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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36화

이리 저택

이리 저택 쪽에 신시(오후3시~5시)에 올 거라던 손님이 벌써 도착해 태자비를 오라고 했다.

원경릉은 초왕부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날이 좋은 김에 다바오를 한바퀴 산책 시키고, 열이와 호명의 일을 살피며 고시(古詩)를 몇 수 가르쳐 주고 차 한잔하며 일상을 즐겼다.

그간 쌓인 피로는 며칠 느긋하게 쉬면서 거진 사라졌고 거기에 차까지 마시니 정신이 맑아졌다. 살구 빛 옷으로 갈아입고 정성 들여 높이 틀어 올린 머리에 보석을 장식하니 원경릉은 딱 위엄 있는 귀부인 모습이다.

오늘 날씨가 특히 좋아서 사식이는 집에 갔고, 이리 저택엔 만아와 서일을 데리고 갔다. 사식이가 빠져서 수행하는 호위가 부족해 보일지 모르나 비밀리에 얼마나 많은 고수가 따라오고 있는지 모른다. 그 고수들은 호시탐탐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을 주시하며 갑자기 어느 흉악한 자객이 늑대파의 20만냥 현상금을 노리고 태자비를 살해할까 감시했다.

이리 저택에 도착하자 불식이 문 앞에서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다. 기울어져 비취는 햇살에 정원은 온통 금빛이고, 가을 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불어와 원경릉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하인은 황금빛 오동나무 잎이 가득 떨어진 마당을 쓸고 있어 먼지가 이는데, 황금빛 햇살 아래 먼지도 마치 금가루 같았다.

원경릉은 마치 시간의 모양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식은 원경릉을 데리고 들어가며, “숙친왕 전하와 이리 나리 모두 편청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릉과 불식이 본관을 돌아 후원으로 들어가니 접객실은 후원 바로 맞은 편에 있다.

네 쪽 문을 활짝 열고 석양이 안으로 비쳐 드는데, 원경릉은 멀리서도 숙친왕과 이리 나리가 본관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원경릉이 들어가자 숙친왕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원경릉과 숙친왕이 대면한 뒤 이리 나리를 보니 태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지금 그가 사부라는 사실이 떠올라 문안인사를 올리며, “사부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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