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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3215 챕터

제 961화

고지와 목숨을 협상하는 정화군주“당신…… 당신 왜 여기 있는 거야? 뭘 하려는 건데?” 고지는 출산 후 바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니 전신이 거대한 바위에 깔린 것처럼 아픈데 피곤에 배까지 고프다.하지만 그건 정화군주를 보고 경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당신 전에는 나한테 묻지 않았어? 널 죽일 거냐고. 지금 답해 줄 수 있는데, 듣고 싶어?” 정화군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지는 몸이 딱딱해 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화군주에게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로,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어.”정화군주가: “고지, 그럼 어디 이유를 말해봐, 내가 널 죽일 수 없는 이유를.”고지가 쇳소리로 허둥거리며: “원경릉이 그렇게 말 했어, 날 지켜줄 거라고, 날 남강(신장 남부지역)까지 호송해 줄거라고. 그러니 넌 날 죽일 수 없어, 네 입으로 반드시 원경릉 말을 듣겠다고 했잖아. 원경릉은 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까.”고지는 정화군주의 눈에 반짝이던 아득한 빛을 보지 못했다. 정화군주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얼굴로: “그래, 내가 전에 그렇게 말했지, 원경릉이 너를 구했고 내가 너를 죽이면 나는 그녀에게 목숨 하나를 빚진 셈이 되지.”“넌 날 못 죽여, 넌 날 죽일 수 없어!” 고지가 일어나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옆으로 비키며, “아이 얼굴을 보아서라도 응? 내 아이를 원하지 않아? 아이를 가져가고 날 놔줘, 목숨만은 살려줘.”정화군주가 한숨을 쉬며, “난 정말 널 놔주고 싶지만, 널 용서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 생각해 봤어, 만약 아이가 태어난 후 네게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으면 널 놔주자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네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아이 목을 졸라 죽이려는 거였어. 고지, 난 널 죽이면 안되는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나도 두 손을 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아,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있어, 누구의 목숨이든 전부 소중한데 말이야. 내가 미쳐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널 용서 했어.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키니?”정화군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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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2화

고지의 죽음고지는 사신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마음이 갈수록 황망해 졌다. 안왕은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 고지와 접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고지에게 별다른 정보가 나올 게 없다.고지는 한 사람이 떠올라서 얼른: “안왕과 선비족(鲜卑) 홍엽 공자(紅葉公子)가 빈번하게 내왕하는데 둘이 분명 은밀하게 모사를 꾸미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안왕이 선비족과 결탁해서 사람을 시켜 제왕을 죽이고 죄를 기왕에게 덮어 씌웠지. 기왕은 무고해. 기왕비를 찾아가서 선심을 사는게 어때, 기왕비가 너한테 잘해줄……”정화군주가 다 듣고 눈빛이 희미하게 빛나며, “고지, 네가 얘기한 거 난 하나도 관심 없어.”“그리고……” 고지는 겉으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울고 싶은 마음에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위왕 일 듣고 싶지 안 그래? 위왕 마음 속엔 네가 있어, 정말, 그 사람 마음 속에…..”정화군주의 눈에 한줄기 증오가 스치며 살의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수의 싸늘한 날이 번뜩이는가 하더니 고자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정화군주는 애석하다는 듯: “고지, 넌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고지는 목이 차갑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목에 댔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고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자 경악해서 절규했지만, 목구멍이 잘려 나갔는지 목소리에 가슴에서 막혀버렸다.정화군주는 쓰러진 고지를 보니 두 눈은 마치 산산이 부서진 검은 눈동자처럼 빈 구멍만 휑하니 있다.고지가 바로 죽는 바람에, 정화군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릴 수 있나 생각했다.뒤를 돌아 비틀거리며 갔다.정화군주는 명월암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피로 불문의 정토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제 아무리 수많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장해 봐도 사실 산꼭대기에서 고지와 마주친 그 순간 정화군주의 마음은 확실히 정해졌었다. 고지를 죽이겠다고 말이다.단지 중간에 망설였던 적도 있다.사식이가 다음날 명월암에 와서 본 것은 마당에 앉아 있는 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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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3화

고지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산이 커서 대충 진흙이 듬성듬성한 곳을 찾아 고지를 묻었다.사식이는 구덩이에 진흙을 메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지, 인과응보인 거야, 죽어서 가는 황천길, 돌아와서 귀찮게 할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살았을 때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죽어서 지옥에 가겠지,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올 거다.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이 되라, 좋은 사람은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은 편하거든.”사식이는 구명을 다 메우고 흙을 다지고 기억을 위해 위에 돌덩이 두개를 두더니 좀 피곤했는지 바로 봉분 위에 앉아 숨을 돌리며: “정화군주처럼 좋은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모질 게 할 수 있어? 정화군주는 너한테 부탁까지 했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은혜를 모르면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지. 됐네, 잘 갔어.”말을 마치고 사식이는 삽을 메고 돌아갔다.정화군주는 방에서 물건을 정리한 뒤 고지의 침대와 침구는 전부 태웠다.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섞여서 났다.사식이가 도우려고 들어가서 태울 건 다 태운 정화군주에게, “돌아가시겠어요?”정화군주가 생각해 보더니, “같이 가서 그 아이 보고 싶어요.”“”그럼 앞으론 다시 여기 올 거예요?”“올 거야!” 정화군주가 눈을 내리깔고, “여기 사는게 익숙해서 너무 좋아, 불문은 날 필요로 할리 없지만 난 여기 의지해서 마음에 평정을 얻을 수 있어.”사식이가 한숨을 쉬고, “군주, 마음에 두지 마세요.”정화군주가 고개를 들고 사식이를 보니, 눈에 담담하고 온화한 웃음이 퍼져 사람을 산뜻하고 굳세게 해준다, “사식아, 난 괜찮아, 아마 최근 잘 지내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것도 언제나 좋은 일만 겪을 순 없는 거니까, 좋은 날을 지냈듯 나쁜 날도 지낼 수 있을 거야. 살아있으니 됐어.” 사식이가 감동한 얼굴로, “그래요, 군주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니 잘됐습니다. 나쁜 날도 분명 지나갈 겁니다.”“괜찮아,” 정화군주가 밖으로 나가, “인생은 원래 수행인 걸, 내가 좋지 않은 일을 만났지만 내가 제일 비참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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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4화

정화군주의 결정사식이와 만아가 얼른 달려와 정화군주를 부축했다. 원경릉은 정화군주 마음이 과도하게 지쳐서 쓰러졌음을 알고 사랑채로 보내 좀 자게 뒀다.그리고 만아를 최씨 집안에 보내 걱정하지 마시고, 대신 일단은 오지 마시고 약한 모습을 드러낸 채로 좀 두자고 했다. 최씨 집안 사람이 오면 정화군주는 또 강한 척 할 테니 말다.하지만 정화군주와 손왕비는 사이가 좋아서 손왕비를 오라고 했다.손왕비가 와서 원경릉이 상황을 얘기하자 손왕비는 심지어 통쾌해 하며, “잘됐어, 잘 죽였어요, 죽어 마땅하지.”“이미 죽은 사람이니, 그만 탓해요.”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요, 이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할 거예요. 여기 사람들도 다 비밀 시킬 수 있죠?”“이 일을 알고 있는 건 사식이와 만아 뿐이에요, 두 사람 모두 비밀을 지킬 겁니다.” 손왕비가 비록 말이 많지만 정화군주에 관한 일은 선을 지킨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가 알아도 걱정 없다.손왕비는 진짜 한시름 놨다.전에 정화군주가 고지를 거뒀을 때 정화군주가 너무 마음이 좋아서 매정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고지 같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정화군주를 구할 수 있겠어?고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는 누구도 해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안심이 됐다.정화군주는 깨어나자 손왕비와 원경릉이 침대 곁에 앉아 다정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것을 봤다.정화군주의 얼굴에 창백한 미소가 떠오르며 따스한 눈빛으로, “다 있네.”손왕비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서, “응, 막 왔어. 정화(靜和)야, 고생 했어.”정화군주가 더 웃으며, “고생했다고 하지 마, 내 자신도 그렇게 생각 안 해, 앞으로 잘 되겠지.”손왕비는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원경릉이 그녀의 손을 누르고 웃으며: “군주 말이 맞아요,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손왕비가 작게 한숨을 쉬며, 원경릉의 눈짓을 보고 이번엔 뭔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럼, 앞으로 잘 될 거야.”정화군주가 기운을 내서, “아가를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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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5화

밀려 드는 선물 공세정화군주는 사람을 시켜 원경릉에게 편지를 한 장 보냈다.경성에 가족과 친구들은 누구나 자신이 고통의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유약하지 않고, 만약 인생이 일종의 수련 같은 거라면 밖으로 나가 수련하며 자신의 목숨을 헛되지 않게 하고 싶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편지를 읽고 사실 굉장히 기뻤다.비록 밖으로 나간 그녀가 고생길이 훤하다 해도 자신의 방식에 따라 스스로 인생길을 갈 수 있고 경성의 책임과 굴레를 벗어 던지는 건 역시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소홍천에게 충이에게 가족을 찾아주도록 했다.소홍천이 금방 부모를 찾아냈는데, 무주(撫州)에 사는 지주로 결혼한지 몇 년 동안 자식이 없어 부인을 데리고 경성 의원에 와서 일 년이 넘게 치료 중이라고 했다. 만약 아이를 데리고 무주로 돌아가면 대외적으로 부인이 낳았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소홍천이 원경릉을 안심시키며 이 지주는 소홍천이 몇 년이나 교제하며 알고 지낸 사이로 성품이 강직하고 인자할 뿐 아니라 쌓은 부로 마을을 이롭게 하고 인근에 크게 선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했다.원경릉은 마음에 들었다. 무주는 경성에서 거리도 멀지 않아 대략 이틀 길로 사람을 보내 살피기도 좋아서 동의했다.소홍천이 문하의 제자에게 명령해 가서 살펴볼 수 있고, 거기다 우문호도 소홍천이 찾은 사람이면 절대 믿어도 좋다고 보증하는 바람에 원경릉도 안심했다.충이를 보내고 나니 만두, 경단, 찰떡, 우리 떡 꼬마들 한달 축하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각 가문에서 선물을 미리 보내기 시작했다. 이유는 한달 축하연 당일은 손님이 너무 많고 정확하게 ‘마음’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또 선물을 미리 보내는 이유는 선물 사이즈가 크다는 뜻으로, 떡 꼬마들의 한달을 축하하기보다 우문호가 태자로 책봉된 것을 축하하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뭐 어떤 목적으로 보낸 선물이든 며칠간 막을 수 없는 기세로 밀려들었다.선물을 받기에 손이 부끄럽고 어쩌고는 이미 중요치 않게 되었고, 탕양이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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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6화

우문호의 막강 멤버우문호가 탄식하며, “사실 나중에 비자금 금고가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정이 곧 올 거잖아? 내가 너무 궁상맞게 있을 수는 없다고.”“그건, 그렇지요.” 탕양이 태자와 태자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초왕부는 내일 큰 일을 앞두고 일정대로 예행 연습을 시작했다.우선 새벽 자시 전후에 아이들의 배냇머리를 밀어주는데 이것을 ‘한달 축하’라 한다. 그 다음으로 우문호가 원경릉과 우리 떡들을 데리고 황실 종묘에서 향을 올리고 절을 한 뒤, 태상황, 태후, 황제, 황후에게 절을 한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정후부로 돌아가 인사를 올리는데 이것을 ‘한달 근친’이라 한다. 갔다고 치고 축하금과 축하물품을 받아서 폭죽을 터트리며 초왕부로 돌아와 각양 각처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 한다.정후부에도 주연 자리를 마련해 정후부의 친인척과 친구를 초대하는데 이 일은 원경릉이 일찌감치 사람을 보내 할머니와 상의했고 돈은 원경릉이 냈다.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돈은 정후가 다 탕진해서, 체면이 설 만큼의 연회를 베풀 자금이 없다는 것을 원경릉은 알고 있었다.노마님은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원경릉이 전에 출산용으로 준비했던 휠체어를 할머니께 드리고, 만 한달 산후조리가 끝나기만 하면 정성껏 물리치료는 물론, 어떤 수단을 쓰던 정후를 쫓아내서 정후부를 서서히 회복하시킬 것이다.초왕부의 인력이 부족해서 원래는 손왕부나 제왕부에서 사람을 빌려오려고 했으나 명원제가 허락하지 않고, 이틀 전에 궁중 사무를 담당하는 총책임자와 몇 십 명을 파견해 일을 돕게 했다.그리고 날짜 안에 일을 마쳐야 하고, 반드시 궁중의 법도에 따라야 했다.이렇게 하는 것이 정식이다.원경병은 하루 전에 와서 원경릉 곁에 있는데 왜냐면 내일 존재감이 큰 원경릉의 곁에서 말벗이라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다.말벗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 원경릉은 궁중의 법도를 잘 모르는 태자비인 데다 내일은 매우 격식을 차린 연회로 공주와 귀부인들이 모두 올 것이 분명하다. 말벗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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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7화

한달 연회를 향해태자는 태자비가 회임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향락 생활을 누리지 못해 몇 번이나 조어의를 찾아가 귀찮게 했는데, 조어의 고생도이 말이 아닌 게 솔직히 조어의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까? 아니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지? 조어의는 손바닥도 아니고 말이다.해시(밤9시~11시) 전후에 구사가 백명의 금군을 데리고 왔다. 병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진행하는데 금군과 초왕부 병사가 힘을 합하여 진행했다.당연히 이번에 처음이 아니고 전에도 합동 작전을 한 적이 있어 빠른 속도로 협동작전을 시작했다.새벽, 이발사가 우리 떡들 머리를 깎아주었다.한달간 열심히 젖을 먹은 덕분에 떡들 사이 차이는 점점 작아져서 적어도 얼굴은 거의 차이가 없다.하지만 만두 몸이 줄곧 가장 건장하고 두번째가 경단이, 찰떡이는 비교적 말랐지만 얼굴은 조금씩 살이 올라서 얼른 보면 바로 구별하기 어렵다.머리를 깎고 머리로 숨쉬는 곳에만 약간 머리카락을 남겨둬서 대천문이 뛰는 걸 볼 수 있는데 동글동글 꿀떡 같은 도련님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손발을 꼼지락거릴 땐 아가들을 가슴에 꽉 끌어안고 쪽쪽 빨아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심지어 우문호조차 넋을 잃고 보면서: “정말 귀엽다.”우문호는 말하면서 원경릉을 바라보고 참지 못하고 달려와 끌어 안으며, “원, 넌 진짜 대단해, 조각한 것 같은 아가를 셋이나 낳다니.”원경릉도 행복하게 웃었다. 귀엽던 아니던 각자 보고싶은 대로 보겠지만 엄마가 보기엔 언제나 자기 아이가 제일 예쁘다.사식이는 찰떡이를 안고 내려놓기 싫어서 계속 희상궁에게: “희상궁, 봐요, 이 눈매가 얼마나 이쁜가, 이 코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 입은 또 얼마나 고와요, 이 귀 좀 봐. 커다란 게 정말 보배에요.”희상궁이 웃으며: “그래요, 얼마나 예쁜 지요. 하지만 그만 보세요. 출발 준비 해야 하니 유모에게 데려가라고 하지요.”아이가 입궁하면 반드시 유모를 데리고 가야해서 희상궁이 미리 법도를 가르쳤다.원경릉은 오늘 태자비의 관복을 입는다. 관복은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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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8화

세 쌍둥이의 궁전 나들이입궁해서 일단 세 쌍둥이 먼저 동궁으로 보냈다.궁에 들어서자 목여태감이 예부상서(禮部尚書)를 대동하고 태후를 모시는 호상궁도 함께 있다.그리고 갈아입을 수 있도록 세 쌍둥이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만두는 황태손으로 막 한달이 되었기에 발톱이 4개짜리 비룡이 수놓아진 붉은 보라색 옷을 입고 빨간 테를 두른 황금색 모자를 썼다.경단이와 찰떡이도 황손이므로 나는 매와 신수가 수놓아진 붉은 보라색 옷과 동그란 머리통에 쫑긋한 귀가 오히려 위풍당당하다.우문호가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가들이 있을 수 있지?원경릉도 상당히 기뻐서 한 명씩 뽀뽀해 주었다. 만두는 입을 활짝 벌리고 웃고, 경단이는 차분하고, 찰떡이는 멍하다.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후에 신명전(神明殿)으로 갔다.태상황, 태후, 명원제와 황후가 모두 거기 있고 당연히 각 후궁의 마마들도 모두 왔다.태후를 비롯해 모두 다소 긴장했다. 아가들이 어렵사리 온다는 말에 우문호와 원경릉이 손잡고 들어와 예를 취하기도 전에 태후가 얼른 가서, “아이고, 이 할미가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다.”세 쌍둥이의 빼어나고 당당한 모습을 보더니 할머니는 더욱 기뻐하며 하나씩 어찌나 사랑스럽게 이름을 부르시는지 우문호와 원경릉은 몇 번이고 예를 올릴 기회를 놓쳤다.태상황이 조심스럽게, “됐네, 쟤들도 아가들 데리고 절 올리러 가야지, 조금 있으면 당신과 아가들 시간이니.”태상황은 기분이 나빴다.‘자기가 얼마나 할망구인지 모르나, 늙은 주둥이를 우리 ‘귀욤이’들 얼굴에 부비다니, 더러운 거 몰라?’우문호와 세 아가들이 안으로 들어가 열조에게 절을 올리는 예식을 한 후에, 안고 나와 태상황에게 절을 하는데 이때, 태상황이 어디선가 손수건을 꺼내 세 아가들의 얼굴을 닦고 또 닦아 주었다.태후가 보고는 자기가 뽀뽀한 게 싫어서 그런 걸 알고 기분이 나빴지만 원래 감히 영감한테 싫은 내색을 못하는지라 겸연쩍은 듯: “찹쌀로 만든 꿀떡 같네, 귀여워하지 않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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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9화

신명전에서 무엄하다?태상황이 이 소리를 듣고: “네 손자가 네 말에 방귀 뿡이라는데?”하고 놀린다.명원제가 웃으며: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 한마음이구나.”우문호가 옆에서 웃으며: “맞아요, 세 쌍둥이가 정신 감응이라도 하는지 동작이나 표정을 자세히 보면 똑같다니까요.”사람들이 얼른 시선을 집중시켜 보는데 과연 셋의 표정이 비슷한 게 하나가 입을 동그랗게 하면 나머지 둘도 입을 동그랗게 말고 하나가 하품하면 나머지 둘도 하품을 하는 것이 기가 막히게 호흡이 착착 맞는다.호비가 다가오더니 기쁜 듯이: “폐하, 쟤들 정말 너무 귀여워요, 신첩도 하나 낳고 싶습니다.”호비는 젊고 활발한 데다 열렬한 성격에 말투는 ‘돌직구’라 다른 사람이 이 말을 했으면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하겠지만, 호비가 해맑게 얘기하면 참 예쁜 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명원제가 고개를 들고 사랑의 눈으로 호비를 보더니 눈을 내리까는데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것이 내심 좋아 죽겠다.현비가 줄곧 입을 다물고 옆에 앉아 있는데 이런 왁자지껄함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아무도 현비에게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현비는 아이들의 할머니지만 앞으로 나와 아이들을 볼 수조차 없었다.호비의 한마디에 현비의 참을성이 깨졌다. 특히 황제가 호비를 보는 그 시선을 보는 순간 현비는 울분을 참지 못해 차갑게: “법도를 모르는 것이냐?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 자리가 어디라고 네가 감히 아이를 낳겠다는 뻔뻔한 소리를 해? 그런 복이 아무한테나 있는 줄 알아?”현비의 이 말은 전혀 도리에 맞지 않았다.특히 이 신명전이라는 곳은 안에 우문씨 집안 열조의 신위를 모셔 놓았다.호비가 여기서 아이를 낳겠다고 한 것은 비록 대담하긴 하지만 장소에 맞는 적절한 말이었다.게다가 호비는 젊고 소녀의 마음이 아닌가, 그렇게 장중하지 않아도 아무도 호비를 탓하지 않는다.하지만 현비는 달랐다.현비는 현 태자의 생모이고 총애를 받는 비빈으로 법도로 보나 진중함으로 보나 궁에서 3위 안에 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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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70화

한달 축하현비는 이성을 잃은 게 아니여서, 이번에 진짜 기절을 했어도 아무도 자신한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을 알고 있다.황제가 현비를 싫어하고 고모인 태후도 현비를 돕지 않을 뿐 아니라 제일 가증스러운 건, 다섯째도 현비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반 평생을 계획한 일이 성공이 코앞인데 고작 이정도가 모자라다니 현비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현비는 천천히 일어나 차갑게: “내가 실언했구나, 다음에 자연 태후마마께 죄를 청할 것이나 지금은 내 손자의 만 한달 경사로, 내가 손자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아직 못 줬으니 여기서 석고대죄 하고 있을 수는 없다.”말을 마치고 현비를 이를 악물고 밖으로 갔다.호상궁은 현비의 성격을 알아서 말리지 않고 단지 고개를 흔들며: “마마 또 왜 그러십니까? 이번에 태후마마와 황제 폐하께서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셨는데 어찌 석고대죄를 안 하려고 하세요? 석고대죄하시면 태후마마께서도 여지를 봐서 마마를 용서하실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의 말을 듣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현비는 밖으로 나갔지만 차마 건곤전으로 들어가진 못했다.건곤전은 태상황이 사는 곳으로 태상황의 윤허 없이 감히 누가 현비를 안으로 들여보낼까? 현비는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사람들이 우리 떡들에게 축하선물 보따리를 주고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가서 세개의 금 자물쇠 목걸이를 우리 떡들 목에 걸어주었다.떡들의 몸엔 이미 각종 장수 목걸이며 여의주 목걸이가 걸려 있고 빛나는 금은장식모자가 몇 개나 있어 이미 걸칠 수가 없는 상태로, 각종 축하선물은 우리 떡들 몸에 놓아 두었다가 잠시 후 희상궁이 거두어 갔다.호비가 준 건 금 목걸이로 ‘뜻대로 평안하게, 오래오래 백살까지’가 새겨져 있었다.현비의 금 자물쇠는 마침 호비가 둔 금 목걸이 위에 놓여졌는데 눈에 띄게 쩨쩨해 보였다.현비는 열 받았지만 이번엔 경솔하게 굴지 않은 게 오늘 더 소란을 피웠다간 만회할 여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내시관(內侍官)이 우리 떡들이 출궁하는 것을 배웅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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