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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9화

할머니와 원경릉

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또 울기 시작했다.

“업신여기더냐?”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잠시 노여움이 베어 나왔다.

“아뇨, 아뇨” 원경릉이 눈물을 닦았지만 눈이 부어서 제대로 뜰 수가 없는데, “그이는 절 업신여긴 적이 없어요, 우리 둘이 사이가 좋아진 후로 100% 잘해줘요, 안심하셔도 돼요.”

할머니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원경릉의 손을 꼭 쥐더니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여 손목을 보니 거기엔 또렷하게 상처가 남아있었다. 상처는 이미 흉터만 남았지만 당시 원래 몸 주인이 심하게 상처를 내서 아문 후에도 선명한 흉터가 남아버렸다. 원경릉은 전에 팔찌로 가렸지만 뒤에 산에 가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불편해서 팔찌를 빼 버렸다. 그러다 오늘은 잊고 안하고 오는 바람에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또 눈물을 흘리자 얼른 변명하며, “이건 제가 한 게 아니예요, 제가 왔을 때 손목에는 이미 상처가 있었어요.”

이 말을 할머니께서 믿으시겠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원경릉은 전에 ‘집순이’로 연구실을 제외하면 어디를 가는 것도 싫어해서 만남도 모르고 교제도 모르고 사람 됨됨이에 대해서는 더군다나 하나도 몰랐는데 혼자 여길 와서 사방에 가족이라고는 하나 없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손녀가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원경릉이 아무리 달래도 안되자 화제를 바꿔, “손녀사위 만나고 싶으시죠?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할머니 눈이 다 부었네, 잘 안보이시면 자세히 보세요.”

할머니가 눈물을 멈추고, “조금 있다가 온다고? 할머니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돼, 정말 너한테 잘해주니? 만약 너한테 잘하는 게 아니면 작별 인사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널 데리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볼 필요도 없으니까.”

원경릉이 놀라서, “돌아가요?”

할머니가, “넌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빠, 엄마 다 필요 없어? 보고 싶지 않아?”

원경릉은 부모님을 오매불망 보고 싶지만 돌아간다는 건 우문호와 아이들을 버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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