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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161 - Chapter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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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1화

이리 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태자가 아직도 안에 있단 말이야?’서일의 말을 듣고 우문호와 원경릉이 함께 나왔다. 두 사람은 아주 예쁘게 차려입고 있었으며 특히 우문호의 갓 씻은 듯한 뽀송뽀송한 얼굴이 돋보였다. 그는 독수리가 수놓인 흰색의 비단 옷을 입고 허리에는 금이 박힌 옥띠를 두르고 있었다.원경릉도 흰색 비단 옷에 큰 작약이 수놓인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었으며 위에 걸친 저고리는 석류처럼 생기 있는 붉은색이었다. 하얀 치마에 상반되는 저고리 덕분에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이리 나리는 전과는 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옷이 날개라고 저렇게 입고 있으니 정말 태자와 태자비 같네.’두 사람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이리 나리 앞에 섰고, 이리는 화려한 두 사람의 치장에 기가 눌렸다. 이리는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았다. 그는 그제야 미색이 원경릉의 용모를 칭찬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이렇게 보니 얼굴에 귀티가 좀 흐르는 것 같군……’이리 나리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비단함을 들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옆에 있던 서일이 이리의 손에 들린 비단함을 가리키며 “이 선물을 전하러 오셨답니다.”라고 말했다.그 말을 듣고 이리는 비단함을 원경릉에게 주었다. 비단함을 받은 원경릉은 서일에게 뚜껑을 열어달라고 부탁했고, 서일은 뚜껑을 열자마자 기함을 토했다.“세상에! 이렇게 귀한 검을 선물로 가져오신 겁니까? 비취가 박혀있는 검이라니, 이건 무슨 검입니까?” 서일이 물었다.“청망검(青芒劍)일세.” 이리는 서일의 촐싹거리는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째려보았다.“그럼 이게 그 전설 속의 검이라는 말입니까? 쇠를 단번에 자르는 그 청망검이라고요? 대단합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탕양이 서일에게 다가와 그의 옷자락을 끌었다. “이것은 나리께서 전하께 드리는 선물인데, 네가 거기서 주절주절 떠들 이유가 뭐가 있느냐? 버르장머리 없이…… 어르신들 말씀 나누시는데 끼어들어가지고!”우문호가 비단함에 담긴 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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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2화

이리는 거문고를 받더니 자세를 단정히 하고 두 손으로 거문고의 현을 떼자 우문호는 그 소리에 맞춰 검을 들었다. 두 사람이 모두 흰옷을 입어서 그런지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과 눈부신 햇살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우문호의 검무는 자세가 멋지고 일반 검무처럼 살기가 가득하지 않아 보기가 편했다. 그는 음악에 맞춰 검을 돌리거나 허공에서 공중재비를 돌며 자신의 무술 실력을 뽐내었다. 거문고 소리는 그의 검무에 힘을 실어 주었고 이리도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현을 뗐다.두 사람의 합이 잘 맞자 그것을 지켜보던 원경릉은 마치 전생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을 자신이 갈라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우문호가 검무를 출 때 고개를 들어 이리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은 맑았고 미소는 아름다웠다. 그럼 이리는 그에 눈빛에 보답이라도 하듯 거문고를 경쾌하게 연주했고 우문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검을 들고 이리저리 파도처럼 일렁였다.“우와!”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술을 가지러 갔던 미색은 소월각 쪽에 사람들이 모여있자 빠르게 다가와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다. 미색은 우문호가 검무를 추고 있는 것을 보고 술을 내려놓고 자신의 검을 빼어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미색이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 꽃이 수놓인 청색 옷이 우문호가 입은 흰옷과 어울리자 묘하게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느껴졌다.두 사람의 춤을 보던 원경릉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다시 한번 우문호에게 반했다. 원경릉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고, 우문호가 추는 검무가 마치 슬로모션이 걸린 것처럼 보였다.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곡조가 끝이나 자 검무도 끝이 났다. 원경릉은 정원에 핀 꽃을 하나 꺾어 우문호에게 다가갔다.“검무가 너무 아름다웠어. 이건 약소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대가야.”우문호는 웃으며 그녀의 꽃을 받아들었다. “내가 네 앞에서 검무를 처음 춘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긴.”“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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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3화

이리 나리는 우문호의 감사 인사에 빙그레 웃었다. “보검(寶劍)이 진짜 주인을 찾은 것 같아 제가 더 기쁩니다.”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각자의 목적은 숨긴 채 웃었다. 거문고 연주에 맞춰 검무를 추었던 덕분인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서먹서먹한 공기는 사라졌다. 우문호는 이리를 안으로 초대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리는 우문호의 검무를 칭찬하며 그의 검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우문호의 검무는 매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했다.“배우고 싶다고 하시니 가르쳐 드리지요. 정원으로 갑시다.”우문호는 이리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와 검을 쥐게 했다. 우문호는 이리를 보며 천천히 검을 휘둘렀고 이리는 그의 형상을 따라 했다. 우문호는 이리의 검 실력을 보고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검은 칼집에 넣고 이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의 뒤에 몸을 밀착해 검을 쥐는 법부터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이 모습을 본 하인들은 태자께서 세심한 면이 있다며 감탄했지만, 서일의 눈에는 그 모습이 소름 끼치게 이상했다.서일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맞았네! 이리 나리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던데!”라고 말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서일을 보았고, 다행스럽게도 정원에 있던 두 사람은 서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탕양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일의 입을 막기 위해 달려왔다. “그 입 닥쳐! 어디서 허튼소리를 해!”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미색은 서일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믿다니요. 용모가 출중한 이리 나리께서 아직 장가를 들지 않으셔서 그런지 사람들이 이상한 소문을 많이 내더군요. 근데 그런 천박한 소문을 초왕부 사람이 믿다니…… 좀 의외입니다.”서일은 미색의 말에 반박을 하려고 했고, 탕양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입 다물어!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네 주둥이를 잘라버릴 거야!”“제가 그런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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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4화

미색은 초왕부에 지내는 동안 사식이와 성격이 잘 맞아 자주 얘기를 나눴다. 사식이는 미색이 올해 만으로 스무 살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조급해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그래서 그녀는 미색을 위해 초왕부에 온 사내들의 혼인 및 연애 상황을 낱낱이 미색에게 알려주었다.“저 사람은 제왕인데, 저 사람은 볼 것도 없어요. 아직도 죽은 전처를 잊지 못하고 있거든요.”“그래? 그럼 저 선비 같은 사람은?’“아 냉정언이요? 저 사람은 재미가 없고 사람이 무미건조하니 딱 말린 오징어 같습니다.”“그럼 저기 여자랑 같이 온 사람은?”“아 구사인데, 저 사람은 안 됩니다. 혼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내외 사이가 아주 좋아서 힘들 겁니다.”“저기 건장하게 생긴 청년은 누구야?”“소로 형님? 저분은…… 너무 저돌적인 편이라……”결국 남은 것은 왕 선생과 전진 장군 두 사람뿐이었다.사식이가 손님들 중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딱 왕 선생과 전진 장군이었다. 미색이 전진 장군에게 호감을 보이려고 하는데 전진 장군이 호탕하게 엉덩이를 벅벅 긁는 것을 보고 미색이 그 자리에서 마음을 접었다. ‘엉덩이에서 피 나는 거 아니야? 왜 저렇게 벅벅 긁어?’결국 왕 선생만이 미색의 신랑감 명단에서 살아남았다. 사식이는 왕 선생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왕 선생님은 이상하게 흠잡을 곳이 없네…… 학식도 풍부하고 사람이 조용하니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미색은 왕 선생 얼굴에 묻은 작은 먹 자국 때문에 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잘생긴 얼굴에 큰 키, 하지만 외모에는 관심이 없는 책벌레. 딱 미색이 원하는 신랑감이었다. 미색은 왕 선생에게 정신이 팔려 자신이 이리 나리의 술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녀는 부랴부랴 뛰어다니며 술을 이리 나리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미색이 술을 옮기는데 서일이 문간에서 미색을 가로막더니 “한 가지만 묻겠소!”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벽치기에 당황한 미색은 서일의 얼굴을 가까이 보고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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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5화

백옥처럼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그 손은 가늘고 길며 마디가 분명했다. 그녀는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잡고 잠시 힘을 주어 그녀를 일으켰다.가을의 따스한 태양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사내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의 안색은 약간 창백했지만 환한 미소에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잘생긴 얼굴에는 복숭아처럼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었는데 햇빛에 솜털이 반짝이는 모습이 황홀할 지경이었다.그 순간 미색의 귓가에 종소리가 울렸고 마음속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아가씨, 많이 다쳤어요?”남자는 그녀가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살뜰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습니다!”미색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시종과 함께 돌계단을 올라갔다.미색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따라갔다. 남자는 돌계단을 올랐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를 돌아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얼굴이 더러워졌네요. 얼른 가서 씻으세요.”“앗!” 미색은 자신의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깜빡했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에 눈동자로 그 뒷모습을 쫓았다.서일은 미색의 얼굴을 보고 겁에 질렸다.“정말 고의는 아니었소…… 미안합니다.”미색은 그의 손목을 끌어당기며 다짜고짜 물었다.“저 사람이 누구고 나이가 몇이나 됐습니까? 혼인은 하셨어요?”서일은 갑작스러운 질문 공격에 당황한 기색이었다.‘이 여자 뭐야?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나? 왜 이러는 거야?’서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짧은 미색은 즉시 주머니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저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두 나에게 말해주세요.”서일은 그 은표에 적힌 금액을 보고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그녀의 마음이 바뀔까 재빨리 은표를 받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방금 들어간 사람은 황제의 여섯째 아들 우문회(宇文懷)로, 회친왕(懷親王)이라고 부릅니다.”미색은 마음속으로 바로 그라고 외쳤다. 그녀는 반드시 회친왕에게 시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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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6화

미색은 회왕에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다른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식탁의 거리가 멀지 않아 대화소리는 어렵지 않게 엿들을 수 있었다.우문호는 오늘 연회를 베풀어 이리 나리을 접대한다고 했지만 마음속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전반 대화를 얼추 끝내고 부유원(福幼院)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사내들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풍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법. 특히 이리 나리가 북당에서 초두취(梢頭醉)를 운영하고 있기에 모든 사내들의 귀가 그쪽으로 쫑긋 기울여졌다. 초두취 얘기를 시작하자 천하의 우문호라도 부유원의 이야기를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이리 나리는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사내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보고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진 이리 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큰소리로 말했다.“내일 모두들 초두취에 와서 술도 마시고 풍월을 즐기며 놀다 가세요. 번화한 직례(直隸)보다 시설은 좀 못하지만 아가씨와 술은 수준급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아직 혼인하지 않은 냉정언과 소로 그리고 왕 선생은 알겠다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은 여자들이 앉아있는 식탁을 보며 눈치를 보았다.이리의 말에 제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좋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네요!”라고 말했다.손왕은 손왕비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내일은 본왕이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손왕이 가지 않겠다고 하자 손왕비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태자께서는 가실 겁니까?”이리가 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사실 이리가 초두취로 사람들을 초대한 이유는 태자와 태자비를 떨어뜨려 놓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그의 눈은 간절함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이리의 물음에 수많은 눈동자가 우문호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에이, 태자께서 체면 때문에 속 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계시나 봅니다.” 이리 나리는 우문호가 망설이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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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7화

미색은 임기응변이 좋은 사람이기에 금방 머릿속에서 적당한 답을 찾았다.“회왕께서 막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술을 멀리하시는 게 아무래도 좋을 듯하여 그렇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미색의 말을 듣고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회왕은 그런 곳에 가서는 안 됩니다.”“좋습니다. 그럼 회왕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면 함께 갑시다.”소로가 말했다.“예, 잘 다녀 오십시오.”회왕이 말했다.회왕은 사실 초두취에 대해 별로 흥미가 없었다. 회왕은 미색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미색은 그런 회왕의 행동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고,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미색이 가져온 술이 얼마나 좋은지, 연회에 있던 모두가 거의 만취했다.이리 나리도 부상을 무릅쓰고 술을 많이 마셨다. 그는 술을 마실 때마다 우문호를 찾아 그에게 건배를 청했고,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서일은 이리 나리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확신했다.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이야기를 했다. 손왕비는 초두취를 싫어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겨 줄곧 미색을 졸라 초두취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리 쉽게 초두취에 대해 얘기해 줄 미색이 아니었다. 미색은 초두취에 대해서는 함구했고 이리 나리가 하는 다른 장사에 대해서만 말하였다. 원경릉은 미색의 입을 통해 이리가 약재 장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따라 그가 많은 용한 어의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쾌감이 들었다.연회가 끝난 후 손님을 배웅하고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 우문호는 원경을 벽에 밀쳤다.“왜 초두취를 가라는 거야? 후궁을 들이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나한테 그런 곳에 가라는 거냐고?”“이리 나리가 계속 권하는데 계속 거절하면 네가 태자라고 비싸게 군다고 생각할까 봐 그런 거지!”“거짓말. 솔직히 말해.”우문호가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원경릉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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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8화

“우문호, 잘 생각해 봐. 우리 왕부의 마차가 이리 나리를 쳐서 그가 부상을 입었지. 근데 그는 당시에만 불평을 하고 그다음엔 우리에게 손해 배상을 해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왕부에서 지내면서 불편하다거나 어떠한 요구 사항도 없이 지냈고, 심지어 너에게는 값비싼 검은 선물까지 했잖아. 근데 만약 네가 그의 초대를 거절한다면 그가 얼마나 기분이 상하겠어? 게다가 네가 초두취에 간다고 해서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넌 그저 네 행실에만 주의하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응, 그래 그게 맞는 것 같아.”우문호가 술을 마셔서 판단력이 흐려져있는데다가 원경릉이 워낙 조리 있게 말을 하니 그도 모르게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원경릉은 기분이 좋은지 빙그레 웃으며 우문호를 꼭 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내일 초두취에서 기회가 되면 나리께 물어봐. 그가 알고 있는 어의들이……”우문호는 그녀의 두 팔을 풀고 그녀의 어깨를 꼭 잡고 정색했다.“원경릉 이래도 네가 다른 목적이 없다고? 원래 네 목적이 의학원의 어의였어? 경릉이 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난 네 남편이라고!”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주무르면서“에이, 그냥 겸사겸사 물어보라는 거지, 자기 오늘 너무 피곤하지? 내가 안마라도 해줄까?”라며 애교를 피웠다.*이리 나리는 거하게 취한 상태로 방에 들어가 미색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시킨 후 멍하니 앉아 있었다.“태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무예도 깊고, 오늘 검을 휘두르는 걸 보니 검법도 출중하며, 성격도 좋고, 솔직하고, 참 좋은 사람이야.”이리가 말했다.“예, 잘생기긴 했더라고요.”미색은 대충 맞장구를 치며 이리를 보았다.이리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고, 벌어진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리께서는 태자가 아깝다는 거죠?”“세상 그 어떤 여자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하긴……”미색이 물이 담긴 잔을 이리에게 건넸다.“일단 우리가 태자비를 죽인 후, 아름다운 여인을 물색해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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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9화

두 사람이 정자에 앉은지 십 분 정도 지났을 때 하인이 떡과 차를 가지고 왔다. “이리 가져오게.”원경릉은 차를 마시며 이리를 바라보았다.“나리께서 제게 무슨 하신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이리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었다.“이것으로 자기 자신을 좀 보시지요.”원경릉은 거울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았다.“뭐가 어때서요?” 원경릉이 거울을 내려놓고 이리에게 물었다. “지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원경릉은 속으로 그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음…… 나리는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셨네요. 아주 반짝입니다.”“그렇죠? 또 뭐가 보이나요?”“나리는 이목구비가 아주 선명하시네요. 저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이리는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거울을 낚아채며 물었다.“그럼 태자비는 당신이 태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원경릉은 애써 침착한 얼굴로 손으로 떡을 집어먹으며 그를 빤히 보았다.“대답하시라고요!” 이리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기분 나쁘게 톡톡 두드렸다.“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이리는 인상을 팍 쓰고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추녀가 어디 감히 태자랑 자신이 어울린다고 짓거리는 거야?’이리는 인내심을 잃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떤 조건이면 태자 곁을 떠날 것인지 말을 하시오!”이리의 선넘는 발언에 원경릉은 떡이 목구멍에 걸려 켁켁 기침을 했다.‘세상에, 서일의 말이 맞았어. 이리 이거 정말 미친놈이네? 다섯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야?’원경릉은 정신이 혼미해질 뻔했다.“그럼 나리께서는 내걸 조건이 뭔데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지금 태자비께서는 나를 떠보는 겁니까?”“나리, 내가 태자를 떠난다고 해도 태자 곁에 남을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꿈 깨십시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왜 대화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태자를 떠날 것인지, 그것만 말씀하시오!”원경릉은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으며 이리를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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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70화

원경릉은 이리가 무술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갑자기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원경릉은 입에 묻은 떡 고명을 털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니까 나리께서 저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십니까?”원경릉의 꿍꿍이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이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나리! 잠깐만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혹시 가지고 있는 은화를 기부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부유원 안에 고아와 무연고 노인들이 굶어주게 생겼습니다. 만약 나리께서 은화를 기부하면 황상께서 분명 상을 내리실 겁니다. 그럼 나리께서 명성도 얻게 되시겠지요!”이리는 황상의 상이라는 말과 명성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흠…… 그런 명성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느냐만……” “스승님! 배우겠습니다! 만약 스승님께서 부유원에 기부를 하신다면, 제가 무술을 배우도록 하죠.”원경릉은 이리의 번쩍이는 눈을 보고는 잽싸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곧바로 이리에게 스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배우겠다고? 무술을 배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이래 보여도 저 고생할 만큼 한 사람입니다.”원경릉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를 보았다.“근데 지금 보니 태자비 몸이 너무 허약해 보여서 무술을 익힐 재목이 아닌 것 같네요. 그냥 간단하게 태자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태자비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좀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지요.”“생각 안 합니다. 무술을 배우겠습니다.”이리는 방금 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 자신의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었다.‘저 몸으로 무슨 무예를 하겠다고……’하지만 이리 나리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한 달 정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무술 고수를 데려와 그녀와 결투를 벌이게 할 것이었다.그는 그녀에게 차를 한잔 따르라고 하더니 무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즉시 그의 찻잔에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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