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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3209 챕터

제 1211화

사사 의식원경릉이 계속 앓는 소리를 했다. 자기가 비록 차를 따라주고 이리 나리가 마셨지만 사부로 모시는 게 어떻게 이렇게 간단할 일인가? 향을 피워 놓고 천지에 고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원경릉은 사부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한 적이 없는데 늑대파 2대 계승자라니 아서라 말아라. 저들의 일은 자신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게 원경릉은 염라대왕에게 가던 사람을 다시 빼앗아 오는 게 일이고, 늑대파는 염라대왕에게 사람의 목을 보내주는 게 일인 존재가 아닌가. 원경릉은 계승자가 되고 싶지 않다.원경릉이 어찌 알겠어, 이게 이리 나리와 미색이 밤새 상의한 결과로 기왕에 원경릉을 죽일 수 없고 늑대파도 해산할 수 없으니 원경릉으로 하여금 늑대파의 미래 계승자가 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늑대파는 자신의 장문인을 죽일 수 없으므로 십만 냥은 정정당당하게 물릴 수 있다.또 지금 소답화가 이미 죽었으므로 이리 나리가 소답화에게 십만 냥 액면가의 지전을 태워줘도 아무 문제없다.이리 나리는 이 매매로 큰 손해를 봤고 오히려 200만냥을 더 보태 주다 못해 늑대파가 계율을 지키지 못해 해산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다행히도 이 ‘풍전등화’ 같은 시국에도 늑대파를 보존했다.원경릉은 반쯤 엉거주춤하게 쭈그린 자세로 주먹을 쥐고 두 손을 뻗는 자세를 취했다. 미색이 백 번쯤 바로 잡아준 덕분에 마침내 기준에 합격했으나 두 다리는 덜덜 떨고 두 손도 떨고 전신을 떨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미색이 고개를 흔들며, “태자비 마마, 골격과 체력이 너무 약해요, 앞으로 위험이 닥치면 어떻게 버틸 거예요? 정말 무공수련 열심히 하셔야 돼요, 절정 고수가 되는 건 안 바래도 최소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은 있어야죠.”원경릉은 미색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무술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있겠어?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원경릉은 다른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하지만 원경릉을 무공 수련 시키겠다는 이리 나리의 결정이 초왕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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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2화

사사 의식 예물 교환이번 사사 의식은 이리 나리 입장에선 소박하게 진행하고자 늑대파 호법 몇 명과 장로를 오라고 했을 뿐으로, 장로와 호법은 모두 젊어서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도 마흔이 되지 않았다.늑대파 사람이 초왕부에 도착해서 사적으로 회의를 열어 차기 계승자가 과연 자격에 부합하는지 토론을 벌였다.결국 만장일치로 태자비는 무공에 열심이지 않으므로 늑대파의 다음 장문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리 나리가 의견을 바꾸길 바랬다.이리 나리는 줄곧 그들의 토론을 듣고도 아무 말 없다가 마지막으로 모두가 결론을 내리자 느긋하게, “흠, 다음 장문인 선출은 그렇게 결정하는 것으로 하지, 사사 의식을 준비하게.”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이리 나리가 밀고 나가는 습관이 있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반대해도 입으로만 큰 소리칠 뿐이고 이리 나리가 일단 결단한 것은 누구 말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이리 나리의 말에 사람들은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고 순종할 뿐이었다.나중에 미색이 사람들에게 이리 나리가 반한 건 태자비가 아니라 세분 황손이라고 해명했다.황손은 눈늑대가 있으니 앞으로 어떤 황손이 늑대파 장문인 자리를 계승하더라도 늑대파 세 글자는 이름을 그야말로 드높이는 것이니, 이리 나리의 바램은 그것이었다.세분 황손 중에 만두는 이미 황태손으로 내정되어서 만두는 늑대파 다음 장문인이 될 수 없고, 경단이와 찰떡이만 남는다.이렇게 경단이는 세상도 알기 전부터 미래 인생 경로가 정해져 늑대파 3대 계승자가 되었으니 어처구니가 없어도 한참 없지 않겠어?사사 의식은 간단하고 성대했으며 엄숙했다. 간단했던 건 모두 모여서 같이 밥 한끼를 먹고, 원경릉이 몇 번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차를 올린 뒤 공손하게 ‘사부님’이라고 한 번 부른 게 다 이기 때문이다.성대하고 엄숙했던 건 사부의 금일봉은 진심으로 엄청났기 때문인데, 다름 아닌 경성 초두취의 매매문서였다. 즉, ‘원경릉이 경성 초두취의 주인이 되었다’는 말이나 태자비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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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3화

미색의 변신원경릉 마음이 바뀔까봐 이리 나리는 다음날 수도권으로 돌아가야겠다며 눈늑대를 데리고 갔다.이리 나리는 불식에게 눈늑대를 안아서 마차에 태우라고 하더니, 눈늑대가 마차를 타자 꽉 끌어안고 몇 번이나 뽀뽀하며 사람들 앞에서 보이던 냉담함은 완전 사라지고 없다.이리 나리가 갔지만 미색은 초왕부에 남았다. 핑계는 불식이 경성에서 움직이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여기 남아 불식을 도와 초두취를 관장하는 것이지만, 당연히 최대의 목적은 자신의 혼사였다.미색은 사실 다급한 나머지 원경릉 앞에서 일부러 한숨을 푹푹 쉬며 자기가 곧 스무 살이 되는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꽃 같은 시절에 혼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을 마치 존속살인이라고 하는 것처럼 극악무도한 일로 생각했다.원경릉은 당연히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바로 문둥산에 가야하고, 황제는 여전히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으니 재촉하기가 뭐했다.하지만 문둥산에 가기 전에 갑자기 궁에서 전갈이 와서, 노비가 회왕부로 갔으니 원경릉에게 와서 차나 한잔 하자는 것이다. 말을 전하는 사람이 원경릉에게 미색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우선 사람을 시켜 물어보니 노비가 회왕부로 갔는데 친정 동서도 같이 오라고 청했다는 걸 보니 미색을 본 뒤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다.원경릉이 얼른 미색에게 알리니, 미색이 이 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바람처럼 날아가 화장을 하고 불식에게 예물을 준비하라고 했다.불식은 빈틈 없는 성격으로 미색의 혼사도 늑대파의 대사로 미색이 순조롭게 시집가는 건 늑대파의 큰 경사다.노비가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미색을 만나겠다고 결정한 건 회왕의 혼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으로 반드시 연말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했다. 해를 넘기면 한 살을 더 먹으니 궁 안팎으로 회왕이 폐병 귀신이라 아무도 시집오려 하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노비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도 사실 이런 괴상망측한 말을 참을 수 없어서다. 원경릉은 미색이 예물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눈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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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4화

회왕부로 가는 미색미색이 이 말을 듣고 의미심장하게, “사식 아가씨, 아직 젊으셔서 제 곤경을 이해 못하시겠지만 제 나이가 되면 다급한 게 뭔 지 알게 되실 거예요, 그땐 척정도가 아니라 전신을 전부 뜯어고치라고 해도 혼사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얼씨구나 하고 할 겁니다.”사식이가 혀를 날름 내밀며, “전 걱정 안 해요, 17살이 되면 할머니가 제 혼사를 도와 주실 게 틀림없거든요.”미색이 한숨을 쉬더니, “가족이 있으니 좋겠어요.”사식이가 깜짝 놀라며, “미색 아가씨는 가족이 없어요?”“아버지가 너뎃 있는데 제 혼사를 망치기만 했어요, 늘 남자치고 좋은 놈 없다며 저더러 혼인하지 말라고 했죠.” 미색이 말을 꺼내니 또 열 받는다.원경릉과 사식이는 서로 마주보고, 아버지가 너뎃? 아버지는 한 분인데? 어떻게 너뎃이지?원경릉과 사식이가 묻지 않아도 미색이 이야기를 시작했다.“제 친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아내로 맞고, 또 계속 두 명의 첩을 맞아들였는데 우리 엄마가 분을 못 참고 저를 임신한 채로 나왔어요. 저를 낳았을 때 낡은 절간 안이었는데 밖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어서 마침 몇몇 사람들이 안으로 비를 피해 들어왔죠. 저는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저녁에 태어났고, 엄마는 저를 낳고 ‘꼴까닥’ 해서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제가 가엾다며 저를 거두기로 했어요. 서로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싸우다가 한 사람이 1년씩 키우기로 했죠. 그래서 저에게 아버지가 너뎃 계신 거예요.”원경릉과 사식이가 듣더니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게, 낡은 절간에 버려진 아기를 상상 외로 네 사람이 서로 키우겠다고 싸웠다고? 그 사람들 아내는 자기가 아이를 못 낳나? 만약 불쌍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면 아무나 한 사람이 맡아서 키우는 게 맞지, 왜 돌아가면서 한 명이 1년씩 키우지?미색이 키득키득 웃더니 두 사람을 째려보며, “달리 말하는 방법도 있죠, 저는 대흥국의 군주로 제 아버지는 대흥국의 왕야인데 우리 엄마는 첩에게 살해당하고 저는 북당으로 도망왔죠. 그래서 제 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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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5화

미색과 노비의 첫 만남노비는 이번 출궁 행장을 소박하게 하고, 내명부의 부인들도 거진 초대하지 않은 게, 당분간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서다. 그 여자는 전면에 내세우기에 부족한 사람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동안 황제는 태자비가 이 여자를 소개했다는 말을 안 하더니, 노비가 계속 물어보니 마지못해 태자비가 좋게 봤다는 걸 실토했다.당초에 원경릉이 회왕의 병을 치료한 것과 회왕의 자금단을 원경릉에게 준 것에, 노비는 양가 감정이 들었으나 두 가지 일은 결코 대등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목숨을 구해준 은혜가 언제나 가장 큰 법이다. 그래서인지 원경릉에게는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그런 원경릉이 보증하고 추천하는 여자라니 원경릉에 대한 마음과 여러 원인이 겹쳐서 노비도 일단 보자고 결정한 것이다.노비는 조각해 놓은 듯한 아들을 바라보며,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관에 한발짝을 넣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그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던가.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너무 큰 바램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저 회왕이 평안하고 즐거우면 그만이지 않나. 만약 회왕이 그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면 이대로 정하면 그만이지,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에 회왕을 상처 입히지 않아도 된다.이렇게 생각하자 노비의 눈빛은 다시 굳건해 졌다.태자비가 왔다는 보고들 듣고 회왕이 일어나 맞으러 나갔다.회왕이 막 도착하니 원경릉이 절세 미인을 데리고 들어오는데, 옷자락이 살랑거리는 것이 마치 선녀가 하강한 듯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얼른 예를 취하며, “시동생 다섯째 형수를 뵙습니다.”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여섯째 도련님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 여긴 바람이 차니 어서 들어가요.”회왕은 감히 미색을 쳐다보지 못하고, 미색의 눈동자는 회왕의 얼굴을 향해 굳어버린 듯 떨어질 줄을 모른다. 전에 그를 한 번 봤을 때도 잘생긴 게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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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6화

일반적으로 선물이라고 하면 금은보화나 도자기, 그림, 골동품 등을 뜻하며, 그런 비싼 선물들은 많이 가져올 수 없기에 곱게 포장을 해 시녀를 시켜 들고 오게 하면 된다. 하인이 미색이 선물을 가지고 들어온다고 하자 조씨와 오씨는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미색이 가지고 온 선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봤다.그런데 놀랍게도 선물이 담긴 상자가 하나같이 다 저렴한 목재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평소 백성들이 쓰는 흔히 볼 수 있는 포장 상자였다. 조씨와 오씨는 소리를 내어 웃더니 서로 눈을 맞추며 조롱의 목소리를 내었다.“설마 이부자리 따위를 혼수라고 가져온 것은 아니겠지요?”“누가 선물을 저런 상자에 담아 옵니까?”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성의없다고 욕할 수 있는 상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색도 어쩔 수 없었다. 수많은 보석들을 담으려면 큰 상자가 필요했고, 그만한 크기의 상자는 가장 저렴한 것뿐이 없었다. 노비(魯妃)는 투박하고 평범한 상자를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선물이라더니 이렇게 후려치는 것이야? 하긴 별 볼일 없는 가문의 여식이 황실의 예의범절을 어떻게 알겠어?’노비는 상자를 보며 다른 사람들이 흉을 보면 어쩌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미색은 노비를 보고 한달음에 걸어 나와 인사를 했다.“노비 마마, 이것은 제 오라버니가 마마님께 보내는 선물입니다. 마마님의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정성껏 준비했습니다.”조씨는 깔깔 웃으며 미색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무슨 선물까지 준비를 해요? 그나저나 상자가 무식하게 큰 것을 보니 뭐가 들어있는지 도통 감이 안 잡히네. 호호.”원경릉은 조씨가 미색이 준비한 성의를 비꼬는 듯한 말을 하자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미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선물까지 바리바리 준비한 사람에게 저렇게 함부로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원경릉이 미색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그녀를 보니, 이미 미색의 눈동자에서도 분노가 치미는 듯했다.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궁금하다는 뜻으로 알고, 한번 열어봐드리지요.”미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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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7화

미색은 조롱 섞인 말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이러한 선물은 저희 가문에 차고 넘치기에 노비 마마께서는 부담 갖지 마시고 받으십시오. 게다가 저희 오라버니께서는 이 정도를 혼수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십니다. 이 정도를 혼수품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너무 초라하지 않습니까?”미색의 말을 듣고 조씨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어디서 이런 비싼 것들이 났다는 말이냐? 게다가 마마님은 이런 사치스러운 물건에 넘어가실 분이 아니다!”조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미색은 고개를 돌려 노비 마마를 바라보았다.“마마, 소인 마마님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조금씩 많은 종류를 가져와 본 것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마마님을 뵙는 게 기뻐서 성의 표시라고 조금 가져온 것인데, 이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소인 꿈에도 몰랐습니다. 마마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조씨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노비 옆에 딱 붙어 말했다.“마마님께서는 이런 사치스러운 것들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도로 가져가라!”사실 노비는 조씨와 오씨가 나대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불쾌했다.‘세상에 보물을 싫어하는 여인이 어디 있단 말이야? 게다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보물 아니겠느냐?’노비는 매번 귀걸이며 목걸이며 하던 것만 해서 지루하던 참에 이렇게 예쁘고 세련된 것들 보니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팔과 목에 둘러보고 싶었다.조씨와 오씨의 오지랖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던 노비는 차라리 미색에게 이 상황을 맡기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미색은 조씨가 뱉은 ‘사치스럽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부인, 제 출신 때문에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 선물을 준비하면서 다른 뜻이 없었습니다. 그저 마마님께서 좋아하시길 바라는 단순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런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다들 얼굴도 예쁜 미색이 돈까지 많은 부러워서 저러는구먼, 사람은 왜 저리 솔직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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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8화

노비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다시 한번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얼굴도 예쁘고, 집안에 돈도 좀 있는 것 같고…… 저렇게 내 아들을 사랑해주다니 저런 사람이 내 아들에게 또 나타날 수 있겠는가?’노비는 손짓으로 하인을 불렀다.“여보게, 미색을 데리고 가 옷을 갈아입히거라! 그리고 여섯째야 넌 같이 가서 운동도 할겸 미색을 데리고 왕부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주거라.”미색은 고개를 들어 노비를 바라보았다. “제 모친께서는 저를 낳다가 돌아가셨는데…… 만약 모친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감격하셨을까요! 망극하옵니다 노비 마마!”미색의 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졌다.노비의 긍정적인 대답에 회왕의 새하얀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모친.”미색과 회왕이 나간 후 노비는 오씨와 조씨에게도 돌아가라고 분부했다. 두 사람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노비를 화나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저희가 있으면 방해만 되는 것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마마님 실례가 많았습니다.”두 사람은 문밖을 나가는 순간까지 금은보화가 가득찬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저렇게 귀한 물건을 상자에 가득담아주다니…… 만약 회왕이 미색과 혼인이라도 한다면 지참품을 얼마나 많이 가져오겠는가?’조씨는 생각만으로도 노비가 부러워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있던 원경릉은 속으로 조씨와 오씨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미색은 출신을 제외하고는 여기에 있는 어느 부인보다 나은 금전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외모는 월등하게 빼어났으며 심지어 똑똑하고 배려심이 깊다. 조씨와 오씨는 미색보다 나은 것이 출신 뿐이니 그것만 믿고 미색을 얕보는 것이다. ‘자격지심 때문에 사람이 저렇게 흉해지기도 하는 구나……’조정에 은화 융통이 되지 않으니 이리 나리가 이백만 냥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한 게 아니겠는가? 조정에 어느 부인의 집안이 한번에 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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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19화

“맛있습니다!”미색은 하얀 이에 노란 국화 꽃잎이 묻어있었다.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미색의 엉뚱한 모습에 회왕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왕야께서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쁘십니다!”회왕은 미색의 말에 웃음을 멈추고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미색, 도대체 왜 본왕과 혼인을 하려고 합니까? 미색 정도라면 본왕보다 더 훌륭한 신랑감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회왕의 진지한 표정에 미색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십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민망하지만, 왕야께서는 제가 바랐던 이상형이십니다. 만약 제가 왕야께 시집을 가게 된다면 제 평생소원을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회왕은 미색의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대청에는 원경릉과 노비만 남아있었다. 노비는 머쓱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본비가 미색을 받아주려는 이유는 미색의 돈 때문이 아니라, 미색이 아들인 회왕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 같기 때문일세……”그러자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노비 마마께서 굳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잘 압니다. 그나저나 마마님 만약에 회왕이 미색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원경릉이 알고 있는 미색의 성격이라면 회왕을 선택한 후에 주변 사람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설득을 마쳤을 것이다. 노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태자비가 중매를 선 사람인데, 아무렴 믿을만한 사람이겠지요.”원경릉은 노비의 말을 듣고 방긋 웃었다.*회왕과 미색은 이미 정원을 몇 바퀴를 돌았다. 두 사람은 목적 없이 무작정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미색은 자신이 이렇게 재잘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행복에 겨워 허리를 젖히고 웃다가 잠깐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그 순간 회왕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고, 미색은 그의 손을 잡고 설렘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미색은 왕부로 돌아오기 위해 사식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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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20화

노비는 회왕부에서 환궁하자마자 명원제를 찾아갔다. 명원제는 갑자기 찾아온 노비(魯妃)를 보고 당황했지만, 그또한 그녀가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 달려왔을까 싶었다.노비는 미색이 보낸 금은보화 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 가져왔고, 나머지는 모두 회왕부에 남겨두었다. 명원제는 주수보에게 이리 집안과 혼사를 맺게 가보라고 했다. 주수보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직예부(直隸府)로 가서 이리 나리를 만났다.혼담을 나누기 시작하면 자연히 서로의 사주를 교환할 것을 미리 안 이리 나리는 이미 회왕의 사주를 받아 조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이리는 관상가를 불러 회왕의 사주와 미색의 사주 그리고 그 두 사람의 관상이 잘 맞는지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주수보가 그를 찾아와 미색의 사주를 요구했을 때 이미 관상가를 통해 알아낸 회왕과 잘 맞는 사주를 적어 그에게 주었다. ‘미색 사주에 두 살 정도 어리게 적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주수보는 미색의 사주를 받아 사주가를 찾아갔다. 사주가는 두 사람의 사주를 유심히 보더니 무릎을 탁 쳤다.“이 두 사람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주가 어쩜 이리 잘 맞는 거죠?”그 말을 들은 주수보는 명원제를 찾아가 결과를 전했고, 명원제는 두 사람을 하루빨리 혼인시키라고 명했다.*미색은 회왕과 혼인을 허락한다는 명원제의 성지를 받고는 원경릉을 안고 엉엉 울었다.“태자비, 제가 드디어…… 시집을 갑니다!”원경릉은 미색의 등을 다독이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게 이건가? 나도 중매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겠구나.’*우문호가 일을 마치고 왕부로 돌아오자 원경릉은 회왕과 미색의 혼인 소식을 그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녀가 받게 될 중매 사례금도 얘기했다. “근데, 혼사에서 진짜 중매인은 네가 아니라 재상이야.”“왜? 내가 중매를 섰는데?”“넌 소개를 해줬을 뿐이잖아. 결과적으로는 재상이 중간에서 사주를 받아 전해주었기에 부황께서 혼사를 허락하신 거고.”“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혼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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