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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191 - Chapter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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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1화

아라의 호통소리에 동무(同茂)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동무는 맹세코 산을 내려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닌 스무 명의 사람이 태자비가 산을 내려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혹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기슭으로 내려온 것은 아닐까요?” 동무가 조심스럽게 아라에게 말했다..“그럴 가능성이 없게끔 대장군이 미리 다 막아두었습니다. 귀신도 못 도망갈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정말 보지 못했습니다.”동무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동대인 내가 경고 하나 하는데, 중간에서 간 보려는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안왕부의 사람이 된 이상 안왕에게 충성을 다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화를 입게 될 겁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들었죠?”“본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동무는 억울하다는 듯 울먹였다. “어쨌든 내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마시오.” 아라가 콧방귀를 뀌었다.동무는 아라의 건방진 태도에 화가 났지만 그녀가 안왕의 심복이기에 치미는 화를 억눌렀다. 순간 동무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혹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갔다는 소문을 내는 것이 어떨까요?”“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상상하지 못했을까 봐요? 가보세요. 이럴 시간에 태자비에게 예의주시하란 말입니다. 태자비는 분명 또 문둥산을 오를 것이오.”아라의 호통에 동무는 입을 삐죽이며 자리를 떴다.동무가 떠난 후, 적위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지금 보니 동무도 믿을만한 사람은 못 되는구나. 앞으로는 몇 사람을 더 붙여 미행을 시켜야겠어.”적위명의 말을 듣고 아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예, 만약 태자비가 문둥산에 올라가 환자들을 치료하고 만약 치료를 성공한다면, 태자와 태자비를 지지하는 세력이 어마 무시하게 늘어날 겁니다. 그렇기에 동무의 말처럼 태자비가 문둥산에 올라갔다는 소문은 내면 절대 안 되죠. 그들이 민심을 얻게 할 수는 없습니다.”“지금 황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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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2화

우문호의 말대로 문둥산 아래에는 출입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출입을 막아서는 사람도 없었고 미행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들은 수월하게 산에 올랐다.‘들어가는 건 상관이 없다 이거지?’원경릉은 어찌나 변장을 제대로 했는지 원경릉을 태자비라고 생각할 사람은 전혀 없었다.아침 일찍 그녀가 문둥산에 오르겠다고 하자 이리 나리와 미색도 한사코 따라왔다. 미색은 원경릉이 회왕과 자신을 연결해 주겠다고 했으니, 그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리 나리는 왜 문둥산에 따라온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산을 올라가는 내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산을 오르다가 힘들다며 바닥에 앉아 한가로이 경치를 구경하는 둥 원경릉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문둥산에 올랐다. 산 중턱을 오를 때 이리 나리가 조용히 원경릉의 곁으로 다가왔다.“근데 그 환자들 말이야. 먹는 게 너무 부실한 거 아니야?” 이리 나리가 그 자리에서 원경릉에게 은표 한 묶음 주었다.“음식 배급을 하는 사람에게 고기 좀 사서 먹이라고 해.” 원경릉은 은표 묶음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천천히 은표를 세어보니 삼천 냥이 넘었다. 그녀는 즉시 요리사에게 50 냥을 주며 내일 먹을 닭고기를 사 오라고 했다.‘이 금액이면 아주 오래도록 음식 걱정은 없겠는걸?’원경릉은 이리 나리의 은표를 보며 문득 소답화와 현비가 떠올라 마음이 쓰라렸다.*오늘 환자들은 유달리 원경릉의 말을 잘 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시키는 대로 했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으며 약을 바꾸고 주사를 맞을 때에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좀 지나자 이리 나리가 지루하다는 듯 산비탈 쪽으로 걸어가 큰 바위 위에 앉았는데, 미색이 그를 찾아와 옆에 앉았다. 초저녁 석양이 서서히 대지를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석양을 감상했다. “나리, 생각해 보셨습니까? 어제 일은…… 이러다가 어쩌면 신분이 드러날지도 모릅니다.”“신경 안 써.”“신경 안 쓴다고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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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3화

이리 나리는 말을 마치고 쌩 돌아섰다.미색은 그런 이리를 보고 웃었다. ‘나리가 설랑도 원하지만…… 돌아가기 싫은 것은 확실하군.’오늘도 산 밑에는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는 어제부터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그들은 어제 분명 무슨 일이 있었는데, 잘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러한 사실을 동무(同茂)에게 사실대로 전하기 무서웠다. 그 이유는 그들이 모두 왕부의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위명은 사람을 시켜 먼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다가 하산하기 직전에 신호를 보내라고 했다. 이 사실을 미색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안왕부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미 한번 당한 것을 두 번이나 당하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태자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시커멓게 멍석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했다. 그리고 산 위에서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렸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적위명의 하인이 신호를 보내자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즉시 에워쌌다.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려던 찰나에 서일이 멍석 안에서 빨간 물체를 꺼내더니 불을 붙여 그들을 향해 던졌다.“펑펑-”하는 소리가 산기슭에서 울려펴졌고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망치느라 바빴다.잠시 후.시끄러운 소리가 멈추고 안왕부의 사람들이 그것이 폭죽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들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쫓아라!” 우두머리가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말을 타고 산기슭을 달리기 시작했다.사실 원경릉 무리는 도망치지 않았다. 원경릉의 작전은 폭죽소리와 함께 미리 봐둔 산 여기저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멍석을 덮어쓰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자 원경릉과 사람들이 조용히 멍석 아래에서 나왔다. 이렇게 안왕부의 감시를 따돌리기를 몇 번, 원경릉과 사람들 몇 명은 끝내 적위명에게 잡히게 됐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말대로 자신이 태자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적위명은 횃불을 들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비추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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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4화

‘분명 태자비의 목소리는 아닌데.’명원제 바닥에 엎드린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넌 누구냐? 이름이 무엇이냐?”“민녀(民女)의 이름은 미색이라고 합니다. 고향은 직례이며 저와 어머니는 본래 경중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년 5월에 한 불량배에게 사기를 당해 그만…… 흡, 어머니께서는 그 충격으로 앓아누우셨고, 살고 있던 집까지 넘어가버려 천막에 살고 있습니다. 정말 나쁜 뜻은 없었습니다! 아프신 어머니에게 뭐라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산으로 토끼를 잡으러 간 겁니다. 근데 토끼는 잡지도 못하고 이렇게 잡혀와서 하루 동안 집에도 못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지금쯤 저를 찾으실 텐데……”적위명은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 순간 대전(大殿)으로 우문호가 들어왔다. 그의 눈 밑은 시커멨고 의복은 여기저기 물에 젖어있었다.“소자 늦었습니다. 송구하옵니다!”우문호가 명원제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성교의 시체는 모두 인양했습니다. 사망자는 13명이고 부상자는 1명인데 일곱 살 난 어린아이입니다.”신하들은 태자가 이 일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저기 거지꼴을 하고 있는 여인이 태자비였다면 태자의 행동이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다고 여겼다.적위명은 태자를 보며 “태자께서는 백성들을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신데, 태자비께서는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는 겁니까?” 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적위명을 보더니 시선을 옮겨 바닥에 엎드려있는 여인을 보았다. “대장군,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그리고 저 사람은 누굽니까?”“태자께서 호성교 일 때문에 정신이 없으신가 봅니다. 매일 보는 부인의 얼굴도 잊어버리시다니요?”“대장군께서는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를 하십니다. 저 여자가 어찌 태자비라는 말입니까? 태자비는 오늘 저와 함께 입궁해 건곤전에 문안을 드리러 갔습니다.”“오호, 그래요? 건곤전에 태자비께서 계신다니 그럼 태자비를 이리로 모셔서 확인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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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5화

“대장군께서 하시는 말과 행동에는 괴리감이 있네요.”냉정언이 말했다.“냉대인 본 장군의 말에 무슨 괴리감이 있다는 겁니까?”“지금 제가 보기에는 대장군은 백성을 위해서가 아닌 황상의 눈에 들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태자께 보고도 하지 않고 바로 황상을 찾아오다니요?”“그건……”“그리고 태자비께서 왜 문둥산에 가셨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장군은 알고 계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을 멋대로 구류하다니요? 대장군께 묻겠습니다. 대장군은 태자비를 구류할 만한 권력이 있습니까?”냉정언의 말에 적위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냉대인, 본 장군은 그럴 권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일의 경중을 따지고 보면 제 행동이 냉대인의 비판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둥산은 법도 상에도 황실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만약 전염병이 있는 곳에 태자비께서 올라가셨다가 옮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궁은 물론이고 북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하하, 대장군의 말은 아직도 앞뒤가 맞지 않네요. 그렇게 궁 안에 문둥병이 퍼지는 게 두려운 사람이 문둥산에서 갓 내려온 사람을 궁으로 데리고 오다니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곳에는 황상과 문무백관들이 다 모여있습니다.”냉정언의 말을 듣고 문무백관들과 궁인들이 원경릉에게서 멀리 떨어졌다.“대장군, 이제 진심을 털어놓으시지요? 황상의 눈에 들고 싶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이런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닙니까?”냉정언이 몰아붙이자 적위명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명원제의 말만 기다렸다.적위명이 냉정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우문호가 냉정언을 보았다.“냉대인! 저 사람은 태자비가 아니라고요. 태자비는 지금 건곤전에 있다니까요? 태자비를 모함하지 마세요!”우문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경릉이 눈물을 머금고 명원제를 올려다보았다. “맞습니다…… 민녀 정말로 태자비가 아닙니다. 황상 제발 저를 돌려보내 주십시오. 어머니가 저를 찾고 계실 겁니다.”대전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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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6화

대장군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뭐가 중요한지 구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재상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하관(下官)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습니다만, 태자비께서도 허락 없이 문둥산에 올라갔으니 황상과 문무백관께서 죄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주수보와 대장군이 얘기를 하는 와중에 우문호와 명원제는 눈빛 교환을 했다. 명원제는 주수보를 막아서며 적위명을 보았다.“태자의 말에 의하면, 건곤전에 태자비가 있다고 하잖느냐. 대장군이 그리 의심스러우면 이리로 데리고 오면 되지 않느냐? 여봐라! 태자비를 이리로 데리고 오거라.”적위명은 명원제의 말을 듣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역시 황제께서는 태자와 한패가 아니구나.’사람들이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민녀는 꼼짝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야윈 몸이 어찌나 몸을 덜덜 떠는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냉정언은 그녀를 보고는 명원제에게 말했다.“폐하, 저 여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그만 일어나게 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명원제는 민녀를 보며 “일어나거라!” 라고 말했다.“혹시 몸이 불편한 것 아니냐?” 냉정언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민녀는 냉정언에게 고개를 껌뻑 숙여 감사를 표한 후 비틀거리며 일어나 눈물을 머금고 억울함을 토로했다.“민녀 몸은 괜찮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먹은 것도 없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습니다.”그 말을 듣고 예친왕(睿親王)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무것도 먹지 못했단 말이냐? 적위명 대장군, 저 여인을 태자비라고 잡아둬놓고서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다는 겁니까?”“그게…… 소인이 분부를 했는데, 하인이 깜빡했나 봅니다.”예친왕은 민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보았다.“손이 왜 이런 것이냐? 목은 또 왜 이러느냐? 누가 너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냐?”예친왕의 말을 듣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민녀의 손과 목으로 향했다. 손에는 붉은 줄이 몇 개 그어져 있었고, 목은 누가 졸랐던 듯 손자국이 나있었다.민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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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7화

원경릉이 궁 안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본 적위명은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지더니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말도 안 돼! 어제 내가 분명 횃불로 얼굴까지 자세히 확인했는데!’문무백관들도 민녀와 원경릉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두 사람이 닮기는 했지만 태자비의 코가 조금 더 높고 턱이 길며 민녀 미색의 얼굴보다는 뾰족했다. 원경릉은 갑작스러운 부황의 부름에 어리둥절하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적위명 앞에 세웠다. “대장군, 아무리 출세에 눈이 멀었어도 그렇지 태자비를 모함하다니요!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적위명은 귀가 먹먹해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입술을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는 공허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닮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니……”원경릉은 의아한 표정으로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라고 물었다. “적위명 대장군이 문둥산 아래에서 여인을 잡아 왔는데, 그게 너라며 아침 조회에 끌고 왔다.”우문호가 말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민녀는 억울한 듯 울음을 터뜨렸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제가 분명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는 태자비님이 아니라고요!”우문호는 화가 나서 적위명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적위명! 당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분명해! 설령 문둥산 아래에서 본 게 태자비였어도 저렇게 하루 종일 굶기고, 도망을 가지 못하게 묶어둘 심산이었느냐!”우문호의 주먹에 적위명은 코를 부여잡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대전에서 태자가 황제 앞에서 대장군에게 손찌검을 했지만 사람들은 태자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적위명을 안쓰럽게 보았다. 적위명을 코피를 소매로 닦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덫에 걸려들었구나.’명원제는 씩씩거리는 우문호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섯째 이만하면 됐다. 지금 당장 태자비와 민녀를 데리고 가거라. 그리고 민녀 너는 문둥산 근처에는 얼씬도 말거라.”“예, 황상 알겠습니다.” 민녀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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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8화

우문호의 물음에 미색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미색아 숨길 필요 없어. 소홍천이 이미 두 사람의 과거를 모두 알아보았다고 전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소홍천? 홍매문(紅梅門)이 문주(門主)인 소홍천?”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색의 반응을 살폈다. “두 사람이 우리를 찾아온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왕부에 있는 동안 우리가 신세를 많이 졌다. 오늘도 그렇고…… 만약 네가 적위명의 부하들이 문둥산 아래에 있다는 것을 먼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침 조회에 내가 끌려갔을 것이야.”원경릉이 미색에게 말했다.어제 미색은 적위명과 부하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순식간에 가면을 만들어 원경릉 행색을 했다. 적위명이 미색에게 속아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타 진짜 원경릉은 사식이와 만아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우리를 도와주는 걸 보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도대체 두 사람의 정체가 무엇이냐.” 우문호가 물었다. “그래, 네가 말을 해줘야지. 앞으로 우리는 동서지간이 될 텐데. 지금 말하지 않아도 소홍천이 와서 우리에게 말해줄 거야.”원경릉이 옆에서 거들었다.미색은 원경릉의 말에 귀가 쫑긋 섰지만, 그녀 역시 원경릉이 일부러 저렇게 말해 자신의 수를 읽으려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조금 더 시간을 끌며 고민했다.“이리 나리는 늑대파의 문주이고, 저는 늑대파의 호법(護法)입니다.”미색의 말을 듣고 우문호가 격노했다. “뭐? 두 사람이 늑대파라고?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초왕부에 온 것이야!”미색은 버럭 하는 우문호를 보고 당황했다.“가장 기본인 걸 몰랐다고요? 소홍천이 말하지 않았습니까?”“소홍천은 내가 던진 미끼였어. 그래, 늑대파인건 알겠고, 초왕부에는 왜 온 것이야! 목적을 말하거라.” 미색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낚였구나. 그래도 태자비를 암살하러 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어……’그 순간 미색은 서일의 말이 번뜩 떠올랐다. “사실…… 이리 나리께서 태자를 사모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태자와 친해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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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99화

“당연히 물어봐야지!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야?” 원경릉이 물었다. “넘어가서는 안 돼. 하지만……” 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차는 왕부에 도착했고, 우문호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얼굴을 살폈다. 원경릉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 우문호가 외모치장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뭐야 갑자기 왜 가꿔?”“손님은 손님이잖아. 초라한 용모로 마주할 수는 없지.”“어휴…… 왜 저래.”원경릉은 화가 치밀었다.우문호는 슬그머니 소월각을 나와 서재로 향했다. 서재 안에는 이리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미색이 서있었다. 그 순간 이리가 고개를 돌려 미색이 얼굴을 때렸다. 우문호는 당황한 얼굴로 문을 닫고 조용히 이리의 맞은 편에 앉았다. 하지만 잠깐 얘기를 나눌 것인데 문을 닫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우문호는 다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전하!” 이리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예.” 우문호는 뒷짐을 지고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이리는 우문호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피했다.‘불러놓고 왜 아무 말이 없는 거야?’ 우문호는 어색한 공기가 싫어 헛기침을 했다.“듣자 하니, 늑대파의 문주라고 하시던데 맞습니까?”우문호가 물었다.이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 맞습니다. 일부러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사실 밝힐 필요를 크게 못 느끼고 살았기에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그렇군요. 방금 마차를 타고 오는데 미색이 말하길 나리께서 저를…… 다 전해 들으셨겠지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이리는 두 손으로 의자 양 옆 팔걸이를 꽉 잡고 눈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애만 탔다.잠시 후 이리는 아무 표정도 말도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이판사판이다…… 남색이라고 오해하게 두는 게 낫지. 태자비를 암살하러 왔다고 말했다가는 미색이나 나나 여기서 살아서 나가지 못 할 거야.’우문호는 마음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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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00화

우문호는 한참 후 이리를 보며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 “늑대파가 태자비를 암살하기 위해 왔다는 말도 있던데, 그건 아닙니까?”“늑대파는 무공을 모르는 여인을 죽이지 않습니다.”“그러니까, 나리는 원경릉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는 거지요?”이리 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태자, 안심하십시오. 태자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신답니까?”“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본 태자는 늑대파를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늑대파의 문주가 직접 아니라고 했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그럼 미색의 말대로 본 태자와 친해지기 위해 왕부로 온 겁니까?”이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본 태자는 이리 나리와 나눌 말이 많습니다. 다음에 날 잡고 한번 얘기를 해 봅시다. 조정에서는 이리 나리와 합심해 북당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려고 합니다. 나리께서도 이 얘기는 흥미가 있으실 겁니다.”“……” 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리는 북당이라는 두 글자가 우문호의 심장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 보면 볼수록 참 괜찮은 남자구나. 원경릉 결혼 한번 잘 했네.’이리는 우문호를 보며 “예, 다음에 얘기하시지요.”라고 말했다. “예, 그럼 다음에 봅시다.” 우문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뒷짐을 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소월각으로 돌아갔다. 그는 소월각 문을 열고 의기양양하게 원경릉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경릉아, 나 왔어.”원경릉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는 들떠 있는 우문호가 수상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뭐야? 왜 신났어?”“이리 나리가 북당에 힘을 보탤 것 같아!”“정말이야?” 원경릉은 기뻤지만 이리가 우문호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금방 풀이 죽었다.“응!”“근데 다섯째, 너 이리 나리가 널 좋아한다고 그의 감정을 이용해서는 안 돼.”“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게다가 늑대파의 문주인 이리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이런 큰 결정을 아무렇게나 할 사람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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