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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6화

기왕비는 왕부 안에 있던 시녀들을 모두 내보낸 후, 원경릉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오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별일은 아니고요. 노부인께서 너무 초왕부에만 계신 것 같아서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는 겁니다.”

원경릉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이 번쩍 떠졌다.

“차가 정말 향긋하네요. 어디서 사신 겁니까?”

“정원에 꽃을 따서 직접 말린 겁니다. 괜찮으면 이따가 돌아갈 때 포장해 드리지요.”

“예, 고맙습니다.”

“태자비, 어제 계란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괜찮습니까?”

“그 소식이 여기까지 퍼졌습니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딱 맞네요.”

기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초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제가 모를 리가 없지요.”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기왕비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 뜻은 어느 왕부든 기왕비의 소식통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기왕비는 입을 가리고 하하하 크게 소리 내어 웃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원경릉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기왕비, 우리 왕부에 소식통이 있든 없든 그게 누군지 묻지 않는 대신에 제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지요. 안왕부에 아라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무엇인지, 안왕과 아라는 무슨 관계인지 알고 싶네요.”

“전에 태자비에게 말했을 땐 귀 기울여 듣지도 않더니, 지금 와서 왜 그게 궁금합니까?”

“제가 언제요? 기왕비도 아시다시피 본 태자비가 얼마나 바빴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습니까? 기왕이 기왕비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도 얘기할 겨를이 없었잖아요.”

기왕비는 정원에서 정성스럽게 원 할머니를 모시는 기왕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나한테 잘 해야 한다는 걸 알았겠지요. 하지만 저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은 자신이 준 게 있으면 그걸 꼭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기왕은 아직도 태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겁니까?”

기왕비는 기왕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포기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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