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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981 - Chapter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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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1화

“부황께서도 큰형님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야. 그러니 큰형님도 좀 더 기다리면 옥에서 풀려나시겠지.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조정에서 큰형님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어. 지금 큰형님에게 남은 인맥도 별로 없는데, 남아있는 사람마저도 다 기왕비와 연관이 되어있으니 이제 큰형님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봐도 무방하지.”우문호의 말을 듣던 원경릉은 순간 주명양이 떠올랐다.“주명양도 괜히 기왕에게 시집가서 기도 못 펴고 살겠네.” 원경릉이 말했다.기왕은 야망은 크지만 머리가 좋지 않았다. 그는 시커먼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물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유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불쌍하다거나 안쓰럽다는 것은 아니다. 원경릉은 그가 지금까지 한 일만 생각하면 속에서 천 불이 끓었다.기왕은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볼일 없는 친왕이다. 그는 마치 나이가 어린 정후 같았다.그는 지금까지 모든 일을 기왕비와 주명양을 통해 처리했다. 여자를 통해 태자가 되려고 한 기왕과 정후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처음엔 기왕비를 이용하다가 기왕비가 병에 걸려 힘이 약해지자 주명양을 들여 다시 한번 세력을 뒤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기왕은 안왕의 덫에 걸려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사람들이 어느 정도 탕병을 먹자, 하인들은 분주하게 술상을 준비했다. 안왕이 떠나고 난 후, 초왕부의 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원경릉은 황족들과 그의 부인들에 둘러싸였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원경릉이 대단하다고 칭찬했으며, 새삼 그녀는 삼둥이를 낳은 것이 대단한 일이었구나 생각했다. 다섯째는 사람들과 술을 주고받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우문호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속도를 봐가며 천천히 술을 마셨다. 탕양은 황실의 귀한 술인 여아홍을 꺼냈고 사람들은 눈을 번뜩이며 흥이 나는 듯 노래도 부르고 덩실덩실 춤도 췄다. 소로(蘇老)는 우문호의 연회에 흥을 돋기 위해 소씨 집안의 젊은 사내들을 모두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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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2화

원경릉은 원용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원경릉은 술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손왕비와 문영 공주의 부추김에 그녀도 어쩔 수없이 술잔을 들었다. “건배!”모두가 술을 입에 털어 넣었고 원경릉도 마지못해 술잔을 비웠다. 근데 이게 웬걸?‘술이 아니고 물이잖아?’그녀는 고개를 돌려 술을 따라준 희상궁을 보았다. 희상궁은 조용히 눈짓을 하며 그녀에 귀에 대고 “제가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 태자비께서는 분위기만 맞추세요.”라고 말했다.“조금은 괜찮아요.” 원경릉이 웃었다.“아뇨. 태자비 술은 멀리하시는 게 좋습니다.” 희상궁이 고개를 저었다. 원경릉은 자신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흥을 깨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어서방.안왕은 명원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는 부황의 화난 얼굴이 무서워 어서방에 들어온 후 한 번도 부황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안왕은 목여태감이 초왕부로 자신을 데리러 왔을 때부터 무슨 일로 자신을 불렀을지 예상했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도 머리에 짜놓았다.안왕은 혜선생이 모든 죄를 다 뒤집어쓸 거라고 예상했기에 안왕은 그저 모르쇠로 나가기로 했다.만약 정후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안왕이 이 일에 관여됐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명원제는 안왕을 한참 보았다.“무슨 할 말 없느냐?” 명원제가 물었다. 안왕은 고개를 들었다.“부황, 소자가 가신을 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정말 면목없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안왕은 명원제의 수를 내다보고 있었다.혜선생은 모든 죄명을 죄다 뒤집어썼으며, 정후도 모든 일이 혜선생이 저질렀다고 말했다. 정후는 혜선생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자신이 안왕을 설득해 관직에도 복직시켜주겠다고 했다고 했다. 정후는 혜선생의 말을 듣고 바로 태자에게 전했고, 혜선생을 잡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이것에 명원제가 알고 있는 정후와 혜선생의 자백이다. 당시 나장군이 찰떡이를 안고 궁으로 들어오는데, 찰떡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것을 본 명원제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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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3화

“억울하다고? 네가 관련이 없다고 아무리 우겨도 안왕부 사람이 벌인 일이니 너도 책임이 있어! 짐은 네가 억울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 네 아랫사람이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고? 웃기는 소리!”명원제는 성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부황의 말씀이 맞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소자는 정말 몰랐습니다. 부황께서 철저한 조사로 이 일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안왕이 말했다.“믿기 힘들다는 것은 아느냐?”안왕은 흐르는 피를 닦으며 명원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부황,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후가 혜선생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다섯째에게 알려줬는데, 다섯째는 왜 그 사실을 바로 부황께 알리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태손에게 갔겠습니까? 태손에게 가는 것보다 부황께 이 일을 알리고 처리하는 게 훨씬 빨랐을 텐데요. 다섯째가 설마 자신이 벌인 일을 부황에게 들킬까 봐 그런 게 아닐까요?”“……”“게다가 혜선생은 안왕부의 사람은 맞지만 최근 그와 왕래도 적었고, 소자는 그를 신임하지 않아 중요한 일을 맡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부황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소자가 언제 혜선생을 통해 일을 처리했습니까? 만약 소자가 이 일을 꾸몄다고 해도, 소자는 절대 혜선생에게 시키지 않았을 겁니다.”“……”“부황, 소자 너무 억울하옵니다!”“그러니까, 네 말은 다섯째가 자작이라도 하는 거라고?”“부황,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소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섯째가 이런 일을 꾸민 게 한두 번이 아니잖습니까? 전에도 자해를 하지 않았습니까?”“무슨 헛소리야? 짐이 언제 그놈이 자해를 했다고 말했던가?” 명원제가 노하여 탁자를 쳤다.안왕은 고개를 들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명원제를 보았다.“자해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을 리 없잖아요.”안왕의 말을 듣고 명원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명원제는 순간 기왕이 떠올랐다. 그는 첫째인 기왕을 처벌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암살 사건의 결론을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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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4화

태상황이 어서방으로 들어오자 명원제는 자리를 비켜 태상황의 옆에 섰다. 태상황은 안왕을 노려보며 “네 사람이 죄를 지었는데, 무슨 할 말 없느냐?”라고 물었다. 안왕은 최근까지 태상황과 교류가 없었다. 안왕은 지금까지 태상황과 관련된 일은 모두 외조부인 적위명(狄魏明)을 통해서 들었다. 안왕은 태상황의 등장에 잔뜩 긴장했다.“황조부, 손자는 정말 억울합니다.” 안왕이 말했다.“뭐가 억울한가?” 태상황이 물었다.“황조부,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손자가 어떻게 다섯째의 아들을 가지고 모험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정후는 다섯째의 장인이니……”태상황은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표정으로 안왕의 말을 끊었다.“쓸데없는 말은 삼가거라. 네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조사하면 다 나오게 되어있다! 게다가 네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데 네가 전혀 몰랐을 리가 없지 않아? 어디서 뻔뻔하게 거짓을 말하느냐!”명원제는 태상황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태상황께서도 저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저 몹쓸 넷째에게 하마터면 내가 속을 뻔했어.’안왕은 태상황의 말을 듣고 입술이 벌벌 떨렸다. “그건……”태상황은 앞에 놓인 탁자를 내리치며 분노했다.“지금 네 태도를 보아라! 네 말대로 넌 이 일에 관련이 없고, 네 아랫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치자, 그럼 그를 잘 돌보지 못한 너에게는 잘못이 하나도 없느냐?”“손자…… 죄가 있습니다.” 태상황의 무서운 눈빛에 안왕이 고개를 속였다. 태상황은 차갑게 웃으며 “그래, 오늘은 사람을 잘 가르치지 못한 죄를 묻겠다. 과인이 직접 이 일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만약 이 일에 네가 연루되어 있다는 게 확인되면, 과인은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안왕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황조부! 왜 손자를 믿지 못하십니까? 태상황께서는 다섯째의 말은 믿으시고 왜 같은 친왕인 제 말을 믿지 않으십니까? 너무 편파적이신 거 아닙니까? 이 일은 정말 제가 꾸민 게 아닙니다! 막말로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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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5화

안왕은 태상황의 결정에 반박을 하려고 했으나, 태상황의 엄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갔다.안왕은 자신의 계획과는 정반대의 결과에 충격을 먹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향했다. 안왕부로 돌아온 그는 사람을 시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조사하라고 했다. 잠시 후, 안왕은 조사 결과를 듣고 외조부인 적위명(狄魏明)을 청해 왕부로 모셨다.‘귀영위인 나장군이 개입됐군.’그는 귀영위가 외조부인 적위명의 손아귀에 있다고 착각하고 방심했다. 그는 지금까지 초왕부를 향해 두 번의 화살을 당겼지만 모두 실패했다. 첫 번째 실패는 원경릉 때문이고, 두 번째 실패는 태상황 때문이다. 그는 모든 변수를 계산했고, 혜선생을 앞세워 주도면밀하게 행동했다. 안왕은 혜선생을 위해 판 무덤에 자신이 들어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모두 귀영위를 간과하고 방심했기 때문이다. *적위명이 안왕부에 다다르자 안왕의 하인이 그를 서재로 안내했다. 안왕의 말을 전해 들은 적위명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귀영위가 관련 됐다고? 그럴 리 없어. 그랬다면 내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 혹시 잘못 알아본 것 아니냐?”“외조부, 귀영위가 맞습니다. 나장군이 직접 사람을 데리고 갔습니다!”“그럴 리가 없어. 나장군의 업무는 태자비를 보호하는 것 외에는 없어. 이는 태상황께서 친히 명령하신 것으로 나장군은 매일 태자비의 관련된 사항만 보고했어. 태자비 관련 일 말고는 모두 나에게 맡기셨는데 말이야……”안왕은 적위명이 믿지 않자 넌지시 “태상황께서 외조부를 의심하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뭐라고?” 적위명의 표정이 굳었다.적위명은 태상황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 없었다. 이전에 제왕이 원경릉을 암살하려고 했을 때, 그는 몰래 자객들을 보내 나장군이 가지 못하게 방해했다. 하지만 자객들은 귀영위에게 신분이 노출된 적이 없었기에 아무도 그가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적위명은 놀란 표정으로 안왕을 보았다.“태상황께서 나를 의심하신다면……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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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6화

안왕은 태상황이 이렇게 나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태상황의 표정이 얼마나 섬뜩했는지 안왕은 그의 잔상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았다. “외조부, 황조부께서 조정 일에 관여하지 않은지 꽤 됐지 않습니까? 혹시 이번 일로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기강을 잡으려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다섯째의 일에 이렇게 노발대발하실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안왕의 말을 듣고 적위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네 말을 들으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구나. 비록 태상황께서 몇 년 동안 조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귀영위를 통해 조정 내외로 모든 일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경계를 하고 있어야겠어. 방심하다 뒤통수 맞을 수 있으니까.” 적위명이 말했다.안왕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부황은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하기에 이깟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상황은 천성이 꼼꼼하고 할 일이 없어 시간도 많으니 마음만 먹으면 이 일의 진범을 찾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안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늙은이가 죽지도 않고 명이 참 기네요.” 라고 말했다. 순간 적위명이 눈을 번뜩이며 그를 보았다.“안왕, 방금 그 말 뜻은……?”안왕은 한숨을 내쉬며 외조부를 보았다. “외조부, 잘만 처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적위명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가 입을 열었다.“그건 마지막 패로 남겨두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뿐 아니라, 우리 집안까지 모두 다 죽는 거야.” 적위명이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뭐든 외조부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안왕은 고개를 숙였다.*초왕부.시간이 흐르자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우문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취해서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소로는 세 번이나 토를 했으며 전진장군도 몇 번이나 바닥에 고꾸라졌고, 술이라면 환장을 하는 냉정언도 하인 두 명이 그를 부축해 마차에 실었다. 우문호와 탕양은 입에서 술 냄새가 풀풀 풍겼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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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7화

희상궁과 기상궁이 우문호를 도와 원경릉을 밖으로 빼냈다. “드디어 나오셨네요! 태자, 태자비님을 씻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옷에 술을 쏟으셔서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지저분한 옷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먼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신 거야? 아니면 술독에 빠졌던 거야?” 우문호의 목소리가 떨렸다.“오늘은 기쁜 날이니 태자비께서도 술을 많이 드신 모양입니다. 아까 다른 하인들의 말을 들으니 의자에 다리를 하나 올리고는 손으로 술이 담긴 항아리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다가 머리가 항아리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는 오늘 연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 두 사람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설마 원경릉이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며 혀를 찼다.“어쩌죠. 황친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태자비께서 그런 흉한 모습을 보이셨으니, 내일이면 소문이 파다하게 날 텐데 말입니다.”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소문이 나는 것보다 지금 당장이 중요했다. 그는 바지 쪽을 내려다보며 오늘도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어의를 불러라! 무슨 수를 써도 태자비를 깨워야 한다!” 조어의는 오늘 같은 날 호출될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연회에서 술을 마셨기에 얼굴이 붉었다. 하지만 그는 어의로서 술에 쉽게 취하지 않는 안주만 골라 먹어 취하지는 않았다.어의는 태자의 급한 부름에 태자비가 사고라도 난 줄 알고 약상자를 짊어지고 빠르게 소월각으로 달렸다.“무슨 일입니까?” 조어의가 물었다.“태자비께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하셨습니다!”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조어의의 옷깃을 잡고 “조어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자비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놓거라!” 라고 말했다.‘왕야께서 왜 이렇게 조급하신 거지? 설마……’ 조어의는 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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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8화

우문호는 조어의를 보며 “방법을 생각해 내거라.” 라고 말했다.조어의는 고심 끝에 이를 악물었다.“토를 하셔야겠다면 목구멍에 손을 넣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그건 안 돼. 억지로 하면 몸 상해.” 우문호는 원경릉의 몸이 상하는 것은 싫었다.“그럼 태자비를 모시고 바깥바람을 쐬는 것은 어떠십니까? 땀이 좀 나면 술이 빨리 깹니다. 그 후에 뜨거운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 숙취가 좀 사라질 겁니다.”어의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에 두 사람이 나오자 다바오는 무슨 일인가 하고 그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몸에 기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별이 보였으며, 속이 울렁거렸지만 토해내지 못했기에 견디기 힘들었다.원경릉이 헛구역질을 하자 우문호는 그녀를 번쩍 안고 소월각으로 들어와 희상궁에게 따듯한 물을 가져오라 했다. 희상궁은 따듯한 물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원경릉의 옷을 벗기고 몸을 닦았다. 희상궁은 상처가 있는 복부를 닦으며 원경릉이 안쓰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만약 삼둥이를 낳는 날에 원경릉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희상궁은 황실에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희상궁에게 원경릉이란 딸과 같은 존재였다.‘왕야께서는 몸이 성치도 않은 왕비를 데리고 그걸 꼭 해야겠는가? 남자란 참……’희상궁은 우문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원경릉의 몸을 닦고 이불을 덮어 주고 나서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었다. 꼬질꼬질한 물이 뚝뚝 떨어지자 원경릉의 불그스름한 얼굴이 드러났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고비가 많았지만, 지금 왕비는 전처럼 건강해졌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보고 마치 사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그는 원경릉을 볼 때마다 추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당시 원경릉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원경릉은 그때와 다르다. 얼굴도 마음도 너무 아름답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에게 세 아이를 낳아주다니…… 앞으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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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9화

“경릉아. 왜 여기서 자고 있느냐? 어후, 술 냄새!”원경릉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아, 어지러워.”“누구랑 마셨길래 이렇게 된 거야. 술 마시지 말라니까 진짜 말 안 듣네.”원경릉은 눈을 감고 아픈 머리를 감쌌다. 잠시 후, 따듯한 수건이 이마에 닿았다. 순간 원경릉은 익숙한 향에 눈을 떴다.“엄마?”“응, 왜 갑자기 새삼스럽게 그래? 너 어제 누구랑 술 마셨어?” 원경릉은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켜 자신 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장실, 소파, 티브이, 탁자, 장롱, 유리창……‘세상에, 내가 지금 집 거실에 와있잖아?’원경릉은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익숙한 옷장과 거울이 있었다.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포니테일, 엄마가 생일에 선물해 준 백금 목걸이……‘세상에, 세상에!’원경릉이 놀라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돌아온 건가? 그럼 다섯째는? 삼둥이는?’그녀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에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경릉아, 왜 울어! 누가 널 괴롭혔어?” 원경릉의 엄마가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원경릉은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껴안았다. “엄마, 미안해! 걱정 많이 했지!”원경릉의 엄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엄마는 항상 여기 있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았다. 그녀는 이게 꿈이 아닌가 하며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진짜 같은데 진짜인가?.’그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나가 벽에 걸린 그녀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보았다. 졸업식에 박사모를 쓰고 있는 원경릉의 얼굴.그 사진은 졸업사진을 고를 때 아빠가 가장 예쁘다고 골라준 사진이었다.그녀는 소파에 누워 탁자 위에 놓은 열다섯 살때 사진을 보았다. 열다섯 번째 생일에 아빠가 그녀를 위해 찍은 사진으로 그녀는 그네를 타고 있고, 뒤에는 그녀의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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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90화

원경릉의 엄마는 원경릉을 안고 울었다. 그녀는 엄마를 보며 “아빠는? 오빠는? 할머니는?” 이라고 물었다.엄마는 눈물을 닦으며 “아빠랑 오빠는 출근했지.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셨어. 네가 간 후로 할머니께서 몸이 계속 편찮으셨거든. 1년 내내 병원 신세셔.” 라고 말했다.“세상에. 나 빨리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할머니 어디 병원에 계셔?” 원경릉이 물었다.“시립병원이야. 준비해 엄마가 데리고 갈 테니.”원경릉의 엄마는 핸드폰을 들었다.“네 아빠랑 오빠한테 전화해서 네가 돌아왔다고 말해야 하니까 좀 기다려봐.”원경릉은 순간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경릉아! 어디 갔니 경릉아!” 원경릉은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하게 들렸다.“엄마!” *“경릉아! 일어나 봐! 왜 울어? 설마 악몽이라도 꾼 거야?” 눈을 뜨자 그녀의 앞에는 우문호가 보였다. “우리 엄마는? 엄마 어디 갔어?”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밀치고 침상에서 내려왔다.“아냐…… 또 여기야? 나 방금까지 엄마랑 같이 있었는데, 할머니 병원도 가야 하는데…… 다섯째 안되겠어 나 돌아가야 해.”우문호는 놀라서 그녀를 껴안았다.“경릉아, 너 악몽을 꿨나 봐. 걱정 마 내가 여기 있잖아.”“아니야! 나 방금 엄마를 봤다고! 엄마가 내가 없어져서 매우 슬퍼하셨어…… 그래서 우울증 약도 먹고…… 내가 엄마를 아프게 했어. 할머니도…… 이거 놔! 나 돌아가야 해. 나 집으로 가야 한다고!”원경릉은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경릉아 일단 진정 좀 해.” 우문호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 가야 한다고!”“넌 아무 데도 가면 안 돼. 나와 우리 삼둥이 곁에 있어야지.” 원경릉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보았다.“넌 몰라. 하나도 모른다고. 우리 엄마가 아프다고! 그렇게 강했던 사람이 나 때문에 아프다고! 지금 엄마가 나를 찾고 있을 거야. 나 빨리 돌아가야 해.”우문호는 처음 보는 원경릉의 모습에 놀라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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