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식사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우문호는 줄곧 자기만 생각했지 원경릉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기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가족이 모인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기쁜 일인지 말이다.우문호는 당연히 원경릉과 같이 기뻐해야 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원 선생, 당신은 영원히 혼자일 수 없어. 어느 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먼저 너부터 죽여서, 너 혼자 외톨이로 이 세상에 남게 하지 않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뜨거운 눈빛을 보며, 무쇠 돌직구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저들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 멘트를 항상 저따위 잔혹동화로 바꿔 놓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에서 자포자기를 발견하고 작은 목소리로, “내가 전에 하마터면 널 잃을 뻔 한 적이 있잖아, 그 공포와 절망은 죽는 것보다 괴로웠어, 그래서 난 당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분위기를 모르는 게 아니라 뼈 속 깊이 체험했을 뿐이라고,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어떤 건지.”원경릉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우문호의 손을 꽉 잡았다.돌직구 남자는 가끔 이상하게 감동시키는데, 그건 그들 자신이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끝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그때부터 가장 힘들다.이리 나리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저녁을 차렸지만, 임 선생님은 나와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고 이리 나리는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 드리게 하고 임 선생님은 방에서 드셨다.식사 때 우문호는 궁중에서 배운 식사 예절과 규례를 기억해 내며, 최대한 자신이 고상하고 황태자라는 신분에 걸맞는 존재라는 걸 어필하고자 했다.비록 우문호가 지나치게 어색하게 굴다가 거의 먹지 못했지만 다행히 큰 실수는 안했다.이리 나리는 사람을 시켜 술을 따르게 했다. 우문호는 한잔 하고 잔뜩 긴장한 신경을 좀 느슨하게 하려고 손이 막 술잔에 닿으려는 찰나 다시 손을 집어넣으며, “저……전 술 마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서요.”첫
원경릉은 어떻게 된 걸까?이리 나리 이 사람은 진짜 고상함 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듣기 거북한 말을 어르신 앞에서 잘도 한다, 이 쓰레기야!“식사, 식사 하시죠!” 숙친왕이 우문호가 어색하고 불안해 하는 것을 보고 화제를 마무리 지었다.밥을 다 먹고, 우문호는 다시 관아로 돌아가야 했지만 할머니를 홀대하고 싶지 않아 계속 할머니께서 자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는지 기다렸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먼저 가서 급한 일 보세요, 제가 할머니와 초왕부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할머니도 온화하게, “그래, 사위가 야근을 해야 한다 던데 얼른 가봐요, 일에 지장 주지 말고.” 우문호는 한시름 마음이 놓이며 일어나 공손하게,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서일에게 두 분 돌아가시도록 마중 나오도록 하겠습니다.”우문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원경릉의 볼을 만지려고 했는데, 이건 습관이라 매번 나갈 때마다 안고 뽀뽀하는데 만약 옆에 누가 있으면 손을 뻗어 볼을 만지는 게 작별 인사인 셈이다.하지만 지금 손을 뻗었다가 이 동작이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르신이 어색하실 수 있어서 뻘쭘하게 손을 거두고 돌아서 갔다.할머니가 직접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깊은 것을 알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원경릉은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초왕부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서일이 이미 밖에 훨씬 널찍하고 편한 마차를 준비해 두었는데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마차가 익숙하지 않아 위아래로 요동하면 힘드실 까봐 서일에게 천천히 몰라고 시켰다.할머니는 웃으며, “요 바보야, 할미는 대흥에서부터 왔단다, 이런 교통 수단엔 이미 익숙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까탈 스럽든?”“걸핏하면 까탈부리면서!” 원경릉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맹하니 쳐다보는 눈엔 여전히 눈물이 가득 하다, “할머니, 엄마 지금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저 속이면 안되는 거 아시죠?”“널 속여 뭐하게?” 할머니가 원경릉에게 손을 뻗어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너한테 일이
할머니는 뇌 전문의가 아니었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약에 지금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의식이 원래 대뇌에 의해 통제가 된다면 몸이 얼어 있는데도 뇌를 쓸 수 있을까? 원경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그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마차는 초왕부에 도착했다. 원경릉은 왕부 내 집사와 탕양 그리고 희상궁과 기상궁을 불러 함께 불렀다.그들에게 원 할머니는 대흥국 임 선생의 동생으로 여기에 와서 그녀와 함께 의학원을 짓는 것을 도울거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초왕부에 함께 거주할 것이며, 모두들 원 할머니를 잘 모시라고 당부했다.대흥국의 귀빈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들 원 할머니를 우러러보았으며, 희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원 할머니를 모시고 봉의각으로 갔다.원경릉은 원래 할머니와 함께 자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이곳에 오는 동안 피곤했을 할머니이기에 오늘은 봉의각으로 보내드리기로 했다.‘앞으로 계속 이곳에 계실 텐데…… 서두를 필요 없지.’원 할머니는 삼둥이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삼둥이들은 황제의 명을 받아 입궁을 했기에 볼 수가 없었다.*우문호는 자정이다 되어서야 돌아왔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원경릉은 자지 않았다. 우문호는 그녀와 할머니가 한 방에서 자는 줄 알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오는 우문호를 보고 원경릉이 크게 웃었다.“뭐 훔치러 왔어?”우문호는 깜짝 놀라 원경릉을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할머니가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들어왔다.“훔치긴 뭘 훔쳐? 난 또 할머님이 여기 계신 줄 알았네.”“할머니께서 피곤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일찍 쉬시라고.”원경릉은 잠깐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았다.“아, 그러실 만도.”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어?”라고 물었다.“중의약(中醫藥) 책을 읽고 있었어. 시간 있을 때
“지명을 적어 두려고. 만약 나중에 네가 없어져도 내가 찾아갈 수 있게 말이다.”우문호의 진지한 얼굴에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어느 날 내가 정말 사라진다면 넌 나를 찾지 못할 거야. 그러니 그렇게 적어둬도 의미 없어.”“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찾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라도 쓸 테니, 지금 내 옆에 있을 때, 실마리라도 남겨둬.”한밤중, 우문호는 그녀의 손목을 끌어 서재로 갔다.원경릉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의 전생을 모두 털어놓았다.전에 귀담아듣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우문호는 처음으로 열심히 들었다.“네 말대로라면…… 경릉이 너는 하늘이 내게 준 보물이구나.”“그래서 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해.”“당연하지.”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사실 그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전에는 없던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우리 두 사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그는 원경릉이 말한 내용에서 지역의 이름 그리고 시간을 전부 기록하여 소중히 간직하였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원경릉이 밤 사이에 사라질까 무서워 꼭 껴안고 잤다. ‘말도 없이 이곳으로 온 원경릉이 갈 때도 말도 없이 가지 않을까? 혹시 알아?’*이튿날 아침.옷차림을 단정히 입은 우문호가 원경릉과 함께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그는 어제보다 오늘따라 훨씬 대범해졌다. 그는 할머니 앞에서 원경릉에게 잘해주겠다고 약속하며 할머니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원경릉은 가볍게 떨리는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매우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챘다.할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다른 걱정은 안 됐지만, 이 시대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아내를 들이는 점이 걱정됐다. 특히 그는 태자이며 장차 황제가 될 텐데, 지금처럼 후궁이나 첩을 들이는 것을 공공연히 마다할 수 있을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걱정이 됐다.우문호가 관아에 돌아간 후, 원 할머니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이 걱정되는
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일들은 어린 너희들 사이에서 재밌는 거지. 난 가지 않겠다.”원경릉은 할머니의 얼굴이 아직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오느라고 지쳐있다고 생각되었다.“그럼 저도 가지 않을래요. 할머니랑 집에서 같이 있을 겁니다.”“그러지 말고 갔다 오거라. 가서 미색을 좀 도와줘야지. 숙친왕이 미색을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래.”원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네, 할머니 쉬고 계세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미색은 혼인을 맺은 후 이틀 동안은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궁중의 일들은 노비 선에서 처리되었고, 회왕의 하인들도 미색에게 호의적이었다. 미색은 혼인 후 이튿날 입궁하여 태상황과 태후에게 알현을 드렸으며 황상과 황후에게도 알현함으로써 정식으로 황실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사흘째가 되는 지금, 왕부를 나서기도 전에 벌써 한숨이 나왔다.‘혼인을 하니까 다 좋은데…… 친정이 문제네. 사람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구나.’회왕은 미색의 친정 방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어제부터 하인들을 찾아다니며 빠짐없이 준비를 하라고 분부했다. 혼인 후 3일이 넘었으니 친정에 가야 하는데, 미색은 침상에서 뭉그적거리며 가기를 꺼려 하고 있었다.회왕은 미색과 숙친왕 사이에 일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미색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그녀에게 숙친왕에 대해 묻지 않았다.회왕은 그녀가 좀처럼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자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게 누워만 있는다고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소?”미색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대흥으로 돌아갈 때까지 피할 겁니다.”라고 말했다.“그렇다고 가족을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겠소?”회왕은 침상 옆에 앉아서 그녀를 끌어당겼다.“빨리 일어나시오.”“알겠어요. 일어날게요.”미색은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탄식하였다.‘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일으켜 세우는데 안 일어날 여자가 어딨겠어?’이리 집안에서는는 미색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이었다. 대흥은 혼인 후, 사위가 처음 친정에 올 때
회왕에게 술을 권하는 시종 보고 미색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더니 한 손으로 술을 빼앗고는 무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회왕께서는 술을 드시지 못한다! 설마 황실의 자제를 위협하려는 것이냐!”“새신랑이 마시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요. 누군가가 대신해서 마셔야 하는 수밖에!” 술을 들고 있던 시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회왕은 시종의 말을 듣고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고, 회왕이 데리고 온 하인들도 시종의 당돌함에 깜짝 놀랐다.“그래,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미색이 차갑게 웃으며 시종을 보더니 손에 들린 술을 빼앗아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회왕은 아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미색의 소매로 흐르는 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미색아 그만 마시거라.” 회왕이 말했다. 미색은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는 손으로 거칠게 입을 닦았다.“또 뭐가 있어? 내가 다 상대해 줄 테니까!”그러자 십여 명의 사람이 긴 몽둥이를 들고 회왕을 에워쌌다. 미색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회왕을 뒤로 세우고 그들과 맞설 준비를 했다.십여 명의 사람들이 미색과 회왕에게 몽둥이를 휘둘렀고 미색은 칼집에 있던 장검을 꺼내 하나 둘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회왕은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는 그녀를 보며 한 떨기의 장미가 꽃잎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수많은 사람이 들고 있던 몽둥이가 모두 반 토막이 되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미색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넘겼다.“또 있어? 덤벼!”그녀의 우렁찬 소리에 이리 댁의 시종들이 움찔했다. 잠시 후, 책을 들고 있던 책벌레들 다섯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저건 또 뭐람? 설마 학문을 시험하겠다는 거야?’그 모습을 본 회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색의 앞에 섰다.“이번엔 내가 나서겠네!”회왕은 오랜 병을 앓는 바람에 무공에는 약하나 그 덕에 가만히 앉아서 책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친왕들 중에서도 그의 학문이 가장 뛰어났다.다섯 명의
숙친왕은 두 사람이 모든 관문을 통과하자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린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이리 댁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숙친왕은 미색에게 황실 사람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조신하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아무리 화가 나도 남편을 존중하라고 했다. 미색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삐죽거렸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잔소리는 귀찮지만, 저 말 뜻은 회왕을 사위로 받아들인다는 말이군.’원경릉은 숙친왕과 미색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이리 댁에 잠시 머물다가 왕부로 돌아왔다. 미색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왕부에 혼자 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다.*마차가 초왕부에 도착하자 군중들이 마차를 에워쌌다. “태자비는 물러나라!”“물러나라! 물러나라!”전까지는 잠잠하던 백성들이 다시 나타나 초왕부 대문을 향해 욕을 해댔다.수위와 하인들이 그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몇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그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서일은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차를 뒷문으로 몰았다.“태자비께서는 뒷문으로 들어가세요. 일단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냥 내버려 두면 잠잠해질 것을……”“태자비, 저들을 저대로 둬서는 안 됩니다! 완벽하게 진압하지 않으면 내일 또 올 겁니다!”“오늘 해산시켰다고 해도 내일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네. 저들 중에 분명 나를 암살하려고 온 자객들도 숨어있을 것이야. 백성들은 그들에 의해 선동됐을 거고.”“자객이라니요? 혹시 대흥의 귀빈이 부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태자와 태자비의 명성을 더럽히려는 겁니까?”원경릉은 서일에게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일단 뒷문으로 들어가 보자고. 마차는 근처에 세우고.”원경릉은 이런 광경을 처음 봤을 할머니가 걱정됐다. 그녀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군중 속에 한 사람이 원경릉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태자비가 저기 있다!”“태자가 태자비와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도 초왕부에
서일은 고개를 돌리고 원경릉을 보았다.“태자비, 왜 말리시는 겁니까? 다른 건 다 참아도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은 초장에 확 휘어잡아야 합니다!”원경릉은 손으로 머리에 붙은 계란 껍데기를 떼내었다. 썩은 계란도 섞여 있어 악취가 어마어마했다.“서일, 일단 진정하고 이 일은 태자가 왕부로 돌아온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 지금 탕대인이 왕부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와 상의를 해봐. 난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만아는 원경릉의 목과 뒤통수가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태자비님 계란에 맞으신 곳이 다 부어올랐는데 아프지 않으십니까?”“아픈 건 괜찮은데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나오는구나,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고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왕부가 소란스러우니 놀라셨을 거야.”원경릉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봉의각으로 걸어갔다.만아는 원경릉의 뒤를 바짝 따르며 “정말 저 몰상식한 사람들은 싹 다 잡아다가 혼쭐을 내어줘야 합니다! 문둥산에 있는 환자들은 생명이 아니라는 겁니까? 왜 저렇게 이기적인 겁니까?” 라고 화를 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만아를 보고 온화하게 웃었다.“사람의 마음이란 참 어려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보인 거지. 사람이 죽든 아프든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가족 중에 누구 하나라도 문둥병에 걸려 문둥산에 있는 백성들은 저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 거야.”“그렇지만……”“만아야,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되찾고 더 강해져야 해.”“그래도…… 태자비님께서는 화가 나지 않으십니까?”“당연히 화가 나지! 하지만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야.”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대청을 지나 방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할머니가 있었고 원경릉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다녀왔습니다.”“꼴이 그게 무엇이냐……”“아, 이거 새로 연구하는 약이 있어서…… 계란에 단백질이 두피에 좋다길래 먼저 실험해 본 겁니다!”원경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