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병자 치료이리 나리와 미색은 계속 산을 따라 오르다 곧 도착하는가 싶더니, 앞에 몇 명이 갑자기 뒤를 돌아 그들에게 오며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마치 파파라치가 갑자기 들킨 것처럼 이리 나리와 미색은 당황해서 무의식적으로 달아나려고 했다.하지만 사식이가 그들을 부르며, “이리 나리, 미색, 조금만 가면 도착해요.”이리 나리는 태어나서 이렇게 창피한 적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그들을 한참 보다가 미색에게, “난 수도권으로 돌아가야겠다.”미색은 자기 혼자 미행이란 죄를 뒤집어쓰기 싫어서 이리 나리를 끌고 사람들에게 올라가 자기들은 산에 놀러 왔다고 했다.그들은 과연 문둥 마을로 들어가 나병 환자들을 치료하려고 했다.이리 나리는 이 모든 게 놀라고 두려웠는데, 원경릉이 병자들을 치료, 소독하고, 상처를 긁어내고, 곪은 상처를 닦아내는 것을 보자 이리 나리도 토할 거 같은데 원경릉은 마스크를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눈으로 앉아서 반복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손에 비록 얇은 장갑을 끼고 있지만 썩어 문드러진 상처에 닿을 때 분명 느껴질 텐데 말이다.자신의 신분을 알기나 하는 건가? 원경릉은 태자비라고!열 손가락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혜택 받은 존재 태자비로, 황실의 자손이 번창하는 것만 신경 쓰면 되는데 여기 와서 악질에 걸린 병자들을 치료한다고? 미친 거 아니야?이리 나리가 처음 직감적으로 떠올린 건 원경릉이 태자를 위한 쇼를 하는게 아닐까? 태자의 명성을 쌓기 위해서 말이다.하지만 즉시 부정한 것이, 이건 명성을 쌓는 방법으론 꽝인 게, 문둥산에 올라온 적이 있는 태자비는 사람들에게 불길하다며 배척당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이건 태자에겐 악소문이지.이리 나리는 전 문둥산을 통틀어 유일한 난간에 기대에 모두가 바쁘고 심지어 미색까지 뜨거운 물을 끓이고, 상처를 치료하며 나온 쓰레기를 정리하는 걸 돕고 있는 걸 봤다.이리 나리는 가지 않았다. 토할 것 같아 서다.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조용히 사람들이 바쁜 것을 보며 사방을 둘
문둥산의 이리 나리이리 나리가 이 장면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하지!”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보니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허리춤에서 휘청거리는 걸 뽑더니 차갑게, “비켜!”원경릉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자 중심이 기우뚱하며 한쪽으로 쓰러지는데, 이리 나리가 연검을 휘둘러 노인의 발을 잘라내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치며, “이러면 안돼요, 위치에 주의해야 한다고요.”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리 나리는 이미 칼을 거두고 노인의 발바닥은 둘로 갈라졌는데 딱 썩은 위치 바로 위를 잘라낸 것이 완벽하다.원경릉은 놀랄 틈도 없이 바로 지혈하고 상처를 처치한 뒤 봉합하고 상처를 싸맸다.이 모든 것을 다 끝내고 소매로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고 시원한 눈매의 이리 나리를 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리 나리 저 사람을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사람은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이리 나리가 천천히 고개를 떨구고 손수건을 꺼내 자기의 보검을 닦았다. 이 보검이 칼집에서 나온 건 매우 오랜만으로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를 마셨는지 모를 정도로 무수한 살인을 거듭했다.아이러니 하게도 이 검이 사람을 구하는데 사용된 것이다.망측하게도 기분이 꽤 괜찮다.점심때 치료조는 밖에 지은 초가집에서 밥을 먹는데 거기는 병사가 몇 명 있고, 요리사 몇 명이 병자 전문으로 밥을 하고, 지금은 원경릉에게도 같이 밥을 지어주고 있다.그들도 마찬가지로 원경릉의 신분을 모른 채 병자들과 마찬가지로 관청에서 파견된 의녀라고 생각했다.식사는 간단하게 대부분 야채와 건두부 고기 볶음 하나인데 요리사 솜씨가 좋아서 파 마늘 생강을 같이 넣고 볶은 뒤 전분으로 걸쭉하게 국물을 내서 입에 착착 붙는 맛이다.밥 먹을 때 이리 나리와 미색은 말이 없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전부 병세를 얘기한다. 썩어 문드러진 팔다리를 얘기하면서 조금도 식욕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이리 나리와 미색은 몇 번이나 서로 마주보고 원경릉과 원용의 두 여인들은 이상한 사람이라
부부의 바쁜 일상미색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 나리에게, “그럼 우리 여전히 태자비를 죽이는 건가요? 정말 괜찮은 사람인 거 같은데.”미색이 약간 망설이는 눈빛인 게, 전에 살인할 땐 목표가 어떤 사람인지 접촉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태자비와 며칠을 있었고 미색은 결국 태자비를 조금 존경하기 시작했다. 만약 태자비가 여기 와서 치료하는 것에 아무 목적이 없고 그저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미색은 그래도 여전히 원경릉을 죽일 수 있을까?이리 나리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우선 좀 보자, 소답화 쪽에는 사람을 보냈나?”“보냈어요, 며칠이면 사람이 돌아올 겁니다.”“음, 그가 왜 유배되었는지 한 번 더 살펴보도록.”미색이, “살펴볼 필요 없습니다. 저 알거든요, 바로 이 문둥산 일 때문이에요, 소답화가 급식과 약재를 살 돈을 떼 먹고 중간에서 나랏돈을 가로채 자기 주머니를 채우며 횡령을 일삼다가 태자가 조사해서 황제가 횡령한 은자를 물어내게 하고 벌금과 처벌로 유배형에 처했거든요.”이리 나리가 놀라며, “여기 횡령할 게 뭐가 있다고?”“적지 않은 것이 듣자 하니 백만 냥이 넘는다고 하던 데요. 여기 병자들은 하루에 한 끼 옥수수 개떡만 먹었다고 해요, 보세요 다들 빼빼 말랐죠, 굶어서 그래요. 요 몇 년 수백명이 죽어 나갔다는데 굶어 죽은 사람이 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지 않나 의심스럽다니 까요.”이리 나리가 어리둥절해서, “그럼 거렁뱅이 입에서 밥을 꺼내 먹은 게 아니고 뭐냐?”“그러니까요, 귀하신 분들이잖아요, 이런 사람들 많아요.” 미색이 말하다가 고쳐 말하길, “당연히 모든 귀하신 분들이 다 이런 건 아니고, 좋은 분도 있죠, 태자비나 회왕을 보면 알잖아요.”“회왕?” 이리 나리는 의심이 많은 눈을 치켜 떴다. 회왕이란 두 글자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미색이 웃으며, “맞아요, 회왕, 미래의 제 남편, 급한 불 꺼지면 우리 혼인할 거예요.”이리 나리가, “혼인? 신랑은 알고 있는 거야?”“때가 되면 알려 줄 거예요, 나리, 혼수
태자비가 문둥산에, 소문 일파만파미색이 방으로 돌아와 이리 나리가 대들보에 목을 매고 자살하는 모습인 것을 목격했다.미색은 나리가 무공 수련 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리는 무료할 때만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이라, “나리, 밖에 좀 나가서 돌아다니시지 그러세요?”이리 나리가 재주를 넘으며 착지해 의자에 편히 앉더니 나른하게, “안가, 경성엔 갈 만한 데가 없어.”“그럼 내일 우리와 같이 산에 올라가시죠?” 이리 나리가 초왕부에서 종일 기다리는 모습이 아주 따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안가, 피곤해!” 이리 나리는 완전 재미없어 했다.미색은 턱을 괴고, “태자비는 왜 안 피곤하죠? 매일 두 시진(4시간)밖에 못 자는데도 쌩쌩한 걸 보면 무쇠로 만들어 진 것 같다니 까요, 그리고 태자 전하도 매일 일찍 출근하셔서 늦게 귀가하시고 부부가 왜 그리 바빠요? 예전에 태자 부부는 천하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줄 알았더니 여기 와서 살아보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왠만한 백성보다 힘들고 못 사네요.”이리 나리가 담담하게, “저들이 피곤하면 백성들이 편안하고 저들이 안락하면 백성들이 고달프지.”미색이 자신의 인생에 회의감을 품고, “나리, 우리도 큰 재능을 가졌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왜 다른 사람만 못할까요?”이리 나리도 이 문제를 초왕부에서 종일토록 스스로에게 반문했다.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사람들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거니까. 여기 오기 전까지 이리 나리는 자신의 인생은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쾌활하고 자유롭다고 느꼈다.지금 그는 이런 인생의 태도가 과연 옳은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기 혼자 자유롭고 신나게 사는 것도 사실 외롭고 허무하다.단지 퇴폐적인 세상에 독보적인 인물로 금방 깨달음이 왔다. 모두 각자 삶의 방식이 있으며 자신은 다른 누구의 인생도 참고할 필요 없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원경릉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한 왕조의 태자비가 사치스럽고 안일한 생활
태자비를 탄핵하라들끓는 신하들의 원성을 잠재울 수 없어 주재상이 나와 상소를 올린 대신에게 묻길, “증거가 있습니까? 직접 태자비가 문둥산에 가신 것을 본 겁니까 아니면 들은 겁니까?”상소를 올린 대신은 내각의 관원으로 이름은 동무(同茂)라고 하는 학사인데 주재상의 말을 듣고, “재상, 이 일은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나 내 하인과 화대인(花大人)의 하인이 성을 나가다가 직접 태자비가 마차를 타고 성을 나가 문둥산에 오르는 것을 봤습니다.”주재상이 손을 부르르 떨며, “미행을 했다는 말입니까?”동학사(同学士)가 당황해서, “그……미행을 한 건 아니고, 하지만 하인들이 계속 산 아래서 잠복했는데, 태자비 마마께서 연속으로 며칠을 사람을 데리고 날도 밝기 전에 성을 나가 해시(밤10시)쯤 성으로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그땐 이미 성문이 닫혀서 태자비 마마는 냉 대인과 구 대인의 영패를 보이고 성문을 통과하셨다고 합니다. 문둥산은 볼 만한 경치도 없고, 게다가 폐하께서 5년전에 누구도 산에 올라가서는 안된다는 명을 내리셨는데 태자비 마마께서 고의로 이를 어긴 것입니다.”주재상이, “직접 본 것도 아니니 이 일은 조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모함이나 다른 속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동학사는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데, “재상, 이게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데 절대 잘못이 있을 수 없습니다.”재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바로 이 일이 중차대하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동대인이 탄핵을 논한 건 현 황실의 태자비로, 조사도 하지 않고 죄를 정한다는 말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저도 동대인이 아들이 거리에서 사람을 때린 것을 비호한다고 똑같이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동대인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변변찮은 아들 놈이 언젠가 문제를 불러올 줄 알았다.명원제는 재상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을 보고, “어쨌든 상소를 올렸으니 경이 말한 대로 이 일은 사안이 중차대한 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재상, 힘들겠지만 조사하도록 하시
명원제의 결단“같이 상소한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우문호가 물었다.“다른 사람이 더 필요하냐? 이 상소문이 올라가면 적어도 조정의 과반수 이상이 태자비를 엄하게 처단하고, 배후의 동기를 추궁하라고 난리 칠 걸 알고 있는데.”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가 화를 내며, “나라를 망치는 건 경건을 핑계로 몸을 사리는 관리들이면서, 안일한 쾌락을 마다하고 가서 험한 일하는 걸 방해한단 말입니까.”명원제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한 것이 마치 태자가 자기에게 말하는 것 같아, 헛기침을 하며 논리적이고도 신랄한 말투로, “어찌 되었든 이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어려우니 태자비에게 다시는 문둥산에 가지 못하게 하고, 짐과 재상이 이 일을 잠재울 방안을 고려 하겠다. 과거지사로 어물쩍 넘길 생각이다.”우문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바마마, 안 될 겁니다. 원 선생은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그럼 가둬!” 명원제가 꽥 소리를 질렀다. 다섯째는 이 점이 못났다. 집안의 여자 하나 단속을 못하면서 무슨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거야?우문호가 하는 수 없이, “아바마마, 원 선생이 하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닌데 왜 막아야 합니까? 저들이 뭐라고 하든 마음대로 떠들라고 하고 나병을 낫게 하는 건 우리 북당에 이로우면 이로웠지 나쁠 건 하나도 없습니다.”명원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짐은 오매불망 북당에 나병을 낫게 할 의원이 나오길 원하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당초에 암묵적으로 가는 걸 허락했던 건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였으나 뒷일을 생각하지 못 했어. 네가 만약 태자비 단속을 못하겠거든, 내가 어명을 내리마.”우문호가 다급하게, “왜 요행입니까? 희……”주재상이 기침을 하며, “태자 전하, 우선 서두르지 마시고 방법을 강구해보도록 하지요.”우문호가 의혹의 눈길로 주재상을 흘겨보며 희상궁 일을 왜 말하면 안 돼지? 태상황 폐하도 이 일을 알고 계시고, 아바마마께서도 어렴풋이 아실 텐데 원 선생이 확실히 나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걸.명원제가 두 사람을
문둥산에 있는 태자비궁을 떠날 때 주재상과 우문호가 같이 나갔다.우문호는 잔뜩 열 받아서 호성교 일을 보고하는 것도 잊고 씩씩거리며, “아바마마는 간이 너무 작아요, 뭘 두려워 하십니까? 수백명의 목숨이 달린 일이란 말입니다. 이렇게 엄명을 내려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시면 그들은 죽기를 기다리란 얘기밖에 더 됩니까? 어의가 쓴 처방도 병세를 치료할 수 없는데 어의의 처방대로 계속 약을 보내도 소용 없어요.” 주재상이, “천천히 하시죠, 조급하시면 안됩니다. 나병은 대대로 악질로 여겨와서 뜬금없이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폐하께서 근심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금 조정의 문무대신은 물론이고 전국의 백성들도 나병이란 말을 꺼내면 안색이 변하는데 공개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절대적으로 낫게 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말이죠.”우문호가, “희상궁의 병은 낫지 않았습니까? 재상, 왜 내가 말하지 못하게 한 겁니까?”주재상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전하는 자신만 생각하십니까? 만약 폐하께서 희상궁이 나병을 앓았다는 것을 아시면 문둥산에 보내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황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실 게 뻔한데, 폐하께서 그리하시면 그건 희상궁에게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습니다.”우문호는 여기까지 미처 생각 못해서 자기도 모르게, “역시 재상의 배려가 세심하군요.”주재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줄곧 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주도면밀해 집니다. 마치 전하께서 방금 폐하께 반드시 낫게 할 수 있다고 보증하지 않으시고 태자비 마마를 위해 여지를 남기신 것처럼 말이죠. 정말 공개했다가 태자비 마마께서 나병을 낫게 하지 못하면 그때는 뭇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게 분명하니까요.”우문호가 낙심한 채로, “가서 원 선생한테 말하면 분명 길길이 날뛸 텐데.”“태자비 마마는 오늘 산에 가셨나요?” 주재상이 물었다.“갔죠!”주재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럼 사람을 보내 절대로 전에 다니던 길로 가지 말라고 알
태자비를 데리러 문둥산에“경공으로 산을 내려오면 괜찮을 게 틀림없습니다.”이리 나리가 탕양에게, “하지만 태자비는 거의 무공을 모르잖아요.”탕양이 수심 가득히, “그렇지요,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올라가봐야 죠.”이리 나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침 내가 할 일도 없고 같이 갑시다.”탕양은 그가 장사꾼으로 알고 있어서 무공은 상당히 어설플 거라고 짐작했다. 이리 나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탕양도 나리를 존경하지만 이 순간 그를 데리고 가는 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산 위는 위험하니 이리 나리께서는 가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이리 나리는 들은 체 만 체 하더니 미색과 몇 마디 주고 받은 뒤 말을 끌고 탕양을 따랐다.탕양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이리 나리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기도 그랬다. 흰 옷을 빼 입고 말에 앉아 있는 자태가 금방이라도 말 등에서 떨어질 지도 모르게 나약해 보였다. 탕양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있다가 자기가 이리 나리를 안고 밀림을 건너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쩔텐가? 이리 나리를 산 꼭대기에 버려 두고 올 수도 없다.산 아래엔 분명 누군가가 잠복을 하고 있고 두 사람이 멀리서 보니 여러 장정들이 산 입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장정들은 입고 꾸민 것이 비슷한 것이 어느 집안 시종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탕양이 상황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에게, “우리는 밀림으로 산 위로 갑시다.”이리 나리가 담담하게, “왜요? 이쪽으로 가면 안 됩니까?”탕양이 고개를 흔들며, “그건 안됩니다. 저들에게 발각되면 구실을 주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이리 나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더니 무정하고 비꼬는 듯한 미소를 띠고, “저들은 전부 태자비가 산 위에 있는 것을 아니 우리가 올라가도 뭐가 어떻습니까? 그저 우리가 하산하는 모습만 발견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요, 그리고 저들도 감히 산에 올라오지 못할 겁니다. 위에는 문둥병자가 있으니까요.”탕양이, “우리가 밀림으로 가면, 밀림 상황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