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우문호의 만남원경릉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대흥은 왜 자기네가 직접 학교를 열지 않죠?”할머니는 손녀가 여기 온 뒤로 머리가 둔해 졌구나 생각하며, “그럼 우리 나라는 왜 매년 그렇게 많은 학생을 유학 시키지? 그 중에 의대생도 상당할 텐데, 왜 그러니?”원경릉이 또 머리를 때리고 푸념하듯, “할머니, 임신한번에 3년씩 바보가 된다더니 진짠 가봐요, 두 나라의 의학 수준이 다르니 당연히 필요하죠, 하지만 만약 그렇다0면 우리 북당 사람도 대흥에 가서 의학을 배워야 양국이 진짜 공평한 거죠!”할머니가 작은 소리로, “이런 일은 권력자들이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우리 의사들은 정치에 관해서는 묻지 않기로 하자.”할머니와 손녀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는데 만아가 와서 왕야가 왔다고 전했다.오늘 성안가(成安街)에 인명 사건 일어나 두 명이 죽었다. 남녀 1명씩으로 남자는 홀아비로 아내가 죽은 뒤 두 아들을 키워, 아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 나가서 생계를 꾸리는데 부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먹고 사는 걸 걱정할 처지는 아니었다.죽은 여자는 남자의 옆집 이웃으로 홀아비의 침대에서 죽었는데 둘 다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점심때 신고를 받았는데 포도대장이 휴가 중이라 우문호가 가서 현장 검증을 했다. 두 명이 사망한 상태가 처참하기 그지 없는 것이 남자는 성기를 잘린 뒤 몸을 십여 군데를 칼로 잘랐고, 여자는 혀를 잘라내고 귀와 코도 전부 베었을 뿐 아니라 손가락과 발가락을 마디마디 다진 뒤 여기저기 버려서 땅바닥에 피가 낭자하고 참혹했다.우문호는 오늘 흉악 사건 현장에서 하급관리와 함께 사망한 여자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찾았는데, 집안, 마당, 모퉁이까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저녁 때 사람들이 철수하고, 우문호는 성안가에서 바로 이리 저택으로 왔다. 고작 길 두개를 사이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웠을 뿐 아니라, 우문호는 저녁에 야근한다고 원경릉에게 얘기하고 오는 김에 밥도 먹으려고 했다.하지만 오늘 일을 처리할 때 몸에 혈흔이 점점이 튀었는데
할머니와 우문호의 대면우문호는 입가에 웃음이 얼어붙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말 가족이라고? 저쪽 사람이 왔다고? 그럼 원경릉을 데리고 가는 거 아냐?우문호의 뇌리에 몇 번이고 울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던 원경릉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이 찾아 왔으니 원경릉은 분명 따라갈 게 틀림없다. 가족에 대한 감정이 각별하니까.“자기야, 우리 들어가서 얘기해.” 원경릉이 할머니를 부축하며 본관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알았다고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영혼이 나간 채로 돌계단을 올라서다가 하마터면 헛디딜 뻔 하질 않나,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 하질 않나.원경릉은 할머니를 가운데 자리 태사의에 앉히고 자기도 옆에 앉았다. 우문호가 한가운데 서 있는데 뭘 어째야 할지 모르고 어색함 그 자체다.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바보, 얼른 와서 할머니께 인사 안 드리고 뭐해?”우문호는 완전 심란해서 죽을 지경으로, 두 다리가 와들와들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앞으로 나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는데 예의가 바른 건지 아니면 다리에 힘이 빠진 건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할머니를 뵙습니다.”할머니는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아파서, “어서 앉아요.”우문호는 일어나 옆에 앉아 뚫어져라 원경릉만 바라보며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다행히 이 때 숙친왕과 이리 나리가 와서 수라가 준비됐다고 했다.우문호는 원래 배가 등가죽에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식욕이고 뭐고 원경릉을 붙잡고 한쪽으로 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지만 원경릉은 할머니랑 딱 붙어서 앉아서 한없이 할머니만 보는 게 이러다 눈 깜짝할 새 원경릉이 사라질 까봐 두려웠다.할머니도 상식이 통하는 사람으로 원경릉에게, “사위 옷이 더러워졌구나, 너는 가서 사위 옷 갈아 입혀 드려라.”사위라는 말은 우문호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우문호가 느끼는 두려움과 심란함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이성을 차리고 생각하니 지금 원 선생은 아이도 낳았으니 할머니가 원 선
할머니에게 어떻게?우문호가 놀라서 얼른 손을 놓고 문틈으로 밖을 보니 따라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문호는 비로소 안도하고 원경릉을 노려보며, “안 무섭거든, 어쨌든 친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애진작에 버리는 게 좋아, 당신 친정은 정후부야, 당신은 원경릉이고, 내 태자비야, 다른 신분은 없어.”원경릉은 일부러 우문호에게 겁을 주시겠다는 할머니가 말씀을 기억하고, 우문호가 할머니를 마주치기 전에 먼저 설명해서 초조한 나머지 불같이 화를 내다가 사고 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우문호가 선수를 치고 엄포를 놓을 줄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뾰로통해 져서, “왜? 내가 자기 태자비면 가족이랑 연을 끊어야 돼? 부모도 인정할 수 없어?”우문호는 당연히 그렇다고 하고 싶지만 원 선생의 뚜껑이 열린 표정을 보자 기가 확 꺾여서, “인정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시간을 내서 우리가 가면 돼지, 너 친정이 대흥인 거 아냐? 전에 얘기 없더니 진작 말했으면 당신 데리고 뵈러 다녀왔지, 지금 내가 격식을 갖춰 인사를 못 드린 게 오늘……”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전신에 튄 핏방울을 보는 순간, 낭패라는 표정으로 원경릉을 원망하며, “자기는 왜 나한테 먼저 얘기 안 했어? 그랬으면 내가 제대로 좀 꾸미고 왔지, 내가 원래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사람인데 지금은 완전 구린내 나는 시궁창 꼴이잖아, 당신 탓이야.”원경릉이 우문호를 흘겨 보며, “언제부터 외모에 신경 썼다고 그래? 입궁해서 아바마마를 뵐 때도 꾸미는 거 못 봤는데.”“그게 어떻게 같아? 아바마마는 나를 아는 순간부터 나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우문호가 원경릉의 옷자락을 쥐고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할머니한테 내 인상이 어떻다고 했어? 나 방금 좀 실례였지?”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답하지 않고 문을 열고 밖에 시녀를 불러 옷을 갈아 입혀 드리라고 했다.옷을 다 갈아입고 원경릉은 우문호를 거울 앞에 앉히고 머리를 묶어 관을 씌우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맑고 경쾌한데다 이목구비가 준수하다. 원경릉은
할머니와 식사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우문호는 줄곧 자기만 생각했지 원경릉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기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가족이 모인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기쁜 일인지 말이다.우문호는 당연히 원경릉과 같이 기뻐해야 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원 선생, 당신은 영원히 혼자일 수 없어. 어느 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먼저 너부터 죽여서, 너 혼자 외톨이로 이 세상에 남게 하지 않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뜨거운 눈빛을 보며, 무쇠 돌직구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저들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 멘트를 항상 저따위 잔혹동화로 바꿔 놓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에서 자포자기를 발견하고 작은 목소리로, “내가 전에 하마터면 널 잃을 뻔 한 적이 있잖아, 그 공포와 절망은 죽는 것보다 괴로웠어, 그래서 난 당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분위기를 모르는 게 아니라 뼈 속 깊이 체험했을 뿐이라고,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어떤 건지.”원경릉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우문호의 손을 꽉 잡았다.돌직구 남자는 가끔 이상하게 감동시키는데, 그건 그들 자신이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끝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그때부터 가장 힘들다.이리 나리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저녁을 차렸지만, 임 선생님은 나와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고 이리 나리는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 드리게 하고 임 선생님은 방에서 드셨다.식사 때 우문호는 궁중에서 배운 식사 예절과 규례를 기억해 내며, 최대한 자신이 고상하고 황태자라는 신분에 걸맞는 존재라는 걸 어필하고자 했다.비록 우문호가 지나치게 어색하게 굴다가 거의 먹지 못했지만 다행히 큰 실수는 안했다.이리 나리는 사람을 시켜 술을 따르게 했다. 우문호는 한잔 하고 잔뜩 긴장한 신경을 좀 느슨하게 하려고 손이 막 술잔에 닿으려는 찰나 다시 손을 집어넣으며, “저……전 술 마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서요.”첫
원경릉은 어떻게 된 걸까?이리 나리 이 사람은 진짜 고상함 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듣기 거북한 말을 어르신 앞에서 잘도 한다, 이 쓰레기야!“식사, 식사 하시죠!” 숙친왕이 우문호가 어색하고 불안해 하는 것을 보고 화제를 마무리 지었다.밥을 다 먹고, 우문호는 다시 관아로 돌아가야 했지만 할머니를 홀대하고 싶지 않아 계속 할머니께서 자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는지 기다렸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먼저 가서 급한 일 보세요, 제가 할머니와 초왕부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할머니도 온화하게, “그래, 사위가 야근을 해야 한다 던데 얼른 가봐요, 일에 지장 주지 말고.” 우문호는 한시름 마음이 놓이며 일어나 공손하게,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서일에게 두 분 돌아가시도록 마중 나오도록 하겠습니다.”우문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원경릉의 볼을 만지려고 했는데, 이건 습관이라 매번 나갈 때마다 안고 뽀뽀하는데 만약 옆에 누가 있으면 손을 뻗어 볼을 만지는 게 작별 인사인 셈이다.하지만 지금 손을 뻗었다가 이 동작이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르신이 어색하실 수 있어서 뻘쭘하게 손을 거두고 돌아서 갔다.할머니가 직접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깊은 것을 알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원경릉은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초왕부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서일이 이미 밖에 훨씬 널찍하고 편한 마차를 준비해 두었는데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마차가 익숙하지 않아 위아래로 요동하면 힘드실 까봐 서일에게 천천히 몰라고 시켰다.할머니는 웃으며, “요 바보야, 할미는 대흥에서부터 왔단다, 이런 교통 수단엔 이미 익숙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까탈 스럽든?”“걸핏하면 까탈부리면서!” 원경릉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맹하니 쳐다보는 눈엔 여전히 눈물이 가득 하다, “할머니, 엄마 지금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저 속이면 안되는 거 아시죠?”“널 속여 뭐하게?” 할머니가 원경릉에게 손을 뻗어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너한테 일이
할머니는 뇌 전문의가 아니었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약에 지금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의식이 원래 대뇌에 의해 통제가 된다면 몸이 얼어 있는데도 뇌를 쓸 수 있을까? 원경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그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마차는 초왕부에 도착했다. 원경릉은 왕부 내 집사와 탕양 그리고 희상궁과 기상궁을 불러 함께 불렀다.그들에게 원 할머니는 대흥국 임 선생의 동생으로 여기에 와서 그녀와 함께 의학원을 짓는 것을 도울거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초왕부에 함께 거주할 것이며, 모두들 원 할머니를 잘 모시라고 당부했다.대흥국의 귀빈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들 원 할머니를 우러러보았으며, 희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원 할머니를 모시고 봉의각으로 갔다.원경릉은 원래 할머니와 함께 자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이곳에 오는 동안 피곤했을 할머니이기에 오늘은 봉의각으로 보내드리기로 했다.‘앞으로 계속 이곳에 계실 텐데…… 서두를 필요 없지.’원 할머니는 삼둥이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삼둥이들은 황제의 명을 받아 입궁을 했기에 볼 수가 없었다.*우문호는 자정이다 되어서야 돌아왔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원경릉은 자지 않았다. 우문호는 그녀와 할머니가 한 방에서 자는 줄 알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오는 우문호를 보고 원경릉이 크게 웃었다.“뭐 훔치러 왔어?”우문호는 깜짝 놀라 원경릉을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할머니가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들어왔다.“훔치긴 뭘 훔쳐? 난 또 할머님이 여기 계신 줄 알았네.”“할머니께서 피곤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일찍 쉬시라고.”원경릉은 잠깐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았다.“아, 그러실 만도.”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어?”라고 물었다.“중의약(中醫藥) 책을 읽고 있었어. 시간 있을 때
“지명을 적어 두려고. 만약 나중에 네가 없어져도 내가 찾아갈 수 있게 말이다.”우문호의 진지한 얼굴에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어느 날 내가 정말 사라진다면 넌 나를 찾지 못할 거야. 그러니 그렇게 적어둬도 의미 없어.”“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찾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라도 쓸 테니, 지금 내 옆에 있을 때, 실마리라도 남겨둬.”한밤중, 우문호는 그녀의 손목을 끌어 서재로 갔다.원경릉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의 전생을 모두 털어놓았다.전에 귀담아듣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우문호는 처음으로 열심히 들었다.“네 말대로라면…… 경릉이 너는 하늘이 내게 준 보물이구나.”“그래서 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해.”“당연하지.”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사실 그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전에는 없던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우리 두 사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그는 원경릉이 말한 내용에서 지역의 이름 그리고 시간을 전부 기록하여 소중히 간직하였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원경릉이 밤 사이에 사라질까 무서워 꼭 껴안고 잤다. ‘말도 없이 이곳으로 온 원경릉이 갈 때도 말도 없이 가지 않을까? 혹시 알아?’*이튿날 아침.옷차림을 단정히 입은 우문호가 원경릉과 함께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그는 어제보다 오늘따라 훨씬 대범해졌다. 그는 할머니 앞에서 원경릉에게 잘해주겠다고 약속하며 할머니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원경릉은 가볍게 떨리는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매우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챘다.할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다른 걱정은 안 됐지만, 이 시대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아내를 들이는 점이 걱정됐다. 특히 그는 태자이며 장차 황제가 될 텐데, 지금처럼 후궁이나 첩을 들이는 것을 공공연히 마다할 수 있을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걱정이 됐다.우문호가 관아에 돌아간 후, 원 할머니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이 걱정되는
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일들은 어린 너희들 사이에서 재밌는 거지. 난 가지 않겠다.”원경릉은 할머니의 얼굴이 아직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오느라고 지쳐있다고 생각되었다.“그럼 저도 가지 않을래요. 할머니랑 집에서 같이 있을 겁니다.”“그러지 말고 갔다 오거라. 가서 미색을 좀 도와줘야지. 숙친왕이 미색을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래.”원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네, 할머니 쉬고 계세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미색은 혼인을 맺은 후 이틀 동안은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궁중의 일들은 노비 선에서 처리되었고, 회왕의 하인들도 미색에게 호의적이었다. 미색은 혼인 후 이튿날 입궁하여 태상황과 태후에게 알현을 드렸으며 황상과 황후에게도 알현함으로써 정식으로 황실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사흘째가 되는 지금, 왕부를 나서기도 전에 벌써 한숨이 나왔다.‘혼인을 하니까 다 좋은데…… 친정이 문제네. 사람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구나.’회왕은 미색의 친정 방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어제부터 하인들을 찾아다니며 빠짐없이 준비를 하라고 분부했다. 혼인 후 3일이 넘었으니 친정에 가야 하는데, 미색은 침상에서 뭉그적거리며 가기를 꺼려 하고 있었다.회왕은 미색과 숙친왕 사이에 일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미색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그녀에게 숙친왕에 대해 묻지 않았다.회왕은 그녀가 좀처럼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자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게 누워만 있는다고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소?”미색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대흥으로 돌아갈 때까지 피할 겁니다.”라고 말했다.“그렇다고 가족을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겠소?”회왕은 침상 옆에 앉아서 그녀를 끌어당겼다.“빨리 일어나시오.”“알겠어요. 일어날게요.”미색은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탄식하였다.‘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일으켜 세우는데 안 일어날 여자가 어딨겠어?’이리 집안에서는는 미색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이었다. 대흥은 혼인 후, 사위가 처음 친정에 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