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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231 - Chapter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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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1화

숙친왕이 왜?어쨌든 노비는 후궁의 몸이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회왕은 이상야릇한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고, “친왕 전하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일단 제가 드리는 혼례 축하주 한 잔 받으시지요?”숙친왕이 시선을 거두고 작게 한숨을 쉬더니, “혼례 축하주는 안 마시겠습니다. 제가 마시는 게 마땅하지도 않고요, 대신 차 한잔 올리시며 장인 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고 회왕도 어리둥절해서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숙친왕의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지?역시 우문호의 반응이 빨라서, “왕야 말씀은 그러니까, 미색이 왕야의 여식이라는?”숙친왕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흠, 그렇습니다.”노비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세상에 미색이 대흥국의 군주라는 말입니까? 어째서 말하지 않았나요?”명원제가 작게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노비가 자신이 예법에 어긋났음을 느끼고 앉았으나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숙친왕을 바라봤다.명원제가, “자순(子順),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숙친왕이 작은 목소리로, “폐하, 소신 내일 보고드림을 용서하십시오, 우선 미색을 좀 만나보고 싶습니다.”명원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떤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숙친왕을 안내했다.숙친왕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물러나자 커다란 그림자가 재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하객들이 상당히 놀란 것이 전에는 다들 ‘회왕은 폐병을 알아서 상인 집안의 딸과 겨우 혼인하는 거라 가문의 격이 맞지 않지만 돈은 많다더라’ 하고 결혼 잔치에 참석하면서도 다소간 새 신부를 무시했었다.하지만 새 신부는 무려 대흥의 군주인 것이다.신분이면 신분, 돈이면 돈, 회왕은 정말 복도 많다.미색은 오늘 기쁨이 넘쳐서 신방에 들어온 뒤로 계속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그녀의 성정을 생각하면 이렇게 적막한 고통을 참아낼 리가 없지만 오늘은 감히 꼼짝하지 않는 것이 수모(手母, 혼례에서 신부를 도와주는 여자)가 그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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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2화

미색의 삼자대면회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때리지 말아요, 무슨 일이든 저한테 하세요.”숙친왕이 손을 들어올린 건 원래 미색에게 겁을 주려고 한 행동인데, 이 녀석이 뛰어들어와 미색 앞을 가로막고 서는 바람에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녀석을 밀치며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 시험해 봤더니 이거 허약한 것 좀 봐, 역시 못쓰겠어.회왕은 병을 앓았을 때도 무공수련을 했다. 비록 요 몇 년간 병으로 수련에 소홀하긴 했지만 반년 넘게 수련을 해와서 숙친왕이 밀쳤을 때 그래도 안정적으로 서있고 한쪽으로 밀쳐지지 않았다.하지만 미색은 아버지가 회왕을 밀친 것을 보고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길, “낭군을 왜 때려요? 낭군은 환자인데 환자 앞에서 세다고 뽐내는 거예요? 어디 저한테 덤벼 보시죠, 우리 나가서 싸운 다음 아버지가 지면 대흥으로 돌아가세요.”미색은 혼례식 전에 회왕과 개인적으로 두세 번 만났지만 만날 때마다 부드럽고 순종적인 성격이라 길 가다가 개미새끼 한 마리도 못 밟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광분해 소리치는 걸 듣고 순간 넋이 나가서, 회왕은 미색을 다시 보는데 나와 혼인할 신부가 바꿔 치기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미색도 자신의 실수에 ‘아차’싶었지만 눈앞의 상황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만약 회왕이 이때문에 자신을 싫어하면 이 혼례는 없었던 일이 되고 미색은 다시는 시집을 가지 못 가니,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솟구쳐올라 발을 쾅쾅 구르며, “봤죠? 그래서 제가 아버지가 오시지 말았으면 했던 거예요. 아버지가 오시면 내 혼사를 깨 버리실 게 분명하니까. 어렵게 어렵게 원하는 낭군을 만나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이제 틀림없이 절 싫어할 거예요.”아름다운 여인이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니 눈가에 보석이 매달린 듯한 것을 보고, 회왕의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오며 숙친왕이 자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색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당신과 내가 혼례를 치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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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3화

원경릉과 숙친왕의 독대숙친왕이 일어나 맞아들이는데 방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시종 하나가 차 시중을 들고 있었다. 숙친왕이, “태자비, 앉으시게.”원경릉이 예를 취하며, “왕야, 강녕하십니까.”원경릉이 앉은 후 숙친왕을 훑어보니 외모가 준수한데 미색과는 그다지 닮지 않은 듯했다. 눈은 닮았으나 다른 데는 그다지 닮지 않았고, 숙친왕의 얼굴선은 비교적 강인한 것이 우문호와 같다.“듣자 하니,” 숙친왕이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중후하고 듣기 좋다, “미색의 혼사는 태자비가 중매를 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러 한가?”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 하지만 이것도 미색이 먼저 회왕에게 첫눈에 반해서 제가 중매를 나선 것입니다.”숙친왕이 미소를 지으며, “태자비에게 특히 감사해야 겠군, 미색을 위해 좋은 혼사길을 마련해 주었으니 말이야, 딱 봐도 회왕이 미색에게 잘 하더군, 아주 만족스러워.”원경릉은 마음이 일단 놓였다. 방금 숙친왕이 질문할 때 표정이 긴장돼 보이길래 회왕이란 사위가 마음에 안 드는가 싶었다.“회왕은 어질고 정이 많은 성격으로 분명 미색에게 잘할 것이고, 미색의 성격으로 보아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숙친왕이 살짝 고개를 흔들며, “여자는 아무리 강인해 보여도 약점이 있는 법이라, 일단 한 번 마음을 주어 굳어버린 마음은 만신창이로 다치기도 하지. 미색은 그런 사람이라 만약 회왕이 그녀에게 잘해주지 않거나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줏대 없이 굴면 미색은 상처 받을 게 틀림없네.”이런 말이 강인한 남자의 입에서 나오다니 원경릉은 다소 의외였으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왕야 말씀이 맞습니다.”숙친왕이 원경릉에게, “하지만 내가 태자비와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 건 미색 일 때문은 아니네. 내일 시간을 내서 사람을 하나 만나러 오지 않겠는가?”“누구를 만나는지?” 원경릉이 물었다.숙친왕이, “내 선배인데, 태자비가 산에 올라 나병을 치료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용감한 태자비를 만나고 싶어 하셔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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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4화

기분좋게 취한 우문호우문호는 오늘밤 70~80%는 취한 상태라 서일의 부축을 받고 돌아왔다.원경릉은 우문호보다 조금 일찍 와서 목욕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우문호가 침대에 앉아 두 다리는 바닥에 여덟 팔자로 쭉 뻗고 손을 들고 웃으며 힘껏 원경릉을 향해 손목을 흔들더니, “이리와, 음냐음냐, 이리와.”원경릉이 뜨거운 물수건을 가져가서 우문호의 얼굴을 닦으려고 하는데, 우문호가 손을 뻗어, “손잡자.”원경릉은 우문호를 상대하지 않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뽀독뽀독 닦았다.우문호는 아무렇게나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힘껏 원경릉의 손을 흔들며, “옳지, 잘한다, 옆에 엎드려, 내일 고기 주께.”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또 자기를 다바오 취급하는 걸 보니 우문호가 상당히 마셨다는 걸 알았다.다바오는 문 귀퉁이에 숨어서 ‘왈’ 하고 한번 짖더니 약간 안됐다는 듯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개한테까지 동정 받는 바람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우문호의 겉옷을 벗겨주며, “전신에 술 냄새.”우문호가 한 손으로 원경릉의 허리를 감아 쥐고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아무 말이나 막 하기 시작하는데, “원 선생, 오늘 나 기분 좋다, 내가 왜 기분 좋은 지 알아?”“동생이 결혼했으니까!” 원경릉이 우문호의 벌건 얼굴을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얼마나 마셨길래 눈이고 목이고 다 벌건 거야.“그럼, 당신은 여섯째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어? 전에 난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 여섯째 병은 나때문에…… 나때문에 병에 걸린 거야, 거의 죽을 뻔 했다고, 만약 여섯째가 죽었으면……”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받치고 약간 짜증을 내며, “머리 좀 흔들지 마, 내가 다 어지럽잖아.”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응, 안 흔들게, 자기 눈 감아.”“안돼,” 우문호가 눈을 감았다가 바로 다시 번쩍 뜨더니, “눈을 감으니까 더 어지러워.”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눕더니 몸을 돌려 엎드려서 체중을 실어 원경릉을 누르고, 술냄새가 터지며 원경릉의 귀에 대고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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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5화

기쁜 우문호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당겨, “가지마, 당신한테 할 말이 많아, 앉아봐, 여기서 내 얘기 들어.”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좋아요, 얘기해요, 들을 게요.”우문호가 누워서 원경릉이 일어나지 못하게 가슴 앞에 꼭 끌어 안고, 눈을 감고 자신과 회왕이 어릴 때부터 자라나며 있었던 각종 재미난 일과 흑역사를 얘기하기 시작했다.술에 취한 사람의 주정은 특히 느릿느릿하고 말꼬리를 질질 끌어서, 완전 자장가가 따로 없었는데 원경릉은 아예 편안한 자세를 잡고 잠이 들었다.삼경(밤 12시)에 일어나 보니 우문호는 쿨쿨 잠이 들었는데, 붉었던 얼굴은 이미 색이 돌아왔고 머리에 관을 아직 벗지 않은 모습이 꽤 멋지다. 깊이 잠든 우문호는 들뜬 기운이 사그라지니 오히려 학문이 깊고 온화해 보인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볼에 뽀뽀하고 팔을 괴고 우문호를 바라봤다.이 남자는 전신이 결점 투성이로, 거칠고 난폭하며 고집스럽고 더럽고 어떨 땐 사건을 처리하고 돌아와 씻지도 않고 옷만 벗고 침대에 쓰러져 잔다.우문호의 결점은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도 부족할 만큼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장점도 많은데, 효심이 깊고 원칙을 고집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전에는 개를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다바오와 거의 ‘절친’이 되었다.우문호는 황실의 아들이나 백성의 둘러싸여 살며 허세를 부리지도 않고 땅에 발을 붙이고 생활의 향기를 풍긴다. 쉽게 말해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한 명의 사람이다.전에 할머니가 그러셨다. 원경릉은 나중에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고 연애라 고는 1도 모르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이다.만약 원경릉이 결혼 정도가 아니라 아이까지 셋을 낳았다는 걸 할머니께서 아시면 분명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시겠지.가족을 생각하니 원경릉은 또 눈가가 붉어졌다. 천천히 누워 팔베개를 하니, 전생에 가족과 같이 한 추억이 방울방울 마음 속에 떠올랐다.사실 그들 가족이 서로 모인 날은 많지 않은 게, 1년을 통틀어 모두가 같이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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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6화

이리 저택이리 저택 쪽에 신시(오후3시~5시)에 올 거라던 손님이 벌써 도착해 태자비를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초왕부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날이 좋은 김에 다바오를 한바퀴 산책 시키고, 열이와 호명의 일을 살피며 고시(古詩)를 몇 수 가르쳐 주고 차 한잔하며 일상을 즐겼다.그간 쌓인 피로는 며칠 느긋하게 쉬면서 거진 사라졌고 거기에 차까지 마시니 정신이 맑아졌다. 살구 빛 옷으로 갈아입고 정성 들여 높이 틀어 올린 머리에 보석을 장식하니 원경릉은 딱 위엄 있는 귀부인 모습이다. 오늘 날씨가 특히 좋아서 사식이는 집에 갔고, 이리 저택엔 만아와 서일을 데리고 갔다. 사식이가 빠져서 수행하는 호위가 부족해 보일지 모르나 비밀리에 얼마나 많은 고수가 따라오고 있는지 모른다. 그 고수들은 호시탐탐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을 주시하며 갑자기 어느 흉악한 자객이 늑대파의 20만냥 현상금을 노리고 태자비를 살해할까 감시했다. 이리 저택에 도착하자 불식이 문 앞에서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다. 기울어져 비취는 햇살에 정원은 온통 금빛이고, 가을 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불어와 원경릉의 옷자락이 펄럭였다.하인은 황금빛 오동나무 잎이 가득 떨어진 마당을 쓸고 있어 먼지가 이는데, 황금빛 햇살 아래 먼지도 마치 금가루 같았다.원경릉은 마치 시간의 모양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불식은 원경릉을 데리고 들어가며, “숙친왕 전하와 이리 나리 모두 편청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원경릉과 불식이 본관을 돌아 후원으로 들어가니 접객실은 후원 바로 맞은 편에 있다.네 쪽 문을 활짝 열고 석양이 안으로 비쳐 드는데, 원경릉은 멀리서도 숙친왕과 이리 나리가 본관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원경릉이 들어가자 숙친왕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원경릉과 숙친왕이 대면한 뒤 이리 나리를 보니 태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지금 그가 사부라는 사실이 떠올라 문안인사를 올리며, “사부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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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7화

숙친왕의 선배원경릉은 심장이 벌렁거리다 밖으로 홀랑 튀어나올 것 같은데, 걸음도 흔들리는 것이 허공을 밟고 있는 것처럼 조금도 현실감이 없었다.두 사람이 어느 방 문 앞에 도착하자 녹색 옷을 입을 시녀 두 명이 문에 서 있는데 이리 저택 하인의 복장이 아니고 대흥의 복식과 화장같이 보였다.숙친왕이 정중하게 문 앞에서 소리치길, “선조님!”노 상궁이 하나가 나와서 숙친왕에게 예를 취하고, “왕야, 손님께서 오셨습니까?”숙친왕이, “상궁, 손님이 이미 오셨네.”노 상궁이 숙친왕 뒤에 있던 원경릉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태자비 마마시죠? 쇤네 태자비 마마를 뵙습니다.”원경릉이 흥분을 감추고, “예는 됐습니다.”노 상궁이 미소를 머금고, “태자비 마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마마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원경릉이 문지방을 넘어가자 그 상궁도 같이 들어왔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따스한 기운이 사방을 감싸는 것이 방안에 난로를 피운 것 같은데 상궁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원경릉이 상궁을 따라 들어가자 휘장 밖에서 상궁이 걸음을 멈추고, “노마님, 태자비 마마 들었습니다.”“들어오너라!” 안에서 따스하고도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목소리는 전혀 늙지 않았지만 그렇게 젊은 목소리도 아니었다.휘장을 걷고 원경릉이 따라 들어가니 뒤로 구슬 발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방에 남쪽 창문이 약간 열려 있고,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바닥에 떨어지는 게 한 줄기 금빛으로 바닥을 쪼개는 듯 했다.원경릉이 태사의에 앉아 있는 노인을 보니 호화롭지 않고 질박한 흰색 옷이 헐렁한 것이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다.노마님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예순 정도 되어 보이고 눈가에 잔주름과 입가에도 웃을 때 생기는 주름이 있고 이외엔 혈색이 좋고 풍만한 얼굴이다.간단하게 머리를 빗고 벽옥 비녀를 했으며 다른 장식은 없고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데, 마음을 사로잡는 눈빛이나 원경릉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노인은 머리 숱이 많고 부드러워서 약간 희끗희끗한 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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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8화

할머니와의 재회원경릉은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뇌리엔 현실감이 더욱 사라지고, 두 손은 의자 손잡이를 꼭 쥔 채 눈물이 가득 고이며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하겠는 것이 그랬다가 실망할 까봐 두려웠다.일 년 동안 너무도 많이 이런 꿈을 꿨다. 꿈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원경릉을 부르는데 원경릉이 대답하면 사라져 버린다.원경릉은 가족을 만난다는 건 어이없는 환상이고 사치스런 생각이란 걸 안다. 하지만 그런 꿈이라도 좋으니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구슬 발 찰랑거리는 소리가 그치고 발자국 소리가 조용히 들리더니, 푸른 옷자락이 원경릉의 내리 깐 눈에 얼핏 들어왔다가 그림자가 비치며 원경릉의 시선을 막았다.나이든 손이 가볍게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한숨이 섞여 나온다, “할미는 이 생애 다시는 너를 못 보는 줄 알았다.”원경릉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 낯익은 얼굴을 눈에 담았다. 눈물때문에 또렷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 새겨져 있던 그 윤곽이 틀림없다고 한 눈에 알 수 있었다.원경릉은 결국 ‘후두둑’ 눈물을 떨구며 일어났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쓰러지며 할머니의 다리를 잡고 통곡했다, “할머니!”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일 년사이의 그리움이 한순간 봇물처럼 터져 나와 한참을 소리 없이 우는데 목에 뭐가 걸린 듯, 가슴에 뭔가 걸려 있는 듯 아리고 아팠다.할머니도 눈물이 나서 주저 앉아 원경릉을 껴안고 살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그래, 그래, 울지 마라.”지금 원경릉이 울음을 멈출 수 있나? 일 년 사이 겪어왔던 수많은 고난이 눈물 방울에 알알이 맺혀 흘러나왔다.이때 노부인이, “네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서 너와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기 힘드시니, 어서 일어나려 무나.”원경릉이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보는데 눈물은 여전히 볼을 타고 흘렀다. 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꿇어앉아 9번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는데, 할머니는 가슴이 아파서 원경릉을 일으키며 목이 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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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9화

할머니와 원경릉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또 울기 시작했다.“업신여기더냐?”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잠시 노여움이 베어 나왔다.“아뇨, 아뇨” 원경릉이 눈물을 닦았지만 눈이 부어서 제대로 뜰 수가 없는데, “그이는 절 업신여긴 적이 없어요, 우리 둘이 사이가 좋아진 후로 100% 잘해줘요, 안심하셔도 돼요.”할머니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원경릉의 손을 꼭 쥐더니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여 손목을 보니 거기엔 또렷하게 상처가 남아있었다. 상처는 이미 흉터만 남았지만 당시 원래 몸 주인이 심하게 상처를 내서 아문 후에도 선명한 흉터가 남아버렸다. 원경릉은 전에 팔찌로 가렸지만 뒤에 산에 가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불편해서 팔찌를 빼 버렸다. 그러다 오늘은 잊고 안하고 오는 바람에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원경릉은 할머니께서 또 눈물을 흘리자 얼른 변명하며, “이건 제가 한 게 아니예요, 제가 왔을 때 손목에는 이미 상처가 있었어요.”이 말을 할머니께서 믿으시겠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원경릉은 전에 ‘집순이’로 연구실을 제외하면 어디를 가는 것도 싫어해서 만남도 모르고 교제도 모르고 사람 됨됨이에 대해서는 더군다나 하나도 몰랐는데 혼자 여길 와서 사방에 가족이라고는 하나 없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손녀가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원경릉이 아무리 달래도 안되자 화제를 바꿔, “손녀사위 만나고 싶으시죠?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할머니 눈이 다 부었네, 잘 안보이시면 자세히 보세요.”할머니가 눈물을 멈추고, “조금 있다가 온다고? 할머니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돼, 정말 너한테 잘해주니? 만약 너한테 잘하는 게 아니면 작별 인사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널 데리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볼 필요도 없으니까.”원경릉이 놀라서, “돌아가요?”할머니가, “넌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빠, 엄마 다 필요 없어? 보고 싶지 않아?”원경릉은 부모님을 오매불망 보고 싶지만 돌아간다는 건 우문호와 아이들을 버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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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0화

어떻게 오셨어요?원경릉이, “제가 전에 그 원경릉이 아니란 걸 알아요, 쭉 제가 ‘환혼’했다고 알고 있죠.”할머니가, “너한테 정말 잘하는지는 있다가 내가 직접 봐야 겠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녀의 얼굴을 보고, “네 지금 이 얼굴이랑 원래 얼굴이 어느 정도 닮았구나, 오기 전에 문이가 네 상황을 알려줬고, 임선생도 얘기를 해서 네가 의대를 세우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땅한 의사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니 이 늙은이도 병원 계약이 거의 끝나가니 와서 널 돕는 게 어떨까 하고, 그래서 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란다. 여기서 널 지키며 너 혼자 외톨이로 두지 않게 말이야, 대신 넌 날 먹여 살리고 임종도 지켜 주렴.”원경릉이 듣고 순간 너무 기뻐서, “정말요? 할머니 정말 너무 좋아요.”할머니는 원경릉 손목에 상처를 만지며 여전히 가슴이 아파서, “네가 배운 걸 여기서도 잊지 않고 있는 걸 대흥국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더라, 네 얘기를 하며 상당히 존경하는 것이 할미까지 어깨가 으쓱하더라.”할머니는 안도하며 기뻐했다.원경릉은 약간 의외인 것이, “정말요? 대흥 사람들이 전부 절 알아요? 할머니, 저 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세요? 할머니를 데리고 오셨다고 했는데 설마 타임머신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할머니는 원경릉의 손을 끌고 가서 천천히 이곳으로 온 과정을 설명했다.당시에 문이가 원경릉의 소식을 가지고 온 뒤 원경릉의 아빠는 병원에 가서 할머니에게 알렸고 할머니는 감격과 함께 가슴이 아픈 나머지 일시적으로 병세가 악화되었다. 마침 원경릉 할머니가 있는 한의대학 동료 임교수의 증손녀 양여혜(楊如慧)가 심장외과 전문의라 그녀에게 할머니의 수술을 부탁했다.문이도 할머니가 수술 받으신다는 얘기를 듣고 비행기를 타고 와서 문병을 와서 마침 양여혜와 딱 마주쳤다. 알고 보니 양여혜는 문이의 여동생 주치의였던 것이다.양여혜는 섭정왕이 문이의 여동생을 치료하도록 보낸 의사로, 문이는 양여혜가 섭정왕과 관계가 있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몰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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