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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55화

“왜 태자비를 믿지 않지?” 정화군주가 고지를 노려보았다.

“내가 미쳤다고 그 여자를 믿어? 나는 너와 태자비 둘 다 믿지 않아!”

“그래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너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 정화군주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기상궁이 안으로 들어갔고, 정화군주는 밖에 앉아 고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햇살을 따스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나뭇잎 하나가 그녀의 콧잔등에 떨어졌다.

이 세상에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보다 경이로운 것은 없다.

고지가 낳은 아이는 앞으로 많은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겪을 수 있도록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축복이다.

잠시 후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가 뚝 끊어졌다.

안에 있던 기상궁은 “미쳤어! 그 아이는 네 딸이라고!” 라며 소리를 질렀다.

정화군주가 빠른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지가 피가 줄줄 흐르는 몸으로 갓 태어난 아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광기가 보였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것이야. 정화군주 이것 보라고! 내가 너 대신 복수를 했으니 내 목숨을 살려줘!”

아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정화군주는 바닥에 놓인 작은 의자를 들어 고지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머리를 맞은 고지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 틈에 기상궁이 아이를 안아들었다.

“세상에, 저런 모진 어미가 어디 있습니까?” 기상궁이 분노했다.

기상궁은 재빨리 아이를 거꾸로 매달아 엉덩이를 두 번 두드렸다. 그제야 비로소 아이가 울음소리를 냈다.

정화군주와 기상궁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들은 미리 받아 둔 따듯한 물로 아이를 씻겼다.

여자아이의 몸집은 아주 작았으며 등에 푸른 반점이 있었다.

피부가 어찌나 얇은지 온몸의 혈관이 투명하게 보였다.

달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는 송충이처럼 정화군주의 품에 안겨있었다.

정화군주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기상궁은 조용히 정화군주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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