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 잘 생각해 봐. 우리 왕부의 마차가 이리 나리를 쳐서 그가 부상을 입었지. 근데 그는 당시에만 불평을 하고 그다음엔 우리에게 손해 배상을 해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왕부에서 지내면서 불편하다거나 어떠한 요구 사항도 없이 지냈고, 심지어 너에게는 값비싼 검은 선물까지 했잖아. 근데 만약 네가 그의 초대를 거절한다면 그가 얼마나 기분이 상하겠어? 게다가 네가 초두취에 간다고 해서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넌 그저 네 행실에만 주의하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응, 그래 그게 맞는 것 같아.”우문호가 술을 마셔서 판단력이 흐려져있는데다가 원경릉이 워낙 조리 있게 말을 하니 그도 모르게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원경릉은 기분이 좋은지 빙그레 웃으며 우문호를 꼭 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내일 초두취에서 기회가 되면 나리께 물어봐. 그가 알고 있는 어의들이……”우문호는 그녀의 두 팔을 풀고 그녀의 어깨를 꼭 잡고 정색했다.“원경릉 이래도 네가 다른 목적이 없다고? 원래 네 목적이 의학원의 어의였어? 경릉이 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난 네 남편이라고!”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주무르면서“에이, 그냥 겸사겸사 물어보라는 거지, 자기 오늘 너무 피곤하지? 내가 안마라도 해줄까?”라며 애교를 피웠다.*이리 나리는 거하게 취한 상태로 방에 들어가 미색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시킨 후 멍하니 앉아 있었다.“태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무예도 깊고, 오늘 검을 휘두르는 걸 보니 검법도 출중하며, 성격도 좋고, 솔직하고, 참 좋은 사람이야.”이리가 말했다.“예, 잘생기긴 했더라고요.”미색은 대충 맞장구를 치며 이리를 보았다.이리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고, 벌어진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리께서는 태자가 아깝다는 거죠?”“세상 그 어떤 여자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하긴……”미색이 물이 담긴 잔을 이리에게 건넸다.“일단 우리가 태자비를 죽인 후, 아름다운 여인을 물색해 태
두 사람이 정자에 앉은지 십 분 정도 지났을 때 하인이 떡과 차를 가지고 왔다. “이리 가져오게.”원경릉은 차를 마시며 이리를 바라보았다.“나리께서 제게 무슨 하신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이리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었다.“이것으로 자기 자신을 좀 보시지요.”원경릉은 거울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았다.“뭐가 어때서요?” 원경릉이 거울을 내려놓고 이리에게 물었다. “지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원경릉은 속으로 그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음…… 나리는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셨네요. 아주 반짝입니다.”“그렇죠? 또 뭐가 보이나요?”“나리는 이목구비가 아주 선명하시네요. 저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이리는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거울을 낚아채며 물었다.“그럼 태자비는 당신이 태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원경릉은 애써 침착한 얼굴로 손으로 떡을 집어먹으며 그를 빤히 보았다.“대답하시라고요!” 이리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기분 나쁘게 톡톡 두드렸다.“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이리는 인상을 팍 쓰고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추녀가 어디 감히 태자랑 자신이 어울린다고 짓거리는 거야?’이리는 인내심을 잃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떤 조건이면 태자 곁을 떠날 것인지 말을 하시오!”이리의 선넘는 발언에 원경릉은 떡이 목구멍에 걸려 켁켁 기침을 했다.‘세상에, 서일의 말이 맞았어. 이리 이거 정말 미친놈이네? 다섯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야?’원경릉은 정신이 혼미해질 뻔했다.“그럼 나리께서는 내걸 조건이 뭔데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지금 태자비께서는 나를 떠보는 겁니까?”“나리, 내가 태자를 떠난다고 해도 태자 곁에 남을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꿈 깨십시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왜 대화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태자를 떠날 것인지, 그것만 말씀하시오!”원경릉은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으며 이리를 보았
원경릉은 이리가 무술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갑자기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원경릉은 입에 묻은 떡 고명을 털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니까 나리께서 저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십니까?”원경릉의 꿍꿍이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이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나리! 잠깐만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혹시 가지고 있는 은화를 기부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부유원 안에 고아와 무연고 노인들이 굶어주게 생겼습니다. 만약 나리께서 은화를 기부하면 황상께서 분명 상을 내리실 겁니다. 그럼 나리께서 명성도 얻게 되시겠지요!”이리는 황상의 상이라는 말과 명성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흠…… 그런 명성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느냐만……” “스승님! 배우겠습니다! 만약 스승님께서 부유원에 기부를 하신다면, 제가 무술을 배우도록 하죠.”원경릉은 이리의 번쩍이는 눈을 보고는 잽싸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곧바로 이리에게 스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배우겠다고? 무술을 배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이래 보여도 저 고생할 만큼 한 사람입니다.”원경릉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를 보았다.“근데 지금 보니 태자비 몸이 너무 허약해 보여서 무술을 익힐 재목이 아닌 것 같네요. 그냥 간단하게 태자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태자비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좀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지요.”“생각 안 합니다. 무술을 배우겠습니다.”이리는 방금 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 자신의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었다.‘저 몸으로 무슨 무예를 하겠다고……’하지만 이리 나리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한 달 정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무술 고수를 데려와 그녀와 결투를 벌이게 할 것이었다.그는 그녀에게 차를 한잔 따르라고 하더니 무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즉시 그의 찻잔에 차를
음주 기부미색의 말을 듣고 이리 나리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 두개를 목구멍에 넣더니 억지로 차를 다시 토하려고 했다.잠시 후 얼굴이 완전 흙빛이 되었는데 태어나서 제일 최악의 얼굴 상태로 영혼을 고문하듯, “그럼 어떻게 하지?”미색도 슬퍼하며 나리가 요즘 어떻게 되신 걸까?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서야. 살인을 하러 왔는데 결과는 다치고 대접하고 제자를 거두지를 않나, 뭐가 어떻게 된 거야?하지만 미색은 슬퍼하는 것도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고 늑대파에겐 좋은 일이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잖아. 미색과 태자비는 동서지간이니 동서를 해칠 수는 없는 거지.다시 말해 늑대파도 미색에겐 결혼문제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따라서 미색은 비분강개 하는 마음과 암담한 기분에 다시 한번, “나리, 차를 마셨으니 토하셔도 드신 건 드신 거잖아요. 명분상으로 차를 마셨으니 태자비의 사부인 거예요.”이리 나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리 나리를 사부로 모시고 싶은 사람들이 늑대파에 얼마나 많은데 하나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확실한 무공 자질을 가진 천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리 나리는 천재가 아니면 제자로 거두지 않았다.인간이란 까다롭게 굴면 벌을 받나 보다. 미색이 남자에 까다롭게 굴다가 스무 살이 되도록 시집을 못 가고 혈혈단신이다.이리 나리는 서른살까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까다롭게 굴다가 결국 어느 ‘똥멍청이’를 받아들이고 말았다.운명의 장난이여!복잡한 마음으로 반나절을 보내고 저녁에 초두취로 갔다. 원래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우문호를 따라간 게 이 고뇌를 술을 마셔서 잊어볼까 해서다.이리 나리는 마음 속에 고민이 있고, 좀 많이 마신데 다가 우문호라는 여우가 계속 술을 따라 대니 자리가 파할 때 즈음은 이미 인사불성으로 취했다.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축하고 마차에 올라 가리개를 젖히고 바람을 맞자, 이리 나리도 조금씩 술이 깨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우문호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
기부이리 나리는 성지를 받은 후 한참동안 정신이 혼미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애초에 뭘 하러 온 거지? 그래 살인이다.이리 나리는 늑대파의 장문인으로 사람 머리를 사고파는 걸 업으로 삼고 소답화에게 은자 20만냥을 받고 태자비의 목을 가져가기로 했다.하지만 지금 이리 나리는 은자 200만냥을 내놔야 하는 데다 태자비를 제자로 거뒀다.제일 중요한 건 이리 나리가 지금 작위를 받아 조정 사람이 된 사실로, 늑대파는 원래 조정에 입각하지 않는데 이리 나리가 이번에 경성에 와서 자신을 팔아버린 꼴이 아닌가? 이리 나리가 냉정을 되찾는데 무려 반 시진(1시간)이나 걸렸다. 한 손으로 미색의 손목을 잡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답화는 지금 어딨느냐?”“유배당했다고 들었어요!”이리 나리가 이를 갈며, “소답화의 머리에 만 냥을 걸지.”미색이 히히 웃으며, “좋아요, 제가 바로 명령을 전달하지요.”“너 엄청 즐거워 보인다!” 이리 나리가 차갑게 미색을 쳐다봤다.미색은 표정을 거두고, “나리 아시겠지만 소인은 화가 났을 때 항상 웃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옥면나찰(玉面羅剎)이란 별명을 가지겠어요? 나리 이번 결정은 잘 하신 일입니다. 이 일은 전부 소답화때문에 생겼으니까요. 우리 늑대파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이런 진퇴양난의 일이 벌어진 적이 없잖아요. 분명 소답화가 인간과 신에게 두루 분노를 사서 그런 건데, 어쩌다가 우리 늑대파가 연루돼서. 소답화의 목만 따는 게 사실 봐주는 거라고요.”이리 나리가 심호흡을 하더니 소리쳐, “연루되든 말았든 상관없이 중요한 건 모든 일은 책임자의 머리를 가져와야 하는 거라고.”“예, 나리 맞습니다!” 미색이 화가 나서, “원래 머리 하나로 해결 될 일이 아니지요, 소답화가 감히 현 태자비를 암살하려고 하다니,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게다가 우리 늑대파를 끌어들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이리 나리는 약간 협심증을 느끼며 가슴을 손으로 꽉 누르고, “됐다, 그만해, 가서 명을 전해라.”이백만 냥 쯤이야
문둥병 치료우문호가 가서 원경릉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자 원경릉이 뛸 듯 기뻐하며 얼른 약상자와 마스크를 챙겨서 내일 산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반드시 안전에 유의할 것, 만아, 서일, 사식이 등과 같이 올라갈 것, 산꼭대기엔 초왕부 파수병을 배치해 두어 기본적으로 전부 자기 사람들이지만 비밀을 지키는데 유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이 일은 조용히 진행할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이다.그럴 줄 알았지만, 사식이는 입이 싸서 원경릉이 문둥산에 가서 치료한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얼른 가서 원용의에게 얘기하니 원용의가 듣고 호응해서 원경릉과 같이 산에 올라가기로 했다.이렇게 다음날 아침 일찍 원경릉은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이리 나리는 오늘부터 원경릉에게 무공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제자든 아니든 신경 안 쓰고 가르쳐서 무공을 할 수 있게 될 경우, 방법을 생각해 원경릉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파문해 버리면 원경릉의 머리를 벨 수 있다.이리 나리가 원경릉을 찾으니 원경릉이 벌써 나갔다는 얘기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사부를 조금도 존중할 줄을 모르다니 무술을 연마하는 게 시간 낭비다.원경릉이 일단 약을 가지고 산으로 올라가 탁자를 놓고 진료를 시작했다.최근 산 위에 급식이 개선 되었으나 병자의 대다수가 절망으로 마비된 상태라 원경릉이 온 것에 대해서도 별반 기뻐하지 않고 일부는 와서 대충대충 하고 가는 게 조정이 또 고기 급식을 끊고 전처럼 옥수수 개떡을 줄까 봐서 였다.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찰받기 싫어했다. 아니, 여자 몇 명이 와서 무슨 치료를 한다는 거야?원경릉의 일은 안 그래도 어렵고도 힘들어서 비록 같은 병이라고 하지만 병의 진행 정도가 다르고 다른 합병증이 있는지 여부를 진찰해야 했다.원용의와 사식이, 만아는 상처를 씻고, 소독하고 상처가 썩어 문드러진 것들 긁어내는 것을 도왔는데 이런 일에 만아는 적응했지만 원용의와 사식이는 겨우 구토를 참으며 마쳤다.저녁이 되어 하산할 때 서일 외에 다른 사람들은
무술은 안 배우고 어디가우문호는 매일 곤죽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원경릉을 보고 산에 가도록 한 게 조금 후회가 됐다. 오늘밤은 모처럼 일찍 들어와서 같이 야식을 먹는데 원경릉 얼굴에 다크 서클이 시커멓게 생긴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내일은 가지 말고 이틀 쉬어, 계속 이러다 가는 병자들은 좋아지는 대신 네 목숨을 갈아 넣겠어.”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몇 입 먹지도 못하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안돼, 쉴 수 없어, 할 일이 너무 많아. 삼백명이 넘는데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환자는 15명 수준이야, 만약 쉬면 진도가 더 느려질 거야.”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럼 네 목숨은 없어도 된다 이거야?”“걱정 마, 체력 조절하고 있으니까. 산 위에서 점심때 반 시진 씩 잘 수 있거든. 내 몸은 내가 알아.” 원경릉이 우문호를 다독거리고 나한상에 쓰러지더니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우문호는 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고 사람을 시켜 자리를 정리하게 한 뒤 원경릉을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다음날 원경릉은 새벽같이 일어나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하며 약을 한 보따리 메고 문을 나서는데 막 집을 나서려는 순간 이리 나리가 막아 섰다.이리 나리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원경릉이 애써 놀란 척 하며, “이리 나리,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태자 전하도 아직 안 일어나셨는데.”이리 나리는 원경릉이 또 나가려는 차림을 보고 화가 나서, “요 며칠 계속 외출하는데, 할 일을 기억하고 있느냐?”원경릉의 머리 속은 온통 환자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서 순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고, “무슨 할 일을?”이리 나리는 원경릉이 무공을 배우기로 한 것조차 잊어버린 것을 보고 기가 막혀서 소리지르며, “무술 공부, 무술 공부 말이다!”어쩌자고 이런 쓰레기를 제자로 거뒀을까? 천만금 재물을 가져다 바치며 제발 좀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는데, 지금 땡전 한푼 안 받고 가르쳐 준다는 데도 원경릉은 귀한 줄을 모른다.원경릉이 퍼뜩 기억
이리 나리의 속셈은?이리 나리는 믿기지 않아서, “태자비가 문둥산에 치료하러 간다고? 미친 것도 아니고.”미색이 어깨를 으쓱하며, “따라가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요?”이리 나리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멀리서 미행하도록 하지, 들켜서는 안돼.”하지만 기술도 고민하지 않고 미행한 게, 여자들 몇명과 천방지축 서일은 알아챌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앞에 일행이 나귀를 타고 산을 오르는데 사식이가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원경릉에게, “원언니, 이리 나리와 미색이 아직 따라오는데 어쩌죠? 멈춰서 저들을 기다려야 되는 거 아니 예요?”원경릉이 웃으며, “그럴 필요 없어, 저들은 우리가 모르는 줄 알아, 만약 우리가 멈춰서 기다리면 창피할 걸.”그래도 이리 나리의 은자를 받았으니 원경릉의 마음이 약해져서 저들이 좋으면 그만이란 생각이다.“하지만 우리가 문둥산에 오르는 걸 아는게 걱정되지 않으세요? 저들이 소문을 내면요?” 원용의가 걱정스레 물었다.원경릉이,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저들을 끌어들여서 앞으론 한배를 탄 동지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사식이가 웃으며, “하여간 원언니는 고수라니까.”누구든 자신이 문둥산에 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들의 질시를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리 나리는 큰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만약 그가 문둥산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누가 감히 그와 접촉하려 들까? 그래서 이리 나리는 분명 발설할 리 없다.원용의는 의심이 많아서, “이리 나리는 뒤 따라와서 뭐 하려는 거죠?”원경릉이 어깨를 으쓱하며, “몰라, 오늘 보니까 엄청 화났던데, 내가 무공수련을 안 했다고.”사식이가 ‘풉’하고 웃으며, “이리 나리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니 까요, 언니가 무공 수련을 해서 뭐 하게요? 진짜 선생님 되는 거 좋아하신다니까, 체격을 봐요, 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알 것 같지도 않고, 상처도 이제 거진 나았는데도 아직 초왕부에 남아서 안 가는게, 설마 진짜 태자 전하를 므흣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요.”서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