죄를 기왕에게 덮어 씌웠지. 기왕은 무고해. 기왕비를 찾아가서 선심을 사는게 어때, 기왕비가 너한테 잘해줄……”

정화군주가 다 듣고 눈빛이 희미하게 빛나며, “고지, 네가 얘기한 거 난 하나도 관심 없어.”

“그리고……” 고지는 겉으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울고 싶은 마음에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위왕 일 듣고 싶지 안 그래? 위왕 마음 속엔 네가 있어, 정말, 그 사람 마음 속에…..”

정화군주의 눈에 한줄기 증오가 스치며 살의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수의 싸늘한 날이 번뜩이는가 하더니 고자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정화군주는 애석하다는 듯: “고지, 넌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

고지는 목이 차갑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목에 댔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고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자 경악해서 절규했지만, 목구멍이 잘려 나갔는지 목소리에 가슴에서 막혀버렸다.

정화군주는 쓰러진 고지를 보니 두 눈은 마치 산산이 부서진 검은 눈동자처럼 빈 구멍만 휑하니 있다.

고지가 바로 죽는 바람에, 정화군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릴 수 있나 생각했다.

뒤를 돌아 비틀거리며 갔다.

정화군주는 명월암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피로 불문의 정토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제 아무리 수많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장해 봐도 사실 산꼭대기에서 고지와 마주친 그 순간 정화군주의 마음은 확실히 정해졌었다. 고지를 죽이겠다고 말이다.

단지 중간에 망설였던 적도 있다.

사식이가 다음날 명월암에 와서 본 것은 마당에 앉아 있는 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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