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습니다!”미색은 하얀 이에 노란 국화 꽃잎이 묻어있었다.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미색의 엉뚱한 모습에 회왕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왕야께서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쁘십니다!”회왕은 미색의 말에 웃음을 멈추고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미색, 도대체 왜 본왕과 혼인을 하려고 합니까? 미색 정도라면 본왕보다 더 훌륭한 신랑감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회왕의 진지한 표정에 미색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십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민망하지만, 왕야께서는 제가 바랐던 이상형이십니다. 만약 제가 왕야께 시집을 가게 된다면 제 평생소원을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회왕은 미색의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대청에는 원경릉과 노비만 남아있었다. 노비는 머쓱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본비가 미색을 받아주려는 이유는 미색의 돈 때문이 아니라, 미색이 아들인 회왕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 같기 때문일세……”그러자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노비 마마께서 굳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잘 압니다. 그나저나 마마님 만약에 회왕이 미색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원경릉이 알고 있는 미색의 성격이라면 회왕을 선택한 후에 주변 사람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설득을 마쳤을 것이다. 노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태자비가 중매를 선 사람인데, 아무렴 믿을만한 사람이겠지요.”원경릉은 노비의 말을 듣고 방긋 웃었다.*회왕과 미색은 이미 정원을 몇 바퀴를 돌았다. 두 사람은 목적 없이 무작정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미색은 자신이 이렇게 재잘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행복에 겨워 허리를 젖히고 웃다가 잠깐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그 순간 회왕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고, 미색은 그의 손을 잡고 설렘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미색은 왕부로 돌아오기 위해 사식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
노비는 회왕부에서 환궁하자마자 명원제를 찾아갔다. 명원제는 갑자기 찾아온 노비(魯妃)를 보고 당황했지만, 그또한 그녀가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 달려왔을까 싶었다.노비는 미색이 보낸 금은보화 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 가져왔고, 나머지는 모두 회왕부에 남겨두었다. 명원제는 주수보에게 이리 집안과 혼사를 맺게 가보라고 했다. 주수보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직예부(直隸府)로 가서 이리 나리를 만났다.혼담을 나누기 시작하면 자연히 서로의 사주를 교환할 것을 미리 안 이리 나리는 이미 회왕의 사주를 받아 조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이리는 관상가를 불러 회왕의 사주와 미색의 사주 그리고 그 두 사람의 관상이 잘 맞는지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주수보가 그를 찾아와 미색의 사주를 요구했을 때 이미 관상가를 통해 알아낸 회왕과 잘 맞는 사주를 적어 그에게 주었다. ‘미색 사주에 두 살 정도 어리게 적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주수보는 미색의 사주를 받아 사주가를 찾아갔다. 사주가는 두 사람의 사주를 유심히 보더니 무릎을 탁 쳤다.“이 두 사람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주가 어쩜 이리 잘 맞는 거죠?”그 말을 들은 주수보는 명원제를 찾아가 결과를 전했고, 명원제는 두 사람을 하루빨리 혼인시키라고 명했다.*미색은 회왕과 혼인을 허락한다는 명원제의 성지를 받고는 원경릉을 안고 엉엉 울었다.“태자비, 제가 드디어…… 시집을 갑니다!”원경릉은 미색의 등을 다독이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게 이건가? 나도 중매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겠구나.’*우문호가 일을 마치고 왕부로 돌아오자 원경릉은 회왕과 미색의 혼인 소식을 그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녀가 받게 될 중매 사례금도 얘기했다. “근데, 혼사에서 진짜 중매인은 네가 아니라 재상이야.”“왜? 내가 중매를 섰는데?”“넌 소개를 해줬을 뿐이잖아. 결과적으로는 재상이 중간에서 사주를 받아 전해주었기에 부황께서 혼사를 허락하신 거고.”“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혼사에서
아라에게 있어서 늑대파의 거절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라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자객들 사이에 원경릉을 암살해 주면 20만 냥을 주겠다며 포상금을 걸었다. 아라는 당장 자객들이 원경릉을 죽이지 못하더라도 원경릉에게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경계심을 심어주어 문둥산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20만 냥이라는 큰 금액의 은화에 강호에서 칼 좀 잡아봤다는 자객 여럿이 원경릉을 암살하겠다고 아라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암암리에 소문이 퍼졌고 소홍천 귀에도 원경릉을 암살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는 급히 우문호를 찾아가 사실을 전했고, 원경릉에게 몸조심하라고 일렀다. 우문호는 부병을 파견했고, 나장군(羅將軍)과 상의해 귀영위 수를 늘려 원경릉을 보호했으며 당분간 원경릉에게 왕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갑작스러운 외출금지 소식에 원경릉은 왕부에서라도 급하게 약을 만들어 탕양을 통해 문둥산으로 약을 수송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약만 먹는다고 문둥병이 치료될 리가 없었다. 원경릉은 길어지는 외출금지 소식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바로 그때 이리 나리가 늑대파 신분으로 자객들에게 태자비를 암살하려는 자의 신원을 밝혀내는 자에게는 20만 냥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태자비를 암살하려는 자는 늑대파가 끝까지 쫓아가서 처단할 것임을 선포했다.며칠 뒤, 이 소식을 들은 소홍천이 우문호에게 전했고 우문호는 늑대파가 머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매번 소식을 전해주어 고맙네. 듣자 하니 태자비가 꽤나 값나가는 몸인가 봐. 다들 태자비의 목숨을 가지고 난리네.”우문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홍천은 허허 웃었다. “이 바닥에서 늑대파의 미움을 살만한 간 큰 자객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태자께서 일단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그래도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부병이며 귀영위를 줄여서는 안 돼. 참…… 북당의 황실에서 태자비 하나를 지키겠다고 이렇게 용을 쓰다니 말이야.”*아라는 늑
우문호는 명원제에게 보고하지 않고 직접 경조부에 가서 바로 공고문을 써서 여기저기 붙였다.공고문 안에 내용은 태자비가 문둥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을 연구 제작해 문둥병의 전염을 억제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즉, 태자비가 문둥산에 갔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당당하게 알리는 것이다.이를 본 백성들은 하늘에서 내린 저주를 어떻게 고치겠느냐며 말도 안 된다며 더 거세게 반발했다. 적위명이 고용한 선동자들은 초왕부 뿐만아니라 경조부 앞에 가서도 시위를 했다.우문호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폭력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 두거라.” 우문호는 백성들에게 태자비가 전에 태상황을 치료할 만큼 훌륭한 의학 실력이 있으며, 공고문 내용 그대로 문둥병은 고칠 수 있으며 전염성을 없애는 약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자 백성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뉘었다. 하나는 문둥병을 고칠 수 있다는 파였고, 다른 하나는 말도 안 된다는 파였다.“만약 문둥병을 고칠 수 있다면 혁명적인 일 아니야?”“그게 말이 돼? 고약한 병을 갑자기 고친다고?”백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모두들 5년 전의 악몽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의견은 두 파 모두 같았다.경중에 백성들이 모두 태자비에게 시선이 쏠리자 원경릉은 불편해했고, 우문호는 사람들을 시켜 백성들이 더 이상 거짓 소문을 믿지 못하게 하며 질서 유지에 힘썼다.백성들뿐만 아니라 조정의 문무백관들도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여기저기서 원경릉을 헐뜯었다. 조정에서도 문둥병을 치료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 상태를 유지하며 그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우문호를 지지하던 문무백관들도 여럿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태자면 북당 백성들의 건강을 걱정해야지, 이렇게 단독적으로 행동해도 되는 겁니까? 태자비가 문둥산에 갔다는 게 사실이니 이제 황실에 문둥병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 아닙니까?”“그러니까요. 5년 전의 악몽 같은 일이 또 일어
명원제는 몹시 화가 나서 이틀 동안 공무방(公務方)에 나가지 않고 대신들을 접견하지 않았으며 모든 국사를 주수보와 예친왕에게 맡기고 호비와 황실 별채로 갔다.대신들은 명원제의 부재에 발만 동동 굴렀다. 만약 문둥산 사건으로 우문호가 태자의 직위에서 내려오게 되더라도 나라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대신들은 명원제가 해답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에 황실 별채로 찾아갔으나 경비를 맡은 구사가 입구에서 그들을 막았다.“다들 돌아가십시오.”“구사, 지금 황상께서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 된다는 걸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그 말을 들은 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위태부(韋太傅),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태부께서는 연세가 많으니 이만 돌아가시지요.”“노부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노부는 임금님께 할 말이 많아요.”“그래요, 구사 나리, 태부만 들어가도록 해주십시오. 태부께서 중요하게 황상께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다른 신하들이 나서서 구사를 설득하려고 했다.구사는 자신의 스승인 태부를 져버릴 수도 없었을뿐더러 황제의 명을 어길 수도 없었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쩔 수 없이 태부를 보며 말했다.“그럼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황상께 한번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구사, 고생이 많네요.”위태부가 한시름 놓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자하게 미소를 지었다.구사가 들어가는 것을 본 위태부는 부축을 받아 별채 대문 옆 작은 바위 위에 앉아 쉬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주머니에 약통을 꺼내 손으로 알약을 집어 물도 없이 알약을 삼키고는 한숨을 쉬었다.“태자를 폐할 수 없다. 태자를 폐한다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명원제가 별채에 온 지 이튿날이다. 그는 그간의 복잡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48시간 동안 유유자적하게 지내며 간만에 햇볕이 마당까지 들어올 때까지 잤다.‘황제가 된 후로는 이렇게 늦잠을 자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겠지?’늦잠을 실컷 자고 난 후 그는 호비와 함께 정원
위태부는 명원제를 보고 무릎을 꿇고 통곡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구사는 즉시 자리를 피했다.명원제가 친히 태부를 일으켜 세웠다.“위태부, 왜 우십니까? 어서 일어나세요.”“황상, 망극하옵니다……”’“태부, 밖이 추웠나 봅니다. 손이 차갑군요.”명원제는 위태부 코에서 흐르는 콧물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위태부는 명원제의 손을 잡고 울먹였다.“황상, 절대로 태자를 폐할 수 없습니다.”위태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른하늘에 천둥이 치더니 비가 오려고 했다. 그 이후로 위태부는 명원제에게 우문호를 폐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고, 명원제는 계속되는 위태부의 설득에 눈이 감겼다. 위태부는 명원제가 자신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라고 여기고는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그에게 말했다.“에헴!”명원제는 위태부의 기침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깼다.“그러니까…… 태상황님께서는……”무슨 말을 하다가 태상황님 얘기까지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태부는 끊임없이 명원제에게 말을 했고, 그는 졸음을 견뎌 내지 못하고 벌렁 나가떨어졌다.위태부는 명원제가 자신의 눈앞에서 기절하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태부 또한 나이가 많으니 북당의 황제가 기절하는 모습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역시 두 눈을 뒤집고 기절하고 말았다.구사와 목여 태감은 밖에서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감, 안에서 아무 소리가 안 나는 것 같습니다.”“그런가요? 그러게요…… 방금까지는 태부의 목소리가 어렴풋 들렸던 것 같은데.”구사는 이상하다는 듯 정원 안으로 들어갔고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자객이다!”구사는 두 사람이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허리춤에 장검을 꺼내 사방을 주시했다.명원제의 부재로 오래간만에 휴식을 취하던 어의가 별안간 별채로 불려왔다.의식을 잃은 태부는 혼미한 정신 속에서 명원제가 승하하는 꿈을 꾸었다. 잠시 후, 태부가 눈을 떴고 어의를 보고 황상의 상태가 어떤지
위태부가 초왕부 안으로 들어가자 희상궁이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태부는 희상궁의 손을 잡고는 “태자비와 태자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고,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태부께서는 걱정 마세요. 제가 두 분께 꼭 전하겠습니다.”희상궁은 태부의 손을 떼고 싶었지만 위태부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손을 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두 사람의 이해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문둥산에는 왜 갔으며, 정말로 그들을 고칠 수 있는지, 문둥산 사건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태자의 덕과 공이 한순간에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아, 예……”“그나저나 희상궁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손이 반드르르합니까? 어째서 나만 늙고 희상궁은 그대로입니까?”희상궁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뒤로 당겨빼더니 한 발짝 물러서서 태부를 껄끄러운 표정으로 보았다.‘다 늙은 양반이 어디서 수작이야?’*우문호는 왕부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위태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말머리를 돌려 관아로 돌아갔다.“전하께서 태부를 상대하지 않으면 태부께서는 틀림없이 태자비를 찾아갈 겁니다!” 탕양이 그의 뒤를 쫓아오며 말했다. 하지만 탕양이 뭐라고 하든 우문호는 말을 채찍질하며 미친 듯이 달렸다.“한 둥지 살던 새도 큰 재난이 닥치면 각자 도망가는 법이야!”우문호는 말이 많은 사람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위태부는 했던 말을 주야장천 계속하는 것으로 조정에서도 유명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끔 감정이 격해질 때면 눈물까지 흘렸다.우문호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다 모아 놓은 집합체가 바로 위태부였다.탕양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태자비 혼자 위태부를 상대하게 남겨둘 수 없다.*지금 원경릉이 문둥산에 오르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문둥산 사건 이후로는 백성들이나 문무백관 심지어 안왕부 사람들까지 문둥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환자를 치료하고 초왕부로 들어올 때는 미색과 함께 변장을 해서 태자비임을 숨겼다.“태자비는 죄인이다!”“태자비가
원경릉은 위태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조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혼내러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위태부가 말이 많으면 뭐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했다. 위태부는 태자비를 앉혀놓고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말을 했다. ‘저 가냘픈 몸에서 저렇게 말할 기운이 나오는 게 용하네……’“태자비께서 제멋대로 하는 바람에 백성들이 공황과 혼란에 빠진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너나없이 문둥병의 발병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황상께서는 태자를 폐할 생각까지 하고 계십니다.”“……”“황상께서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는지 태자비께서는 모르시지요?”“……”“황상께서 기력이 쇠하셔서 오늘 소신이 찾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그 자리에서 그만 기절까지 하셨단 말입니다!”위태부의 말을 듣고 있던 원경릉은 눈이 서서히 감기는 것을 느끼더니 앞으로 고꾸라져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옆에서 잠을 자던 희상궁이 ‘쿵’소리에 눈을 떴고 바닥에 고꾸라진 원경릉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사식아, 만아야 이리 오거라!”문어귀에서 졸고 있던 두 사람은 희상궁의 고함을 듣고 달려왔다. 사식이는 머리를 들고 만아는 발을 들어 신속히 원경릉을 옮겼다.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위태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입을 떡 벌리고 어버버하는 순간 원경릉은 두 사람에 의해 밖으로 실려 나갔다.위태부는 옆에 있는 희상궁을 보며 입을 열었다.“희상궁, 노부가 아까도 말을 했지만, 태자비께서 지금 저 모양이니…… 지금부터 노부가 할 말을 잘 정리해서 나중에 태자비에게 전하세요. 그러니까……”희상궁는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자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위태부께서도 일찍 돌아가 쉬십시오. 할 말이 남았다면 내일 다시 오세요. 거기 밖에 누구 없습니까? 탕양! 서일! 빨리 태부 님을 댁으로 보내주세요!”탕양과 서일이 태부 옆에서 그를 끌고 나가다시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태부는 고개를 돌려 희상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