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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2화

원 할머니는 약상자 안에 현대 약들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한참을 약상자를 바라보던 할머니는 뿌리는 파스를 집어 원경릉의 목에 뿌렸다.

“그래도 이곳에 약상자가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서 네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싶구나. 오늘 기상궁과 녹주(綠荷)가 지난 네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

원경릉은 깜짝 놀라 천천히 몸을 돌려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혹시 희상궁과 녹주가 무슨 말을 했어요?”

원경릉은 두 사람이 자신이 예전에 곤장을 맞았다는 사실까지 할머니에게 얘기를 했을까 봐 겁났다.

“기상궁한테 물어보니 잘 얘기를 하지 않아서, 녹주한테 물어봤지. 녹주는 내가 묻는 말에 곧이곧대로 대답을 해줬어. 처음부터 다섯째가 너에게 살갑지는 않았다면서? 그 말을 들으니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프더라. 그리고 전에 궁에 가서……”

원경릉은 녹주가 쓸데없는 얘기를 할머니께 전한 것에 화가 났지만 할머니가 걱정하는 것이 싫어 애써 평온한 척했다.

“할머니, 이미 다 지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게다가 곤장 서른 대가 무슨 대수라고요.”

할머니는 들고 있던 파스를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곤장을 맞았다니? 다섯째가 너를 때렸다는 거야?”

“예? 녹주가 그 얘기는 하지 않던가요……?”

“감히 내 손녀를 때려? 남자가 여자를 때리다니 그게 얼마나 비겁하고 모자란 짓이야?”

“……”

“아이고, 경릉아……”

할머니는 원경릉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왜 얘기를 안 했어? 이러고 사는 줄 알았으면 당장이라고 끌고 나갔을 것이야! 어디 남자가 여자를 때리느냐! 게다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

원경릉은 할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고 있는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쓸었다.

“할머니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셔서 제 말을 들어보세요.”

“너 설마 세뇌라도 당한 거야?”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까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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