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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26화

Author: 유애
원경릉은 위태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조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혼내러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위태부가 말이 많으면 뭐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했다.

위태부는 태자비를 앉혀놓고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말을 했다.

‘저 가냘픈 몸에서 저렇게 말할 기운이 나오는 게 용하네……’

“태자비께서 제멋대로 하는 바람에 백성들이 공황과 혼란에 빠진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너나없이 문둥병의 발병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황상께서는 태자를 폐할 생각까지 하고 계십니다.”

“……”

“황상께서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는지 태자비께서는 모르시지요?”

“……”

“황상께서 기력이 쇠하셔서 오늘 소신이 찾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그 자리에서 그만 기절까지 하셨단 말입니다!”

위태부의 말을 듣고 있던 원경릉은 눈이 서서히 감기는 것을 느끼더니 앞으로 고꾸라져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옆에서 잠을 자던 희상궁이 ‘쿵’소리에 눈을 떴고 바닥에 고꾸라진 원경릉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사식아, 만아야 이리 오거라!”

문어귀에서 졸고 있던 두 사람은 희상궁의 고함을 듣고 달려왔다.

사식이는 머리를 들고 만아는 발을 들어 신속히 원경릉을 옮겼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위태부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입을 떡 벌리고 어버버하는 순간 원경릉은 두 사람에 의해 밖으로 실려 나갔다.

위태부는 옆에 있는 희상궁을 보며 입을 열었다.

“희상궁, 노부가 아까도 말을 했지만, 태자비께서 지금 저 모양이니…… 지금부터 노부가 할 말을 잘 정리해서 나중에 태자비에게 전하세요. 그러니까……”

희상궁는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자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위태부께서도 일찍 돌아가 쉬십시오. 할 말이 남았다면 내일 다시 오세요. 거기 밖에 누구 없습니까? 탕양! 서일! 빨리 태부 님을 댁으로 보내주세요!”

탕양과 서일이 태부 옆에서 그를 끌고 나가다시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태부는 고개를 돌려 희상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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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1227화

    우문호는 조정에서 원경릉과 이혼하겠다고 했지만 그녀와 이혼은 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황제가 갑자기 황태손을 책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삼둥이들이 태어난 지 꽤 됐는데도 불구하고 황태손 책봉을 하지 않다가 지금 책봉을 한다고?’명원제가 죽고 우문호도 죽으면 황태손이 후계자가 되는데 즉, 황태손이 미래의 북당의 황제가 된다는 뜻이다. 황태손 책봉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황제가 실제로 태자를 폐위시킨 뒤 황태손을 양성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황태손의 책봉식에 문둥산에 다녀온 원경릉은 당연히 갈 수 없었다. 원경릉은 아이들이 떠난 후 한산해진 틈을 타 문둥산에 전보다 더 자주 올라갔다.*현비는 소답화가 의뢰한 자객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원경릉은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지금쯤 원경릉이 죽었어야 하는데 말이야……’현비도 원경릉과 마찬가지로 황태손 책봉식에 가지 못했다. 태후는 현비에게 화가 나서 금령을 내린 후부터 그녀를 궁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황태손 책봉을 맞아 오랜만에 경중으로 돌아온 안왕이 황태손 책봉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왕비와 함께 입궁했다.안왕은 군영에서 몇 달 동안 지내면서 얼굴이 시커메진 것은 물론이고 전보다 많이 야위어 안왕비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다.황태손 책봉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시끌벅적한 군중 속에서 명원제는 아이를 품에 안고 싱글벙글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안왕은 기뻐하는 명원제의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 없었다.기왕도 왔다. 기왕이 황태손에게 다가와 학문과 무공을 열심히 하라며 덕담을 했고, 명원제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손왕은 전보다 살이 좀 빠진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밝은 황색의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했다. 그가 황태손에게 다가와 미소를 짓자 전에 두 겹으로 겹치던 턱살이 한 겹밖에 겹치지 않았다. 태상황이 들어오자 명원제가 만두를 들어 태상황의 품에 안겨주었다. 태상황은 만두를 안고는 엄숙하면서도 부드

  • 명의 왕비   제 1228화

    황태손이 책봉된 후 초왕부의 문 앞에는 소란스러움은 사라지고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이리 나리는 설랑들이 자꾸 왕부로 회귀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설랑들을 초두취로 데리고 오기 위해 초왕부에 자주 드나들었고, 그러면서 원경릉의 무공도 봐주었다.원경릉은 그에게 아침저녁으로 무공을 배우겠다고 했다.그녀는 배운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면 이리 나리를 초두취를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원경릉은 전보다 체력도 무공도 많이 좋아졌다. 전에는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던 그녀가 지금은 정원에 대추나무까지 뛰어가도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이리 나리는 기함을 토했다.“태자비, 이렇게 무공을 익히면 앞으로 누군가에게 쫓겨도 도망갈 수 있겠네요.”*원경릉은 이리 나리의 투박한 칭찬을 듣고 너무 기뻐서 저녁에 우문호를 껴안고 한 시간이나 재잘거렸다.우문호도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 그는 이리의 말대로 원경릉이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위협을 당할 때 다른 사람이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상황을 도망치길 바랐다.*섣달 열여덟 날은 회왕이 미색을 아내로 맞이하는 날이다.원경릉은 두 사람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문둥산에 이미 많은 약들을 구비해두었기에 앞으로 며칠 동안 올라가지 않아도 됐다. 이리 나리는 미색에게 혼인 선물로 경중에서 호화로운 집을 하나 마련해 주었다. 미색에게 줄 집 내부에는 각종 진귀한 가구와 골동품,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잔뜩 있었다. 이리 나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혼례복만 전문적으로 만든 이에게 은돈 십만 냥을 들여 주문 제작했다. 며칠 후 미색의 혼례복이 도착했고, 미색은 상자를 열어보고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혼례복에 놓인 수는 지금까지 그녀가 보았던 혼례복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땀 한 땀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더없이 화려했다.미색이 혼례복을 꺼내 입자 원경릉은 미색의 눈부신 미모에 숨이 턱 막힐 뻔했다.원경릉의 반응에 미색은 멋쩍은

  • 명의 왕비   제 1229화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빚을 지은 것 같았다. 당시에 그가 원경릉과 혼인할 때 기분이 좋지 않아 혼례를 망쳐버리려고 했기 때문이다.원경릉과 그는 이미 부부 사이가 되었기에 다시 혼례를 할 수는 없다.지금 여섯째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그는 그때로 돌아가 원경릉과 다시 한번 혼인식을 하고 싶었다. ‘경릉이에게 난 어떤 신랑이었을까? 경릉이는 혼인식만 생각하면 화가 나겠지? 그나저나…… 다시 혼인을 한다면 경릉이가 정후의 집안이 아닌 이리의 집안이면 좋겠네. 그럼 혼수로 들어온 물품으로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 수 있을 텐데……’우문호는 잠깐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회왕의 혼인식에서 문둥산 사건은 잊어버린 채 마냥 즐거워했다. 왜냐하면 그는 늘 아파서 비실거리던 여섯째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회왕의 혼인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즐거워했다. 제왕도 기분이 좋은 듯 거하게 취해서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본왕은 오늘 너무나도 기쁩니다. 나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형제…… 회왕이 드디어 장가를 가다니!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다 같이 건배합시다! 건배!”제왕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원용의가 조용히 나타났다.원용의는 제왕에 눈에 띠지 않으려고 조심히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제왕은 한눈에 그녀를 발견하고 말았다. 축제 분위기 속에 상반되게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흘렀다.원용의의 조모는 원경릉과 함께 문둥산 환자를 치료한다면, 그녀에게 다시 혼사를 주선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조건은 원용의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그녀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오늘 밤 원경릉은 이곳에 오지 않고 이리 가문에 남아서 이리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원경릉은 이리 가문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을 보고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느꼈다.이리 가문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초두취 사람들과 그 거래처 그

  • 명의 왕비   제 1230화

    사실 회왕의 혼인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역시 노비였다.명원제도 이렇게 좋은 날 빠질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주황후와 함께 궁을 나와 회왕의 혼인식에 참석했다.미색이 명원제를 보고 무릎을 꿇어 인사를 하자 노비는 감동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노비는 자신의 뱃속에 있던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커서 여인을 맞이하는지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됐네, 그만 일어나게.”명원제가 말했다.노비는 이렇게 기쁠 일을 미색의 신분을 들먹이며 시간을 끌었는지 후회가 됐다.‘앞으로는 기뻐할 일만 남았네.’혼례가 한창 고조되고 있었고 명원제와 주황후 그리고 노비가 함께 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대흥국(大興國)의 숙친왕(肅親王)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7개국 중에서 대흥국과 대월국(大月國)이 경제나 무역 심지어 농업 면에서도 북당보다 훨씬 좋았다.대흥국과 북당은 일찍 국교를 수립한 적이 있었으나 일부 국경문제로 명원제가 등극한 후 양국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그렇다고 크게 전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으로 두 나라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다.심지어 대흥국은 우문호를 태자로 책봉할 때에도 3품 짜리 사신을 보내 축하의 말을 전했다.그런데 회왕의 혼인식에 대흥국의 숙친왕이 오다니? 명원제는 물론이고 황실 친왕들도 깜짝 놀랐다.주수보는 회왕 혼인 중매가 성공해 이리 가문에서 사례비를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 술에 거하게 취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숙친왕의 등장에 주수보는 술이 단번에 깨는 듯했다.숙친왕은 대흥국 문황제(文皇帝)의 친동생으로서 문황제가 제위하기 전에 대흥국에서는 그가 더 똑똑하고 용맹하다고 하마터면 숙친왕을 황제로 삼을뻔했다.숙친왕은 대흥국의 이름난 대장으로서 전장에서도 수많은 활약을 했으며 지금은 대흥국의 병부상서직을 맡고 있었다.‘군직을 맡고 있는 숙친왕이 회왕의 혼인식에 온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란 말인가?’모두들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흥국의 숙친왕과 그의 시종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

  • 명의 왕비   제 1231화

    숙친왕이 왜?어쨌든 노비는 후궁의 몸이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회왕은 이상야릇한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고, “친왕 전하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일단 제가 드리는 혼례 축하주 한 잔 받으시지요?”숙친왕이 시선을 거두고 작게 한숨을 쉬더니, “혼례 축하주는 안 마시겠습니다. 제가 마시는 게 마땅하지도 않고요, 대신 차 한잔 올리시며 장인 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고 회왕도 어리둥절해서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숙친왕의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지?역시 우문호의 반응이 빨라서, “왕야 말씀은 그러니까, 미색이 왕야의 여식이라는?”숙친왕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흠, 그렇습니다.”노비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세상에 미색이 대흥국의 군주라는 말입니까? 어째서 말하지 않았나요?”명원제가 작게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노비가 자신이 예법에 어긋났음을 느끼고 앉았으나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숙친왕을 바라봤다.명원제가, “자순(子順),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숙친왕이 작은 목소리로, “폐하, 소신 내일 보고드림을 용서하십시오, 우선 미색을 좀 만나보고 싶습니다.”명원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떤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숙친왕을 안내했다.숙친왕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물러나자 커다란 그림자가 재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하객들이 상당히 놀란 것이 전에는 다들 ‘회왕은 폐병을 알아서 상인 집안의 딸과 겨우 혼인하는 거라 가문의 격이 맞지 않지만 돈은 많다더라’ 하고 결혼 잔치에 참석하면서도 다소간 새 신부를 무시했었다.하지만 새 신부는 무려 대흥의 군주인 것이다.신분이면 신분, 돈이면 돈, 회왕은 정말 복도 많다.미색은 오늘 기쁨이 넘쳐서 신방에 들어온 뒤로 계속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그녀의 성정을 생각하면 이렇게 적막한 고통을 참아낼 리가 없지만 오늘은 감히 꼼짝하지 않는 것이 수모(手母, 혼례에서 신부를 도와주는 여자)가 그러는

  • 명의 왕비   제 1232화

    미색의 삼자대면회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때리지 말아요, 무슨 일이든 저한테 하세요.”숙친왕이 손을 들어올린 건 원래 미색에게 겁을 주려고 한 행동인데, 이 녀석이 뛰어들어와 미색 앞을 가로막고 서는 바람에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녀석을 밀치며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 시험해 봤더니 이거 허약한 것 좀 봐, 역시 못쓰겠어.회왕은 병을 앓았을 때도 무공수련을 했다. 비록 요 몇 년간 병으로 수련에 소홀하긴 했지만 반년 넘게 수련을 해와서 숙친왕이 밀쳤을 때 그래도 안정적으로 서있고 한쪽으로 밀쳐지지 않았다.하지만 미색은 아버지가 회왕을 밀친 것을 보고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길, “낭군을 왜 때려요? 낭군은 환자인데 환자 앞에서 세다고 뽐내는 거예요? 어디 저한테 덤벼 보시죠, 우리 나가서 싸운 다음 아버지가 지면 대흥으로 돌아가세요.”미색은 혼례식 전에 회왕과 개인적으로 두세 번 만났지만 만날 때마다 부드럽고 순종적인 성격이라 길 가다가 개미새끼 한 마리도 못 밟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광분해 소리치는 걸 듣고 순간 넋이 나가서, 회왕은 미색을 다시 보는데 나와 혼인할 신부가 바꿔 치기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미색도 자신의 실수에 ‘아차’싶었지만 눈앞의 상황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만약 회왕이 이때문에 자신을 싫어하면 이 혼례는 없었던 일이 되고 미색은 다시는 시집을 가지 못 가니,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솟구쳐올라 발을 쾅쾅 구르며, “봤죠? 그래서 제가 아버지가 오시지 말았으면 했던 거예요. 아버지가 오시면 내 혼사를 깨 버리실 게 분명하니까. 어렵게 어렵게 원하는 낭군을 만나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이제 틀림없이 절 싫어할 거예요.”아름다운 여인이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니 눈가에 보석이 매달린 듯한 것을 보고, 회왕의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오며 숙친왕이 자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색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당신과 내가 혼례를 치르고

  • 명의 왕비   제 1233화

    원경릉과 숙친왕의 독대숙친왕이 일어나 맞아들이는데 방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시종 하나가 차 시중을 들고 있었다. 숙친왕이, “태자비, 앉으시게.”원경릉이 예를 취하며, “왕야, 강녕하십니까.”원경릉이 앉은 후 숙친왕을 훑어보니 외모가 준수한데 미색과는 그다지 닮지 않은 듯했다. 눈은 닮았으나 다른 데는 그다지 닮지 않았고, 숙친왕의 얼굴선은 비교적 강인한 것이 우문호와 같다.“듣자 하니,” 숙친왕이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중후하고 듣기 좋다, “미색의 혼사는 태자비가 중매를 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러 한가?”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 하지만 이것도 미색이 먼저 회왕에게 첫눈에 반해서 제가 중매를 나선 것입니다.”숙친왕이 미소를 지으며, “태자비에게 특히 감사해야 겠군, 미색을 위해 좋은 혼사길을 마련해 주었으니 말이야, 딱 봐도 회왕이 미색에게 잘 하더군, 아주 만족스러워.”원경릉은 마음이 일단 놓였다. 방금 숙친왕이 질문할 때 표정이 긴장돼 보이길래 회왕이란 사위가 마음에 안 드는가 싶었다.“회왕은 어질고 정이 많은 성격으로 분명 미색에게 잘할 것이고, 미색의 성격으로 보아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숙친왕이 살짝 고개를 흔들며, “여자는 아무리 강인해 보여도 약점이 있는 법이라, 일단 한 번 마음을 주어 굳어버린 마음은 만신창이로 다치기도 하지. 미색은 그런 사람이라 만약 회왕이 그녀에게 잘해주지 않거나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줏대 없이 굴면 미색은 상처 받을 게 틀림없네.”이런 말이 강인한 남자의 입에서 나오다니 원경릉은 다소 의외였으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왕야 말씀이 맞습니다.”숙친왕이 원경릉에게, “하지만 내가 태자비와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 건 미색 일 때문은 아니네. 내일 시간을 내서 사람을 하나 만나러 오지 않겠는가?”“누구를 만나는지?” 원경릉이 물었다.숙친왕이, “내 선배인데, 태자비가 산에 올라 나병을 치료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용감한 태자비를 만나고 싶어 하셔서 말이야

  • 명의 왕비   제 1234화

    기분좋게 취한 우문호우문호는 오늘밤 70~80%는 취한 상태라 서일의 부축을 받고 돌아왔다.원경릉은 우문호보다 조금 일찍 와서 목욕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우문호가 침대에 앉아 두 다리는 바닥에 여덟 팔자로 쭉 뻗고 손을 들고 웃으며 힘껏 원경릉을 향해 손목을 흔들더니, “이리와, 음냐음냐, 이리와.”원경릉이 뜨거운 물수건을 가져가서 우문호의 얼굴을 닦으려고 하는데, 우문호가 손을 뻗어, “손잡자.”원경릉은 우문호를 상대하지 않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뽀독뽀독 닦았다.우문호는 아무렇게나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힘껏 원경릉의 손을 흔들며, “옳지, 잘한다, 옆에 엎드려, 내일 고기 주께.”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또 자기를 다바오 취급하는 걸 보니 우문호가 상당히 마셨다는 걸 알았다.다바오는 문 귀퉁이에 숨어서 ‘왈’ 하고 한번 짖더니 약간 안됐다는 듯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개한테까지 동정 받는 바람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우문호의 겉옷을 벗겨주며, “전신에 술 냄새.”우문호가 한 손으로 원경릉의 허리를 감아 쥐고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아무 말이나 막 하기 시작하는데, “원 선생, 오늘 나 기분 좋다, 내가 왜 기분 좋은 지 알아?”“동생이 결혼했으니까!” 원경릉이 우문호의 벌건 얼굴을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얼마나 마셨길래 눈이고 목이고 다 벌건 거야.“그럼, 당신은 여섯째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어? 전에 난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 여섯째 병은 나때문에…… 나때문에 병에 걸린 거야, 거의 죽을 뻔 했다고, 만약 여섯째가 죽었으면……”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받치고 약간 짜증을 내며, “머리 좀 흔들지 마, 내가 다 어지럽잖아.”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응, 안 흔들게, 자기 눈 감아.”“안돼,” 우문호가 눈을 감았다가 바로 다시 번쩍 뜨더니, “눈을 감으니까 더 어지러워.”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눕더니 몸을 돌려 엎드려서 체중을 실어 원경릉을 누르고, 술냄새가 터지며 원경릉의 귀에 대고 중얼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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