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243화

작가: 유애
할머니에게 어떻게?

우문호가 놀라서 얼른 손을 놓고 문틈으로 밖을 보니 따라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문호는 비로소 안도하고 원경릉을 노려보며, “안 무섭거든, 어쨌든 친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애진작에 버리는 게 좋아, 당신 친정은 정후부야, 당신은 원경릉이고, 내 태자비야, 다른 신분은 없어.”

원경릉은 일부러 우문호에게 겁을 주시겠다는 할머니가 말씀을 기억하고, 우문호가 할머니를 마주치기 전에 먼저 설명해서 초조한 나머지 불같이 화를 내다가 사고 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우문호가 선수를 치고 엄포를 놓을 줄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뾰로통해 져서, “왜? 내가 자기 태자비면 가족이랑 연을 끊어야 돼? 부모도 인정할 수 없어?”

우문호는 당연히 그렇다고 하고 싶지만 원 선생의 뚜껑이 열린 표정을 보자 기가 확 꺾여서, “인정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시간을 내서 우리가 가면 돼지, 너 친정이 대흥인 거 아냐? 전에 얘기 없더니 진작 말했으면 당신 데리고 뵈러 다녀왔지, 지금 내가 격식을 갖춰 인사를 못 드린 게 오늘……”

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전신에 튄 핏방울을 보는 순간, 낭패라는 표정으로 원경릉을 원망하며, “자기는 왜 나한테 먼저 얘기 안 했어? 그랬으면 내가 제대로 좀 꾸미고 왔지, 내가 원래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사람인데 지금은 완전 구린내 나는 시궁창 꼴이잖아, 당신 탓이야.”

원경릉이 우문호를 흘겨 보며, “언제부터 외모에 신경 썼다고 그래? 입궁해서 아바마마를 뵐 때도 꾸미는 거 못 봤는데.”

“그게 어떻게 같아? 아바마마는 나를 아는 순간부터 나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우문호가 원경릉의 옷자락을 쥐고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할머니한테 내 인상이 어떻다고 했어? 나 방금 좀 실례였지?”

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답하지 않고 문을 열고 밖에 시녀를 불러 옷을 갈아 입혀 드리라고 했다.

옷을 다 갈아입고 원경릉은 우문호를 거울 앞에 앉히고 머리를 묶어 관을 씌우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맑고 경쾌한데다 이목구비가 준수하다. 원경릉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244화

    할머니와 식사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우문호는 줄곧 자기만 생각했지 원경릉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기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가족이 모인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기쁜 일인지 말이다.우문호는 당연히 원경릉과 같이 기뻐해야 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원 선생, 당신은 영원히 혼자일 수 없어. 어느 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먼저 너부터 죽여서, 너 혼자 외톨이로 이 세상에 남게 하지 않을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뜨거운 눈빛을 보며, 무쇠 돌직구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저들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 멘트를 항상 저따위 잔혹동화로 바꿔 놓겠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에서 자포자기를 발견하고 작은 목소리로, “내가 전에 하마터면 널 잃을 뻔 한 적이 있잖아, 그 공포와 절망은 죽는 것보다 괴로웠어, 그래서 난 당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분위기를 모르는 게 아니라 뼈 속 깊이 체험했을 뿐이라고,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어떤 건지.”원경릉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우문호의 손을 꽉 잡았다.돌직구 남자는 가끔 이상하게 감동시키는데, 그건 그들 자신이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끝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그때부터 가장 힘들다.이리 나리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저녁을 차렸지만, 임 선생님은 나와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고 이리 나리는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 드리게 하고 임 선생님은 방에서 드셨다.식사 때 우문호는 궁중에서 배운 식사 예절과 규례를 기억해 내며, 최대한 자신이 고상하고 황태자라는 신분에 걸맞는 존재라는 걸 어필하고자 했다.비록 우문호가 지나치게 어색하게 굴다가 거의 먹지 못했지만 다행히 큰 실수는 안했다.이리 나리는 사람을 시켜 술을 따르게 했다. 우문호는 한잔 하고 잔뜩 긴장한 신경을 좀 느슨하게 하려고 손이 막 술잔에 닿으려는 찰나 다시 손을 집어넣으며, “저……전 술 마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서요.”첫

  • 명의 왕비   제 1245화

    원경릉은 어떻게 된 걸까?이리 나리 이 사람은 진짜 고상함 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듣기 거북한 말을 어르신 앞에서 잘도 한다, 이 쓰레기야!“식사, 식사 하시죠!” 숙친왕이 우문호가 어색하고 불안해 하는 것을 보고 화제를 마무리 지었다.밥을 다 먹고, 우문호는 다시 관아로 돌아가야 했지만 할머니를 홀대하고 싶지 않아 계속 할머니께서 자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는지 기다렸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먼저 가서 급한 일 보세요, 제가 할머니와 초왕부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할머니도 온화하게, “그래, 사위가 야근을 해야 한다 던데 얼른 가봐요, 일에 지장 주지 말고.” 우문호는 한시름 마음이 놓이며 일어나 공손하게,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서일에게 두 분 돌아가시도록 마중 나오도록 하겠습니다.”우문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원경릉의 볼을 만지려고 했는데, 이건 습관이라 매번 나갈 때마다 안고 뽀뽀하는데 만약 옆에 누가 있으면 손을 뻗어 볼을 만지는 게 작별 인사인 셈이다.하지만 지금 손을 뻗었다가 이 동작이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르신이 어색하실 수 있어서 뻘쭘하게 손을 거두고 돌아서 갔다.할머니가 직접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깊은 것을 알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원경릉은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초왕부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서일이 이미 밖에 훨씬 널찍하고 편한 마차를 준비해 두었는데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마차가 익숙하지 않아 위아래로 요동하면 힘드실 까봐 서일에게 천천히 몰라고 시켰다.할머니는 웃으며, “요 바보야, 할미는 대흥에서부터 왔단다, 이런 교통 수단엔 이미 익숙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까탈 스럽든?”“걸핏하면 까탈부리면서!” 원경릉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맹하니 쳐다보는 눈엔 여전히 눈물이 가득 하다, “할머니, 엄마 지금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저 속이면 안되는 거 아시죠?”“널 속여 뭐하게?” 할머니가 원경릉에게 손을 뻗어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너한테 일이

  • 명의 왕비   제 1246화

    할머니는 뇌 전문의가 아니었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약에 지금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의식이 원래 대뇌에 의해 통제가 된다면 몸이 얼어 있는데도 뇌를 쓸 수 있을까? 원경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그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마차는 초왕부에 도착했다. 원경릉은 왕부 내 집사와 탕양 그리고 희상궁과 기상궁을 불러 함께 불렀다.그들에게 원 할머니는 대흥국 임 선생의 동생으로 여기에 와서 그녀와 함께 의학원을 짓는 것을 도울거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초왕부에 함께 거주할 것이며, 모두들 원 할머니를 잘 모시라고 당부했다.대흥국의 귀빈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들 원 할머니를 우러러보았으며, 희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원 할머니를 모시고 봉의각으로 갔다.원경릉은 원래 할머니와 함께 자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이곳에 오는 동안 피곤했을 할머니이기에 오늘은 봉의각으로 보내드리기로 했다.‘앞으로 계속 이곳에 계실 텐데…… 서두를 필요 없지.’원 할머니는 삼둥이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삼둥이들은 황제의 명을 받아 입궁을 했기에 볼 수가 없었다.*우문호는 자정이다 되어서야 돌아왔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원경릉은 자지 않았다. 우문호는 그녀와 할머니가 한 방에서 자는 줄 알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오는 우문호를 보고 원경릉이 크게 웃었다.“뭐 훔치러 왔어?”우문호는 깜짝 놀라 원경릉을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할머니가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들어왔다.“훔치긴 뭘 훔쳐? 난 또 할머님이 여기 계신 줄 알았네.”“할머니께서 피곤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일찍 쉬시라고.”원경릉은 잠깐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았다.“아, 그러실 만도.”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어?”라고 물었다.“중의약(中醫藥) 책을 읽고 있었어. 시간 있을 때

  • 명의 왕비   제 1247화

    “지명을 적어 두려고. 만약 나중에 네가 없어져도 내가 찾아갈 수 있게 말이다.”우문호의 진지한 얼굴에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어느 날 내가 정말 사라진다면 넌 나를 찾지 못할 거야. 그러니 그렇게 적어둬도 의미 없어.”“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찾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라도 쓸 테니, 지금 내 옆에 있을 때, 실마리라도 남겨둬.”한밤중, 우문호는 그녀의 손목을 끌어 서재로 갔다.원경릉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의 전생을 모두 털어놓았다.전에 귀담아듣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우문호는 처음으로 열심히 들었다.“네 말대로라면…… 경릉이 너는 하늘이 내게 준 보물이구나.”“그래서 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해.”“당연하지.”우문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사실 그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전에는 없던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우리 두 사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그는 원경릉이 말한 내용에서 지역의 이름 그리고 시간을 전부 기록하여 소중히 간직하였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원경릉이 밤 사이에 사라질까 무서워 꼭 껴안고 잤다. ‘말도 없이 이곳으로 온 원경릉이 갈 때도 말도 없이 가지 않을까? 혹시 알아?’*이튿날 아침.옷차림을 단정히 입은 우문호가 원경릉과 함께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그는 어제보다 오늘따라 훨씬 대범해졌다. 그는 할머니 앞에서 원경릉에게 잘해주겠다고 약속하며 할머니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원경릉은 가볍게 떨리는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매우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챘다.할머니는 그의 말을 듣고 다른 걱정은 안 됐지만, 이 시대의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아내를 들이는 점이 걱정됐다. 특히 그는 태자이며 장차 황제가 될 텐데, 지금처럼 후궁이나 첩을 들이는 것을 공공연히 마다할 수 있을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걱정이 됐다.우문호가 관아에 돌아간 후, 원 할머니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이 걱정되는

  • 명의 왕비   제 1248화

    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일들은 어린 너희들 사이에서 재밌는 거지. 난 가지 않겠다.”원경릉은 할머니의 얼굴이 아직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오느라고 지쳐있다고 생각되었다.“그럼 저도 가지 않을래요. 할머니랑 집에서 같이 있을 겁니다.”“그러지 말고 갔다 오거라. 가서 미색을 좀 도와줘야지. 숙친왕이 미색을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래.”원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네, 할머니 쉬고 계세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미색은 혼인을 맺은 후 이틀 동안은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궁중의 일들은 노비 선에서 처리되었고, 회왕의 하인들도 미색에게 호의적이었다. 미색은 혼인 후 이튿날 입궁하여 태상황과 태후에게 알현을 드렸으며 황상과 황후에게도 알현함으로써 정식으로 황실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사흘째가 되는 지금, 왕부를 나서기도 전에 벌써 한숨이 나왔다.‘혼인을 하니까 다 좋은데…… 친정이 문제네. 사람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구나.’회왕은 미색의 친정 방문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어제부터 하인들을 찾아다니며 빠짐없이 준비를 하라고 분부했다. 혼인 후 3일이 넘었으니 친정에 가야 하는데, 미색은 침상에서 뭉그적거리며 가기를 꺼려 하고 있었다.회왕은 미색과 숙친왕 사이에 일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미색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그녀에게 숙친왕에 대해 묻지 않았다.회왕은 그녀가 좀처럼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자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게 누워만 있는다고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소?”미색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대흥으로 돌아갈 때까지 피할 겁니다.”라고 말했다.“그렇다고 가족을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겠소?”회왕은 침상 옆에 앉아서 그녀를 끌어당겼다.“빨리 일어나시오.”“알겠어요. 일어날게요.”미색은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탄식하였다.‘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일으켜 세우는데 안 일어날 여자가 어딨겠어?’이리 집안에서는는 미색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이었다. 대흥은 혼인 후, 사위가 처음 친정에 올 때

  • 명의 왕비   제 1249화

    회왕에게 술을 권하는 시종 보고 미색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더니 한 손으로 술을 빼앗고는 무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회왕께서는 술을 드시지 못한다! 설마 황실의 자제를 위협하려는 것이냐!”“새신랑이 마시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요. 누군가가 대신해서 마셔야 하는 수밖에!” 술을 들고 있던 시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회왕은 시종의 말을 듣고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고, 회왕이 데리고 온 하인들도 시종의 당돌함에 깜짝 놀랐다.“그래,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미색이 차갑게 웃으며 시종을 보더니 손에 들린 술을 빼앗아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회왕은 아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미색의 소매로 흐르는 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미색아 그만 마시거라.” 회왕이 말했다. 미색은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는 손으로 거칠게 입을 닦았다.“또 뭐가 있어? 내가 다 상대해 줄 테니까!”그러자 십여 명의 사람이 긴 몽둥이를 들고 회왕을 에워쌌다. 미색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회왕을 뒤로 세우고 그들과 맞설 준비를 했다.십여 명의 사람들이 미색과 회왕에게 몽둥이를 휘둘렀고 미색은 칼집에 있던 장검을 꺼내 하나 둘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회왕은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는 그녀를 보며 한 떨기의 장미가 꽃잎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수많은 사람이 들고 있던 몽둥이가 모두 반 토막이 되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미색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넘겼다.“또 있어? 덤벼!”그녀의 우렁찬 소리에 이리 댁의 시종들이 움찔했다. 잠시 후, 책을 들고 있던 책벌레들 다섯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저건 또 뭐람? 설마 학문을 시험하겠다는 거야?’그 모습을 본 회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색의 앞에 섰다.“이번엔 내가 나서겠네!”회왕은 오랜 병을 앓는 바람에 무공에는 약하나 그 덕에 가만히 앉아서 책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친왕들 중에서도 그의 학문이 가장 뛰어났다.다섯 명의

  • 명의 왕비   제 1250화

    숙친왕은 두 사람이 모든 관문을 통과하자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린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이리 댁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숙친왕은 미색에게 황실 사람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조신하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아무리 화가 나도 남편을 존중하라고 했다. 미색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삐죽거렸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잔소리는 귀찮지만, 저 말 뜻은 회왕을 사위로 받아들인다는 말이군.’원경릉은 숙친왕과 미색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이리 댁에 잠시 머물다가 왕부로 돌아왔다. 미색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왕부에 혼자 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다.*마차가 초왕부에 도착하자 군중들이 마차를 에워쌌다. “태자비는 물러나라!”“물러나라! 물러나라!”전까지는 잠잠하던 백성들이 다시 나타나 초왕부 대문을 향해 욕을 해댔다.수위와 하인들이 그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몇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그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서일은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차를 뒷문으로 몰았다.“태자비께서는 뒷문으로 들어가세요. 일단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냥 내버려 두면 잠잠해질 것을……”“태자비, 저들을 저대로 둬서는 안 됩니다! 완벽하게 진압하지 않으면 내일 또 올 겁니다!”“오늘 해산시켰다고 해도 내일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네. 저들 중에 분명 나를 암살하려고 온 자객들도 숨어있을 것이야. 백성들은 그들에 의해 선동됐을 거고.”“자객이라니요? 혹시 대흥의 귀빈이 부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태자와 태자비의 명성을 더럽히려는 겁니까?”원경릉은 서일에게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일단 뒷문으로 들어가 보자고. 마차는 근처에 세우고.”원경릉은 이런 광경을 처음 봤을 할머니가 걱정됐다. 그녀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군중 속에 한 사람이 원경릉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태자비가 저기 있다!”“태자가 태자비와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도 초왕부에

  • 명의 왕비   제 1251화

    서일은 고개를 돌리고 원경릉을 보았다.“태자비, 왜 말리시는 겁니까? 다른 건 다 참아도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은 초장에 확 휘어잡아야 합니다!”원경릉은 손으로 머리에 붙은 계란 껍데기를 떼내었다. 썩은 계란도 섞여 있어 악취가 어마어마했다.“서일, 일단 진정하고 이 일은 태자가 왕부로 돌아온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 지금 탕대인이 왕부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와 상의를 해봐. 난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만아는 원경릉의 목과 뒤통수가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태자비님 계란에 맞으신 곳이 다 부어올랐는데 아프지 않으십니까?”“아픈 건 괜찮은데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나오는구나,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고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왕부가 소란스러우니 놀라셨을 거야.”원경릉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봉의각으로 걸어갔다.만아는 원경릉의 뒤를 바짝 따르며 “정말 저 몰상식한 사람들은 싹 다 잡아다가 혼쭐을 내어줘야 합니다! 문둥산에 있는 환자들은 생명이 아니라는 겁니까? 왜 저렇게 이기적인 겁니까?” 라고 화를 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만아를 보고 온화하게 웃었다.“사람의 마음이란 참 어려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보인 거지. 사람이 죽든 아프든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가족 중에 누구 하나라도 문둥병에 걸려 문둥산에 있는 백성들은 저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 거야.”“그렇지만……”“만아야,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되찾고 더 강해져야 해.”“그래도…… 태자비님께서는 화가 나지 않으십니까?”“당연히 화가 나지! 하지만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야.”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대청을 지나 방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할머니가 있었고 원경릉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다녀왔습니다.”“꼴이 그게 무엇이냐……”“아, 이거 새로 연구하는 약이 있어서…… 계란에 단백질이 두피에 좋다길래 먼저 실험해 본 겁니다!”원경릉은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 명의 왕비   제3172화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 명의 왕비   제3170화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 명의 왕비   제3169화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

  • 명의 왕비   제3168화

    오래전의 악몽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 탕양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가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스스로 뺨을 몇 대 때리고는 다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따라잡으려 죽자고 달려도, 끝내 그녀를 볼 수 없었다.그렇게나 빨리 도망간 건가?그렇게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쉬지도 않고 곧장 원가로 달려갔다.마침 서일과 사식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와 있던 참이었는데, 대문 앞에 도착하니, 탕 대인이 거지처럼 문지기 앞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아 먼지투성이의 얼굴에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문지기의 옷깃을 움켜쥔 채 다급히 묻고 있었다. “일곱째 아가씨는? 너희 일곱째 아가씨는 대체… 어디 있느냐?”그러자 문지기는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나 사나운 탕 대인을 본 적이 없어 더듬거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일곱... 일곱째 아가씨께서... 탕 대인과 함께 약도성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그럼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탕양이 소리쳤다.“아직... 아직 못 뵈었습니다…!”바로 그때, 서일이 다가와 문지기한테서 탕 대인을 떼어놓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십니까?! 우선 손부터 놓으십시오. 옷이 다 찢어지겠습니다.”탕 대인은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며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큰일이야… 내가 그녀를 망쳐 버렸네! 죽어도 이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네…!”“무슨 일입니까? 저희 고모께서 지금 어디 계십니까?”사식이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탕 대인은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 투성이가 된 얼굴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르네… 나는 돌아온 줄 알고 있었네...”바로 그때,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원가의 노태군이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탕양이 고개를 들자, 노태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탕

  • 명의 왕비   제3167화

    냉정언은 자기도 모르게 죄책잠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 정말 큰일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그저 탕양에게 술을 먹여 일곱째 아가씨에게 진심 어린 말을 꺼낼 용기를 주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동안 탕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황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고, 다들 그를 안타까워했었다.탕양은 다섯째가 초왕이었을 때부터 초왕부와 다섯째,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렇게 반평생을 북당을 위해 헌신했으나, 그를 진정으로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평생을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한채, 조정을 위해 뛰어난 공을 세우고도 관직이나 봉록을 거절하며 죄를 속죄하듯 살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는 법이니까. 탕양은 이미 그 누구보다 훌륭히 잘해왔고, 게다가 정과 의리에 발목 잡힌 것은 많은 영웅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였다.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결코 그 혼자만이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와 벗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술에 취하지 않은 이상, 맑은 정신으로는 절대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을 것이기에, 술에 취하게 하면, 경성이 아닌 변방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몇 마디 속마음 정도는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하지만 예상외로, 탕 대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쌓였던 건지... 만취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대체 이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었던 것일까?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탕 대인 아주 못 쓰겠구먼! 이를 어찌 마무리 짓는단 말이냐…?!’원가의 상대하기 쉽지 않은 여장군들을 떠올리니, 냉정언은 순간 뒷골이 땡겨 머리를 쥐어뜯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리니, 냉명여가 눈 앞에 서 있었다. 냉명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지, 탕 대인은 어찌 일곱째 아가씨와 그런 일을 벌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