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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6화

안왕은 태상황이 이렇게 나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태상황의 표정이 얼마나 섬뜩했는지 안왕은 그의 잔상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았다.

“외조부, 황조부께서 조정 일에 관여하지 않은지 꽤 됐지 않습니까? 혹시 이번 일로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기강을 잡으려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다섯째의 일에 이렇게 노발대발하실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안왕의 말을 듣고 적위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네 말을 들으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구나. 비록 태상황께서 몇 년 동안 조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귀영위를 통해 조정 내외로 모든 일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경계를 하고 있어야겠어. 방심하다 뒤통수 맞을 수 있으니까.” 적위명이 말했다.

안왕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부황은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하기에 이깟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상황은 천성이 꼼꼼하고 할 일이 없어 시간도 많으니 마음만 먹으면 이 일의 진범을 찾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안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늙은이가 죽지도 않고 명이 참 기네요.” 라고 말했다.

순간 적위명이 눈을 번뜩이며 그를 보았다.

“안왕, 방금 그 말 뜻은……?”

안왕은 한숨을 내쉬며 외조부를 보았다.

“외조부, 잘만 처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적위명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마지막 패로 남겨두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뿐 아니라, 우리 집안까지 모두 다 죽는 거야.” 적위명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뭐든 외조부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안왕은 고개를 숙였다.

*

초왕부.

시간이 흐르자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우문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취해서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소로는 세 번이나 토를 했으며 전진장군도 몇 번이나 바닥에 고꾸라졌고, 술이라면 환장을 하는 냉정언도 하인 두 명이 그를 부축해 마차에 실었다.

우문호와 탕양은 입에서 술 냄새가 풀풀 풍겼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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