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381 - 챕터 2390

3677 챕터

2381장

절차상으로 보이는 간단한 질문이 밤새 이어졌다.그중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었는데 백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이리저리 말을 바꿔가며 수십 번 다른 방식으로 질문했다.처음에는 하현도 담담하고 냉정하게 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간이 굳어지기 시작했다.용전 항도 지부가 묻는 질문은 겉으로는 간단하고 평범한 절차상의 과정으로 보였지만 여기서 하현은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났다.백구의 질문에는 일부러 하현이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많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 질문을 받았더라면 벌써 감금되고도 남았을 것이다.서른한 번째 질문이 이어질 즈음 때는 이미 다음날 정오가 되었다.맞은편에 있던 세 명의 용전 사람들의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했다.이런 질의 과정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하현은 열 번째 커피를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은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자, 당신은 지금 서른한 번이나 질문을 했어요. 나도 서른한 번째 진지하게 대답했구요.”“이제는 저도 대답하기 귀찮습니다.”“혹시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백구는 순간 당황한 듯한 눈빛을 띠었고 뭐라고 입을 떼려고 했는데 마침 안내실 안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그 후 단단해 보이는 벽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불빛이 크게 비추며 십여 개의 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졌다.곧이어 아름다운 몸매에 그림같이 고운 얼굴의 여인이 제복을 입은 여자 몇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그녀는 하현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근래에 보기 드문 절세미인이었다.“오빠, 여기는 용전입니다.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죠.”“당신은 용문 대구 지회장이고 용문 서른여섯 번째 지회장 중 한 명일지라도 도성 국제공항에서 큰 테러를 일으킨 혐의가 확인되었으니 내 직권으로 당신을 체포할 수 있어요.”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의 빼어난 용모와 뾰족한 턱을 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여우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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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장

하현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표정은 당당했고 말투는 한껏 상대를 비아냥거리고 있었다.그 순간 전체를 장악할 것 같던 하수진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그녀는 하현의 오른손을 거칠게 툭 쳐내며 한 걸음 물러섰다.“이봐! 이 사람 손을 끊어버려!”“차칵!”하수진의 지근거리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제복 입은 남녀가 냉담한 표정으로 총을 열고 동시에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그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하현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이 순간 하현이 피식하고 조그만 웃음소리만 내어도 그들은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길 참인 것 같았다.하현은 공간을 억누르는 살의를 느끼며 침착한 표정을 핸드폰을 꺼내어 메시지를 보냈다.그런 다음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자신의 오른팔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자, 발포해. 날 없앨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구.”“만약 오늘 당신이 날 없앨 수 없다면 난 당신을 없애버리고 말 거야!”“용전 항도 지부 제 1팀장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용문 대구 지회장의 팔을 끊어낼 수 있는지 잘 봐야겠어.”하현은 사방에서 조여드는 살의를 당당하게 되받아쳤다.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하지만 때로는 그 신분이 엄청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감히!”하현을 노려보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그녀는 잠시 후 손을 흔들어 총구를 거두게 했다.하현에겐 약간 유감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만약 여기서 감히 하수진이 먼저 선제공격을 한다면 그에게도 큰 싸움을 일으킬 구실이 생기는 셈이었다.하현의 마음을 읽은 듯 하수진은 냉랭하게 입술을 들썩였다.“오빠, 걱정하지 마.”“언젠가 그 팔은 내가 반드시 없애버릴 테니까.”“내가 당신의 죄명을 정한 후에 기꺼이 보여줄게.”“내 죄명을 정한다고? 증거는? 당신들이 어젯밤에 수십 번 반복해서 물어본 질문들에 근거해서?”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이런 허무맹랑한 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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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3장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하수진의 미묘한 표정을 바라보며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자, 쓸데없는 말은 여기서 그만하지.”“감히 날 감금했으니 그 증거나 보여줘 봐!”하수진은 하현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도성 국제공항에서 누군가가 촬영한 거야. 폭탄이 든 선물 상자는 서희진이 미리 준비해 놓은 거야.”“서희진이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당신이 미리 일어서서 유리를 부수고 몸을 피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어.”“이런 정황으로 볼 때 우리는 당신이 서희진과 함께 폭탄 설치를 모의했다고 의심하고 있어. 이 영상으로 보면 충분히 의심할 만하고 말이야.”“그리고 나중에 도성 경찰서에서 당신을 취조했을 때 최영하가 일부러 당신에게 불리한 이 영상을 삭제한 것도 당신이 이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지.”“모든 사건은 다 하현, 당신 때문이야!”“당신은 이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하수진은 증거를 제시했고 그 후 하현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웠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수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정도 증거로 날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수진, 당신 머리에 총 맞았어?”하수진이 말했다.“물론 이걸로는 안 되겠지.”“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 사건의 배후에 미국 최 씨 집안 최규문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그런데 우리가 제일 먼저 최규문을 체포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심문을 했어. 본심을 털어놓는 일종의 최음제도 써 봤어.”“하지만 그 사람과 이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도성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일으킨 건 황금 삼각주 지역의 놈들이었고 그들이 받은 보수는 10억 달러 상당의 칩이었어. 그런데 그 칩에 당신 지문이 있었어.”“이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당신이 미국 최 씨 집안을 죽일 목적으로 이 일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가장 커!”“왜냐하면 희망호에서 당신과 최규문이 충돌했기 때문에 당신은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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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4장

하현은 냉엄한 표정으로 일관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용전 항도 지부에 오기 전 일찌감치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한 터였다.이제 일의 전말도 대충 알았고 사건의 배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하구천이 있음도 알았다.이렇게 된 마당에 하현이라고 생면부지의 하구천이 목숨을 잃은들 무슨 상관있으랴.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요원들의 안내로 하현은 더 넓은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이곳은 예전의 법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앞에는 높은 재단이 있었고 양쪽에는 실탄이 장전된 총을 메고 있는 남자들이 제복을 입고 도열해 있었다.홀의 양쪽에는 낡은 구호가 훈장처럼 걸려 있었다.“국가에 충성! 국민에 충성!”“청렴결백한 관청!”“위대한 기사도 정신!”등등...과거의 영욕을 상징하듯 걸려 있는 구호들을 하현은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이 구호들을 참관하러 오거나 공무를 수행하러 온 줄 알 것이다.하현이 구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에서는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곧 문이 열리고 냉랭한 표정으로 무장한 용전 사람들이 들어왔다.그리고 그들 뒤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한 명은 최영하, 또 한 명은 최문성이었다.얼굴빛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최문성의 얼굴엔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잡혀왔을 때 용전 사람들에게 맞은 것이 분명했다.하현의 눈에 그 손자국이 들어온 순간 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대표님.”홀 안에 있던 하현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던 최문성이 미안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었다.하현은 잠시 최문성을 바라본 뒤 시선을 하수진에게 옮겼다.“최문성이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어? 왜 최문성을 잡아온 거야?”하수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희망호에 그가 나타났잖아. 그럼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을 순 없지. 최 씨 남매를 취조하는 건 절차상 엄연히 필요한 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하현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을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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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5장

주위에 있던 용전 사람들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결국 이 모습을 참지 못한 최영하가 폭발한 것이다.최영하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며 소리쳤다.“그만해! 때리지 말고 놔 줘!”“퍽!최영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천강이 앞으로 한 발짝 나와 최영하의 목을 조르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빌어먹을! 무슨 자격으로 감히 소란을 피워?”“당신의 그 미련함 때문에 우리 화 씨 집안이 수백억이 넘는 손해를 봤다는 거 알아 몰라?”“당신 같은 사람은 우리 화 씨 집안의 개여야 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구!”“내 둘째 동생이 당신과 밤을 보내고 싶다고 했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구!”“감히 반항을 해? 죽으려고 환장했어!”무시무시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천강은 손바닥으로 최영하의 뺨을 이리저리 갈겼다.고통스러워하는 최영하의 얼굴에 벌건 손자국이 겹겹이 쌓였다.“그만!”하현은 화천강이 감히 용전에서 바로 손을 쓸 줄은 몰랐다.지금 화천강은 사람의 탈을 쓴 흉악한 괴물 같았다.“퍽!”화천강은 최영하의 뺨을 한 대 더 때린 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하 씨, 기다려. 내 최 씨 남매 둘을 손본 다음에 너도 손봐 줄 테니까!”“여기가 어딘지 몰라?”“용전 항도 지부야.”“간단히 말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지!”“오늘 내가 사람들을 어떻게 때리는지 당신 똑똑히 봐 둬!”“감히 함부로 몸을 움직이다간 내 사람들이 바로 당신을 죽여 버릴 테니까!”말을 하면서 화천강은 경호원들에 손짓했고 경호원 예닐곱 명이 동시에 총을 들고 하현을 가리키며 위협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그만두라고. 또 한 번 최 씨 남매에 손찌검을 하다간 나한테 죽을 줄 알아!”“그만하라고? 당신이 그만하라면 내가 그만둘 것 같아?”“당신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여기는 항성이야. 우리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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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6장

”퍽!”하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화천강의 목을 조르고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앗았다.그러고 나서 화천강의 왼쪽 다리에 총구를 갖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펑 하는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화천강의 허벅지가 뚫렸고 장내는 혼돈과 충격으로 가득 찼다.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놀라기는 하수진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런 곳에서,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감히 아무 거리낌도 없이 화천강을 때리고 총을 쏘다니!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간이 배 밖으로 나올 만한 짓을 할 수 있는가?하지만 하현의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하현을 용전까지 데려왔음에도 그의 무릎을 꿇게 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그러나 하현은 마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이를 보던 최문성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는 항성과 도성에서 아무도 하현을 능가할 사람이 없음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최영하는 말문이 막힌 채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빌어먹을 놈!”잠시 후 고요 속을 헤치며 하민석이 손을 흔들자 주위에 있던 경호원 무리들이 일제히 앞으로 돌진했다.경호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고 살벌한 눈빛으로 하현을 조준하며 언제든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화천강은 비록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벌렁벌렁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냉소를 터뜨렸다.“얼빠진 놈! 넌 곧 죽을 거야! 감히 나한테 총구를 들이대! 죽지 못해 환장했군!”“용전 같은 데서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감히 날 이렇게 만들어!”“당신 용문 대구 지회장 신분은 고사하고 당장 우리 손에 목이 댕강 날아갈 거야!”화천강이 보기에 용전에서 인질극을 벌인다는 건 무모하고도 무모한 짓이었다.게다가 사람한테 총을 쏴?하현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었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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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7장

하현은 여전히 담대한 표정으로 총구의 방향을 틀었다.이번에는 화천강의 이마를 겨누었다.총구의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 화천강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렸다.어디선가 죽음의 냄새가 스멀스멀 엄습해 오는 것 같았다.하현의 총은 이미 발사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오발이 되었든 의도한 것이든 총알이 나가기만 하면 화천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것이었다.“자, 잠깐만.”화천강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핏기를 잃어갔다.비록 그는 제멋대로에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그도 사람이었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는 없었다.특히 하현처럼 자비 없는 잔인한 사람 앞에서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지금 심정이 답답하고 초조하기로 화천강만 한 사람이 또 있을까?그도 쩨쩨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 싶지 않았다.기껏해야 죽기 밖에 더하겠냐 싶어 하현을 안고 함께 죽으려고도 생각했다.하지만 삼엄한 총구 앞에서 그는 깨달았다.과거의 그에게 있어 죽고 사는 것은 그리 두려운 게 아니었다.왜냐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생사였기 때문에 전혀 두려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생사의 기로가 자신에게 닥치고 보니 그는 누구보다 죽는 것이 두려웠다.생사의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자 화천강은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두렵지 않은 척 호기로운 척하려고 해도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하현은 화천강의 고뇌는 안중에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길을 비켜.”한 무리의 용전 사람들이 언짢은 표정으로 버티고 서서 총구를 들이대며 하현의 앞길을 막았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화천강의 다리에 상처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이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10분 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그가 도대체 용전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잘못 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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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8장

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동시에 다 같이 상대를 향해 쏴 보자구. 당신이 날 죽일 수 있는지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죽일 수 있는지 두고 보자구!”“하현,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줄이나 알아?”하민석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화천강이 어디 보통 신분이야? 그는 용전 항도 지부에서 중요한 인물이야. 그를 죽이면 당신이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그 대가를 다 치르지 못할 거라구!”“그리고 당신 주변의 사람들은 당신이 저지른 행동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정말 감히 우리 용전 사람들 앞에서 화천강을 죽일 셈이야?”“만약 당신이 감히 사람을 죽인다면 당신도 바로 총에 맞아 죽을 거야!”“당신이 감히 죽이지도 못하고 허풍을 떠는 거라면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어?”“당신은 도성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일으켰다는 혐의도 벗지 못하고 오히려 흉악한 범죄자라는 사실만 더해질 뿐이야.”하수진은 계속된 말로 하현을 설득하려고 했다.“당신 자신은 그렇다 쳐도 당신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 사람들을 생각해야지.”“예를 들어, 최 씨 남매 말이야. 그들이 지금 당신과 함께 죽길 바라?”하현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표정으로 하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어. 헛소리 그만해.”“당신이 인정하든 말든 당신들의 용전 항도 지부는 이미 변질되었어.”“이런 곳에서 무슨 자격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혐의를 제기할 수 있냐구? 그저 사실에 대해 침묵하라?”“게다가 지금 이 장면이 어떻게 하다가 나오게 되었는지 당신 혹시 짐작 가는 게 없어?”“이 사건에서 특별히 중요하지도 않은 화천강과 하민석 두 사람을 나타나게 한 것은 그들이 최 씨 남매에게 거침없이 손찌검을 하게 한 다음 날 자극해서 반격하게 만들려는 수작이었잖아? 아니야?”“내가 손을 쓰기만 하면 당신들 용전은 날 상대할 구실이 생기는 거니까.”“당신, 하 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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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장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자 하수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하수진 일행은 하현이 만반의 계획을 세우고 용전에 왔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오프로드 자동차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순식간에 좌우로 흩어져 장내를 포위했다.총을 메고 허리에 당도를 찬 군인들을 바라보는 하수진 일행의 얼굴엔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았다.강남 병부 사람이라고?그들이 어떻게 항성에 나타났지?항성과 도성은 비록 강남 병부의 방어 지역이기는 했지만 어떻게?일반적으로 강남 병부는 이 두 지역의 외곽에만 일부 인원을 배치한다.하현에게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병력이 갑자기 용전에 나타나다니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수진 일행이 충격에 휩싸인 그 순간 오프로드의 조수석이 열렸고 군복을 입은 강남 병부 당도대 통솔자인 당인준이 뛰어내렸다.당인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위엄 있었다.그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찬 칼자루를 지그시 눌렀다.용맹스러운 기운이 절로 뿜어져 나왔다.하수진은 안색이 일그러진 채 마른 입술을 떼었다.“당인준, 여긴 무슨 일이야?”“당신들 병부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용전 구역에 들어온 거냐구?”당인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강남 전역은 강남 병사의 방어 구역이야. 항성과 도성 두 도시는 비록 외부 행정 구역에도 속해 있지만 여전히 내 방어 구역 안에 있어. 난 어디든 올 수 있고 갈 수 있어.”“당인준, 당도대 사람들을 데리고 뭐하러 여길 나타난 거냐구? 도대체 왜?”하수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거야?”“반란?”당인준은 헛웃음이 났다.“우리 당도대는 대하 9대 최고 군대 중 하나야. 유라시아 일전에서 5대 강국을 휩쓸어 대하에 큰 공을 세웠어.”“그런 내가 반역을? 지금 우리 병부를 무시하는 거야?”“그럼 당신들은 왜 이 많은 사람들을 용전 항도 지부에 데리고 온 거야?”“관할 권한 상으로 당신들 병부는 용전 경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설마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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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0장

간단히 말해서 항성과 도성에서 7일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당인준 한마디에 결정된다는 것이었다!항성, 도성의 일인자가 와도 아무 소용없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병부 대장에게 잠시 용전에 며칠 동안만 당도대를 빌려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병부에서 전시 상태의 명령까지 내릴 줄은 몰랐다.“당인준, 당신들 너무 한 거 아니야!”하수진이 버럭 하며 눈을 부라렸다.“전시 태세에 돌입했다고 해도 우리 용전은 여전히 당신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용전의 일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고사하고 강남 병부 총지휘관 원경천이 와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당인준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영장이 당신 손에 있지 않아? 거기 총지휘관의 서명이 있을 텐데?”“그의 서명이 거기 없다면 내가 대대 전체의 군사를 모두 끌어들일 수 있었겠어?”“하수진, 당신이 잊은 것 같은데 영장을 본 순간부터 이미 여기는 전시상태야.”“전시에는 내가 왕이고.”“불만이 있을 수도 있고 분노할 수도 있고 날 고소할 수도 있어. 미안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전시 상태가 끝난 후의 일이야.”“그러니 하수진, 당신 손에 있는 무기 다 내려놔.”“당인준!”하수진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거렸다.“당신이 하현과 돈독한 사이란 건 알지만 우리 용전을 짓밟고 우리 하 씨 가문을 무시할 만큼 하현이 가치가 있는 인물이야?”“당신이 비록 병부에서 전쟁의 신으로 통하지만 세상 일은 싸우고 죽이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아야지.”“공공 기기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당신과 당도대가 앞으로 얼마나 큰 후환을 맞을지 잘 생각해 봤어?”“깊이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란 거 알고나 있어?”당인준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후환?”“용전이 공적인 척하며 뒤로는 사리를 취하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후환이 두렵지 않고?”“하수진, 당신은 용전 항도 지부 책임자이면서 부잣집 도련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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