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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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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1화

명원제의 결단“같이 상소한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우문호가 물었다.“다른 사람이 더 필요하냐? 이 상소문이 올라가면 적어도 조정의 과반수 이상이 태자비를 엄하게 처단하고, 배후의 동기를 추궁하라고 난리 칠 걸 알고 있는데.”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가 화를 내며, “나라를 망치는 건 경건을 핑계로 몸을 사리는 관리들이면서, 안일한 쾌락을 마다하고 가서 험한 일하는 걸 방해한단 말입니까.”명원제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한 것이 마치 태자가 자기에게 말하는 것 같아, 헛기침을 하며 논리적이고도 신랄한 말투로, “어찌 되었든 이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어려우니 태자비에게 다시는 문둥산에 가지 못하게 하고, 짐과 재상이 이 일을 잠재울 방안을 고려 하겠다. 과거지사로 어물쩍 넘길 생각이다.”우문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바마마, 안 될 겁니다. 원 선생은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그럼 가둬!” 명원제가 꽥 소리를 질렀다. 다섯째는 이 점이 못났다. 집안의 여자 하나 단속을 못하면서 무슨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거야?우문호가 하는 수 없이, “아바마마, 원 선생이 하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닌데 왜 막아야 합니까? 저들이 뭐라고 하든 마음대로 떠들라고 하고 나병을 낫게 하는 건 우리 북당에 이로우면 이로웠지 나쁠 건 하나도 없습니다.”명원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짐은 오매불망 북당에 나병을 낫게 할 의원이 나오길 원하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당초에 암묵적으로 가는 걸 허락했던 건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였으나 뒷일을 생각하지 못 했어. 네가 만약 태자비 단속을 못하겠거든, 내가 어명을 내리마.”우문호가 다급하게, “왜 요행입니까? 희……”주재상이 기침을 하며, “태자 전하, 우선 서두르지 마시고 방법을 강구해보도록 하지요.”우문호가 의혹의 눈길로 주재상을 흘겨보며 희상궁 일을 왜 말하면 안 돼지? 태상황 폐하도 이 일을 알고 계시고, 아바마마께서도 어렴풋이 아실 텐데 원 선생이 확실히 나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걸.명원제가 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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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2화

문둥산에 있는 태자비궁을 떠날 때 주재상과 우문호가 같이 나갔다.우문호는 잔뜩 열 받아서 호성교 일을 보고하는 것도 잊고 씩씩거리며, “아바마마는 간이 너무 작아요, 뭘 두려워 하십니까? 수백명의 목숨이 달린 일이란 말입니다. 이렇게 엄명을 내려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시면 그들은 죽기를 기다리란 얘기밖에 더 됩니까? 어의가 쓴 처방도 병세를 치료할 수 없는데 어의의 처방대로 계속 약을 보내도 소용 없어요.” 주재상이, “천천히 하시죠, 조급하시면 안됩니다. 나병은 대대로 악질로 여겨와서 뜬금없이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폐하께서 근심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금 조정의 문무대신은 물론이고 전국의 백성들도 나병이란 말을 꺼내면 안색이 변하는데 공개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절대적으로 낫게 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말이죠.”우문호가, “희상궁의 병은 낫지 않았습니까? 재상, 왜 내가 말하지 못하게 한 겁니까?”주재상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전하는 자신만 생각하십니까? 만약 폐하께서 희상궁이 나병을 앓았다는 것을 아시면 문둥산에 보내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황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실 게 뻔한데, 폐하께서 그리하시면 그건 희상궁에게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습니다.”우문호는 여기까지 미처 생각 못해서 자기도 모르게, “역시 재상의 배려가 세심하군요.”주재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줄곧 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주도면밀해 집니다. 마치 전하께서 방금 폐하께 반드시 낫게 할 수 있다고 보증하지 않으시고 태자비 마마를 위해 여지를 남기신 것처럼 말이죠. 정말 공개했다가 태자비 마마께서 나병을 낫게 하지 못하면 그때는 뭇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게 분명하니까요.”우문호가 낙심한 채로, “가서 원 선생한테 말하면 분명 길길이 날뛸 텐데.”“태자비 마마는 오늘 산에 가셨나요?” 주재상이 물었다.“갔죠!”주재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럼 사람을 보내 절대로 전에 다니던 길로 가지 말라고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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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3화

태자비를 데리러 문둥산에“경공으로 산을 내려오면 괜찮을 게 틀림없습니다.”이리 나리가 탕양에게, “하지만 태자비는 거의 무공을 모르잖아요.”탕양이 수심 가득히, “그렇지요,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올라가봐야 죠.”이리 나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침 내가 할 일도 없고 같이 갑시다.”탕양은 그가 장사꾼으로 알고 있어서 무공은 상당히 어설플 거라고 짐작했다. 이리 나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탕양도 나리를 존경하지만 이 순간 그를 데리고 가는 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산 위는 위험하니 이리 나리께서는 가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이리 나리는 들은 체 만 체 하더니 미색과 몇 마디 주고 받은 뒤 말을 끌고 탕양을 따랐다.탕양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이리 나리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기도 그랬다. 흰 옷을 빼 입고 말에 앉아 있는 자태가 금방이라도 말 등에서 떨어질 지도 모르게 나약해 보였다. 탕양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있다가 자기가 이리 나리를 안고 밀림을 건너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쩔텐가? 이리 나리를 산 꼭대기에 버려 두고 올 수도 없다.산 아래엔 분명 누군가가 잠복을 하고 있고 두 사람이 멀리서 보니 여러 장정들이 산 입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장정들은 입고 꾸민 것이 비슷한 것이 어느 집안 시종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탕양이 상황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에게, “우리는 밀림으로 산 위로 갑시다.”이리 나리가 담담하게, “왜요? 이쪽으로 가면 안 됩니까?”탕양이 고개를 흔들며, “그건 안됩니다. 저들에게 발각되면 구실을 주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이리 나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더니 무정하고 비꼬는 듯한 미소를 띠고, “저들은 전부 태자비가 산 위에 있는 것을 아니 우리가 올라가도 뭐가 어떻습니까? 그저 우리가 하산하는 모습만 발견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요, 그리고 저들도 감히 산에 올라오지 못할 겁니다. 위에는 문둥병자가 있으니까요.”탕양이, “우리가 밀림으로 가면, 밀림 상황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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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4화

기세등등 아라아라가 살짝 깔보듯이, “만약 정말 미움을 살까 걱정되면 알아서 잘 처신하지 그랬어요, 이미 꼬투리 다 잡혀 놓고 누굴 원망하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정말 사람을 잡고 있으면 대장군이 알아서 나타날 텐데 뭐가 걱정입니까?”동무가 입을 삐죽거리며, “사람을 잡고 있는 건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못 잡으면 전부 제 책임이 되는 거 아닙니까.”아라가 동무에게 차갑게, “동대인, 당신 사람이 산 아래서 잠복하고 있고, 그들이 산에 올라가는 걸 봤으면 산 꼭대기에서 죽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데 왜 못 잡죠?”“밀림이 있지 않습니까?” 동무가 말했다.아라가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밀림으로 내려오면 딱 이죠.”동무가 어리둥절해서, “밀림에 안배해 놓은 게 있습니까?”아라가 고개를 들고 좀 짜증이 나는지, “뭘 그리 물으십니까? 자신이 맡으신 일만 잘 처리하시면 되죠, 가셔서 사람 좀 더 보내세요. 일단 태자비가 산을 내려오는 일행 중에 있으면, 바로 신호를 보내세요. 대장군이 알아서 갈 겁니다.”동무는 하는 수 없이 물러났다.막 마당을 나가는데 안왕비가 인사하며 다가왔다. 안왕비는 동학사의 부인과 아는 사이라 가끔 왕래가 있어서 안왕비도 동학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학사와 집에서 마주친 것이 의외인 지라, “동대인, 무슨 일로 오셨나요?”동무는 심장이 벌렁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왕비마마를 뵙습니다. 왕야를 뵙고자 했는데 마침 왕야께서 안 계시는 군요.”말을 마치고 갔다.안왕비는 이상하게 여기며, 왕야는 집에 없는 게 당연하고 조정에서 왕야가 군영에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동대인이 화가 난 듯한 모습은 뭣 때문이지?안왕비가 서재 쪽을 바라봤다. 방금 동대인이 서재에서 나왔고 안에는 아라가 있다?그래서 시녀를 데리고 돌계단을 건너 서재 문을 밀고 들어가니 과연 아라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원래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문이 열리자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드세게 안왕비를 쳐다보며, “왜 왔죠?”안왕비는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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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5화

문둥산을 내려가는 방법“그래도 이렇게 방자하게 굴도록 내버려 두시면 안됩니다. 이러다 가는 안왕부에 아라만 있고, 마마께서 계신 줄 아무도 모릅니다.” 시녀가 빠르게 말했다.안왕비가 다독거리며, “네가 억울한 걸 안다, 그래도 참아야 해. 왕야께서 아라는 쓸데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나는 믿는다.”“어디에 쓰시겠습니까? 꼴이 경박한데.” 시녀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안왕비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러게, 아라를 남겨 둔 게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거지? 왕야는 크게 쓸데가 있다는데 어디에? 왕야께서 지금 군영에 있고, 앞으로 공을 세워 조정을 위해 힘을 발휘하실 텐데 고작 모사 하나 집에 남겨 둬서 대체 뭐 하시겠다는 걸까?’안왕비의 마음에 순간 의혹이 일었다.한편, 이리 나리와 탕양이 산에 올라가자 원경릉은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걸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래, 최근 너무 순탄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머피의 법칙에 따르면 이렇게 오래 순탄한 게 오히려 불안했다.원경릉이 병자 한 명의 처치를 마치고 일어나 손을 씻고 이리 나리와 탕양에게 와 마스크를 꺼내며, “쓰고 얘기하죠.”두 사람은 시키는 대로 마스크를 하고 이리 나리는 여기 저기 빈둥빈둥 돌아다니는 동안 탕양은 원경릉을 데리고 입구로 가서, “오늘 누가 탄핵 상소를 올려서, 폐하께서 태자비는 다시는 문둥산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지금 산 아래도 사람이 매복하고 마마께서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밤 하산은 원래 길로 갈 수 없습니다.”원경릉이 순간 서둘러, “앞으로 못 올라오면 어떻게 하라고? 병자가 얼마나 많은데.”탕양이 안을 보니 일부 민감한 병자들이 이미 이쪽을 보고 있는데 그들의 얼굴에 다소나마 불안이 비치는 것은 여기에 낯선 사람이 오는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탕양이 원경릉에게, “약을 남겨둘 수는 없나요?”“안돼요, 약을 쓰려면 관찰한 뒤 상황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해서, 약을 두고 알아서 먹던 말던 하라고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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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6화

탕양과 원경릉은 서로 마주 보며 거들먹거리며 걸어갔다. 숨기려는 행색도 하지 않아 들키기 마련이다.“나를 믿어야 하네. 미색이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으니 걱정 말고.”이리 나리가 말했다.“아니면, 제가 먼저 하산해 보겠습니다.”탕양은 이리 나리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얼마나 큰일이라고? 이렇게 흐지부지하다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나?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걱정 말게.”원경릉은 약 상자를 등에 짊어지고 사람들을 보았다.“갑시다. 우리가 왜 겁을 먹고 있습니까!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를 따라나섰다.이리 나리는 대담한 원경릉의 태도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들이 막 길을 나서려고 하는데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원경릉이 낯선 그림자에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엔 무동이가 서있었다.“무동아 왜 그래?”원경릉이 고개를 숙여 물었다.무동은 불안한 눈빛으로 원경릉의 뒤를 바짝 따랐다. 무동이 뒤로도 많은 환자들이 원경릉을 보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불안하고 공허한 눈빛이었다.“여러분 왜들 그렇게 불안해합니까?” 무동이를 보던 원경릉이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 무동은 그녀의 옷을 끌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의녀 누이, 앞으로 문둥산에 안 오는 겁니까?”“왜 그렇게 생각해? 당연히 다시 올 거야.”“정말이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그러던데…… 가면 다신 여기 안 올 거라고.”원경릉의 말을 들은 무동이는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누가 그래? 아니야! 우리는 반드시 올 거야. 황제의 뜻을 받들어 병을 치료하러 온 건데, 누가 황제의 말을 거역하겠어? 걱정 마.”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원경릉에게 다가왔다.“정말입니까? 황제께서 우리를 치료하라고 당신들을 보낸 겁니까?”“그럼요. 황제께서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산에 올 수 있겠습니까?”원경릉은 터지려고하는 눈물을 참았다.“우리를 속이지 마세요!”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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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7화

산은 어둡고 캄캄했다. 그들은 탕양이 들고 있는 횃불에 의지해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문둥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이렇게 캄캄한 곳에 세상과 동떨어져 살았다니, 그들은 밤마다 얼마나 절망스럽고 세상이 미웠을까? 그런 그들에게 원경릉이 찾아갔을 때, 아마 잠시나마 빛을 보았겠지만 그 빛이 얼마나 희미한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았을 것이다.원경릉은 의사이자 어머니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이 비극적인 상황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세상에서 자신의 피붙이와 생이별을 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그녀는 문득 현대에 자신의 가족들이 생각났다.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가족들도 살아가고 있겠지……’산을 얼마나 내려갔을까 저 멀리서 다른 횃불이 보였다.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고 그를 보고 탕양은 깜짝 놀라 횃불을 끄려고 하자 옆에 있던 이리가 탕양에게 말했다. “미색이다!”미색은 내려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횃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다.“이리 나리, 태자비! 아래는 다 해결됐으니 안심하고 산을 내려오시면 됩니다.” 미색이 웃으며 말했다.탕양은 그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지만 한시가 급하였기에 미색에 말에 토를 달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산 밑에 다다르니 약 스무 명의 사람들이 짙은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탕양은 평소와 다른 사람들의 차림새에 망설이면서 선뜻 산 아래로 내려가지 못했다. “다 우리 편이니 겁먹지 마세요!” 미색이 말했다. 미색이 휘파람을 불자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가지런히 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스무 명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이 장대했지만 예의가 있었다.“원래 있던 사람들은?” 탕양이 물었다.미색은 풀숲 쪽을 가리키며 “모두 저기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탕양이 미색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그녀의 말대로 스무 명의 사람들이 너저분하게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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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8화

미색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나리는 바보 군. 소답화의 십만 냥을 받고 태자비를 암살하기로 해놓고 지금 배가 달하는 이백만 냥을 쓰고, 심지어 오늘은 늑대파 스무 명까지 출동시키고 말이야 이걸 다 값으로 따지면 얼마야? 게다가 문둥산에 가서 병자들을 치료하다니? 이거 정말 밑지는 장사 아니냐고!’이리의 행동에 화가 난 것도 잠시, 미색은 머릿속으로 행복 회로를 굴렸다. ‘그래도 천만 냥의 값어치를 가진 내 신랑감을 찾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미색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원경릉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태자비, 사실 이리 나리와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있습니다.”“말해보거라.”“그게……”미색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미색, 왜 그러는가?”“사실 제가 회왕에게 시집을 가려고 합니다. 혹시 태자비께서 좀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여섯째가 마음에 들었느냐?”미색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알아봤더니 회왕께서 큰 병을 막 나은 터라 아직 혼담을 하기엔 이르다고……”“그래, 그렇긴 하지만……”원경릉은 회왕에게 푹 빠진 미색의 얼굴을 보고 차마 노비가 반대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뭐요? 혹시 회왕께서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그건 아니야.”“어우, 깜짝이야! 그것만 아니면 됐습니다! 근데 태자비께서 걱정하시는 게 무엇입니까?”원경릉은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회왕의 모친인 노비가 너와 회왕의 혼인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노비는 고리타분한 성격에 가문을 따지는 사람이라 그리고 황상께서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 같고……”미색은 당당한 표정으로 “전 은화도 충분합니다.” 라고 말했다.“은화의 문제가 아니야.”“오백만 냥이 있는데요?”“오백만 냥이라고?” 원경릉은 침이 꼴딱 넘어갔다.“그리고 운영하는 가게도 열 개 정도 됩니다.”원경릉은 미색의 경제적 조건을 듣고 그녀의 손을 맞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미색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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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9화

우문호는 삼경(三更:새벽1시~3시)이 되어서야 왕부로 돌아왔다. 그의 온몸은 흠뻑 젖었고 옷도 신발도 찢어져 흡사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거지 같았다. 왕부의 문지기는 하마터면 그를 외부 침입자로 여길 뻔했다. 깊게 잠이 든 원경릉은 그가 문을 여는 소리에 즉시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그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주며 하인에게 목욕물과 생강차를 준비하라고 했다.“어쩌다가 다 젖은 거야? 신발은 왜 이 모양이야?”“아, 어쩌다 보니……”“어머! 우문호 너 발에서 피가 나!”원경릉은 그의 찢어진 신발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우문호는 뜨거운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재채기를 두어 번 하였다.“괜찮아. 물에 들어갈 때 돌에 긁혔나 봐. 상처가 작아서 감염되지 않았을 거야.”“조심 좀 하지. 그나저나 그쪽 상황은 어때? 사람들은 다 건져냈어?” 원경릉은 약 상자를 꺼내 그의 발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시신 세구를 건져냈어. 물살이 너무 세서 아직 수색 중이야.”우문호는 피곤한 듯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옆에 있던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원경릉은 피곤해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도 전에 호성교(湖城橋)에 갔을 때, 물살이 어찌나 센지 물살에 휩쓸리면 빠져나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발에 방수 밴드를 붙여주었고 우문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시작했다. “경릉아, 뭐 먹을 것 좀 있어?”원경릉은 목욕하는 그의 곁에 앉아 그의 머리카락을 쓸었다.“음식을 남겨두긴 했는데 이미 다 식었을 거야. 하인 보고 데워서 가져오라고 할게. 근데 오늘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거야?”“응, 만두 두어 개 정도 먹었나? 강물을 하도 마셨더니 당시엔 배가 안 고프더라고.”원경릉은 하인에게 음식을 내어오라고 하고는 그의 손톱 아래에 낀 진흙을 빼내었다.그녀는 하루 사이에 거칠어진 그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긁힌 상처를 발견하면 소독약을 뿌렸다. 우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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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0화

우문호는 야식을 다 먹고 난 후 침상에 누워 원경릉과 내일 산에 올라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우문호,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꼭 문둥산에 가야 해. 환자들의 희망을 져버릴 수는 없어.”“나도 그랬으면 해. 이왕 시작한 일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하고 싶기도 하고,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오늘 호성교에서 구조 작업을 하는데 그때 깨달았어. 물속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응. 근데 부황께서는 뭐라고 하셨어?”“부황께서 뭐라고 하시든 일단 신경 쓰지 말자. 내일 산에 갈 때는 변장을 좀 하고 가. 문둥산을 올라갈 때는 아무도 말리지 않지만, 내려올 때는 분명히 널 막아설 거야. 그때 무조건 잡아 떼. 정 안되면 잽싸게 말을 타고 도망쳐. 지금은 이 방법뿐이야.”“그럼 매일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듯 하란 말이야?” 원경릉의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지금 정세가 불안정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네가 부황의 허락을 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네가 문둥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야 하고, 또 하나는 네가 황실 사람에서 퇴출되어야 해. 즉 나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거지. 아무래도 황실 사람들이 입궁을 자주 하다보니 문둥산은 황실 사람들이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이 됐어.”“황실 사람들만 올라가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못 가?”“너를 제외하고 사식이 만아 그리고 원용의 모두 황실의 사람이 아니잖아. 그들은 아무 상관이 없어. 내가 경조부윤이므로 그 일대를 관리하니까 잘 아는데, 만약 네가 문둥산에 올라갔다는 것을 알고 널 체포하러 온다면 네가 거기를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동행자들도 아마 같이 체포할 거야. 하지만 넌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 일단 부황의 귀에만 이 일이 들어가지 않으면 돼.”“내가 나쁜 짓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매번 몰래 눈치를 살피며 가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네. 내가 오늘 문둥산에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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