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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251 - Chapter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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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1화

서일은 고개를 돌리고 원경릉을 보았다.“태자비, 왜 말리시는 겁니까? 다른 건 다 참아도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은 초장에 확 휘어잡아야 합니다!”원경릉은 손으로 머리에 붙은 계란 껍데기를 떼내었다. 썩은 계란도 섞여 있어 악취가 어마어마했다.“서일, 일단 진정하고 이 일은 태자가 왕부로 돌아온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 지금 탕대인이 왕부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와 상의를 해봐. 난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만아는 원경릉의 목과 뒤통수가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태자비님 계란에 맞으신 곳이 다 부어올랐는데 아프지 않으십니까?”“아픈 건 괜찮은데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나오는구나,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고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왕부가 소란스러우니 놀라셨을 거야.”원경릉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봉의각으로 걸어갔다.만아는 원경릉의 뒤를 바짝 따르며 “정말 저 몰상식한 사람들은 싹 다 잡아다가 혼쭐을 내어줘야 합니다! 문둥산에 있는 환자들은 생명이 아니라는 겁니까? 왜 저렇게 이기적인 겁니까?” 라고 화를 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만아를 보고 온화하게 웃었다.“사람의 마음이란 참 어려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보인 거지. 사람이 죽든 아프든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가족 중에 누구 하나라도 문둥병에 걸려 문둥산에 있는 백성들은 저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 거야.”“그렇지만……”“만아야,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되찾고 더 강해져야 해.”“그래도…… 태자비님께서는 화가 나지 않으십니까?”“당연히 화가 나지! 하지만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야.”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대청을 지나 방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할머니가 있었고 원경릉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다녀왔습니다.”“꼴이 그게 무엇이냐……”“아, 이거 새로 연구하는 약이 있어서…… 계란에 단백질이 두피에 좋다길래 먼저 실험해 본 겁니다!”원경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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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2화

원 할머니는 약상자 안에 현대 약들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한참을 약상자를 바라보던 할머니는 뿌리는 파스를 집어 원경릉의 목에 뿌렸다.“그래도 이곳에 약상자가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서 네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싶구나. 오늘 기상궁과 녹주(綠荷)가 지난 네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원경릉은 깜짝 놀라 천천히 몸을 돌려 할머니를 보았다.“할머니, 혹시 희상궁과 녹주가 무슨 말을 했어요?”원경릉은 두 사람이 자신이 예전에 곤장을 맞았다는 사실까지 할머니에게 얘기를 했을까 봐 겁났다.“기상궁한테 물어보니 잘 얘기를 하지 않아서, 녹주한테 물어봤지. 녹주는 내가 묻는 말에 곧이곧대로 대답을 해줬어. 처음부터 다섯째가 너에게 살갑지는 않았다면서? 그 말을 들으니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프더라. 그리고 전에 궁에 가서……”원경릉은 녹주가 쓸데없는 얘기를 할머니께 전한 것에 화가 났지만 할머니가 걱정하는 것이 싫어 애써 평온한 척했다.“할머니, 이미 다 지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게다가 곤장 서른 대가 무슨 대수라고요.”할머니는 들고 있던 파스를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원경릉을 노려보았다.“그게 무슨 소리야? 곤장을 맞았다니? 다섯째가 너를 때렸다는 거야?”“예? 녹주가 그 얘기는 하지 않던가요……?”“감히 내 손녀를 때려? 남자가 여자를 때리다니 그게 얼마나 비겁하고 모자란 짓이야?”“……”“아이고, 경릉아……”할머니는 원경릉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왜 얘기를 안 했어? 이러고 사는 줄 알았으면 당장이라고 끌고 나갔을 것이야! 어디 남자가 여자를 때리느냐! 게다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원경릉은 할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고 있는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쓸었다.“할머니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셔서 제 말을 들어보세요.”“너 설마 세뇌라도 당한 거야?”“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까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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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3화

“할머니 제가 몸에 원주(原主) 원경릉이 있었을 때, 다섯째는 원래 죽마고우이자 첫사랑인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원주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본래 좋아하던 사람과의 혼인이 깨지고 말았어요. 게다가 원주는 혼인 후 초왕부에서도 기고만장한 태도로 매번 하인들을 괴롭히고 늘 구설수에 올랐지요. 그래서 다섯째는 그녀를 혐오했고, 그때 무슨 이유인지 제가 원주의 몸에 들어온 겁니다.”원경릉은 당시 원주가 했던 만행들은 원 할머니에게 하나하나 세세히 말했다. 원 할머니도 원주의 만행을 듣고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원주가 열이에게 한 행동은 용서가 안 되는구나. 현대로 따지자면 열이는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나이인데, 그런 아이에한테 뭔 짓을 한 거야?”원경릉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할머니가 우문호가 왜 원주를 미워했고, 곤장을 내리친 것인지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했다.*다섯째가 저녁에 왕부로 돌아왔을 때, 밖에서 소란을 피우던 백성들은 이미 없었고, 탕양은 그에게 오늘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그에게 알렸다. 우문호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분노했으며, 탕양에게 내일 부병을 파견하여 태자비의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체포해 경조부로 보낼 것을 명령했다.“걱정 마세요, 오늘 밤 서일에게 오늘 소란을 일으킨 무리 중에 태자비를 암살하려는 자객들을 찾으라고 했으니 내일은 무서워서라도 왕부에 오지 못할 거예요.”암살이라는 말에 우문호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이대로 가면 문둥산의 환자들을 치료하기는커녕 태자비의 목숨만 위태로울 수 있겠네요. 보아하니 자객들이 백성들을 이용해 정세를 어지럽힌 후 태자비를 공격하려는 모양입니다.”“예, 태자비께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다.”“왜 경릉이를 괴롭히는 건지…… 게다가 여섯째까지 들먹이며 형제 관계까지 망가뜨리려는 것을 보니 보통 머리가 좋은 자객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서일이 자객들을 추려낸다면 훈계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꼭 알아내야 해요.”우문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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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4화

우문호는 소월각 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며 원경릉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후 소월각의 문이 열리고 원경릉이 들어오자마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할머님께서 내가 곤장을 때린 일을 알고 계신 거야? 화가 많이 나셨어?”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쉿-’이라며 눈짓으로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우문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눈에 뭐가 들어갔어? 녹주가 무슨 얘기를 한 거야?”라고 물었다.“큼……”때마침 누군가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내며 소월각 안으로 들어왔다.백발에 가려진 할머니의 얼굴은 엄숙하고 굳어져있었다. 우문호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원경릉의 손목을 놓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를 보았다.“하하, 조모님께서 오셨습니까?”원경릉은 거의 울다시피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탕대인이 태자가 아프다고 하길래 어떤지 와보았네.”“조모! 감사합니다!”원 할머니도 덜덜 떠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만 웃음이 터졌다.“사위가 이렇게 내 눈치를 보니 내가 편히 있을 수 없겠네, 아프다는 건 괜찮은 것 같으니 늙은이는 가보겠네.”“조모, 살펴 가십시오!” 우문호는 서둘러 앞으로 나가 배웅했다. 원 할머니는 배웅 나온 그를 가만 보고 있다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 “사위, 내가 나이가 많다고 고지식할 거라는 생각은 말게.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가 중요하네. 부디 지금처럼만 손녀에게 잘 해주게.”“네. 그것이야 당연한 것이니 걱정 마세요. 조모!”그의 우렁찬 대답을 듣고 할머니는 내심 흐뭇했다.“그럼 들어가서 쉬게.”우문호는 봉의각으로 걸어가는 조모의 뒷모습을 보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으며 심장이 어찌나 뛰던지 귀에서 심장소리가 들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들리지 않았다. 배웅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온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툴툴댔다.“너도 참, 내가 너만 오라고 했지, 왜 조모를 모시고 온 거야? 조모께서 화가 나셨다니까 나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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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5화

서일은 밤에 부병 몇 명을 데리고 소란을 일으킨 자들을 수색해 모두 초왕부로 데려왔다. 서일은 그들을 흠씬 두들겨 팼고, 참다못한 한 사람이 항복을 외치며 안왕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다.“안왕부의 짓이라고? 안왕이 지금 남영에 가있는데, 어떻게 이런 짓을 지시할 수 있겠어?” “나리 잘 생각해보세요. 안왕이 직접 지시를 내렸겠습니까?”“그런 누군데?”“그…… 안왕부에 예쁘장하게 생긴 안왕의 뜻을 받드는 여인 하나가 있는데, 그 여인이 우리에게 소란을 피우라고 지시했습니다!”“예쁘장하게 생겼다면…… 설마 그 여인의 이름이 아라가 맞느냐?”“예! 그런 것 같습니다.”서일은 안왕부에서 안왕의 뜻을 받드는 여인이라면 아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서일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 말을 듣고 우문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일, 아라가 그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조사해 보아라.”“예!”“참, 아라와 안왕의 애매모호한 관계가 지금 3년 정도 되었지? 근데 이 사실을 넷째 형수는 알고 있어? 형수는 알고 있는데도 아무 말이 없느냐?”“안왕비께서 워낙 싸움을 싫어하시고, 온화한 성격이라…… 잘 모르겠습니다.”원경릉은 황실에서 만났던 조용하고 차분하며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던 안왕비 모습을 떠올렸다.우문호는 지긋이 원경릉을 보았다.“오늘 일 없으면 조모를 모시고 기왕비에게 가 봐.”기왕비는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이기에 친왕들 사이에 일어난 일이나 내정 소식이 빨랐다. 우문호는 기왕비가 어쩌면 각 왕부마다 심복을 심어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왕비의 심복이 아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 안 그래도 할머니랑 도성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다녀와야겠네.”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우문호는 바삐 왕부를 나갔고 원경릉은 사식이와 만아를 데리고 기왕부로 갔다.기왕이 옥에 갔다 온 후로 기왕부는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옥에 들어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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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6화

기왕비는 왕부 안에 있던 시녀들을 모두 내보낸 후, 원경릉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오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별일은 아니고요. 노부인께서 너무 초왕부에만 계신 것 같아서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는 겁니다.”원경릉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이 번쩍 떠졌다.“차가 정말 향긋하네요. 어디서 사신 겁니까?”“정원에 꽃을 따서 직접 말린 겁니다. 괜찮으면 이따가 돌아갈 때 포장해 드리지요.”“예, 고맙습니다.”“태자비, 어제 계란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괜찮습니까?”“그 소식이 여기까지 퍼졌습니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딱 맞네요.”기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초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제가 모를 리가 없지요.” 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기왕비의 두 눈을 응시했다.“그 뜻은 어느 왕부든 기왕비의 소식통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기왕비는 입을 가리고 하하하 크게 소리 내어 웃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원경릉을 지긋이 바라보았다.“기왕비, 우리 왕부에 소식통이 있든 없든 그게 누군지 묻지 않는 대신에 제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지요. 안왕부에 아라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무엇인지, 안왕과 아라는 무슨 관계인지 알고 싶네요.”“전에 태자비에게 말했을 땐 귀 기울여 듣지도 않더니, 지금 와서 왜 그게 궁금합니까?”“제가 언제요? 기왕비도 아시다시피 본 태자비가 얼마나 바빴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습니까? 기왕이 기왕비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도 얘기할 겨를이 없었잖아요.” 기왕비는 정원에서 정성스럽게 원 할머니를 모시는 기왕을 바라보았다.“저 사람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나한테 잘 해야 한다는 걸 알았겠지요. 하지만 저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은 자신이 준 게 있으면 그걸 꼭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기왕은 아직도 태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겁니까?”기왕비는 기왕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포기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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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7화

원경릉은 안왕비의 임신 소식에 깜짝 놀랐다.“안왕은 군영에 있잖아요? 근데 임신을 어떻게……”“순진한 척하는 겁니까 아님 정말 모르는 겁니까? 안왕은 군영에 있지만 가끔 안왕부로 옵니다.”원경릉은 안왕비가 순진하고 연약한 여인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아라가 정말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뱃속에 애를 떨어뜨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안왕은 쓰레기지만, 안왕비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기왕비는 원경릉을 보며 “왜요? 안왕비가 걱정이라도 됩니까?”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안왕비가 걱정됐지만, 안왕부의 일은 자신의 능력 밖이기에 기왕비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도 화가 나는데, 삼둥이의 어머니인 태자비는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원경릉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기왕비, 그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처음엔 나 자신도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생각했지요. 내가 진후궁(秦側妃) 뱃속에 있는 아이를 죽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아이는 이 세상에 나와선 안 됐고, 설사 태어났더라도 매일이 고통이었을 겁니다. 우문군(宇文君) 성격으로는 그 아이를 절대 살려두지 않았을 거니까요.”“예, 맞습니다.”“아무튼 안왕부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해서도 해결이 안 될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이 일은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안왕부 일에 신경을 쓸 여력도 시간도 없으니까요.”기왕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원에서 원 할머니를 모시고 여러 식물들을 소개하는 기왕을 보았다.*잠시 후, 원 할머니가 왕부 안으로 들어왔다.“기왕 전하께서 정원에 있는 꽃들을 직접 심은 거라고 하시던데, 정말 대단하십니다.”기왕은 원 할머니를 부축하며 겸손하게 말했다.“노부인, 과찬이십니다. 내세울 게 없으니 정원이라도 잘 돌봐야죠. 그나저나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노부인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니 오히려 본왕이 더 고맙습니다. 노부인, 앞으로 기왕부에 자주 오셔야 합니다.”“예,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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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8화

원경릉과 원 할머니가 기왕부를 나오자 기왕비가 직접 그들을 문밖으로 배웅하였다. 원경릉은 기왕비를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를 한쪽으로 잡아끌어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기왕비, 정신 똑바로 차려요. 기왕이 지금 막다른 길에 몰려서 잠시 기왕비에게 잘하는 것이니, 그를 너무 믿지 마세요.”기왕비는 원경릉의 반응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왜요? 내가 기왕에게 기회라도 줄 거라고 생각합니까?”“방금 기왕이 기왕비에게 차를 따라줬을 때, 기왕비 눈에 비치는 행복감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보아하니 제가 연기에 소질이 있나 봅니다. 다음 생에는 마당꾼으로 태어나야겠어요.”기왕비의 호탕한 대답을 들은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돌아오는 길에도 원 할머니는 원경릉 귀에 못이 박히게 기왕을 찬양했다. 원경릉은 기왕이 어떤 사람인지 할머니에게 진상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랜만에 기분 좋아 보이는 할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는 기왕의 음침하고 더러운 과거를 마주할 필요가 없잖아.’*마차를 타고 왕부로 돌아오는 내내 안왕비를 생각하면 원경릉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안왕비는 심지어 위왕비만도 못하다. 적어도 위왕비는 현실을 알고 그에 맞서 싸워보기라도 했다. 하지만 안왕비는 비닐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장미꽃이었다. 누군가가 비닐을 벗기고 비바람을 맞히면 바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질 수밖에 없었다.‘아라…… 너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다음 날, 초왕부 앞에 소란을 피우던 사람들이 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소란이 잠시 잠잠해졌다고 해서 이 일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원경릉을 잘 알았다.날씨가 점점 추워지자 북당에는 감기 환자가 많이 생겼고, 혜민서(惠民署)에 환자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환자가 많아지자 일손이 부족한 것은 둘째고, 장사꾼들은 이때다 싶어 약 값을 올려 백성들의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백성들은 이 분노를 모두 태자비에게 전가시켰다. 백성의 원성이 사방에서 일어나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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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9화

위태부가 원경릉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문둥산에 올라가자 궁 앞에서 황제에게 간곡히 태자비를 엄하게 다스리라고 부탁하였으나, 황제의 답이 없자 그는 궁 안에 반룡원주(蟠龍圓柱)에 머리를 박아 황제의 관심을 끌었다.위태부는 죽지 않았지만 황제의 스승이 머리를 박는다는 게,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위태부는 북당에서 덕망이 높았고, 조정에 그를 따르는 자들이 많았으므로 이 일로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태자비를 성토하고 있는 데다가 태자가 수사한 사건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자 형부에서도 태자를 질책하였다. 심지어 항간에서는 태자가 무능하여 북당을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했다.게다가 원경릉이 짓고 있던 의학원도 백성들에 의해 부서지고 불까지 났다. 막대한 은화를 쓴 세운 기둥도 모두 타버리자 원경릉은 허탈함이 밀려왔다.백성들은 원경릉의 뜻도 모른 채 불타버린 의학원 자리를 보며 태자비가 별채를 지어 자신의 향락을 도모하려 한다고 했다.이때가 기회라는 듯 백성들은 회왕이 덕과 인심이 후하여 가장 좋은 태자감이라는 소리를 했다.문둥산에 가족을 두고 있는 백성들은 원경릉이 문둥산에 올라 병을 치료하는 것을 찬성하며 이에 대하여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마저도 원경릉이 문둥산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문둥병 환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과 폭력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명원제는 우문호를 책망하며 원경릉을 왕부에 감금하고 외출하지 못하게 하라고 분부했다.우문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부황, 그렇게는 못 합니다.”우문호의 말을 듣고 명원제가 크게 분노했다.“한 가지만 제대로 하면 백성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태자비가 문둥산에 오르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멈추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모든 사람이 반대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야. 자기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인지, 지킬 만한 것인지 너도 태자비도 반성해야 해.”“부황, 이 혼란에는 배후가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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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0화

명원제는 우문호의 고집스러움에 몹시 화가 났다.“만일 태자비가 문둥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어찌하겠느냐? 짐이 무슨 낯으로 북당의 백성들을 대하겠는가? 네가 간과한 게 있는데, 너는 백성들의 피와 땀을 먹고 사는 조정의 관료다. 왜 사사건건 백성들을 실망시키는 거야! 게다가 경조부는 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온 신경이 태자비에게 쏠려있어서 그런 것 아냐?”“부황…… 그게 아니라……”“너는 짐을 계속해서 실망시키고 있구나. 경조부에서 세 번이나 쫓겨났으니, 한 번 더 쫓겨나도 별 타격은 없겠지?”명원제의 말을 들은 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졌다.“부황, 최근 일어난 사건을 소자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있습니다만……”명원제는 손을 뻗어 그의 말을 막았다.“더 말할 필요 없다. 경조부윤 자리가 부담이 되면, 넷째에게 맡기면 된다.”“예?”우문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부황, 이 경조부윤 자리는 절대 안 됩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원하니 너를 쫓아내지 않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넌 앞으로 태자비가 문둥산을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명원제는 온화한 어조로 말하였다.“부황, 보름이 길면 일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정말 소자와 태자비를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지금 백성들이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우문호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명원제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백성들이 몰라서 그렇다고? 다섯째, 넌 백성 위에 네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천만에 결코 그렇지 않아. 백성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지금 너와 태자비의 잘못을 백성들의 무지로 치부하는 것은 네 생각이 잘못됐어.”“……”“북당의 태자가 되었으면 모든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행하기 전에 민심을 살펴야 한다. 그게 바로 나라를 다스리는 길이다. 지금 네가 문둥산에 있는 수백 명의 병자들을 구하겠다고 북당을 혼란에 빠뜨렸으니 소탐대실이다.”“부황께서 하시는 말씀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북당 백성들은 문둥병이라는 단어조차 쓰기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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